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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노아 씨가 이루어낸 것으로는 맨 처음에 호문쿨루스를 배양할 때 주로 사용하는 연금술을 찾아낸 것과, 두 번째로는 파르온의 위치를 계속해서 알아낼 수 있다. 영원히 추적마법이 달려있다는 그 하나만으로 가장 크나큰 방해가 될 테니, 파르온의 입장에서는 루노아 씨를 빨리 제거하지 않는다면 골치 아픈 입장이겠지.

 

그나저나 마르커스를 제거해도 칸포리우스 제국은 아직 해방이 안 되었나 보네요.”

 

그야. 티르의 손에 넘어가려고 하니까 말이죠. 사실상 마르커스는 버림 말 수준이라고 해도, 류연이라는 분이 마르커스를 잠깐이나마 멈추게 할 정도로 근사한 분이라 다행이었어요. 류연이라는 사람에게 차인 이후로 아무것도 안하고 우울증에 걸려서, 계획이 늦어졌다는 소식을 들은 기억이 있지요.”

 

, 그런가요? . 어쩌다 보니 타이밍이 맞았다는 소리겠죠?”

 

아니. 한 번 차서 우울증에 걸릴 정도면 얼마나 좋았다는 소리냐. 계획에는 당연히 그 결혼은 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 있으니까, 억지로 트집을 잡아서 결혼을 하지 않은 쪽으로 의뢰가 성공해서 다행이었지만.

 

제가 심어놓은 신하가 도발을 한 결과. 그걸 덥썩 물어서 빠져나갔다고 하더라고요.”

 

그 사람은 루노아 씨가 심어놓은 스파이였구나.

 

아무튼 그건 둘째치고 지금부터 칸포리우스 제국을 구원하는 두 번째 계획으로 가도록 하죠.”

 

두 번째 계획으로 가자는 루노아 씨의 말을 듣고는 찻잔을 다 비워냈다. 루시피나는 내 옆에서 붙어있는 상태로 비워진 차를 다시 따라주었고, 루노아 씨는 오른쪽의 의수로 차를 집으려고 하다 6번째 깨뜨리고는 아무래도 성능 조정을 해야겠네.”라고 난감하듯이 중얼거렸다.

 

아무튼 지금 칸포리우스는 신인류에게 먹히기 직전이지만, 예로부터 황제와 교황의 세력은 대등할 정도로 강력합니다. 두 세력이 대립만 할 수 있다면 상당히 좋은 이점이 되겠지요.”

 

아우리스 교의 교황을 말하는 거겠지요?”

 

. 베가프 씨가 직접 교황이 되지 않는 이상. 상당히 무리가 있다고는 생각하지만, 그 관점을 뛰어넘어서 인간이 아닌 여신에게 부탁을 하고자 합니다. 그것도 아우리스 교의 진정한 여신인 아우리스 그 본인에게 말이죠.”

 

반대다.”

 

레시아가 테이블에 나타나서는 루노아 씨의 얼굴 앞에 검은 털을 바짝 세우면서 경계를 했다. 검은 고양이인 레시아는 확실히 아우리스를 좋아하지는 않긴 하지.

 

짐은 반대한다. 어차피 없어질 제국 지도 밖으로 지워버리면 그만인 것을. 그리고 구원을 해달라고 하면서 제국과 대성당이 싸우게 도와달라는 소리는, 스스로가 제국을 부수는 행위임을 인지하고 있는가?”

 

저는 인지하고 있지만 이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입니다.”

 

루노아 씨의 굳은 의지가 푸른 늑대의 눈처럼 고독하지만 올 곧게 나타나기 시작했다.

 

흡사 자신의 모성을 부수는 네라짐 부족의 마음가짐 같습니다. 마스터. 제가 샤이어에게 연락을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시나. 어제 읽은 SF소설에 나오는 프로토스 부족의 이름을 꺼내는 게 아냐. 그리고 내가 태클을 걸어서 결국 분위기에 초를 치게 만들잖아.”

 

올빼미는 내 어깨 위에서 그런 겁니까?”라는 말로 반문했다. 뭐 그렇게 무거운 분위기로 가지 않는 회의라면 나야 환영이지만, 루노아 씨에게 뭔가 폐를 끼치는 것 같으니 마음이 좋지 못한 것은 사실. 하지만 루노아 씨는 오히려 여유롭게 웃음을 보이며 다음 말을 했다.

 

그러면 천계에 갈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고, 천계에 가본 적이 많은 카일 씨가 해줘야 할 일이 있습니다.”

 

어느 거죠?”

 

가장 중요한 것은 이 펜과 종이입니다.”

 

종이와 깃털로 뭘 받아 적어오라는 소리일까? 아니면 흔적을 남기라는 소리일까? 루노아 씨의 다음의 말을 듣고 나는 기겁을 했다.

 

엘티노스 씨에게 싸인 좀 받아와 주시겠어요?”

 

네가 가!”

 

신분을 막론하고 종이와 깃털을 루노아 씨에게 날렸고, 루노아 씨는 여유롭게 고개를 숙이면서 피했다. 엘티노스에게 싸인을 해달라는 사람은 처음 본 것은 아니지만, 애초에 그 상급신에게 뭘 원하는지부터 알고 싶다. 인간의 물품을 가지고 천계에 가는 것은 엄연히 금지라고 할 수 있으니까.

 

그럼 우선 베가프에게 먼저 가보도록 하죠. 팔랑크스. 잡화점을 지키고 있어.”

 

잡화점에서 뒹굴 거리겠음. 매우 행복. 매우 만족.”

 

지키라고! 뒹굴 거리지 마!”

 

옛말에 이불 밖은 위험하다고 함. 이불을 뒤집어 쓰면 위험하지 않음.”

 

네가 이불을 뒤집어 쓰지 말라고!”

 

팔랑크스가 온 뒤로도 태클의 횟수가 더욱 늘어나서 내 정신력이 강화가 되는 건지, 빠르게 지쳐서 쇠약 해져가는 것인지 알 수 없지만, 간단하게 회의를 끝내고 각자 맡은 일을 하기 위해 흩어졌다. 마리아 같은 경우에는 검은 달의 여왕이라는 단체의 우두머리니까. 그 단체를 지휘하기 위해 아침부터 서둘러 이동했고, 루시피나는 드라고니스로 가서 호문쿨루스를 경계하는 것.

 

카렌과 루나는 여전히 달과 잡화점을 왕복하는 거고, 쇼콜라 씨는 루니아 누나의 휴가가 끝난 이후로 같이 움직이고 있었다. 데모르테는 천계에서 활동하는 시간보다, 잡화점에서 대체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아직 들어간 적도 없는 방에 틀어박혀있는 경우가 많다고.

 

그나저나 인간이여. 한 때 네가 살던 그 장소를 엉망으로 해놓고, 다시 치울 수 있는 각오가 되어있는가? 짐은 한 차례의 경험이 있기에 그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잘 알고 있다. 그것을 감당할 준비가 되어있는 것이 확실한가?”

 

마왕님도 마왕에 오르기 전에는, 전 마왕과 전 마왕을 따르던 마계공작을 전부 갈아 엎어버렸다는 일대기를 들은 기억이 있습니다. 하지만 마왕을 무찌른 용사는 인간입니다. 그런 위대한 인간이 마왕이 할 수 있는 일을 못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레시아는 루노아 씨의 말을 듣고 나에게 뛰어들어 품에 안겼다. 품에 안기자마자 내 어깨 위까지 올라간 레시아는 마음에 들지 않는 답이지만, 확실히 일리가 있군.”이란 말을 루노아 씨에게 남기고는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그러면 짐은 주인과 함께 마계에 다녀오도록 하지.”

 

...?

 

잠깐? 내가 어딜 간다고요?”

 

마계다. 볼일이 좀 있어서 그러니까 그리 경계하지 말거라.”

 

아니. 저는 베가프에게 먼저 가봐야 하는...”

 

시끄럽다. 그 사제는 데모르테가 알아서 할 것이다.”

 

아니, 제가 무슨 말을 하는 줄 알고요?”

 

데모르테는 운명의 여신이다. 어차피 이 회의의 일부분은 방에 틀어박혀서 음흉한 분위기를 내뿜어도 알 수 있다. 그러니 빨리 출발하도록 하지.”

 

다짜고짜 내 밑에 마법진이 펼쳐지고 나서 빛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내 시야가 서서히 밝은 빛에서 어두워지기 시작할 때쯤. 전혀 다른 공간이 나를 반기기 시작했는데, 한 눈에 봐도 어두운 조명 아래에, 비어있는 의자와 알 수 없는 문양이 그려져 있었다.

 

여긴?”

 

회의실이다. 물론 지금은 회의를 하러 온 것이 아니지만...”

 

레시아의 목소리를 따라 고개를 이동했을 때는, 성숙한 여성의 모습을 하고 있는 레시아의 키가 내 키를 살짝 앞서고 있을 때였다. 연보라 빛의 머리카락은 어두운 이 곳에서도 확연하게 보였고, 허공을 가로지르는 듯한 붉은 눈은 나를 볼 때만 온화해졌다.

 

지금 이곳에 데려온 이유는 개인적으로 감정을 해줬으면 하는 물품이 있기 때문이다. 짐은 비록 마왕이기에 모든 것을 전부 알아야 할 권리가 있지만, 물품을 보는 재능이 없기 때문이 아니라, 아무리 봐도 뭔가 좀 이상한 물품이 있기 때문이니라. 주인이 이것을 보고 내 의견과 일치를 한다면 짐의 눈은 올바른 것으로, 설령 주인이 짐과 다른 의견을 내놓는다면, 그것은 주인의 눈이 틀린 것으로 간주를 하겠다.”

 

어째서 레시아가 무조건 맞는다는 전제하에 말을 맞추는 거죠?”

 

그야 짐이 마왕이기 때문이다.”

 

대체 무슨 물건이길래.

별거 아니면 아이언 클로를 할 줄 알아.

 

레시아 손에게 이끌려 움직이고 있는 나는 마기가 침범하는 것을 걱정했지만,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레시아가 말을 해주었다. 당연하게 말하는 이유는 시나가 어느 사이에 따라와서 내 몸 안에 있는 마기를 먹어 치우고, 자신의 에너지로 바꿔나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언제 왔는지 모르겠지만 정말 빠르네.”

 

저는 마스터가 가는 곳이 어디든 따라갈 수 있습니다. 설령 아무것도 없는 무의 공간일지라도 마스터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하얀 올빼미는 내 어깨 위에 나타나서 말을 했고, 레시아는 거대한 문 앞에 멈추고 입을 열었다.

 

이곳은 그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았던 마왕성의 창고이니라. 물론 육포창고는 다른 곳에 있으니 육포를 기대하지는 말거라.”

 

기대 안 했어요. 그보다 정말로 있나 보네요. 육포 창고라는 거...”

 

거대한 문이 자동으로 열리는 것과 동시에 거대한 붉은 구체가 번뜩였다. 눈동자라고 하기에는 너무 크다고 생각하는 순간, 시나가 내 앞에 날아들어서 빛을 퍼트리자 그것은 빛의 구체가 아니라 한 짐승의 눈동자였음을 알 수 있었다.

 

이건...물품이 아니라 생명체잖아요?”

 

머리 크기만으로도 이미 성벽이 매우 작아지는 감상을 준 괴수.

 

이걸 감정하라는 소리에요?”

 

그렇다. 이게 대체 무엇인지는 짐도 짐작하고 있지만, 확실히 이런 녀석이 마왕성의 창고에서 떡 하니 있는 것이 마음에 걸린다.”

 

이건...감정이고 뭐고 할 것 없이. 베히모스잖아요?”

 

레시아는 크게 한 숨을 내쉬고는 다음과 같이 말을 했다.

 

확실히 주인의 안목은 틀리지 않았군.”

 

아니. 베히모스가 왜 이곳에 있어요? 심심해서 이곳에 오지도 않았을 테고?”

 

과거의 엘티노스가 행했던 장난 중에 하나다. 베히모스를 이곳에 가둬놓게 만들어 놓은 것이 말이지. 물론 지금 이 베히모스를 다룰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면 풀어줄 수 있으나, 애석하게도 대화를 하기에는 너무 광분이 된 상태라서 말이지.”

 

분명 맹수 조련사는 리바이어선을 조련하고 있잖아요? ‘바다 속에 있어야 할 괴수가 왜 하늘을 날고 있는 가?’에 대해서 아무도 의문을 품지 않았는지는 지금까지도 미스터리이지만, 조종할 수 있는 장치가 있거나 다른 무언가라도 존재한다면, 베히모스도 조종할 수 있지 않을까요? 아니면 친구로 만들 수 있다거나.”

 

친구라...”

 

여전히 거대한 붉은 태양처럼 빛나는 살기를 마주하기에는 좀 꺼림칙한 친구였지만, 그래도 대화를 계속 시도한다면 뭐라 말이라도 하지 않을까? 잡화점의 번역기능이 이런 곳에서도 사용하게 될 줄은 몰랐지만...

 

[한 눈에 나를 알아본 인간이여. 그대에게서 증오스러운 엘티노스의 기척이 느껴진다.]

 

깊은 동굴에서 울려 퍼지는 듯한 텔레파시를 받자마자 머리를 부여잡았다.

 

그건 아마 내가 여성이 될 때는 엘티노스의 유전자와 99.8%정도 일치해서 그럴 거야. 그렇다고 내가 엘티노스 본인이란 뜻은 아니고, 그가 남긴 잡화점에서 일하고 있는 카일이라고 해.”

 

이제는 자연스럽게 나 여자로도 변할 수 있어.”라고 소개하는 내 모습에, 순간적으로 모든 인생을 집어 던지고 싶었지만, 거기에 베히모스는 코웃음을 치면서 입을 열었다.

 

[네 녀석은 엘티노스보다 더한 녀석에게 당하고 있군. 잡화점이란 녀석에게 말이다.]

 

잡화점에 인격이 있다고 생각한 것은 사실이지만, 어떻게 그 많은 것을 다 알고 있는 거지?”

 

주인. 지금 베히모스와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인가? 어째서 짐은 들리지 않는가?”

 

레시아가 도중에 끼어들어서 나를 붙잡고 입을 열었다. 설마 베히모스가 나에게만 말을 걸고 있는 이유가 따로 있는 걸까?

 

[저 마왕 계집을 밖으로 내보내라. 간만에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방해가 되는 군.]

 

어쩔 수 없이...

 

레시아. 우선 나중에 설명할 테니. 지금은 시나와 같이 밖에서 기다려주세요.”

 

레시아는 그저 아무런 추가질문 없이 알았다.”라는 말을 한 뒤에, 나와 베히모스 둘만 남겨두고는 시나와 같이 밖으로 나가버렸다.

 

...

이제 이 덩치가 무슨 말을 하느냐에 따라 달렸지만, 갑자기 무턱대고 나를 집어삼키지는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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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약은 최고였습니다.

감기약 먹고 3번 연속 자니까 그나마 좀 나아졌네요.

모두 감기 걸렸을 때는 감기약을 먹고 잡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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