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 344
344
거대한 폭발음과 동시에 얼마나 의식을 잃었는지 모르겠지만, 나를 찾는 레시아와 시나의 소리에 의식은 다행스럽게도 깨어날 수 있었다. 하지만 몸에 이상이 있는 것을 확인하고는, 레시아와 시나에게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운명의 날이 다가온 것 같네요. 몸은 춥고 다리는 감각이 없어요. 저는 이대로 놔두고 어서 빛의 대성당으로 가서 사실을 전...”
“그거야 주인이 추운 겨울에 있어서 그런 것 아닌가?”
어.
“다리에 감각이 없다니까요?”
“마스터. 그건 다리가 눈에 파묻혀서 그런 겁니다.”
나는 다리를 움직여 눈 속에 잠들어있던 다리를 꺼냈다. 아직은 내가 죽을 곳은 이쪽이 아닌 모양이다. 마침 눈도 내려서 좋은 마무리가 되었을 것이라 생각은 했지만, 살아있으니 어쩔 수 없이 내가 직접 전달할 수 밖에. 어처구니 없게도 제국의 성은 저승으로 이사를 갔는지 싹 다 비워진 상태였고, 결국 트리니티의 손에 들어온 제국의 병사들만 어처구니 없이 희생되었다.
“어쩐지 방어에 생각하지 않고 죽어라 공격한다 했더니, 제국의 관계자들은 모두 트리니티가 죽였거나 영혼을 갈취한 것 같아요. 그런데 천계에도 사람의 영혼을 흡수해서 강해지거나 그런 것이 있나요?”
레시아는 내 질문에 입을 열었다.
“영혼으로 힘을 취하는 마법은 인간도 가능하지 않는가? 인간이 가능한 일은 마계나 천계에서도 가능한 마법이다. 다만, 금기로 지정된 마법을 함부로 사용하게 되면, 이곳 저곳으로 날아와서 난동부리는 신들이 있기 마련. 마계에서 그런 일이 벌어지만, 신들이 용사들을 파견해서 마왕을 저지하도록 한다.”
영혼을 흡수하는 것은 인간도 할 수 있다는 건 처음 알았지만, 제국을 양식으로 삼아 힘을 키워나가는 트리니티 또한 무시할 수 없는 노릇. 디엘고라가 뒤늦게 나를 향해서 뛰어오기 시작했다.
“카일! 아까 그 폭발은 뭐야!”
“파르온 황자는 이미 당한지 오래야. 끝까지 남아서 나를 위해 폭탄이 되어줬더라. 정신을 차렸더니 이곳으로 떨어졌어. 지금 빨리 트리니티를 찾아야 해. 지금 흡수하고 있는 영혼과 더불어 초월의 의식까지 켜지면 답이 나오지도 않아.”
디엘고라는 내 상태를 보며 부축하려고 했지만, 나는 괜찮다는 신호로 손을 흔들었다. 몸에 별다른 이상징후도 없고 저주가 남거나 그런 건 전혀 없으니, 서둘러서 돌아가기로 했
“““키이이익! 키익!”””
는데. 하긴 그런 커다란 폭발을 보고 오지 않은 것이 더 신기하지. 얼마나 더 남아있는지 모르는 괴물들은 하얀 눈밭을 검은 색으로 물들이며, 칸포리우스 제국 성 주변을 포위했다. 긴급귀환마법을 사용하기에는 거리가 너무 가까웠고, 나를 향해 포효를 지르며 뛰어오는 괴물을 향해 검을 뽑으려고 했다.
그 순간.
-쿠웅!
하늘 위에서 거대한 물체가 떨어져 나에게 달려오던 적을 압살시키고, 천천히 일어서기 시작했다. 마치 미래에서 나를 찾아온 로봇처럼 한쪽 무릎을 꿇은 상태에서, 천천히 일어서기 시작하면서 입을 열었다.
“적들에게 포위. 개체 400마리 이상. 아군이 열세. 방사피해를 주는 것이 효과적.”
“팔랑크스!”
잡화점을 지키고 있어야 할 파수꾼이 이곳을 어떻게 알고 왔는지 직접 날아왔다.
“데이터 수집에 따라 화염계열의 마법을 사용.”
거대한 몸집의 팔랑크스의 두 팔이 앞을 뻗더니, 거대한 마법진과 함께 전방으로 불이 질주하기 시작했다. 눈이고 괴물이고 팔랑크스 앞에서는 전부 소멸대상일 뿐. 삽시간에 수십 마리가 전부 불에 타서 사라져버렸다.
“주인님! 루나가 왔어요!”
“루나. 여긴 위험...”
내가 말을 하다 말문이 막혀버린 것은 자주 있는 일이지만, 이번만큼 루나가 나를 당황시킨 적은 없었다. 어디서 가져왔는지 모르겠지만 예전에 내가 상대했던 기계화 골렘들과 더불어, 루나가 타고 있는 거대한 마장병기까지. 내가 보기에는 루나보다는 지금 루나의 눈에 띈 괴물들에 더 위험하게 되었다. 가차없이 주먹으로 내려찍고 그 안에서 화염이 뿜어져 나오는 잔혹한 무기가, 나에게는 식은땀을 흘리게 만들었다.
“와! 주인님! 제가 하나 처치했어요!”
대체 이걸 어떻게 달에서 만들어왔는지 모르겠지만, 크나큰 전력이 있으면 오히려 이쪽이 다행이다. 그보다 5M나 되어 보이는 크기의 이족보행을 하는 정체불명의 마장병기가, 달에서 건조되어 왔다는 소리라면, 최고의 기술력을 자랑하는 달에서 무슨 일을 벌였는가?
“AT필...”
“야! 그거 다른 곳에서 나오는 거잖아!”
아무리 할 거 없는 농담이라고 하지만, 오래된 걸 입에 올리지 마!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도 내가 이렇게 태클을 걸 줄은 상상도 못했네. 그만큼 전세가 우리 쪽으로 와서 여유롭다는 소리가 되었다. 여기는 루나와 팔랑크스에게 맡기고 빛의 대성당으로 가려고 했지만, 트리니티를 찾는 것이 더 빠르다는 생각을 하며, 디엘고라와 다른 사람에게는 먼저 빛의 대성당으로 가 있으라고 전했다.
“트리니티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찾아갈 생각이야?”
“그거야 알아서 찾아야지. 난 용병이었을 때도 목표 하나는 확실하게 찾아 다녔잖아? 내가 주로 했던 일은 함정해제나 물품을 찾고 운반하는 일이었으니까.”
예전에 있었던 내 감이 아직까지 남아있다면, 트리니티를 찾을 수 있는 방법이 남아있다. 디엘고라는 나를 보며 어깨를 툭툭 두드리고는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그러면 몸 조심해라. 살아서 봐야지.”
“가능한 살아서 올게.”
아까 성이 폭발하고 나서 날아온 위치를 벗어나, 레시아와 시나에게 마력이나 신성력을 탐지하라고 말했다. 거대한 힘을 가지면 가질수록 숨기에는 더욱 어려운 법. 기초적인 생각으로 찾아 다니는 것이었으나, 여전히 괴물은 내 앞길을 자주 막았다. 잠시 빛의 대성당으로 가서 재정비를 하기에는, 세상멸망까지 앞으로 얼마 남았다는 그런 말도 안 되는 헛소리가 듣고 싶지 않기 때문에, 계속해서 내 앞을 막고 있는 거대한 손톱을 피했다.
“왔군요. 인간.”
트리니티가 나에게 말을 걸어왔지만, 하늘에 떠있는 것도 아니고, 땅에 박혀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괴물들 중에 하나가 말한 것도 아니었고, 주변에는 투명화를 사용한 것도 아니었다.
허공에서 그냥 울려 퍼지는 말 소리가 어디서 찾아오는 지는 알 수 없었지만.
“저의 진화는 이미 끝났습니다. 늦으셔서 유감이겠군요.”
“진화? 천사가 다량의 힘을 받고 진화하는 것도 가능했던가? 진화의 돌을 써서 샤미드로 진화하는 건 아니겠지?”
레시아가 갑자기 나에게 입을 열었다.
“주인. 샤미드는 뭔가?”
“그냥 해본 소리에요. 다른 의미는 없었어요.”
“샤미드는 엄청 강한 것인가?”
“그건 잘 모르겠네요. 가 아니라! 내가 별 의미 없이 말했다고 했잖아요!”
그 옆에서 시나가 말하기를...
“저는 부스터가 더 좋습니다.”
“별 의미 없이 말한 걸 왜 이렇게 자꾸 물고 늘어져!”
이걸 계속 따지고 들다간 밑도 끝도 없을 것 같으니, 다시 트리니티가 말한 것을 다시 짚어봤다. 진화가 끝났다는 말은 거의 끝나간다는 소리일 것이고, 어디 안전한 곳에 숨어서 전부 끝마칠 때까지 기다리고 있을 거라 생각했다.
“이 근원에서 거대한 힘이 느껴지긴 해도, 어째서 이곳에 존재하지 않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레시아와 시나는 이곳에서 멈춰서 계속 확인을 했지만, 눈속임도 아니고 아무리 높은 고도라고 할지라도 알아차릴 수 있지만, 이 공간에는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인기척도 없었다.
“파장은 느껴지는데 정작 본체가 없다면.”
어떤 속임수를 써서 나를 당황시키는 것일까? 우리는 트리니티가 있을만한 위치에 마법진을 먼저 펼치기로 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상급 마법해제의 마법진을 전부 그리고 확인을 해봤지만, 들려오는 것은 트리니티의 조롱일 뿐이었으니.
“승산이 없는 싸움에서 제가 왜 이런 일을 하는지 궁금하신가요?”
“뭐 확실히. 천계에 있는 천사가 타락해서 세상 하나 망치는 것쯤은 어디에선가 봐온 적이 있는데, 확실히 세상에 대해 뭔가 불만이 있거나 복수심 때문에 그런 거라고 한다면, 그 날개부터 때서 이불 솜으로 만들어 주겠어.”
“하지만 평화에 계속 고여있으면 모든 것은 언젠가 썩는 법. 영원한 전쟁을 만들어 경쟁하게 하는 것이 오히려 인간들의 발전이 더 빠릅니다.”
“고난과 역경이 분명 사람은 성장시키지만, 무고한 사람까지 죽일 필요는 없었어. 그리고 전쟁만이 유일한 경쟁이 아니란 것은, 지나가던 꼬마애도 알 수 있잖아?”
트리니티는 말한다.
“엘티노스가 강제로 만들어놓은 억지스러운 평화가 그렇게 좋으신가요?”
“너는 인간세계에 어째서 크나큰 관심을 보이는 것인지 이유 좀 듣고 싶은데?”
“글쎄요? 인간에게 관심이 있다기 보단, 저는 이 세상을 만든 창조주에게 도전을 하기 위한 발판일 뿐이지만, 칸포리우스 제국은 이런 억지스러운 평화에 반감을 가지고 있었다는 말만 알려드리죠.”
“하지만 그 제국은 네가 전부 다 날려먹었잖아?”
“뭐. 티르가 저를 배신을 안 했다면, 몇 명은 살아있었을 거라 생각해요.”
티르가 어떻게 배신을 했는지 잘 모르겠지만...
“티르가 배신을 했다고? 연금술로 뭔가 만들고 있었나 보네?”
“신을 죽일 수 있는 힘이죠. 다른 걸로 눈속임을 하려고 하길래 어쩔 수 없이 죽였지만, 제가 원하는 모든 것은 시나리오대로 잘 진행이 되었으니, 이제 남은 것은 창조주에게 도전해서 이 차원을 다시 바꾸는 것뿐이겠네요.”
그러니까 지금 트리니티는 다른 초월적인 존재로 진화를 하고, 그 이후에는 초월의 의식을 사용해서 더 강해진다는 것도 모자라, 티르가 만들었던 뭔가를 받은 상태라면, 음... 이거 정말 빨리 찾아야 할 것 같은데?
“상급 마법해제 마법진을 설치해도 별 다른 정보는 잡히지 않는다.”
지금 진화를 끝마쳤다면 분명 초월적인 존재로 되어있어도, 레시아와 시나의 눈에 감지되어야 정상인데, 어떻게 이 세상에 없는 것처럼 감쪽같이 숨을 수 있지? 강풍이 불어오면서 눈이 물고기들처럼 흐르고 지나가고 있는 공간에는, 거기에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모든 곳을 휘저어 다니고 있을 무렵.
다른 관점으로 보기 시작했다.
“만약에 지금 현실에서 전혀 볼 수 없는 상태라면요?”
“그게 무슨 뜻입니까? 마스터.”
“전혀 이해를 못하겠군. 주인.
“그러니까 이 시공간에서 절대적으로 볼 수 없는 방법이 존재할 거 아니에요? 애초에 트리니티는 창조주를 죽이기 위해 천사를 넘어서 초월적인 존재가 되려고 하는데, 그 트리니티가 껌을 씹을 듯한 쉬운 일이, 우리에게는 상식을 뒤엎을 정도로 어려운 일이잖아요?”
검은 고양이와 하얀 올빼미는 내 양쪽 어깨에서 고민을 하듯이 아무런 말도 흘려 보내지 않았다. 분명 방법은 존재하기 때문에 이런 상황까지 온 것인 만큼. 이 공간에서 벌어진 수수깨끼를 푸는 것은 내 몫이었다.
“레시아. 가장 큰 마나의 파장 같은 경우에는 이 곳에서 얼마나 지속되어 감지할 수 있어요?”
“대략 3초다.”
3초라.
“그러면, 지금 이 마나의 파장은 최대 3초 미래에서 건너오는 파장이에요.”
레시아와 시나는 내 말에 경청했다.
“근데 문제는 우리가 3초 미래를 가는 마법을 사용해도, 트리니티의 시간까지 같이 움직이는 거죠. 따라서 우리가 트리니티를 발견하려면, 시간을 이동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 축을 이동해야 해요. 그것도 몇 초 더 미래에 있는 그 시간 축을 말이죠.”
레시아는 내 설명을 듣고는 살을 씌웠다.
“그러니까 우리들이 트리니티를 볼 수 없는 이유는, 이 시간과 트리니티가 있는 시간이 서로 어긋났다는 소리로군. 그 뜻이라면 트리니티가 최대 3초나 되는 시간 축을 비틀어버려서, 이곳에는 존재하면서도 우리가 볼 수 없었다는 소리인가?”
“그렇죠.”
“확실히 상식을 뒤엎어 버리는 수수깨끼로군. 하지만 그런걸 생각해내다니 주인은 천재로다!”
레시아는 기뻐하며 소리를 쳤지만 아직 문제는 더 남아있었다.
“그럼 가장 큰 문제는...어떻게 시간 축을 이동하죠?”
그에 레시아와 시나는 전부 입을 굳게 다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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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토,일 출근 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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