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 52 [Refresh]
52
내가 비몽사몽으로 그렸던 기동식은 피빛을 띄며, 제대로 활성화 되고 있었다. 레이비스 씨는 그 모습을 보면서, 유추를 하기 시작을 했고, 다른 이들은 레이비스 씨가 시간 내에 빨리 알아내기를 빌며, 열심히...가위바위보를 하고 있었다. 뭐 그래도 평범한 가위바위보겠...
“하피 펀치!”
“라인하르트!!!”
내가 봤던 것은 아엘로에게 가위바위보에서 지고 난 뒤에, 회전까지 하면서 비행중인 라인하르트의 모습이었다. 애초에 하피에게 펀치가 어디에 있어!
...아 맞다. 보통 하피가 아니지.
아무튼 레시아가 전 마왕을 물리칠 때 사용했던, 가위바위보는 하피에게도 가장 큰 인기를 끌고 있나 보다. 그 전에 다른 집은 우울한 분위기여서, 전혀 매치가 안 되는데, 아엘로와 베르티아는 열심히 놀기에 바쁜 나머지, 라인하르트는 가위바위보 벌칙의 희생자가 되고 있었다.
“이제 당신차례에요.”
베르티아가 웃으면서 나에게 가위바위보를 신청했다.
좋아. 내가 레시아에게 가위바위보를 단련 받고 있는 사실을 모르니, 이제 특별훈련...은 아니지만, 의도치 않게 훈련해 왔던, 가위바위보의 비장의 실력을 지금 여기에
“하피 펀치!”
“호엑!”
하피에게도 졌다.
왜 사람보다 몬스터가 가위바위보를 더 잘하는 거야?
지금까지 레시아에게도 진 것도 서러웠지만, 이제 하피에게도 지고 있었다.
“지들 목숨이 날아가기 직전인데도, 놀기에 바쁜걸 보면 참 대단한 정신머리를 하고 있군. 정신을 판금으로 개조해놨나...”
레이비스 씨는 중얼거리면서, 쓰러져있는 나에게 다가가서 다시 입을 열었다.
“좋아. 나쁜 소식과 나쁜 소식이 있어.”
“그거 다 나쁜 소식 아니에요?”
“우선 첫 번째 나쁜 소식은...”
사소한 것에는 무시해버리다니...
이제 하나 하나 답해주기도 귀찮다는 듯이, 레이비스 씨의 발언은 끊어지질 않았다.
“평민. 네가 기동식을 너무 못 그려서, 이런 사태가 일어났다는 것. 대체 어떻게 그리면, 멀쩡한 귀환마법 기동식이 종언의 시작<Beginning of the End>이 될 수 있는 거냐?”
“그거 미안하네요. 제가 글을 잘 못써서, 받아쓰기도 글씨를 못 써서 0점 받은 사람입니다.”
“그래 그거 정말 잘 났군. 어차피 글씨를 잘 써도 다 틀려서 0점이지만...”
“그 쪽이 예전에 내 시험지를 본 적 있어요! 왜 거기까지 트집잡아요!”
“심심하니까!”
...그냥 댁이 마왕 하세요.
다시 포도맛 사탕을 꺼낸 뒤에, 레이비스 씨는 입에 넣고, 다시 두 번째 나쁜 소식에 대해 설명했다. 그나저나 그 담뱃갑에 사탕이 얼마나 들어있는 거야?
“두 번째는 기동식을 보고 생각을 해봤는데. 종언의 시작을 상쇄할 만한 마법기동식이 잘 떠오르지 않아. 결국 이건 평민이 직접 해제해야 한다는 거지. 혹시 몰라? 시험 삼아 저 평민이 기동식을 흙으로 지우면, 기동식의 일부가 지워져서 해제가 될 지?”
“설마 정말 그런 시시한 이유로 해제가 되겠어요?”
그리고 장난 삼아, 발로 기동식이 있는 곳을 비벼서, 일부를 지워봤다. 그러자 떠오르고 있던 구슬들이 하나 둘씩 사라지더니, 이내 모두 사라졌다.
집 안에서 절망에 빠진 하피들이 밖을 보고, “우린 살았어! 엉엉!”하는 밝은 분위기로 다시 전환되며, 모두 다 해피엔딩이...
“이제 슬슬 2차전으로 돌입할까요?”
안 됐다.
하피의 여왕 베르티아는 날 놔주지 않았고, 다시 대부분의 하피의 병력들이 나와 레이비스 씨 그리고 라인하르트를 포위했다. 뭐 하긴...종언의 시작 때문에 잠깐 동안 휴전 상태였을 뿐. 이제 다시 제차 싸우거나, 도망을 가야 하지만, 여기서 내 머리가 잠깐 굴려서 입을 열은 내용은...
“용사들의 연회에서 우린 하피 퀸의 증표를 얻으러 온 거야. 그러니까 이런 일방적으로 불리한 싸움 말고, 연회답게 밸런스가 맞는 걸로 결정하자고?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볼 거리를 제공해야 하지 않겠어?”
“그것도 그렇네요.”
베르티아는 기쁘게 웃으면서, 두 푸른 날개를 활짝 피며 승낙을 했다.
아무래도 베르티아는 분위기에 따라 잘 휩쓸리는 타입일 지도 모르겠네...어쨌든 여왕이 그렇게 승낙을 했으니, 그러면 이제 밸런스가 맞는 것을 결정해야 하는데.
“제안은 그쪽이 했으니, 연회다운 내용은 우리가 정하죠.”
그러면 대체 무엇으로...?
설마 어디 경기장에서 30연승을 하라는 그런 막장은 아니겠지.
“3:3 깡통 차기를 실시하겠습니다.”
...
잠깐 내 귀를 의심했다.
그러니까 깡통 차기라고?
“깡통 차기?”
내가 얼빠진 소리로 되묻자. 베르티아는 “어머나.”하면서 놀란 이후에 말을 이어갔다.
“깡통 차기를 모르시나요? 그러니까 깡통 차기는...”
“그걸 몰라서 되묻는 게 아냐! 어째서 깡통차기를 할 생각을 하는 거야!”
“그거야 재미있어 보여서요.”
애초에 너희 다리 구조로는 깡통을 못 차는데?
그보다 깡통이라면...애초에 하피들에게 그런 도구가 있던가?
“물론 당신들의 왕국이나, 칸포리우스 제국의 비공정은 아니지만, 더욱 더 진보된 제국의 비공정에서는 음식을 오래 보관하고, 어디서든 여행 하면서 먹을 수 있게, 발전된 것을 통조림이라고 부르더라고요.”
대륙에서 유독 한 제국에서는 마법에는 전혀 소질이 없었기에, 과학을 꾸준히 발전하여, 칸포리우스 제국보다 훨씬 더 앞선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제국이 있다고 들었다. 그나저나 그런 제국의 비공정도 털었다면, 그 안에 있던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간 거야?
“물론 안에 있던 사람들은 전부 도망갔답니다. 다른 비공정이 와서, 저희를 내쫓았거든요.”
“그렇게 화사하게 웃으면서 이야기하니, 더욱 더 무섭네요.”
베르티아는 저주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웃는 것뿐이지만, 확실히 무서운 건 무섭다.
옆에 침묵을 지키고 있던, 아엘로가 베르티아가 보낸 눈빛을 읽었는지, 어디론가 날아갔다.
“그럼 깡통차기를 하기 전까지, 각자의 보상을 말해볼까요?”
그리고 양측의 보상으로는
하피 측에서는 나와 라인하르트, 레이비스 씨가 이 곳에서 노예로 지내는 것.
인간 측에서는 하피 퀸의 증표와 우리를 그냥 이곳에서 보내주는 것.
“그나저나 당신이라면, ‘다른 비공정을 공격하지 마라.’라던가 ‘사람들을 습격하지 마라.’라는 말은 안 하네요?”
“나는 그런 정의감 넘치는 시기는 이미 지났거든. 애초에 너희들은 자신의 영역 안에서 침입한 자들로부터 막으려는 것뿐이잖아? 물론 직접 내가 겪었으니까, 다음 피해자가 나오기 전에, 그러지 말라고 말을 하려고 했는데. 그 정도까지 하면 내가 아니라, 인간이 너무 이기적인 동물이 되어 버리니까.”
사람도 자신의 영역 안에 들어오면, 본능적으로 자신을 보호한다.
애초에 동물들 또한, 자신의 영역에 들어오는 것들로부터 몸을 지키는 것인데, 아무리 하피가 약탈한다고 한들. 전부다 하피의 언덕에서 일어난 일이다.
하피의 영역 안에서 일어난 일이니까.
행동은 달라도 자신들이 지켜야 하는 것을 지키는 것뿐이다.
이래서 하피의 언덕이 위험지역이라고 불리는 이유 중 하나겠지.
우선 이 곳에서는 깡통차기를 할 수 없으니, 하피의 언덕에서, 드넓은 장소로 옮겼다. 평원 옆에는 바로 숲의 입구가 있으니 그쪽으로 도망가면 되겠지. 레이비스 씨와 라인하르트와 같이 작전을 짜면서 대화를 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자, 아엘로가 낡은 깡통과 자신의 기사단원으로 보이는 인원을 하나 더 데려왔다.
“룰은 알고 있나요?”
“기본 적인 룰이라면...아마.”
흔히 깡통차기는 도망가는 입장이 먼저 깡통을 멀리 찬다. 그 후에 도망가서 숨고, 술래는 깡통을 주워서 다시 가져온 뒤에, 도망간 사람들을 찾는다.
술래는 도망간 사람을 발견 하면, 찾았다고 선언을 한 뒤에, 깡통이 있는 곳으로 돌아와 찍으면, 잡히는 것이고 발각된 사람은 아웃이 된다.
술래가 모든 사람들을 다 찾기 전까지, 숨어있던 사람이 그 깡통을 다시 발로 차면, 숨어 있는 사람이 이긴다.
내가 예전에는 이렇게 놀았지만, 문제는 이번엔 술래가 하늘을 나는 하피라는 것이다.
애초에 날아다니는 것과 뛰어다니는 것의 차이점은 바라보는 위치.
우리는 아무리 뛰어봐야, 땅에서 정면을 보고 뛰지만, 하피들은 더 위에서 날고 있기에, 지상에서 찾는 것이 쉬워진다. 하지만 숲으로 들어가면, 공중에 강하다는 하피들에게는 나무에 시야가 가려질 수 있기에, 밸런스는 어느 정도 맞았다.
대체 어떻게 위장을 해서 숨어야 하지? 라고 생각하던 찰나, 라인하르트와 레이비스 씨는 다른 하피들로부터 자신의 무기를 다시 되돌려 받았다. 갑자기 무기를 돌려주는 이유가 뭐지?
“깡통차기는 그거 아닌가요? 술래가 도망가는 사람을 찾으면, 도망가는 사람을 제압한 다음에, 깡통 있는 곳으로 끌고 와서, 도망가는 사람 눈 앞에서 누르는 것.”
“그건 또 무슨 배틀로얄이야! 깡통차기에서, 술래가 도망가는 사람을 제압한다니!”
“어머나. 생각해보니 심하게 저항하면 죽일 수 밖에...”
“넌 머리 속이 어떻게 된 거야!”
베르티아에게 전력을 담아 태클을 걸었다.
어릿광대에게 저주받기 전에도 사디스트일거야.
“이건 마계 깡통차기인데요?”
“앞에 ‘마계’라고 붙이면, 다 용서받을 거라고 생각하지마!”
마계 술래잡기는 정말로, 술래를 잡아 죽여야 할 것 같잖아.
“아...그러고 보니. 저희들은 뭔가를 찰 수 있는 다리가 아니라서, 여러분이 강제로 도망가는 역할을 해줘야 해요.”
“그럼 애초에 왜 깡통차기를 하자고 하는 거야...”
아엘로가 깡통을 놓고, 나에게 차라는 신호를 보냈다. 라인하르트와 레이비스 씨는 왜 이리 적응이 빠른지, 이미 뛸 준비를 하고 있었다.
“카일! 빨리 차! 그 동안 우리가 저 먼 곳까지 도망갈게!”
“평민! 저 우주까지 날려버려!”
“댁들은 왜 그리 해맑은 표정으로 나를 볼 수 있나요...”
중얼거리는 시간도 아까우니, 발에 마나를 힘껏 모아서, 강화를 한 체, 깡통을 찼다.
-깡!
나도 깡통을 차는 것과 동시에, 빠르게 달려나갔고, 술래인 하피는 깡통을 잡으러 공중으로 튀어 올라갔다.
***
깡통차기의 기본은 흩어져서, 한 사람씩 찾게 하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술래와 술래가 아닌 인원이 1:1비율이고, 애초에 이건 깡통차기라고 보기엔, 술래가 술래가 아닌 사람을 무력으로 제압을 한다는 의미가 부여가 되면, 그건 이미 깡통차기가 아니라 배틀로얄에 가깝다. 그럼 깡통은 왜 있는가?
그것부터 고찰을 해야 할까?
나보다 약한 자의 말을 듣지 않는다. 뭐 이런 건가?
아직도 마계에서 어린아이가 하던 놀이를 어떻게 변형시켜야, 이렇게 극악무도하게 바꿔 동심파괴를 하는지 이유를 알 수 없을 때쯤. 저 멀리서 총성이 울려왔다. 분명 레이비스 씨가 먼저 교전에 들어간 것으로 봐선, 술래 측에서 먼저 레이비스 씨를 찾은 모양이다.
금색의 마탄이 저 멀리서 직선을 그려나가는 것을 보고는, 나는 다시 깡통을 차야겠다는 마음에 저 멀리 돌아서, 깡통을 차야겠다고 생각하던 찰나...
“운명의 붉은 실은 이걸 말하는 걸까요?”
어디선가 날아오는 베르티아의 소리에, 사방을 둘러봤지만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다만 어디서 날카롭게 공기를 자르며 나에게 날아오는 소리로, 마법방패<Magic Shield>를 전개하자, 방패를 세 번을 두드리며, 푸른 깃털이 떨어졌다.
“아엘로와 다른 아이가 있었지만, 역시 그대는 제가 찾게 되네요.”
베르티아의 미소가 떠오를 정도로, 상당히 부드럽고 여유로운 목소리.
문제는 마법 중에서 빛을 이용하는 마법을 신기하게 잘 사용하는 하피 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말 그대로 은폐상태.
“보이지 않는 거미가 가장 무섭다고 하죠. 그러면 깃털은 어떨까요?”
“그건 검이겠지! 애초에 그건 다른 캐릭터의 대사잖아. 그리고 안 보여도 날아오는 투사체들에게는 비장의 수가 있어.”
“그거야. 기대되네요.”
어디에 있는지 모르는 베르티아를 향해 태클을 건 뒤에, 티르빙을 다시 오른손에 잡았다. 마나를 주입하자, 양손에 다시 단검이 나타났고, 그것을 잡으며 외쳤다.
“지뢰밭<Mine Field> 응용편. 요격<Intercept>”
지상이 아닌 내 주변을 원형으로 감싼 푸른빛의 막.
나뭇잎이 막을 통과하기 전에 반응을 하여, 푸른빛의 폭발이 터져 나왔다.
“자...이것도 뚫어보시지?”
남은 것은 은폐한 베르티아를 찾는 것.
아니면...그냥 깡통을 차러갈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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