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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죽어서 기억 속에 남아있는 이야기가 있긴 한데, 내가 트리니티의 계획을 방해하면서 주인공이 아니라 영웅이 되었다면, 적어도 명계에서 이런 지옥의 끝을 기다리고 있지 않아도 되리라 생각했다. 금색의 파도물결처럼 뻗어나가는 한 여성은 사진기에 나를 아예 담아내려 하듯이, 가까이 가서 셔터를 누르고 있었고 카메라를 내려놓자마자 황홀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 카일~ 역시 저의 남동생다운 가련함이에요오.”

 

내가 이 상황에서도 남동생이 대체 어디가 가련해요?”라고 말하고 싶지만, 지금 상태로는 몸을 움직이는 것도 힘들고, 입을 여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어디서 들고 왔는지 모르겠지만 점점 높아지는 복장의 수위를 보며, 이 테마는 대체 어디부터 맛이 가버린 것인지, 아니면 이미 맛이 간 상태에서 이 테마를 기획했는지, 그리고 여장을 시키는 것은 어떻게 해야 이렇게 잘 꾸몄는지. 이는 오직 창조신만이 알 것이라 생각했다.

 

카일이 궁금해 할 거 같지만, 좀 더 애를 태워보고 싶어지네요오.”

 

촬영 외에도 뭔가 한 가득 욕망을 품은 붉은 눈과, 해맑고 포근한 인상을 주는 얼굴 뒤에는, 가차없는 맹독의 칼날이 숨어있으니. 이는 말 그대로 장미를 연상하게 만드는 이미지였다. 제길 아이니스는 대체 어디에 있길래 연락 하나도 없는 걸까? 아무튼 입에 대체 무슨 공처럼 생긴걸 물게 만들어서 이러고 있지만, 차마 여기가 그림이나 작화가 이루어졌다면, 어디선가 모르는 공간에서는 이게 잘려나갔을 지도 모른다.

 

그리고 말을 안 한 것이 있는데, 지금 이 모습을 루니아 누나와 단 둘이 촬영을 했다면, 무슨 난장판이 벌어질지 모르는 불안감에 떨어야 하지만, 현재 잡화점 멤버가 한 가득 모여서 이런 수치스러운 모습을 보고 있기 때문에, 나는 이미 마음속 깊숙한 곳부터 살해당하는 듯한 기분이었다.

 

제길. 뭔가 더럽혀지는 것 같아...

 

그러면 오랜만에 카린도 찍어볼까요?”

 

그럴 거면 저기 옆에서 반짝이는 눈으로 보고 있는 카렌을 찍으라고!!!”라고 외치고 싶은 기분이 한 가득 인데. 나는 눈물을 머금고 고개를 좌우로 최대한 휘저을 수 있을 정도로 휘저었다. 그림자가 서서히 내 얼굴을 잠식하면서 다가오는 루니아 누나는 내 고개를 단단히 양손으로 붙잡고는 억지로 고개를 밑으로 내리기 위해 힘을 줬다.

 

눈물만 나는 이 상황에서 내 얼굴은 루니아 누나의 손과 중력과 함께 밑으로 내려가기 시작했고, 아무리 텔레파시로 레시아와 시나에게 도움을 요청해봐도 날아오는 답변은 이 텔레파시는 사용자의 요청에 따라 당분간 금지됩니다.”라는 안내음성만 나올 뿐이었다.

 

. 카린도 찍는 걸로 결정! 카일의 부활절을 기념해서 이 옷도 입혀보죠!”

 

뭐야. 입으면 조신해질 정도로 짧아 보이는 스커트는!

 

남쪽에 있는 카멜롯 마법학원장님으로부터 빌려 받은 마법학원생의 옷이랍니다아! 켈모리아 님께 협찬을 받았어요오.”

 

“““오오!”””

 

오오!는 얼어 죽을!

 

그럼 마왕님. 고양이 귀를.”

 

여기 있다.”

 

그거 분명 잡화점 2층 어딘가에 숨겨놔서 찾을 수가 없었을 텐데!

 

으웁! 우우!”

 

소리를 내고 싶어도 입에 물려놓은 재갈 비슷한 무언가 때문에, 단어가 막힌 상태로 울부짖기만 했다. 비참함의 끝을 달리고 있는 내 머리 위에 고양이 귀가 씌워질 무렵. 여장을 당한지 1시간이 되었는데 바로 여체화가 진행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

 

잠깐 몸에서 일어나는 변화로 인해 정신을 잃어버린 사이에, 눈을 다시 떠보면 카렌의 무릎 위라는 것을 짐작하게 해줬다.

 

귀가 정말 고양이 귀 같이 부드러워요.”

 

꼬리도 마찬가지니라.”

 

사방에서 전해지고 있는 예민한 감각에 상황을 빨리 알아차렸을 무렵. 나는 그 자리에서 벗어나려고 도약을 했다.

 

하하! 이것이 나의 도주경...!”

 

어머나? 카일...아니, 지금은 카린이던가?”

 

데모르테가 목줄을 이미 채워놓고 있었던 건가. 게다가 방울까지 울려 퍼져서 더 비참한 꼴이 되었다.

 

! 차라리 날 죽여라!”

 

모두에게 소리치며 이런 말을 해도.

 

아아! 귀여워라아!”

 

루니아 누나가 나를 귀여워할 뿐이었다. 대체 이 마법학원이 어떻게 생겨먹었는지 모르겠지만, 연노랑 빛의 가디건과 하얀 Y셔츠는 생각 외로 평범했지만, 곱게 물들은 연두색의 스커트가 너무 파격적이었다. 무릎 위로 기본 6cm차이가 나는 이 스커트는 대체 사람이 입으라고 만들어 준건가?

 

그래도 그 옷에는 마법부여가 되어있다고 해요.”

 

토끼 귀를 하고 있는 루나가 옆에 끼어들어 말했다. 같은 동물 귀를 하고 있으니 뭔가 이상할 정도로 동질감을 느끼고 있지만, 지금은 루나 잘 알고 있는 듯 보여서 눈을 마주치고는 입을 열었다.

 

마법부여? 확실히 이 스커트가 너무 짧아 보여서 겨울에는 춥겠네.”

 

아뇨. 피임마법이요.”

 

어이!”

 

그게 마법부여가 되어있다는 소리는 이걸 입고 다니면, 전형적으로 습격을 많이 당한다는 소리 아냐! 애초에 이 모습으로 걸어 다니면 남녀 구분할 것 없이 다 쳐다보는데!

 

괜찮다. 주인은 앞으로 여체화 될 때마다 기본 복장이 이 복장으로 설정을 해놓을 테니.”

 

안 괜찮아! 이 마왕아!”

 

마스터. 그럼 제가 해놓겠습니다.”

 

그렇다고 시나가 하라는 소리는 아니라고!”

 

머리에 두통이 차곡차곡 적립되고 있는 사이에 촬영장의 문이 열리더니, 녹색의 큰 모자를 쓰고 있는 청년이 실례합니다.”라는 말과 함께 들어오기 시작했다.

 

혹시 여기에 엘티노스 잡화점의 주인인 카일이라는 분이 계신지요?”

 

나는 하얀 고양이 귀를 넘어 손을 들어올리고 여기에요.”라고 말했다. 녹색의 제복을 바탕으로 왼쪽 가슴에는 몇 가지의 약장이 있는 걸로 봐선, 꽤나 공을 많이 세운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내가 먼저 입을 열기로 했다.

 

그래서 무슨 일로?”

 

어라? 제가 듣기로는 분명 남성분이라고?”

 

나는 서둘러 내 사정을 설명하고 이곳에서 탈출할 궁리를 생각해냈다.

 

지금은 잡화점 멤버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거든요. 그나마 쉬는 시간이 이렇게 생기니 다행이네요. 잠깐 밖에 나가서 이야기를 좀 하죠. 뭔가 가장 중요해 일인 것 같기도 하고. 저에게 비밀리에 뭔가 넘기기 위해서 온 거죠?”

 

레시아와 시나에게는 따라오지 말라고 말을 한 뒤에, 나를 보러 온 청년을 이끌고 촬영장 밖으로 나아갔다. 잡화점 멤버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 위치를 한 뒤에, 나는 슬슬 그 남자로부터 입을 열기를...

 

우선 작은 바늘 같은 것 없어요?”

 

. 여기요. 그나저나 매우 아름다운 분이실 줄은 상상도 못했...”

 

아니. 원래 남자인데 남자에게 그 소리 들어봤자 기쁘지 않아요.”

 

바늘 하나를 들고 천천히 내 목에 있는 열쇠구멍에 찔러 넣어, 데모르테의 구속을 해제하고 난 뒤에 오른손에 들고는 입을 열었다.

 

그래서 저에게 전해줄 것은 뭔가요?”

 

여기.”

 

한 쪽지를 받고 난 뒤에 그 남자는 말했다.

 

켈모리아 님께서 만드신 마법학원 옷은 마음에 드세요?”

 

아뇨.”

 

나는 시큰둥하게 대답...

 

잠깐? 그럼 그쪽은 카멜롯에서 왔다는 거에요?”

 

을 하려다 가만히 생각해봤더니 이 청년이 온 곳을 추측할 수 있었다. 북부에는 프리트론과 멸망한 칸포리우스 제국을 이제 신성아우리온 제국으로 바뀌면서 종교제국으로 바뀌었고, 아르칸 제국과 하란국이 있다면, 남쪽의 땅은 커다란 카멜롯이라는 이름 존재한다. 대신 너무 커다란 땅덩어리는 각자 5개의 지부가 관리를 하게 되고, 그 중에 5개의 지부장이 각 학원을 운영하는 방식.

 

좀 신기한 체계로 이루어진 땅덩어리는 듣기만 했지 실제로 가본적은 없었다.

 

예전의 카멜롯은 검사의 길 최상급이 되기 위한 소드 마스터들의 성지였다면, 시간이 지나서 다양한 괴물들을 양성하는 최고의 학원제국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 그쪽은 기사 쪽의?”

 

. 저는 기사 대학원생과 더불어 카멜롯의 수색부 소속의 빅터 레이베리아라고 합니다.”

 

나는 빅터의 몸을 보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주는 검사이지만 부는 궁사?”

 

어라? 말하지도 않았는데 알아차리셨군요. 영웅 대마법사가 남긴 잡화점에서 일하시는 분은 차원이 다른 통찰력을 가지고 있네요.”

 

귀에 매끄럽게 흘러 들어가는 마성의 목소리로 나를 칭찬했다. 오는 게 있어야 가는 것도 있듯이, 나를 칭찬했으니 이제 내가 그를 칭찬할 차례.

 

투 핸드 소드를 다루기에는 정말 어려운 기사들의 덕목일 터인데, 그걸로 검사의 길 상급까지 올라간다면 정말 대단한 일이죠. 하지만 오히려 더 놀라운 것은 보통사람이라고 느껴지지 않는 그 눈이군요. 마법처리도 하지 않고 평상시에 얼마나 멀리 볼 수 있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저 멀리서 둘러 쌓인 내 눈을 똑똑히 보고 있었으니까. 활 솜씨가 좋으면 좋을수록 더 강한 이점으로 작용하니까요.”

 

푸른 청안을 가진 청년은 웃으면서 역시 대단하군요. 정답입니다.”라고 말했다. 모든 이들은 어느 정도 경지에 올라가면 마나가 채워지기 마련. 내 눈에서는 그 빅터라는 청년의 마나가 빅터의 몸을 덮고 있었다.

 

그리고 허리에 있는 큼지막한 양손검과 더불어 등에는 화살통과 활이 있지만, 검은 깨끗하게 손질이 되어있는데, 활을 방금 전에 사용한 것처럼 화살통이 꽉 채워져 있지 않았다.

 

분명 카멜롯에 있는 몬스터의 숲은 굉장히 사나운 걸로 유명한데, 그걸 거치면서 이곳에 도달한 거죠?”

 

그렇죠. 저는 시간이 다 되었으니. 귀환을 해야겠네요. 그럼 저는 이만.”

 

빅터의 발에 마나가 순식간에 몰려들면서 허공으로 도약하기 시작했다. 다시 돌아가기 위해 마차나 그런 것도 아니고 맨발로 카멜롯까지 간다는 그 자체는, 꽤나 힘든 일임에도 불구하고 힘든 표정도 없고, 오히려 평범하게 말을 주고 받은 그 자체로는 대단한 사람.

 

나는 이 옷이 만들어진 주범의 켈모리아라는 사람의 쪽지를 받고, 그 자리에서 내용을 쭉 훑어보기 시작했다.

 

Per Aldua Ad Astra

Altiora Petamus

Volente Deo, Lucete Stellae

-켈모리아 마그누스

 

PS. ! 카일 씨! 오늘은 여장을 넘어서 여체화로 촬영하니 고생이 많네요!

물론 당신은 저를 모르겠지만, 저는 당신을 잘 알고 있어요. 저도 백장미 구독자거든요!

나중에 카멜롯에 오게 된다면 저도 싸인 해주세요~

 

PS2. 메시지 해독은 언니에게 맡겨주시면 되요.

그나저나 그 고양이 귀를 한 절세미녀인 카린의 모습을 맨눈으로 보고 싶어라~

 

라고 적혀있었다.

언니라고 한다면 마그누스라는 성을 가진 한 사람일 터인데.

 

이사벨 씨에게 동생이 있었던가? 난 들은 기억이 없는데?”

 

아테리카 학원장인 이사벨 마그누스로 단숨에 좁혀졌다.

 

메시지를 다시 확인 했더니 미쳐 확인하지 못한 PS3번 항목을 볼 수 있었는데. 그 항목에는 도망가려면 지금 도망가셔야 해요~.’라고 켈모리아의 마지막 말이 적혀있었다.

 

지금 도망가라고?

 

아앗! 카린! 목줄을 풀면 안 되죠오!”

 

켈모리아라는 사람이 대체 어떤 사람인지는 만나본 적이 없지만, 그래도 나를 도망치게 해준 것에 지원을 해줬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나중에 정말 카멜롯에 가게 되는 날이 있다면 직접 찾아가서 싸인이라도 해줘야지.

 

우선 루니아 누나와 잡화점 멤버로부터 도망치고 나서 이사벨 씨를 만나도록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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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카린을 꺼내볼까 합니다.

고양이 귀를 씌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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