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 51 [Refresh]
51
여전히 온 몸이 비명을 지르는 통증에, 눈을 뜰 수 밖에 없었다. 과연 내가 귀환마법을 사용하기 위해, 그렸던 기동식은 맞았을지. 나는 잡화점 1층에서 빈사상태로 뒹굴다가, 다른 사람에게 구조되어 치료를 받은 건지. 오로지 제발 귀환에 성공하길 빌며, 주변을 둘러봤을 때는...
“여긴 어디? 나는 누구?”
아니 나는 누구는 빼자. 기억 상실에 걸린 건 아니니까.
“드디어 일어났네요? 잠들어 있던 얼굴도 꽤나 귀여웠답니다.”
하피 퀸.
베르티아의 얼굴을 보자마자, 귀환마법이 실패했다는 것을 알았고, 두 번째로 나를 죄인 수용소나 감옥에 가둔 것이 아니라, 흰색으로 된 고풍스러운 침대 위에, 붕대가 이리저리 감겨있는 내 몸만 빼면, 이상할 게 없었다.
나는 여유롭게 웃는 베르티아의 모습을 보며, 마음속으로 가장 때려주고 싶은 얼굴 1위로 등극되었다.
이 여왕 너무 얄밉게 웃잖아.
“그대가 설마 어릿광대가 예언하던 사람인 줄은 몰랐군요. ‘인간들을 괴롭히면, 언젠가 자신처럼, 하피를 멸종시키는 종언의 시작<Beginning of the End>을 알리는 남자가 찾아올 것이란 걸.”
“종언의 시작? 그건 범위 안에 있는 모든 생명체를 대상한 집단 학살의 금기일터...그건 마법사의 길에서도 비밀리에 연구되는 마법 중 하나일 텐데?”
마법협회인 ‘지식의 샘물’에서도 상당히 꺼리고 있는 마법인데...
“그걸 누가 사용했다고요?”
“그대 본인이 스스로 잘 알 거에요.”
저 말을 파악하자면, 내가 종언의 시작을 발동했다는 소리가 되는데, 이상하다? 나는 분명 귀환마법의 시동식을 그려 넣었는데...뭐 어쩌다 보니 내가 또 사고를 쳤나 보다. 아무튼 일어서서 나갈 준비를 했다.
종언의 시작.
우선 특징은 밝게 빛나는 구슬이 20개가 지역 범위를 알리듯 펼쳐진다.
그 안에서는 누구도 들어갈 수 없고, 누구도 나올 수 없다.
그 이후에 일정 시간이 될 때마다, 하나씩 검은색으로 물들고, 모든 구슬이 전부 검은 색으로 물드는 순간, 그 안에 있던 모든 생명체는 사라진다. 그저 흔적도 남기지 않은 체, 모두 사라지게 되는 마법. 이 것은 시전자가 죽어도 계속 발동되며...
오로지 시전자만 풀 수 있는 마법 중 하나다.
해제 방법은 절차에 따라 진행 되는데...문제는 그 절차를 내가 모른다.
그래서 얼마나 남았는지, 창 밖을 봤을 때는 밝게 빛나는 구슬은 5개 밖에 남지 않았다.
“하나 당 10분씩 검게 물들던데...이제 50분도 안 남은 상황이에요.”
베르티아가 부연설명을 한 뒤에, 나는 생각을 이리저리 돌렸다.
“지금 포로는 얼마나 있죠?”
“전에 잡아들인 인간과 아까 같이 왔던 친구 둘이네요.”
“전에 잡아들인? 뭐 아무튼 그 사람도 풀어줘요. 어차피 종언이 시작 되었으니 그 누구도 못 나가니까요.”
그리고 베르티아의 명령으로 아엘로는 고개를 끄덕인 체, 자신의 부하들을 이끌고, 여왕의 침소에서 나갔다. 엘티노스의 자서전 중에 종언의 시작이 기록된 내용이 있었지만, 마법을 해제하는 것에 대해선 자세하게 나오지 않았다.
“그나저나 약 40분 정도 남았는데, 산책이라도 할까요?”
“...죽게 생겼는데, 산책이라는 말이 입 밖으로 나와요? 애초에 난...”
“알아요. 그대가 귀환마법을 잘 못 써서, 이렇게 되었다는 것.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오히려 행운이 아닌가요?”
대체 뭐가 행운이야?
“그대의 친구가 살 수 있는 시간을 번 것이죠.”
뭐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은 맞지. 베르티아는 내 얼굴을 뚫어져라 보면서, 계속해서 웃었다. 그러니까 대체 왜 이래요? 무섭게?
“무심코 귀여워서 계속 보게 되네요. 그나저나 산책이나 하죠.”
창문이 열리더니, 나를 앉고 그대로 하늘로 날아올랐다. 그보다 이건 산책이 아니라 비행이라는 거야!
“어째서 또 나는 날고 있는 거냐고!!!”
밖으로 나간 풍경에는 모든 하피들이 우울한 모습이나, 울고 있는 표정을 보며, 물론 인간을 상대로 나쁜 짓을 하거나, 사악한 일을 벌인 것은 맞지만, 내가 그 당사자가 되니까 조금 가여워 보였다. 서행으로 날아가고 있을 무렵. 나는 입을 열었다.
“그 전에 어릿광대가 여기에서 종언의 마법을 사용했는데, 어떻게 풀려난 거에요?”
그러자 베르티아는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예전에 인간이 하피를 상대로 노예를 만들거나, 하피의 깃털로 화살이나 깃털장식을 만들기 위해, 공격한 적이 있었지요. 따라서 제가 모든 하피들을 통합하고, 하나의 왕국을 새웠답니다.”
어쩌다 보니 또 언제나 인간들이 말썽을 피운 결과로, 하피의 언덕에 들어오는 모든 인간들을 사냥을 했다고 한다. 아마 최근에 통합을 하고 하피 퀸이 된 것으로 보아. 어릿광대가 이 곳에 찾아온 일은 최근일이 아닐까 생각했다.
“비공정을 습격해서, 인간들을 모조리 포로로 만들고, 여자들은 노예로 만들려고 했지만, 그 비공정은 오직 한 명. 어릿광대가 있었죠. 물론 추락을 시켰지만, 기묘한 마법으로 하피의 언덕을 초토화시켰고, 자신이 재미 없다는 이유로 종언의 마법을 발동했답니다.”
그건 또 어떤 싸이코냐...
재미가 없다고 종언의 마법을 사용하는 녀석이...
이건 마치...
“아 재미없다. 뭐 할 만한 게 없나?”
“재미가 없다고! 그러면 우리가 모두 다 죽여버리자!”
“오! 그거 좋은 방법이다! 우선 이 글을 쓴 녀석부터 해치우자!”
“그래!”
이런 미쳐버린 회상은 그만 두고...
다시 현실로 돌아와서, 여전히 울며 절망에 빠진 하피들과 정 반대로 항상 여유롭게 웃으면서, 지상을 바라보든 베르티아에게 입을 열었다.
“그나저나 어째서 웃고 있는 거에요? 보통은 슬픔에 빠지거나, 나에게 화를 내거나, 절망에 빠질 텐데? 애초에 하피라고 해도 감정과 생각을 다 가지고 있잖아요?”
그러자 베르티아는 잠깐 곰곰이 생각하다가, 여전히 활짝 웃으며 말했다.
“그거야. 제가 ‘어릿광대의 저주’를 받는 조건으로, 종언의 시작을 피했기 때문입니다. 이 저주는 정말 끔찍해요. 항상 고통을 받아도, 누군가가 죽어도 슬퍼하거나, 절망하지 않고, 오로지 행복과 기쁨의 감정만 남아있는 체. 항상 웃어야 하는 바보 같은 저주에요.”
그거 정말 싸이코 아냐? 아니 진짜로...
무슨 목소리를 따라 하는 저주도 아니고, 상황에 따라 울거나 화를 낼 수도 없고, 항상 웃어야 하는 그런 저주는 처음 들어봤다.
“만약 내가 종언의 시작을 해제하면, 그 이후에는 어떻게 할 건가요?”
“다시 이곳에 침입하는 인간들을 사냥하고, 약탈해야겠죠. 물론 용사들의 연회로 여기에 오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지금은 전부 없으니까요. 물론 그대는 제 노예로 쓸 예정이에요.”
“그건 별로 반가운 소식이 아닌데요?”
“그래도 그대를 이렇게 안고 있으니까, 마나가 주변에서 몸부림 치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은걸요? 마나창고로 쓰면 딱 어울리겠네요.”
“레시아도 댁도, 왜 항상 내 미래는 마나창고로 가는 거냐!”
진짜 요즘 신종 직업 중에 마나창고라는 직업이 있는지 확인 좀 해야겠다. 뭔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을지도 몰라...
“뭐 그럼 일단 종언의 마법을 해제하고 난 뒤에, 그쪽은 대체 어디서부터 삐뚤어진 건지 진단해보죠.”
“저는 마법을 해제한다 해도 노예를 만들겠다고 했는데요?”
“해보던가요. 그 전에는 우리가 전부 살아 남아야 하니까요.”
베르티아는 눈이 커진 상태로 나를 봤다. 그러니까 왜 그렇게 보는 거에요.
“설마 마조?”
“...그냥 다 죽을까요?”
나의 한 마디로 여왕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농담이에요.”라는 말을 뱉었다. 빛의 구슬은 앞으로 4개. 이제 40분 조차 안 남은 상황에서, 다시 여왕의 침소로 복귀하자. 잠깐 동안 이별했던 라인하르트와...
“여어! 평민! 정말 오랜만이네! 날 구해주러 온 거야?”
“아뇨. 저도 잡혔어요.”
어디에서 나올 법한 대사로 레이비스 씨와 말을 주고 받았다.
“가 아니라...레이비스 씨? 왜 여기에 있어요? 최근에 안 보인다고 생각했는데, 여기서 뭐하고 있는 거에요?”
좀 닳아빠진 검은 제복과, 세상의 신비를 갖춘 금발과 금안.
왕국 마법수사관 하멀 레이비스가...하피에게 잡혀있었다는 말은 처음 들었다.
“그거야...항상 범죄자들이 함정 파는 걸 좋아하잖아? 그보다 하피의 여왕이 애인이라면 빨리 말하지. 이제 풀려날 수 있겠네.”
“아니 나도 잡혀온 거라고 말 했잖아요. 그보다 레이비스 씨. 종언의 마법을 어떻게 해제하는 지 알고 있어요?”
그러자 레이비스 씨는 상황이 파악된 듯이 표정이 잠깐 험악해졌다.
“종언의 마법? 평민 네가 발동 한 거야?”
“저도 귀환마법을 사용하려다가 이렇게 된 거라서요.”
라인하르트 또한 나를 보는 눈빛이 “와...풀려나서 좋아했는데, 알고 보니 비상사태였네. 카일이 망할 녀석.”이라는 눈빛이었
“와 풀려나서 좋았는데, 알고 보니 비상사태였군. 카일 망할 녀석.”
“대체 넌 또 왜 그 말을 하는 거야!”
“그야 독백이 눈에 보이니까.”
최근에는 평범한 시야를 가진 사람들도, 내 독백만큼은 상당히 잘 본다. 정말 나에게는 사생활이 없는 걸까? 무슨 신성한 칼라를 통해 이어진 것도 아니고! 생각과 감정을 함께 나누지 않는단 말이다!
레이비스 씨는 담뱃갑에서 멋지게...레몬 맛 막대사탕을 꺼내 든 뒤에, 입에 물었다. 그러니까 그 상남자 코스프레 아직도 하고 있는 중?
“그럼 평민은 해제 방법을 모른다는 그 말이지?”
“...애석하게도.”
레이비스 씨는 갑자기 사탕을 물고 눈을 감아 생각을 하다가, 뭔가 생각난 듯 다시 입을 열었다.
“나에게 기동식을 보여줘. 그럼 어느 정도 유추를 할 수 있을지도 몰라.”
그렇게 내가 레이비스 씨에게 고개를 끄덕이고, 나가려는 순간, 아엘로는 창 끝으로 나에게 겨누면서 입을 열었다.
“이 이상은 아무도 못 나간다. 애초에 너희는 포로야.”
나는 그 답답한 하피 아가씨에게 입을 열었다.
“하지만 이 상황에 대해 모르는 건 아니잖아? 지금 이 상태에서 빛의 구슬이 조금이라도 더 많은 상태에서 진행을 해야, 일이 해결될 가능성이 그나마 좀 많아지는 것은 알고 있어?”
“알고 있어. 한 번 해보고 싶어서 이런 거야.”
“물론 네 심정은 알지만, 한 번쯤 이런 상황이 나오는 것이...잠깐 뭐라고?”
“그냥 한 번쯤 해보고 싶었는데, 그런 캐릭터들 있잖아? 괜히 진행해야 하는데 시간이나 분량을 더 끌기 위해, 일부러 발목 잡는 캐릭터들. 드디어 소원이 이루어진 거야. 아 참. 밖에 기동식이 있던가? 내가 위치를 알고 있으니까 날 따라와.”
...어쩌다 보니 우리는 아엘로의 뒤를 쫄래쫄래 따라가는 상황이 되었다.
아니. 분명 내가 앞장서야 하는 부분 아냐? 나중에 저 하피는 다른 이들의 역할을 뺏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닐까?
약한 사람 괴롭히고 빼았는 것에 대해 이름 값 하는 몬스터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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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오늘도 잉여롭게...
-벌컥!
"여기 글쓴이 있다! 해치우자!"
"그래!"
다..당신들 누구야! 여긴 어떻게 ㅇ...
[데이터 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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