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멜롯 마법학원의 비서 - 35
35
이제서야 마법 무투제가 끝나고 평상시처럼 돌아온 나의 생활은, 어처구니 없게도 켈모리아의 과도한 스킨십. 아니, 과도하지는 않은 귀찮은 스킨십이 시작이 되었다. 축하파티마저 술을 가지고 와 폭주 상태에 이른 켈모리아가, 빅터를 제외한 무투제에 참가했던 모든 팀원들에게 술을 먹이는 바람에, 필름이 끊어져서 정신을 차려보니 켈모리아가 날 껴안는 배게 대용으로 쓰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었다. 아침까지 기절한 듯이 잤다기 보다는, 억지로 아침까지 자게 되어버렸다는 패턴.
결국 아침식사를 만들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여야 하는 하루의 시작해야 했다. 어느 누구는 다음날에 왜 인류가 멸망하지 않느냐고 불평을 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들 중에 하나가 바로 내가 되는 이유는 확연할 정도로 간단했다.
“아리엘~! 어디가아~”
“아침 하러 나가잖아요! 그보다 이 팔 좀 풀어요! 어디 석고상처럼 굳게 잡지 말고!”
아직 잠에서 덜 깼는지 계속해서 나를 붙잡고 늘어지는 켈모리아의 팔은, 의외로 풀리지 않아서 한동안 고생 좀 해야 할 것 같았다. 그보다 한번 이렇게 붙잡히면 기본은 지각까지 할 정도로 잠에서 깨는 것이 느린 켈모리아는, 감자로 서버를 돌리는 것인지 알 수 없을 정도였다.
왜 하필 이런 잡지식이 기억에만 남고, 정작 중요한 나에 관한 과거를 모르는 걸까….
“빨리 놔달란 말이에요! 아침 먹기 싫어요?”
“아리엘 성분이 더 급하거든. 정확하게는 ‘아리엘륨’이라고 불러야 할까?”
“어느 쪽이든 상관 없으니까 이제 좀 놓으시라고요!”
아침부터 소리를 지르게 만드는 켈모리아의 어린아이 같은 모습은, 정작 20대 후반이라는 모습으로 하고 있었다. 내가 봐도 늘씬하며 카리스마가 있는 미녀가, 남을 곤란하게 만드는 재주는 일품이니. 여러 가지 마법에 대한 드높은 이명을 가지고 있는 천재의 모습이 아니라, 정말 하늘의 재앙수준으로 나의 스트레스를 올리고 있었다.
“굿모닝 키스 해주면 일어날까?”
“의문사는 또 어디서 끄집어 오셨는지 모르겠지만 안 할 거에요.”
“그럼 아리엘의 등에 굿모닝 키스를 우움!”
“우아앗! 그만 둬요! 하지마!”
예민한 등골에 부드러운 입술이 닿자마자 내 몸은 발버둥치기 시작했다. 약 10초정도 지속될 무렵 켈모리아는 팔을 풀어주고, 나는 빨리 빠져나가고자 하는 마음에 힘을 주다가, 침대 밖으로 날아가서 추락하는 사고를 당한 후에서야, 온 몸의 자유를 만끽하고 바닥을 기어 켈모리아와의 거리를 벌리기 시작했다.
“켈모리아!”
“아침 부탁해! 나는 먼저 씻을게!”
화난 나의 표정을 읽었는지 곧바로 목욕탕에 뛰어가고 있는 켈모리아를 보며, 한숨만 푹하고 내쉬게 되었다. 나는 결국 아침을 만들고 목욕을 하는 걸로 결정한 뒤에, 찝찝한 마음가짐으로 아침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오늘 점심은 토스트를 구워서 룬의 그릇된 생각을 고치는 걸 목표로. 오늘 마법 기초반에 들어갔을 때는, 어차피 자습시간이라고 생각하니까 미리 간식으로 만드는 것도 나쁘지 않으리라 본다.
당연히 켈모리아가 도중에 이상한 말을 하지만 않았다면.
“아 참. 오늘은 브레체투스 가문에서 널 부르니까. 오늘 1, 2교시는 나에게 맡기고 거기에 다녀오도록 해.”
도시락 포장을 다 했을 무렵. 켈모리아의 말을 듣고 내 몸은 순식간에 석화마법을 맞은 것마냥 굳어버리기 시작했다. 브레체투스 가문이 날 왜 부르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래도 정상적인 이유는 아니라고 생각을 한다.
“이유가 뭐죠?”
“그야. 우리 운영자금이 모자라서 내가 운영자금에 대해 신청을 했더니, 그 대가로 너를 잠깐 보고 싶어 하는 것 같아. 학원장이 아니라 레이몬드라고 했던가? 아무튼 행정학원의 학생회장이 널 급하게 부르고 있어.”
맙소사. 어째서 나야.
왜 하필 나야!
그 지루한 경제 이야기를 듣느니 차라리 죽어버리겠어!
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애초에 행정학원이라고 해서 지루한 경제 이야기를 중심으로 대화를 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그들은 남을 말로 회유하고 자신이 유리한 쪽으로 이익을 추구하기 때문에, 절대로 남에게 피해를 줄만한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삼가 하겠지.
“어쩔 수 없네요. 그래서 저는 거기서 뭘 하면 되죠?”
“그야. 대화 좀하고 수다 좀 떨다가 도서관으로 오면 돼.”
“아니. 대화와 수다는 같은 의미잖아요.”
나는 켈모리아의 말을 들은 뒤에 1, 2교시에는 나갈 필요도 없으니, 느긋하게 목욕탕으로 들어가기로 마음먹고, 급하게 입안으로 구겨서 넣은 샌드위치를 삼긴 뒤에 발걸음을 옮겼다.
상쾌한 마음가짐으로 밖에 나가서 행정학원으로 이동하고 있지만, 여전히 마법학원 특유의 마음까지 조신해지는 짧은 길이의 스커트까지 입고, 검은색의 스타킹까지 입은 뒤에도 안심을 할 수 없었다. 치마에 또 다른 마법부여를 하지 않는 이상, 언제 어디서든 조심하지 않으면 뒤집어 버릴지도 모르니까.
“아무리 생각해도….”
학원 복장의 디자인은 문제가 좀 걸리는 것이, 로브와 후드를 쓰지 않는다면 절대적으로 바디라인이 드러나게 되어있는 구조로 되어있다. 다른 곳에서는 핏<fit>이 좋다는 표현을 쓰기도 하는데, 확실히 그 말은 틀린 것이 아니지만, 갈색 로브를 두르면서 나의 외견을 숨기고 돌아다녀야, 어느 정도는 눈에 띄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서, 학원 복장 규정에는 약간 어긋나는 일이지만, 후드를 뒤집어 쓴 체 로브로 꽁꽁 내 몸을 감싸기 시작했다.
이거라면 사람들 눈에 띄지 않고 갈 수 있겠지.
“아리엘. 그 모습은 대체 뭐야? 어디 도둑질 하러 가?”
세피르가 건방진 내용으로 말을 걸어왔다.
“시끄러워. 뱀탕으로 만들기 전에. 이런 모습으로 해야 흉흉한 세상 속에서 몸을 지킬 수 있다고.”
“그래도 피임마법은 확실하게 되어 있으니 괜찮….”
“그게 있다고 다 되는 것이 아니잖아!!!”
기본적으로 사람이 옷을 입음으로써 멋대로 평가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만약 농부가 경비대 복장을 입고 마을에 지나가면, 분명 그 농부에게 도둑이 들었다며 경비대에 요청해달라고 하겠지만, “저는 그저 경비대 옷을 입었지만, 한 사람의 농부일 뿐입니다.”라고 대답하게 된다. 따라서 옷을 입은 이미지만으로 사람을 무의식적으로 평가하게 된다는 소리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 옷을 입고 밖에 나가기는 싫어. 그러니까 로브를 입은 거 아냐?”
“어차피 로브와 후드를 써도 너에게 시선이 집중될 거라고 생각하는데? 아무리 옷에 대한 불만이 있어도 카멜롯 학원지부에서 로브와 후드를 쓰는 건 너밖에 없을 테니까.”
“시끄러워. 난 이러고 갈 거야. 너도 어서 준비해.”
세피르는 천진난만한 어린아이에서 곧바로 검은 뱀의 모습이 되었다. 내 다리를 타고 올라가 목까지 올라와서 자리를 잡고 “자! 렛츠고!”라는 힘찬 한마디를 들었을 때. 세피르를 당장 뱀탕으로 만들어 버리고 싶은 충동이 자자했지만, 나는 점심도시락을 챙기며 행정학원 지부로 떠나기 시작했다.
마법학원지부가 남서에 있다면 행정학원지부는 바로 위에 있다. 물론 지부가 좀 커서 이동하는 것이 좀 오래 걸리긴 하지만, 천천히 걸어간다고 해서 나쁠 것은 없다고 생각하고, 켈모리아의 집 밖으로 나왔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아리엘 님. 레이몬드 님으로부터 마차가 도착했습니다.
는데 고급스러운 마차가 하나 대기하고 있었다.
“그보다. 저는 후드와 로브로 꽁꽁 감싸서 감췄는데, 제가 어떻게 아리엘이란 것을 안 거죠?”
왼쪽 가슴에 금색의 장신구를 착용하고 있는 검은 머리의 메이드가 정중하게 입을 열었다.
“그야 오랜 수행으로 터득한 감이지요.”
메이드의 수행은 어떤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나는 천천히 그 메이드의 인도를 따라 마차에 올라타기 시작했다. 고급스러운 소가죽 시트와 더불어 호박마차가 아니라서 신데렐라가 되는 기분은 아니었지만, 신데렐라와 비슷한 기분으로 풍요롭게 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고작 켈모리아의 비서를 부른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말이지.
이거 완전히 운영자금을 위해서 내가 출장 나가는 서비스 같잖아?
이런 어처구니 없는 해프닝에 시달려야 하는 내 입장은 뭐가 될까?
“팔려가는 기분이야. 어처구니 없게도.”
나는 혼잣말로 세피르에게 입을 열었는데, 나의 말을 받은 것은 내 앞에 가만히 있는 메이드였다.
“아리엘 님은 레이몬드 님으로부터 2번이나 초청받았습니다. 한 번은 공식적인 파티장의 초대와, 지금은 비밀리에 협조를 위한 초청을 말이죠. 다만, 레이몬드 님께서는 아리엘 님을 굉장히 마음에 들고 있어하는 부분부터 사심이 한 가득 느껴지지만……아리엘 님께서는 물질적인 행복만으로는 진정한 행복이 아니라고 생각하시는지, 그리 좋아 보이는 얼굴은 아니군요?”
“난 후드로 가렸는데 얼굴 형태가 보인다고?”
투시라도 쓰는 건가?
“정확히는 얼굴이라기보단 분위기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자신을 꽁꽁 감싸서 보여주지 않아도, 본연의 매력과 분위기는 감출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죠. 아리엘 님께 알 수 없는 기품이 느껴집니다.”
“기품? 그거 절대적으로 착각이라 생각해. 내가 바라는 것은 그저……아냐, 이건 어차피 내 숙제일 뿐이니 말하지는 않을 게.”
“이 안에서라도 후드는 벗어두는 것이 좋지 않으신지요? 어차피 저 이외에는 따로 보는 사람이 없답니다.”
마법에 걸린 것인지. 아니면, 온화한 말이 나를 움직이게 만드는 것인지. 천천히 후드를 양손으로 넘기면서 내 시야를 확대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정확하게 보이는 메이드의 얼굴에는, 맹인이라는 증표의 고풍스러운 금색 눈 가리개를 쓰고 있었다.
“맹인?”
나의 한마디에 메이드는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네. 저는 맹인이지만, 발렌타인 님의 은혜를 입어 1급 메이드까지 오른 ‘니아’라고 합니다. 오늘 아리엘 님을 만나 뵙게 되어서 정말 영광입니다.”
“브레체투스 가문이 니아 씨의 주인이지, 제가 주인은 아니니까 그리 높이지 않아도……하긴, 손님의 입장이니 높여서 부르는 것이 당연하겠네요.”
“이해해 주시니 정말 감사합니다.”
천천히 이동하던 마차가 갑자기 멈추기 시작하면서, 밖에서는 시끄러운 말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주변을 포위하고 있는 살기가 드러내는 사람들의 그림자가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포학한 도끼가 마차의 문을 부수면서 험상궂은 남자가 휘파람을 불었다.
“후우! 럭키로군! 노예시장에 팔면 꽤나 값이 나가겠어!”
“아무래도 봄에 발정 난 동물은 저 사람들까지 추가해야겠네. 절조가 없어서 인간이라고 취급하고 싶지도 않…….”
“아리엘 님?”
나는 내 앞에 덥수룩한 수염을 전부 갈아 없애기 위해 나서려고 했지만, 평온한 말로 나를 막아선 니아 씨가 천천히 그 사람들 사이로 밖에 나가기 시작했다.
“노예 사냥꾼 여러분? 지금 이 안에 계신 분은 브레체투스 가문의 손님입니다. 모두 공격을 그만두고 돌아가주신다면 이 이상의 유혈사태는 없을 거라 생각합니다. 모두 평화롭고 아름다운 세상을…….”
“개소리 집어치우고 누님도 슬슬 항복하라고?”
순간 니아 씨의 몸에서 알 수 없는 투기 흘렀다.
“어쩔 수 없네요. 말을 듣지 않는 사람은 곧 사람이 아닐 지니. 말이 통하지 않아서 이길 자신이 없네요. 저에게 무력을 사용하려는 사람은 가히 500명정도 지나고 수를 세는 것을 포기했지만, 가장 확실한 것은 그 모든 사람들이……전부 처절하게 울부짖었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다고 해서 멋대로 움직이며 붙잡으려고 한 괴한 하나가, 눈 깜짝할 사이에 반대 방향으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니아 씨의 어깨 위에서 천천히 나타난 여우 모습을 하고 있는 정령이, 입을 열면서 위협을 하기 시작하고 이 사람이 사역마를 다루는 마법사란 사실을 처음 알게 된 순간이었다.
니아 씨의 주변에서 나타난 투기는 저기 있는 여우 정령이었으니까.
아니면 정령사라고 말하는 것이 올바른 표현이려나?
“모두 뭐해! 붙잡아!”
남은 4명의 남성이 니아 씨로부터 달려왔지만, 내 시야를 꽉 채우고도 남을 만한 여우 정령들이 한 때 모여, 주변의 남자들에게 옥색의 불꽃을 퍼부었다. 베이컨 타는 냄새와 같이 남자들의 비명소리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나는 세피르에게 텔레파시를 보내 숨어있는 잔당을 찾고 있었다.
[세피르 아직 하나 더 남았어. 어디지?]
[북동쪽에 하나. 4M.]
나는 어딘가 숨어있는 비겁한 남성이 장거리 무기를 가지고 노리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 세피르가 말해준 방향에 따라 환영체를 생성한 뒤에, 그 자리에 몸을 옮겨서 마침 바람에 뛰어나가는 바늘을 붙잡았다.
“뭐야! 말 도 안……컥!”
붙잡은 바늘을 남자의 목에 찔러놓고는 나는 입을 열었다.
“뭐. 당신 같은 사람이 하는 말은 ‘말 도 안 돼.’라는 것밖에 없겠죠.”
수면을 유도하는 바늘인지 곧 이어 잠에 빠진 남자를 마지막으로, 습격을 하던 모든 사람들을 처리할 수 있었다.
“아리엘 님께서 도와주시다니 면목이 없습니다.”
“아니에요. 니아 씨. 오히려 도움을 받은 건 저니까요.”
온화하게 웃고 있는 모습 뒤에 새까맣게 타버린 노예사냥꾼들을 바라보며, 나는 니아 씨에게 천천히 물었다.
“그런데……숨은 붙어있는 거 맞죠?”
“네!”
니아 씨가 미소를 짓고 밝게 외치는 모습에 나는 맥이 끊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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