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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에서 울려 퍼지는 외침과 코를 찌르는 혈향.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김이 피어 오르고 시체는 한 가득 쌓여있었다. 죽음을 각오하는 병사들에게는 죽음으로 보답하고, 살고자 하는 이들은 포박으로 대답하는 전쟁터에서, 예전에 용병시절의 감각이 다시 살아나는 듯 했다. 아니, 그래도 전투에 직접적인 것은 자주 하지 않았으니, 이건 예외라고 해야 할까? 게다가 예리한 감은 지금도 계속해서 이어져오고 있으니, 이것은 그저 당연하다고 생각을 하는 것이 옳은 것일지도 모른다. 죽어버린 사람들의 시신은 땅에 묻을 수도 없고, 태워서 소멸시켜야 한다는 것이 한 가지의 방법. 초월의 의식에 사용될 제물들을 없애버린다는 것을 방침으로 두었지만, 문제가 생긴 것은 다름이 아니라...

 

이것 봐! 이 시체. 보석처럼 굳어버렸어!”

 

죽은 자들이 보석처럼 굳어버린 상태라서, 어처구니 없게도 평범하게 소멸시킬 방법이 없었다. 지금은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전쟁에서, 레시아가 쓸 때 없이 힘을 낭비하는 것은 부적절한 판단 시나도 마찬가지다.

 

마리아는 어디쯤에 있던가요?”

 

우선 잡화점 멤버가 어디에 있는지는 확실하게 알아내기 위해, 레시아와 시나를 돌아보며 말을 꺼냈다. 내 말을 곧바로 받아서 대답한 것은 검은 고양이 상태로 있는 레시아였다.

 

마리아는 루노아 황자와 함께 자신의 조직을 이끌고, 별동대를 운영하고 있노라. 짐이 딱히 허무의 공작에게 명령을 내리지 않는 이유는, 주인과 뺀질이가 화풀이로 신인류의 비어버린 본진을 습격하는 것과 동시에, 트리니티의 뒤를 밟기 위한 목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루시피나는?”

 

드라고니스에서 몰려오는 호문쿨루스로부터 데모르테와 같이 방어하고 있다. 루나링과 카렌은 달에서 대대병력을 끌고 오기 위해 먼저 올라갔고, 윈디는 이브센티아로 곧장 날아갔노라.”

 

윈디가 이브센티아로 날아간 이유가 왜 있을까?

그 다음은 시나가 나에게 입을 열기를...

 

샤이어의 전언으로 알아본 결과, 천계에서 대다수의 천사들이 지상으로 내려갔다고 합니다. 배신자 트리니티의 숙청을 위해서 모든 전력이 동원되고 있나 봅니다.”

 

그럼 전투를 위한 심판자와 발키리들인가?

그래도 천계는 엘티노스가 있으니까 크게 신경을 쓸 이유는 없다. 나는 다시 검을 붙잡고 일어나 아직까지 남아있는 칸포리우스 제국의 병사들을 보고는, 한숨을 짧게 내쉬면서 입을 열었다.

 

그런데 저 사람들은 대체 뭐에 홀렸길래, 전쟁법도 위반한 전쟁을 죽어라 좋아하고 있는지 모르겠네요.”

 

나는 레시아에게 말한 소리였지만, 옆에서 하멀 씨가 결정화가 된 시신을 총구로 두드리면서 대답을 가로챘다.

 

평화의 시대가 좀 오래되긴 했지. 하지만 남자라면 꿈이 하나씩은 있잖아. 삼국지에서도 삼국통일을 이룬다고 오랜 기간 동안 싸워왔고, 이 대륙에서도 오랜 전쟁의 역사가 존재했어. 우리는 늘 휴전인 상태인 걸로 안일하게 평화가 찾아왔다며 안심하고 있던 거야.”

 

눈을 뜬 체 죽어있는 프리트론의 하늘빛의 갑옷을 두른 병사의 눈을 감겨주며, 하멀 씨는 애초에 평화는 언제 깨져나갈지 모른다는 말을 길게 말했다.

 

프리트론과 제국은 압도적으로 수 차이가 났음에도 불구하고, 거기에서 지휘하는 지휘관이 엄청 무능해서 다행이야. 5천과 5만이라는 어이없는 병력차이에도 끝까지 버텨서 싸우면, 막아낼 수 있다는 희망을 안겨주는 것이 다행이지. 당연히 도중에 네가 난입해서 100명분을 한 것도 크고.”

 

하멀 씨는 전쟁에 있어서 처음 경험하는 것일지, 아니면 여러 번 경험하는 것일지는 모르겠지만, 어라? 하멀 씨의 아내 분은 어디로 간 거지?

 

하멀 씨. 아내 분은 어디로 피신했나요?”

 

. 남부에 카멜롯이 있잖아? 5대 학원장들이 관리하는 특수지역. 그쪽으로 이동했어. 안전하게 잘 있다고 하더라고.”

 

여기서 로즈웰 씨의 차를 타고 얼마나 걸리던가요?”

 

대략 1시간?”

 

로즈웰 씨가 1시간이 걸린다는 소리라면, 그냥 평범하게 운전을 했을 때 말하는 거겠지? 연이 없어 보이는 대륙에는 그리 관심도 없긴 하지만, 어쨌든 다시 공격을 준비하려는 붉은 제국병들의 정렬을 보며, 성벽을 수리하는 병사들의 눈에서는 . 집에 가고 싶다.”라는 듯이 사기가 뚝뚝 깎였다.

 

사기를 올리는 즉흥적인 방법은 일기토라고는 하지만, 여기서 일기토가 통할지나 모르겠네요.”

 

하멀 씨는 내 말의 의미를 알아차렸는지 느닷없이 하늘로 황금빛의 광선이 솟아올랐다.

 

이 자식들! 이제 겨우 한번 막은 걸로 낑낑대냐!”

 

하멀 씨의 호령은 모든 병사들의 귀에 집중되었다.

 

“2, 3차까지 막아서 가족에게 돌아가야 할 거 아냐! 가족이 없는 사람이 있으면 나에게 와라! 내가 전쟁영웅으로 훈장까지 달아줄 것이다! 당장 안 움직여! 거북이처럼 느려터지게 움직이면 내가 직접 처형할 거다!”

 

하멀 씨의 말에는 내 말을 듣지 않으면 찢어 죽이겠다.”라는 의미가 가득했다. 저런 말을 들으면 누가 가족이나 명예를 위해 싸울까? 그냥 처형당하기 싫으니까 빨리 빨리 움직이겠지.

 

그나저나 하멀 씨는 왕국 수사관임에도 불구하고, 꽤나 많은 지휘를 가지고 있나 보네요?”

 

애초에 확실한 직급은 왕국 수석 마법 수사관이야. 총사령관의 위치까지는 아니더라도 3개 사단의 규모 정도 되는 인원은 내가 직접 통솔할 수 있는 권한이 있어. 다만, 인원이 없어서 이런 몇 천의 인원만 통솔하는 거지. 물론, 왕국의 3대 권력자 중에서 병사와 병기를 담당하는 그 분이, 지금 프리트론 왕국의 모든 병력들을 지휘하는 총 사령관이야. 이번 전쟁이 바뀌고 나서 부르는 방법이 달라진다고는 하는데, 그건 지금 전쟁이 끝나고 알아봐야겠지.”

 

그럼 릴리 기사단은요?”

 

대다수는 공주님을 지키기 위해 전장에서 빠져나갔고, 남은 30명만 이곳에 남아서 구호반을 담당하고 있지, 루니아는 공주님을 보호하기 위해 30분전 전장을 이탈했어.”

 

스트레스를 한 가득 받고 있는지 아닌지 몰라도, 담뱃갑에서 사과맛 사탕으로 추정되는 비닐을 뜯기 시작했다. 입에 한 가득 넣고 . 이제서야 살겠군.”이란 말을 중얼거리면서, 전쟁 속에서도 상놈...아니, 상남자의 길을 열심히 갈고 닦고 있는 모습을 보고는, 이 사람은 자신이 곧 죽는 상황이 되어도, 늘 한결 같을 것이라 생각을 하고 안심을 했다.

 

우선 제국의 포위망을 뚫고 농성부리는 방법이 가장 절실하겠네요.”

 

당연하지. 아직까지 얼마나 남았는지 몰라도 2번째와 3번째만 막아내면 승산은 있어.”

 

아뇨. 2번째와 3번째까지 갈 필요도 없잖아요? 제가 왔으니까요.”

 

하멀 씨는 나를 뚫어져라 보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정말 괜찮겠어? 지금이라도 힘을 비축해야 하잖아?”

 

전부 제 머릿속의 계획이니 괜찮아요. 그럼 저는 이곳에서 이만 나가보도록 할 게요.”

 

너와 마왕과 빛의 여신이니까. 남아있는 3만명정도의 병사는 우습겠군. 예전에 봤을 때와는 정말 많이 강해졌어. 아직 너와 나는 마주한지 1주년도 안 됐는데 말이야.”

 

저도 솔직하게 말하자면, 이렇게 대담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네요.”

 

웃으면서 천천히 성문 밖으로 나아갔다. 검은 고양이와 하얀 올빼미는 내 양쪽 어깨에 올라오면서 입을 열기를...

 

마스터. 3만의 상대로 저희들은 어디까지 위력을 발휘하면 됩니까?”

 

그야. 저들이 겁먹고 우리를 두려워할 때까지.”

 

그러면 주인이여. 우리들의 능력은 어디까지 보여주면 되는가?”

 

그야. 저들이 무릎을 꿇고 우리에게 자비를 구할 때까지요.”

 

나는 웃으면서 입을 열었고 레시아와 시나는 거의 동일하게 다음같이 말했다.

 

마스터는 의외로 잔인하시군요.”

주인은 은근히 잔인한 자로다.”

 

사역마들의 말에는 경멸이나 부정적인 느낌 하나도 없이, 명령을 한다면 따른다는 시원시원한 대답이었다. 지금 이곳에 누가 선과 악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상황을 모르는 다른 제 3자가 봤다면, 분명 우리를 손가락질 하면서 악이라고 칭할 정도로, 철저하게 부수고 때려눕혀야 프리트론 왕국은 전쟁이 끝나기 전까지는 안전할 것이라 예상했다.

 

나에게 날아오는 화살비는 이미 마법방패<Magic Shield>를 전개해서 막아내고 있고, 제국의 마법사들이 나와서 마법을 시전하려고 했으나, 나는 마나를 한 가득 담은 손을 휘둘러서, 새벽<Daybreak>을 발동했다. 모든 마법사가 한 순간에 마나 고갈 현상으로 의식을 잃고, 몰려오는 창병대와 검보병들은 하나 같이 마나 캐논<Mana Cannon>으로 전부 날려보냈다. 내 앞에 1천이든 1만이든 최대 10만이 막아 선다고 해도, 이런 기괴한 만행을 벌인다면, 그 누구도 공포로 인해 다음은 누구 차례인가를 계산하기 바쁠 것이다.

 

마나의 축복을 받은 것을 정말 다행이라 생각하고 있어요. 안 그랬으면 지쳐서 쓰러질 만한 마나를 난사하지도 못했으니까.”

 

강력한 마법을 휘두르는 마나의 양이 뒤를 받쳐준 결과는, 숫자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듯이, 내 주변의 붉은 병사들은 의식을 잃은 체 쓰러져 있었다. 내가 이렇게 강해진 것은 지금까지 잡화점에서 굴러다닌 것이 좀 많았으니 당연한 것이고, 나는 저 뒤에서 부하를 소모품으로만 사용하는 지휘관 초소에 직접 들어갔다. 아직까지 병사들은 좀 많이 남아있지만.

 

-파앙!

 

나의 손바닥에서 뿜어져 나오는 마나가 천막을 날려버리고, 그 안에서 벌벌 떨고 있는 지휘관의 모습을 들춰냈다. 그걸 보고 있는 나는 말한다.

 

내가 정식적으로 마법에 대해 연구하고 공부하지 않은 사람이란 걸 다행이라 생각해. 만약에 체계까지 잡혀서 마법식을 짜고 다녔다면, 어디 마계에 있는 마을의 기사처럼 갑옷이 날라가고 그 다음은 가죽이 날라갔을 테니까. 그건 그렇고 이곳의 지휘관이지?”

 

주인. 마계에는 마을이 있지만 그런 기사는 존재하지 않는다.”

 

아뇨. 레시아가 있는 마계가 아니라, 다른 어딘가에 있는 마계촌이요.”

 

아 그렇군.”

 

레시아가 내 농담을 이해하지 못하고 질문을 한 것에 대해 무리수라는 것을 알아차린 나는, 그냥 어디 게임에서나 나올 법한 이름을 말하자 곧바로 이해했다. 마리아가 그 이상한 게임기를 이곳에 가져다 놓지만 않았어도...

 

히익...! 살려주세요! 제발 살려주세요!”

 

공포로 이미 이성이 마비가 된 상태라 정상적인 대화는 거의 불가능했다. 호두를 깎는 인형처럼 붉은 복장을 하고, 그 위에 금장과 다른 약장을 왼쪽 가슴에 달고 있기에는, 지휘관으로서의 그릇이 너무 부족한 사람이었으니, 나는 그 사람에게 멱살을 잡고 들어올리며 입을 열었다.

 

너희들을 지휘하는 지휘관은 어디로 도망갔지?”

 

내가 질문을 했지만 솔직히 찾을 필요도 없었다. 뒤에서 날아오는 실선을 알아차리고 멱살을 잡은 병사를 내 뒤로 방패 삼아 휘둘렀지만, 내 뒤에서 습격한 그 자는 매정하게 병사를 베어버렸다. 내 손을 떠난 병사의 얼굴은, 눈물과 피가 이리저리 묻은 체 다시 결정화가 되어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무차별하게 죽인다고 해서 저 병사가 불쌍해지거나 그런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인간적으로는 너무 한 거 아냐?”

 

내가 말을 걸어 봤지만, 아무런 말이 없는 괴한은 손톱에 묻은 피를 땅에 흩뿌리며 노려보고만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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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는 날까지 D-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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