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 350
350
잡화점에 찾아온 아이들이 흙먼지 속에서 이리저리 구르는 동안, 나는 천천히 그 모습을 지켜보고만 있었다. 잡화점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의 오른쪽 벽에는, 가상으로 전투훈련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있는데, 모든 상황에서 다양하게 설정할 수 있다고 하니, 각종 마법에 관련된 직업의 길의 최상급들을 소환하고, 연습을 하라고 지시한지 1시간 하고 20분이 지날 무렵이었다.
“카린 선생...조금만. 조금만 쉬어요. 좀.”
“미안하게도 진지구축을 하고 적의 습격에 대비하는 시간이 좀 길어서, 0.7초정도 더 빨라야 하니까 다시 연습을 해야 해.”
이런 식으로 혹독하게 가르치고 있었다. 아직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은 상태였고, 이 아이들이 아테리카 학원에서 하는 일은, 수련과 명상, 이론 수업뿐이기 때문에, 여기서는 지옥훈련이 가능한 체력이 되리라 생각하고, 정작 50개체의 마법사 실루엣들을 모두 막아야 하는 불합리한 연습을 하고 있는 것.
하지만 루크의 기량은 검성의 피를 이어받았기에, 검을 중심으로 전투를 하는 것이야 말로 기량의 100%를 끌어올릴 수 있다만, 애석하게도 함정과 경계마법, 거의 보조에 관련된 것을 전문적으로 배우다 보니, 도움이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루크가 전혀 활약하지 못하고 끝나버리는 현상이 일어난다.
아르메와 파르시아는 마법궁수의 기초인 마법화살을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고, 마를렌은 기공권이라고 하면서 마나를 한 가득 담은 권법이 가능하다고 했다. 하지만 가장 애매한 것은 검을 사용하는 검사. 검강을 방어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허용할지라도, 공격목적으로 사용하기에는 살상력이 너무 강했다. 애초에 각 학원의 인재들이 마법 무투제에 수십 명이 죽어나가는 죽음의 콜로세움 위한 것이 아니라면, 루크에게 마법검이라도 가르쳐야 할 지경.
이미 신검합일이 되어있는 루크에게 있어선, 자유자재로 베거나 베지 않는 강약조절을 조절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다음 훈련목록을 4명 앞에서 말하는 것으로 마음을 먹었다.
“마법 무투제의 규정상 살상용 마법은 사용할 수 없고, 비살상 마법으로 상대방을 무력화 시키거나 항복을 받아내야 해. 우리들이 사용할 수 있는 마법들 중에 대부분은 금지 당한다는 거지만, 저쪽도 금지 당하는 것은 똑같으니까 핸디캡은 같지. 따라서 비살상용 마법을 테마로 상대를 제압하기 위한 기술도 생각해야 한다는 거야. 나는 애초에 살상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마법은 그리 많지 않지만, 오히려 이런 대회에서는 쓸 수 있는 것이 매우 넘친다는 소리지.”
“어라? 카린 선생님. 영웅 엘티노스의 잡화점을 운영하면서 원소마법이라던가, 공격마법 종류는 하나도 없는 거에요?”
생각해보니, 내가 사용할 수 있는 것은.
가장 기초적인 마법화살과 마법방패.
억지로 응집된 마나를 자연상태로 흩뿌려버리는 새벽<Daybreak>.
살상과 비살상을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는 마나 캐논.
마법사슬과 그 사슬을 중첩시켜 포획하는 천라지망.
공간침식마법과 좌표조정마법.
시공간동결 마법진.
마나를 억지로 뭉쳐서 땅속에 심어놓고 밟으면 기폭이 되는 마나 지뢰밭.
그 외에는 상황에 맞게 응용한 것 밖에 없으니 예외로 하자면.
순수하게 내가 사용할 수 있는 마법이 이런 것뿐이다.
티르빙을 이용해서 사용한 마법과, 신격화와 동화로 이루어낸 마법들.
아공간 마법 같은 경우는 레시아와의 페어링 강화로 빌려 쓰고 있는 것뿐.
난 여태 이런 걸로 잘도 살아왔구나?
“나도 사실상 마법이 그리 많지는 않네. 창작마법과 이제서야 시공간술사의 길 하급을 넘어가고 있는 상태거든.”
파르시아는 잠깐 잘못 들었다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잠깐만요? 카린 선생님? 지금 뭐라고요?”
“아니. 나도 마법이 그리 많지 않...”
“아니. 그 다음에 말씀하신 거요.”
“시공간술사의 길 하급이란 소리인데?”
“그 나이에요!?”
확실히 레시아에게 들었을 때는 시공간술사의 길은 신의 영역대라 사람이 입문을 하려면, 거의 다 늙어서 하급에 겨우겨우 입문을 할 수 있다고 한다. 나 같은 경우는 페어리 퀸으로 불리는 티아가 있기 때문에, 근접하게 다가갈 수 있는 것이 가능했으니, 이는 좋은 스승을 잘 만난 덕이라 할 수 있다.
지금도 어디선가 음침한 분위기가 이곳까지 전달되고 있지만, 설마 어디 마법의 거울이나 수정구로 내 모습을 하나하나 관찰하고 있는 것은 아니겠지?
“놀랄 필요는 없어. 파르시아.”
“그래도 현재 공식적인 시공간술사는 켈모리아 마그누스 외에는 없다고요?”
오늘따라 켈모리아라는 사람의 이름이 많이 거론되고 있는데, 그 사람도 시공간술사였구나. 켈모리아 씨를 만나자마자 할 것은 싸인하고, 맹수 조련사가 맡긴 정체불명의 알을 넘겨주고, 잠깐 대화를 하다가 나가는 것이 되려나?
“어차피 시공간마법이라도 나는 극히 한정되어있으니까. 이제서야 하급을 겨우 넘어갔지만, 중급까지 가기에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릴지도 모르잖아?”
아리엘은 반짝이는 눈을 하면서 “그래도 대단해요! 시공간마법은 입문하기도 힘든 마법인데!”라며 소리쳤다.
“선장님! 그럼 저 과거로 보내줄 수 있나요!”
“선생이라고 부르라니까. 게다가 과거와 미래에 간섭하는 것은 불가능하지. 간섭을 하게 되는 순간 ‘타임 패러독스’라도 일어난다면 내가 나중에 돌아온 시간대에는, 해마들이 인간들을 지배하는 세상이 올지도 몰라.”
마를렌다운 질문이긴 하지만, 이미 이런 정보는 책에서도 많이 봐왔듯이, 시간여행은 절대적으로 하지 말라는 경고가 쓰여있다. 과거로 가게 된다면 미래에 영향을 주게 되고, 미래로 가게 되면 과거에 영향을 주는 것은 당연한 일. 미래로 갔는데 과거에 어떤 영향이 있냐고 물어본들. 그것은 복권을 미리 알고 돌아와서 긁는 것과 똑같다.
그 일로 인해 자신이 죽을지, 살아 남을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하는 불안감 속에서 살아야 하니까.
“자. 이제 휴식시간 끝. 슬슬 개인 연습으로 들어가보자.”
4명 모두 천천히 일어서면서 멀쩡해 보이는 나를 올려다 보고 있었다.
“루크는 이번에 마나를 응집해서 검을 만드는 걸 우선시해.”
“카린 선생. 지금 저에게 마나 소드를 연습하라는 건가요?”
“어. 맞아. 규정상 너에게 목도 한 자루만 제공해서 일도류로 싸워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적들을 깜짝 놀래 키려면 이도류는 쓸 줄 알아야지. 대충 검모양을 생각하고 마나를 그 틀에 넣으려고 한다면.”
나는 마나 소드라고 불리는 통칭 마법검을 왼손에 소환했다. 다행히도 마법화살과 별반 다를 것이 없어 보여도, 마법화살은 1회용이라서 일정 마나를 짜내면 되지만, 마법검은 그 형태를 유지하기 위해서 지속을 해야 한다는 점. 마나가 지속적으로 소비 되야 한다는 점에서, 대게 마법사들은 중급 진입 전에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마법검은 마나 소비가 좀 강력하지. 거기에다가 검강을 씌우고 휘두르면, 더욱 더 많이 들기도 해. 3배에서 5배정도 과소비가 될 거야. 하지만 네가 이걸 쓰는 타이밍은, 아주 잠깐. 찰나의 순간에 공격을 적중할 수 있는 것. 발도술과 비슷한 원리로 너는 이 마법검을 1초 미만으로 소환하고 휘두르는 연습을 해야 해.”
그보다 처음으로 마법검을 사용했는데 잘 돼서 다행이다.
마나의 축복을 받은 사람은 강한 의지만으로, 마법이 발현할 수 있다는 사실에 진심으로 감사하고 있을 무렵. 루크는 오른쪽 녹색의 눈을 손으로 덮으면서, 왼쪽의 푸른 하늘과 같은 청안은 비구름이라도 뿌릴 듯이 빛을 잃어갔다. 자신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불가능 하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이럴 때는 직접 보여주는 것이 정답이라 생각했다.
“그럼 루크. 잘 보도록 해.”
“아. 네.”
모두가 보는 가운데에서 마나를 회전하고는 적당한 연습상대를 설정했다.
“오우거 나이트?!”
“카린 선생님! 아무리 그래도 저건 좀!”
“무슨 허약한 소리를 하는 거야. 너희들은 칸포리우스 제국이 반란을 일으켰을 때도, 전방에서 싸워나갔잖아?”
아직까지 달려있는 고양이 귀가 살짝 움직인 것으로 보아 살기를 감지하고, 예약 되어있던 움직임으로 자세를 낮춰, 왼손에 미리 소환하고 있었던 마법검으로 거대한 대검을 검면으로 유연하게 흘려 보낸 뒤에, 오른손에 대기하고 있던 마나를 한꺼번에 사용해서, 약 2M정도 되는 거대한 대검을 짜내고 휘두르는 것까지 1초도 안 걸리게 휘둘렀다. 오히려 그 찰나의 순간은 남들이 보기엔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리라.
“휘두르는 것과 동시에 마법검을 소환하면. 그 절차는 간단하잖아? 그리 어려운 생각을 할 필요 없어 루크.”
-쿠웅!
거대한 거구의 몸집이 뒤로 넘어가면서 땅에 흙먼지를 뿌렸고, 하늘로 솟아오른 오우거의 머리가 천천히 산화했다.
“제 생각이 너무 깊었나 봅니다. 오늘 내로 완벽하게 사용해 보이도록 연습하겠습니다.”
루크는 이제 됐으니 아르메에게는 정령마법을 더욱 연마하라고 지시하는 것 이외엔 별거 없었다. 하지만 정령의 친화력이 밥만 먹으면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꾸준하게 노력해야 하는 것도 있고, 친화력에 따라서 위력이 달라지며, 소환시에는 상당한 마나가 빠져나가고, 덤으로 추가적인 마나를 계속해서 소비해야 한다.
정령사들은 물대신 마나 포션을 챙겨간다는 말이 나온 이유가 저런 이유.
“아르메는 대기 중에 있는 마나를 환원해서 다시 사용할 수 있는 마법을 배워야겠네. 덤으로 자신에게 마나가 응집하게 만드는 마법진도. 그 안에 있으면 정령마법을 무리 없이 사용할 수 있을 거야. 다만, 상대가 전부 마법사이기 때문에 탐지마법에 가장 먼저 걸리겠지만.”
“하지만 저는 복잡한 마법진을 그리 잘 그리지 못하는 걸요?”
“정령들에게 부탁을 해. 그럼 순식간에 만들어 줄 거야. 오늘 내로 이 마법진들을 전부 외우도록 부탁해봐. 마나 응집 이외에도 여러 유용한 것들이 적혀있으니까.”
“한번 해 볼게요!”
굳은 의지가 보이는 두 눈을 보고 나는 파르시아로 넘어갔다. 이제 슬슬 어디선가 하얀 암살자가 생각날 듯한 로브와 후드를 둘러쓰고 있는 파르시아는 반짝이는 눈으로 나를 보며, “나에게는 어떤 신기하고 기발한 명령을 내려주실까?”라는 듯한 기대심으로 한 가득 차 있었다.
당연히 내 생각만 그렇고, 파르시아의 본심은 정확히 반대의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마법부여를 이제 아무런 말도 없이 의지로 사용할 수 있는 파르시아에게 할 다른 주문은...
“방어마법과 결계마법을 배워야 줘야겠어.”
“하지만 선생님. 방어마법과 결계마법을 제가 배우는 것보단, 루크가 이미 방어 쪽을 전담하고 있어요.”
나는 파르시아의 말을 듣고 입을 열었다.
“늘 관점을 바꿔서 생각하라는 말을 내가 하는 거지만, 애초에 내가 너에게 방어마법과 결계마법을 배우라는 이유는, 우리들을 방어하기 위함이 아니라, 상대를 무너뜨리기 위함이야.”
“저. 이해가 잘 안 됩니다만?”
파르시아는 식은 땀을 흘리면서 내가 말하는 것을 쫓아오지 못했다. 파르시아의 특기는 다양한 상황에서 인첸트가 가능한 마법부여가. 말 그대로 동전에 폭발마법을 부여하고 던져서 점화할 수 있는 무궁무진한 전술도 가능한데, 그걸 방어마법과 결계마법까지 마법부여를 시킬 수만 있다면, 상대를 함정으로 빠뜨리는 것이 가능하다.
“파르시아는 마법부여의 범위가 너무 넓어. 비정상적으로 넓어서 풀을 밟는 것마저 조심해야 할 정도야. 그런 상대도 모르는 곳에서 기습적으로 3중마법부여가 된 결계가 펼쳐진다고 행각을 해봐. 비록 루크가 사용하는 함정 마법진들에 비해 지속시간이 너무 짧지만, 그만큼 상당한 효과를 많이 보게 될 거야.”
모든 것은 응용의 차이라고 생각하고 나는 입을 열었다.
확실히 한 곳에다 3중으로 마법부여를 시킨다는 것은, 그 곳에 과도한 마법부여로 터지거나 소멸하게 되는 현상도 겪겠지만, 이론상으로는 다 가능한 이야기라서 파르시아는 고개를 끄덕이고 납득을 했다.
“그럼 선장님! 저는 뭐해요!”
“선생님이라니까...아이니스도 너보다 까다롭지는 않았을 텐데.”
지금 죽었는지 살았는지 모르는 아이니스를 떠올리면서, 마나를 전혀 다른 방향으로 사용하고 있는 마를렌을 보고 말했다.
“너는 장거리 감지를 집중적으로 연습해 줘야 해. 최소 1km정도는 거뜬하게 적들을 감지해줘야 우리들이 살아나갈 수 있어.”
“1...1km요!?”
마를렌은 신중하지 못하고 즉발적으로 튀어나가는 버릇은 고쳤다고 하지만, 여전히 전투가 다가오면 앞뒤를 생각하지 않고 호전적으로 달려드는 버릇은 못 고친 모양이다. 본능적으로 휘두른다고 하는 것이 더 좋은 말이겠지.
“그리고 동체시력도 길러야 하니까. 너는 매번 내가 쏘는 마법화살의 9할은 잡는 연습을 해야겠어.”
“마법화살은 잡을 수 있...”
-피잉!
“는데...어라?”
이미 소리의 속도보다 더 빠르게 날아가는 화살이, 마를렌 옆에 지나가서 충격파를 만들고 있을 때 나는 입을 열었다.
“앞으로 내가 100을 쏘면. 90은 막아내거나 잡아야 한다는 거지. 생각만해도 재미있을 것 같지 않아?”
“서...선장님. 전 이른 나이에 죽고 싶지 않...”
“자! 그럼 연습 시작하도록 하자. 마를렌은 따라오고.”
“우우...”
고개와 어깨가 축 늘어난 마를렌은 어쩔 수 없이 나를 따라오기 위해 일어나고, 다음 훈련을 다 끝마치는 데 2시간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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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왜 오늘만 손님이 왜 이리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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