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 50 [Refresh]
50
아무리 생각해도 이젠 하늘에 떨어지는 것도, 물에 빠지는 것도 많이 익숙한 듯. 이제 별 탈 없이 호수에서 나와, 검은 색상을 띈 워커에 고여있는 물을 부었다. 확실히 추격하는 인원을 나누기 위해서, 날 떨어뜨리라는 말을 떠올려보면, 나도 많이 성장했구나.
사서 고생하는 레벨이...
아직까지 라인하르트는 보이지 않고, 하피의 언덕에 안에 있으리라 생각을 했지만, 방금 전의 소동으로, 이제 하피들이 여럿 나올 테니, 위장을 해서 최대한 숨어 들어가야 하는데...라인하르트와 어디서 만나지?
아까 물에 들어갈 때, 온 몸으로 부딪치느라, 몸에서는 아프니까 움직이기 싫다고, 통증을 호소하고 있지만, 그것마저 채찍질 하면서 억지로 워커를 다시 신고 일어났다. 휴식도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아마...
지도는 확인 할 수 없지만, 아까 나를 대리고 날아가려는 하피들의 움직임으로는, 우측을 향했으니, 그 곳을 가면 되겠지.
아무튼 지금의 문제점은 2개.
하나는 라인하르트를 어디서 만나는 가.
또 다른 하나는 하피 퀸의 증표를 어떻게 얻는 가.
어차피 용사의 도우미 역할로 참가를 했으니까, 내가 걱정할 일은 아니긴 하지만, 그 꼬마가 얼마나 잘 해내는가에 따라, 내가 이곳에 온 의미가 있지. 만약에 허무맹랑하게 죽으면, 사서 고생을 한 뒤에, 그냥 돌아가는 것뿐이다.
조금 걸어서 15분.
대부분은 인간이 살고 있는 집과 비슷했다. 다만 다른 점은 문이 지붕이나, 가장 높은 층수에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주로 비행을 하다가 집으로 들어올 테니, 저렇게 지은 것도 있을 테고, 항상 둥지는 나무 위에 있었으니, 문이 자동으로 위에 지어진 격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리고 그 곳에서 한 눈에 봐도, 가장 크고 아름다운 저택을 봤을 때, 그곳이 하피 퀸이 사는 집이라고 생각했다. 가만히 기다리기도 좀 그렇고, 잠입을 하자니 상당히 견고해 보이는데...
저 멀리서 라인하르트가 끌려가는 모습을 보면서도, 아직도 저 저택에 잠입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궁리를 할 때쯤. 여전히 레시아에게 은폐마법을 배우지 않는 것이 아쉬웠다.
...?
라인하르트가 끌려가고 있다고?
“...하아...”
무심코 버릇처럼 큰 한 숨을 내쉬었다. 정말로 하피 2명에게 끌려가서, 저택의 가장 위쪽의 문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봤다. 그나저나 분명 한 명만 라인하르트를 추격한 것으로 기억했는데...
“켈라이노 기사단장. 아엘로의 눈 앞에서는 그 어떤 먹이감도 놓치지 않기 때문이지.”
아름다운 미성의 목소리가 내 머리 위에서 들렸다. 물론 지금 여기에 여성의 목소리라고는 하피 뿐이지만, 무심코 위를 올려보자, 검은 방패를 나에게 내려찍기 위해, 수직강하를 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보다 너도 내 독백을 읽는 거냐? 요새 다 나에게 왜 그래? 난 사생활도 없어?”
고속으로 내려오는 방패를 뒤로 크게 물러서며 피하고, 티르빙을 꺼내서 양손에 단검 형태로 만들었다. 이윽고 다시 날아오는 단창의 연계를 단검으로 막은 체 입을 열었다.
“애초에 하피는 날면서 단창으로, 찌를 수 없는 신체구조를 가진 것으로, 익히 알고 있었는데...너희들은 손이 아니라 날개 아냐?”
“마계 공작 중 한 명인 슬로배스님의 유전자개조로, 하피라고 할지라도 언제든지 손은 사용할 수 있어.”
하긴...그 나무늘보는 자신의 딸에게 드래곤 날개를 주면서, 걷지 않아도 된다고 좋아했으니까...
“그러면 확실히 오리지널 하피가 아니잖아!”
“뭐 확실히 15번 정도 개조를 했으니까, 따지고 보면 뉴 뉴뉴뉴 뉴뉴뉴뉴 뉴뉴 뉴 뉴뉴뉴뉴 하피라고 말 할까?”
“그 15번을 ‘뉴’라는 단어를 리듬감 있게 배치하지마!”
이 와중에도 나는 태클을 걸 수 있구나...
검은 경갑의 하피 기사는 다시 방패를 휘두르며, 단검을 쳐내고 다시 날아올랐다.
그리고 휘파람을 불자, 매복한 듯한 하피들이 포획용 그물을 하늘에서 펼치며 내려왔고, 눈을 개안 했을 때는, 그 그물에 마법적인 처리가 되어있어, 두 개의 단검을 손등을 베서 피를 먹였다.
대가 마법이 활성화 되고, 티르빙의 검신이 붉게 타올랐다.
“딱 봐도 물리적인 것으로는 베지 못하게 생겼네!”
그 말을 끝으로 위를 향해, 마나를 방출하듯 검을 휘두르자, 십자모양으로 날아가 그물을 찢어놨다. 그리고 그 검기의 여파에 휘말려버린 하피 몇몇은 검상을 입은 듯이 떨어졌다.
“제길...정말 귀찮아...”
아직도 날고 있는 하피는 10명 이상.
아까 전에 호수에 부딪친 몸이, 지금 한계를 들어내려는 듯, 가슴 쪽의 고통이 심해졌다. 탈출하기에는 이미 늦었고, 그렇다고 들어가기에는 죽으러 가는 것과 같다.
이래서 전신 다이빙은 위험해.
여전히 마나를 체내에서 순환을 시키기에, 어느 정도는 통증이 완화 할 수 있다고 해도, 섣불리 몸을 급하게 움직이면, 상처가 더 심해진다. 시간 싸움에서는 내가 불리한 셈이고, 지금 딱히 생각나는 묘수가 없다.
그래도 아직까지 외통수는 아니지만...
“많이 힘들어 보이네.”
“그보다 라인하르트는 어떻게 할 생각이지?”
아엘로라는 하피는 나의 상태를 이미 파악한 듯. 입을 열었지만, 나는 그보다 다른 대상으로 억지로 돌려, 다른 하피가 내 상태를 눈치채는 것을 막고자, 질문을 했다.
“그 인간은 남자니까, 번식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그리고 쓸모 없게 되면 버리겠지.”
“쓸모 없으면 죽는다는 소리로군?”
“너는 쓸모가 많아 보이니 살려줄게. 그러니 슬슬 항복하는 게 어때?”
“그건 세 살짜리 꼬마도 안 믿는데?”
“그래? 그럼 여왕님께서 직접 처리하시겠군.”
뭐?
여왕님이라ㅁ...
-푸푹!
“크학!”
아름다운 푸른 빛의 깃털이 옆구리와 다리에 박힌 것을 확인하고 난 뒤에야, 불에 데인듯한 고통이 엄습해왔다. 피가 서서히 고이다가 넘쳐서, 옷 밖으로 나왔다. 깃털이 날아오는 것도 눈치채지도 못했고...
“어서 오세요. 이방인.”
부드럽고 고요한 여성의 음성이, 내 앞쪽에서 날고 있는 하피로부터 들려왔다. 애초에 바람으로 자신을 감싸며, 수분을 모아 빛을 굴절시켜 자신의 몸을 감춘다. 꽤 기발한 생각으로, 나에게 기습을 걸어올 줄은 상상하지도 못했다.
“아까 전부터 쭉 보고 있었답니다.”
아름다운 미소와 함께, 작은 금색의 티아라는 여왕이라는 것을 알리는 듯, 머리 위에 있었다. 날개가 푸른빛으로 가득 차 있고, 아엘로처럼 검은 경갑과 헬멧처럼 생긴 투구를 쓰지 않고, 아름다운 드레스를 입었다.
“이 이상 싸우면 위험한 것을 알 텐데도, 그 눈에는 투지가 사라지지 않네요.”
-푸욱!
“아악!”
이번엔 왼쪽 어깨. 무심코 왼손에 있던 단검 하나를 놓쳤다. 그러고 보니...내가 고통스러워 할 때마다, 왜 저 여왕은 기분이 좋아 보이지?
“아아...정말 아름다운 비명. 영원히 가둬서 고통을 주고 싶은 목소리네요.”
...내 인생은 정말 어디까지 막장으로 가야, 내가 평화롭게 살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하필 여왕이 사디스트라니...
“애초에 제 깃털에는 신경 독이 들어있어서, 고통이 점점 더 날카로워 진답니다. 게다가 각성제도 있어서, 멋대로 기절하거나 쇼크사로 죽지도 않죠. 당신은 어떤 비명을 얼마 동안 어떻게 지를지 정말 기대가 되요.”
웃으면서 나에게 그런 소리를 하는 것에, 등골이 오싹할 정도로 호러영화가 따로 없었다. 용사들의 연회에서도, 가장 위험도가 높은 시험이 기다리는 하피의 언덕. 어째서 사망률이 높고, 왜 행방불명이 되었는지 알 수 있었다.
목숨을 위협받는 것은 처음이 아니지만, 내 목숨이 이렇게 상대에게 농락을 당할 정도로, 위험에 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렇다면 저 여왕의 뜻은 지금 급소를 맞춰서 일격사를 시키지 않는다는 것.
그 만큼 비참하게 만들겠단 소리가 된다.
오른손에 들린 단검. 티르빙에 지금 흐르고 있는 피를 먹이는 것으로, 다시 검신은 붉게 타고, 왼손은 몸에 박혀있는 3개의 깃털을 뽑았다. 몸은 거의 부셔질 듯 말 듯. 시야도 그리 선명하게 보이는 것도 아니지만, 다리를 살짝 굽히고, 최대한 허리를 비튼 체, 거합베기의 자세를 취했다.
“여전히 도망갈 생각인가요? 뭐...지금은 필사적으로 도망을 친다고 한다면, 놔드리겠습니다. 하지만 제 성안에 있는 친구는 버릴 건가요?
여전히 라인하르트와 나의 목숨이 저울질을 하고 있는 가운데, 온 몸이 지르는 고통에도 신경 쓰지 않고, 최대한 집중을 해서 의식을 선명하게 만든다.
여왕이 날개를 빠르게 휘둘러 날아오는 깃털이 눈에 포착하자마자, 나도 동시에 검을 뽑아 외쳤다.
“혈월!<Blood Moon>”
피빛의 달의 궤적이 지나간 모든 공간이 베어나가고, 그 이후에 거대한 폭음과 함께, 사방에서 터져나갔다. 방금 전에 자세를 잡으면서, 피와 함께 마나를 집어넣어, 연쇄작용으로 폭발한 것.
그리고 흙먼지 속에는...여전히 멀쩡한 상태로 조용히 웃는 여왕을 보았다.
분명 베었다고 생각했는데...어째서...
“빛의 굴절이지요. 확실히 저는 보이는 것보다, 약간 더 뒤에 있었답니다.”
“여왕 그 자체가 빛에 대한 마법을 사용할 줄은 상상도 못했는데. 큿!”
모든 고통이 한꺼번에 찾아왔고, 새로 박힌 오른쪽 팔과 허벅지에도 통증이 찾아왔다. 마치 전략게임에서 나타나는 유닛의 에너지 상태를 볼 수 있다면, 내 온 몸은 전부 빨간색으로 되었겠지...
“제길...”
몸이 거의 무너지다시피 쓰러졌고, 피를 너무 많이 흘려 의식자체는 몽롱하지만, 깃털에 각성제가 있기에 기절할 수도 없는 몸이 되어버렸다.
“이게 맞아야 하는데...”
천천히 심호흡으로 어느 정도의 고통을 완화시킨 뒤에, 늘 레시아가 사용했던 귀환마법을 피로 그리기 시작했다. 얼마나 출혈이 심한지 상관하지 않고, 짧은 문양의 귀환마법 기동식이 전부 완성 되었다.
그나저나 보통 이런 것은 방해하지 않을까? 라고 생각했지만, 하피 퀸은 아무래도 자신이 다 이겼으니, 이번엔 또 무슨 일을 꾸미나 지켜보는 듯 했다. 어깨너머 배운 기동식인 만큼, 꼭 성공하길 빌며...
“발동<Active>...”
그 이후에는 내 의식이 강제로 꺼지듯, 검고 어두운 화면만 가득 채웠다.
***
카일이 쓰러지며, 피로 그려진 기동식이 불길한 빛을 내 뿜으며, 발동하기 시작했다. 카일이 생각하기엔 그것은 귀환마법을 위한 기동식이지만, 사실상 그 기동식은...
“여왕님...저 자가 ‘종언의 시작’<Beginning of the End>을 사용했어요...”
공중에 떠 있는 거대한 빛의 구슬 20개. 그 범위는 하피의 언덕의 규모와 딱 맞았다. 하피들은 그 구슬 중에 하나가 천천히 검은색으로 물들이는 것을 보며, 두려움에 떨었다.
“설마...‘어릿광대’뿐만이 아니라...사용할 수 있는 자가 또 있었다니...”
아엘로는 마치 전에 봤던 마법을 회상한 듯.
공포에 물들었고...
하피들의 여왕.
베르티아는 쓰러져있는 카일을 보며 웃었다.
“그대를 거의 다 잡았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일을 크게 저지를 줄은 몰랐네요.”
모든 것이 사라지는 종언이 시작되어도, 여유로운 표정을 유지한 체, 여전히 카일에게 시선을 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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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넘어로 배우다가 실패한 경우가 많죠.
주인공도 딱 그 상황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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