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 342
342
불을 뿜어내는 마법공학무기로 철저하게 적들을 분쇄해 가면서, 남은 잔당까지 소탕하고 또 다시 침공을 막아냈을 무렵 시간은 대략적으로 20시간이 흐른 뒤였다. 누가 잡화점을 열고 있을지는 아직까지 잘 모르겠지만, 겨울의 밤은 항상 춥게 느껴지는 것이 문제는 아니다. 갑옷을 입은 병사들은 모두 언제 깨질지 모르는 짧은 휴식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앉아서 쉬거나 서로를 지키면서 다른 사람들은 전부 다 자고 있을 때도, 지칠 줄 모르는 하멀 씨의 금빛의 안구들은 밤에도 빛이 났다.
20시간을 넘어 4시간의 소탕작전으로 수사관만 이루어진 인원으로, 지하 밑에 숨어있을 법한 구역을 찾아서 한 바퀴 돌고 온다고 했을 때, 나는 분명히 무리하지 말라고 입을 열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하멀 씨보다는 그 밑에서 굴러야 하는 입장인 부하들을 더 생각했어야 했다. 하멀 씨는 멀쩡하게 두 다리로 걷는 것에 비해, 다른 수사관들은 지쳐서 네 발로 기어오거나, 부축을 하는 등. 체력이 고갈되어 끙끙거리는 사람이 많았다.
“프리트론은 이제 안전하군. 반란이 끝날 때까지 경계만 하면 되겠어. 아무튼 평민도 경계 서느라 고생 많았어. 자발적으로 남아서 프리트론 동문을 지켜줬으니까.”
“별 말씀을요. 저는 이제 칸포리우스 제국으로 슬슬 떠나보려고 합니다.”
“나도 잠깐 발이라도 뻗고 잘 수나 있으면 좋겠네. 그런데 너도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나가도록 해. 피로가 쌓이면 움직임이 둔해지니까.”
여전히 하멀 씨의 담뱃갑에서는 막대 사탕이 하나 나왔다. 그러면서 “아. 이제 세상이 제대로 보이는 군.”이라고 중얼거리는 모습을 보면, 사탕에 대체 뭘 발라놨는지 의심될 정도. 수사관이니까 불법 약물일 확률은 전혀 없지만, 나중에 저 사탕에 대해서도 성분조사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물론 그건 나중의 일이겠지만.
“아르칸 제국과 하란국은 상황이 어때요?”
“하란국은 드라고니스에서 대거로 지원이 들어와 안전한 상태이고, 아르칸 제국은 검은 달의 여왕과 카멜롯이 지원을 온 상태라 밀어내고 있는 상태다. 아직까지 칸포리우스 제국의 내전은 제국이 이기고 있는 상황이라고 한다. 아무래도 파르온과 더불어 비장의 카드들이 전부 그 안에만 집중 되어있는 모습이라 보면 되겠지.”
검은 고양이는 전장을 내다 보는 듯이 입을 열었다.
“칸포리우스 제국에 먼저 가야 하겠네요?”
“그럴 필요는 없다. 지금 윈디 메르아의 전언이 막 도착했다. 은빛 송곳니도 칸포리우스 내전에 참전을 했다는 소식이지.”
“내전에요? 로버트 씨가?”
나는 고민할 필요도 없이 입을 열었다.
“저희도 가죠. 시나. 부탁해.”
“알겠습니다. 마스터. 칸포리우스 제국에 위치한 빛의 대성당으로 이동합니다.”
공간이동을 하는 마법진에 빛이 일어나기 시작하면서, 천천히 내 시야가 밝아졌다가 다시 가라앉기 시작했을 때는, 내 앞에 아까 봤던 괴물이 입을 벌리고 있었고, 맨 처음부터 공격을 받을 위기에 처했지만, 2초뒤에 천천히 옆으로 쓰러지더니 그 앞에서는 루크가 나를 바라보며 서 있었다.
“선생님?”
“오랜만에 보니까 더 듬직해 보이는구나. 그리고 지금은 그냥 카일 씨라고 불러. 이 모습은 네 선생이 아냐.”
루크의 청, 녹색의 눈동자가 깜빡이면서 나를 보고 있는 사이에, 어디선가 화살이 날라와 괴물의 육신을 태우기 시작했다. 이곳에서도 죽음의 두더지게임이 시작된 상황이라고 보면 편하리라 생각했는데, 빛의 대성당까지 밀려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선생님도 오셨나요?”
“선생님 때려 친 것이 언제적 이야기인데, 아직도 날 선생님이라 부르는 거냐. 그리고 이 모습은 너희들이 봤던 선생님의 모습이 아냐. 편하게 카일 씨라고 불러.”
“네. 카일 선생님.”
너희들 내 말은 제대로 듣고 대답하는 거 맞니? 이 아이들은 어째서 내전에 지원을 했는지 알 수 없었지만, 이사벨 씨가 내전에 지원을 하면 평가점수라도 많이 준다고 했을까? 아테리카 학원생도들은 분명 프리트론 방어전에서 아무도 없었는데.
“어린 아이까지 전쟁에 참가시키는 것은 전쟁법에 어긋나는 거 아냐?”
“그 정도로 어린 아이는 아니라고요? 예전에는 조국을 위해 용맹하게 싸우다 돌아가신 소년병들의 기록도 있잖아요?”
“뭐 그렇긴 했지. 천마전쟁 때 말이야.”
지금은 과거의 전쟁의 상황을 떠나, 현재에는 내가 잠깐 동안 길러낸 제자들의 성장을 보며, 그나마 뿌듯하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카일. 드디어 왔구나. 프리트론에서 하루를 꼬박 방어전에만 몰입한다고 하길래 꽤나 걱정했었어.”
여우 귀와 여우 꼬리가 돋보이는 베가프는 본연의 머리색상에서, 흰색의 머리색상으로 뒤덮고 있었다. 그 모습이라면 아랑도 일어나서 내전에 도움을 준 것이다. 나는 루크에게 조심하라는 말만 남긴 체 베가프를 보며 입을 열었다.
“애초에 4일 5일 갈 수 있었던 기나긴 상황을, 하멀 씨가 단 하루로 줄여버리는 기적을 세운 거야. 나는 그냥 성에서 다른 곳에서 공격이 오나 지켜봤을 뿐이었다고?”
물론 그 두더지게임에 참여해서 얻은 보상은 그리 많지 않았지만.
“지금 상황은 어때?”
“지금은 좀 상황이 악화가 되었어. 아침만 되면 이곳으로 포격하고 밤과 새벽에는 이런 괴물들이 올라오기 시작했으니까. 지금은 나태의 공작이라고 불리는 나무늘보가 대결계를 만들어줘서 겨우겨우 버티고 있지만,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가늠이 잡히지 않아.”
정공법으로는 지금 포병대를 제거하는 것이 맞지만, 잠을 재우지 않고 밤에 저런 괴물들을 막아내는 것은, 나중에 크나큰 장기전에 지장이 되는 것이 당연한 것. 나는 레시아와 시나에게 입을 열었다.
“혹시 원거리 포격마법을 할 수 있나요?”
“그거야 식은죽 먹기로 할 수 있지만, 주인의 마나가 좀 많이 필요하다. 게다가 지금 이런 난전 속에서 적군의 포병대를 찾기는 힘든 일이지. 지금쯤 다 퇴각하고 안전한 성 안에서 보호결계를 이불로 덮어서 자고 있는 가능성이 매우 높다.”
“지금 설령 파악한다고 할지라도 지금은 기상은 구름이 달을 가려서, 정확한 위치를 가늠하기가 어렵습니다. 마스터.”
각자 불가능하다는 대답을 내놓았으니, 지금은 아침까지 기다리는 수 밖에 없다.
아니면...
“기습하죠. 일부 병사들을 모집해서.”
“그럴 줄 알고 기다리고 있었지. 카일.”
회색 후드를 뒤집어 쓴 남성을 보며 나는 입을 열었다.
“소식이 끊어졌길래 죽은 줄만 알았다고. 디엘고라.”
“당연히 죽을 뻔했지. 트리니티가 끝까지 쫓아오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었으니까.”
반룡검사라는 이명을 자기 스스로 붙이면서 디엘고라 용병단과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너무 은밀하게 움직여서 지금 저 인원이 전부 실종처리가 되어버렸다는 것에 대해, 더 더욱 놀라울 따름이었지만...
“루노아 황자를 만났을 당시에도 놀랐지만, 결국 그 몸으로 잡화점까지 가는 것에 성공을 해서, 그나마 이렇게 버텨내는 상황이 만들어 진 것은 하늘이 내린 기적일 거야. 지금 파르온은 베이르노 성 안에서 움직이지 않고 있다는 말을 들은 지 20분 정도 지났어. 그 녀석의 움직임만 조심하면서 별도로 식량창고나 병사들을 타격하면, 좋은 재미를 볼 것이라 생각해.”
“그래도 정공법이 있잖아. 그 괴물들이 명령을 받고 그 근처를 지킬 수도 있어. 그러니까.”
나는 숨을 한번 크게 내쉬고는 입을 열었다.
“우리도 땅 파서 가자.”
***
땅을 파서 가는 것은 확실히 어려운 일이지만, 근처에 땅의 정령을 소환할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그 이야기는 틀려진다. 디엘고라 용병단에 있는 2명의 정령사가 땅의 정령을 소환해서, 땅의 터널을 뚫으며 베이르노 성으로 침투하지만, 너무 깊숙하게 침투를 하면 순식간에 포위되기 때문에, 차분하게 천천히 이동해서 빈집을 습격에 성공하는 것은,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라고 생각한다.
전선이 빛의 대성당 바로 앞까지 밀려버렸다면, 전방이나 후방에만 병력이 집중 되어있고 그 중앙에는 병력이 적은 편이라서, 땅속으로 들어가 우회를 해서 전선의 중앙까지 이동한 후에 일직선으로 돌파하면 좋겠지만, 아니나 다를까 그 괴물은 땅 속에서도 돌아다니기 바쁜 녀석이었다.
차라리 이 녀석이 어디서 나오는지 알아차리기만 한다면, 그곳이라도 습격을 더 이상 나오지 않게 하면 그만이지만, 어느 건물에서 나오는지 아직은 모르겠다.
“땅속에서 매복병으로 숨겨놨으리라고는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로 말을 잘 듣는 경우는 처음이네. 대체 누가 이런 녀석들을 조련했지?”
디엘고라는 너무 답답한 마음에 땅속에서 한숨 대신 말을 꺼냈다. 나는 천천히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
“저기 있는 녀석들에게도 정신망이 존재할 거야. 수많은 호문쿨루스를 통제하고 강화시키기 위해서 사용한 정신망이 말이지. 다른 점은 호문쿨루스는 정신망을 파괴하면 먹통이 되는 것에 반해, 저 녀석들은 정신망을 부수면 그때부터는 통제고 뭐고 없는 야수로 변할 가능성이 높아. 아기 염소 여럿이 풀을 뜯고 놀 때, 저런 녀석 튀어나오면 잔혹동요로 바뀔 거라 생각하지 않아?”
디엘고라는 여전히 후드를 써서 자신의 모습을 가린 상태로, “정신망이 약점이었으면 이런 고생도 없었을 텐데.”라고 중얼거렸다. 정신망을 파괴한다고 다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 완전히 죽여야지만 해결되는 괴물들을 보며, 티르가 정말 껄끄러운 일은 잘 했다고 감탄했다.
“여기쯤에서 땅을 파고 올라오죠. 앞에는 더 이상 진행이 불가능할 것 같으니까.”
아직까지 새벽의 달이 우리들의 존재를 지켜보던 시간이었지만, 구름에 눈 가림을 당해 밝지 않은 곳에서는 서서히 눈이 내리기 시작하고 있었다. 거대한 눈보라는 마법으로 인한 것이 아니라, 자연상태의 그대로 나타나는 현상인만큼, 귀찮은 존재가 아닐 수 없었다.
누구는 눈을 보면 예쁘다고 하지만, 그것은 눈에 대한 환상이 아직까지 유지 되어있는 순수한 사람이고, 나는 매번 잡화점 청소를 하는 날에 눈이 내리는 날이면, 당장이라도 빗자루를 부셔버리고 싶은 기분이 한 가득 들었다.
그런데 그런 시절이 어제 같은데, 지금은 이런 전쟁터에서 소수 무리를 이끌고 빈집털이를 하는 모습이라니. 세월이 변해도 너무 많이 변했고, 상황이 너무 급변해서 내 머리가 가까스로 따라가고 있는 상황이다.
“전쟁이건 반란이건 지옥은 지옥이네. 서로 검을 겨누고 싸운다는 그 자체가 지옥이야. 차라리 마계에서 슬라임과 뛰어 노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
디엘고라 용병단 중에서 한 명이 그리 입을 열자. 레시아는 나에게 중얼거리듯 입을 열었다.
“흥. 슬라임에게 먹혀서 산화되는 그 순간까지 그 생각이 지켜지는지 실험이라도 해볼까?”
“레시아. 지금은 좀 참아주세요. 지금 이런 농담이라도 하지 않으면 이 상황을 이겨낼 수 없을 거라고요?”
“농담이라고는 하지만 슬라임들이 불쌍하다. 조만간 슬라임을 지상으로 풀어서 저들에게 쫓아가라고 명령해야겠다.”
“폭식의 공작인 그리티스 씨에게 명령하는 날이라면, 그냥 한 순간에 집어 삼켜버릴 것 같은데 말이죠.”
처절한 강행군을 말로 해결하는 방법은 좋지 않지만, 전염이라도 되었는지 농담을 주고받으며 천천히 목표를 향해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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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분 만에 음식만 7만원어치 팔았네요.
그만큼 바쁘다는 소리지요.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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