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 301
301
이 일은 과연 무슨 난장판인가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을 하고 싶었다만, 애당초에 류하 씨는 계속해서 재빨리 혼약을 해야 한다는 말로 나를 부추기기 시작할 무렵. 칸포리우스에서 사자가 찾아왔다는 소식을 들어도 “돌아가라고 하거라!”라는 말을 외칠 뿐이었다. 그나저나...
“저기 류하 씨. 저 1시간 정도 인형과 같은 생활을 한 것 같은데, 이제 슬슬 놔주시면 안 될까요?”
“카일리늄을 흡수하고 있으니 조용히 하거라.”
“대체 그 미지의 물질은 어디서 튀어나오는 건데요?”
조만간 내 모습을 한 피규어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두렵다.
그건 그렇고...
“칸포리우스의 황제와 혼약문제는 당초에 어떻게 된 일이에요?”
“여를 시기하는 반대파들의 계략이다. 하란과 칸포리우스는 그렇게 사이가 좋지 아니한 이유는, 칸포리우스의 황제야 말로 자신의 야망만을 생각하는 자이기 때문이지. 지금 신인류로 인해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에서도, 그 황제는 나중에 신인류를 모두 제압하고 나서, 약해진 공격하기 위한 계획을 실행하고 있는 것이다. 그 구렁이 같은 욕심이 가득한 자는 지금 활발하게 신인류와 싸우고 있는 아르칸 제국을 치려고 하겠지만, 그 바로 위에 여의 제국이 있으니 도움을 받고 싶어하거나, 모종의 거래를 하고 싶어할 것이다.”
“하지만 평범한 외교로는 요구하는 것이 존재하니까. 류하 씨가 여성이란 점을 이용해서 동맹을 가장한 혼약식을 체결하자는 것이고, 거기에 류하 씨의 정책을 주로 반대하고 있었던 반대파들은 그 혼약식으로 어떠한 이득을 취하기 위해, 몰래 칸포리우스 제국과 손을 맞잡았다는 소리가 되겠네요? 물론 심증은 있지만 물증은 없으니 다른 이와 혼약을 했다는 소문이 퍼지면, 완전히 무산되는 그런 방향으로 흘러가는 거군요.”
“과연! 여가 점을 찍은 자답구나.”
나를 끌어 안는 것은 뭐라 말을 하지 않지만, 너무 끌어 안아서 조만간 뇌에 공기가 들어가지 않아 지금부터 1분의 시간 동안만 더 있으면, 질식사로 숨이 넘어갈 자세가 되어 있었다. 연약해 보이는 체형인데도 불구하고 대체 어디서 저런 초인적인 힘이 나오는지 잘 모르겠지만, 그 이상 힘을 준다면 내 목이 날아갈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내 생각보다 30M정도 빨리 앞서 나간 사이에, 검은 고양이의 모습으로 내 무릎 위에 있었던 레시아는 붉은 눈이 류하 씨의 얼굴을 직시하고 입을 열기를...
“하란국의 여제여. 짐이 생각하기로는 그 결혼은 미끼이며, 애초에 칸포리우스의 황제는 다른 나라의 여성과 혼약할 이유가 없다. 짐이 생각하기로는 칸포리우스 제국과 하란국에 있는 반대파 세력을 마치 흡수한 것 같지 않는가?”
“마왕의 말도 일리가 있군. 여의 신하들 중 일부를 현혹했다는 이야기가 되는 것인가?”
“짐이 한번 경험을 해본 적이 있노라. 결혼은 아니더라도 여러 가지 골치가 아픈 관심사가 많지 않는가? 예를 들어서 ‘한정판 육포를 주는 것으로 자신을 노예로 삼아달라.’라는 제안을 해왔다. 짐은 그 한정판 육포에 정신이 팔려있는 동안, 다른 자들이 곧바로 마왕성의 내부에 침투해서 창고를 습격하려는 것을 사전에 차단한 적이 있으니, 혹시 모를 2중, 3중 작전에 대해 의심할 가치는 충분히 있노라.”
나는 레시아의 말에 언제나 변함없이 쓸 때 없는 내용을 빌미로 태클을 걸었다.
“누가 한정판 육포로 노예가 되기를 원하는 사람이 있는 거에요?”
“짐은 역대 마계 역사상 최고로 강력한 마왕이니라. 마계에서는 짐의 진명이 퍼지기만 해도, 모두가 목을 조아리면서 여러 공물을 받치느라 바빴으며, 그 덕분에 창고에는 온갖 산해진미로 가득 넘쳐났다.”
“그럼 산해진미가 들어있는 창고를 습격 당한 것을 사전차단 했다는 거에요? 뭐랄까 무기라던가 금은보화가 아니라?”
“주인은 짐을 얼마나 얕보는 것인지 몰라도, 첩자가 고작 음식 때문에 창고를 습격할 자들이 아니란 것은 잘 알고 있지 않는가? 애초에 음식을 훔치는 것은 어느 정도 눈감아 줄 수 있다. 마계에서는 그리 제대로 된 먹거리가 나오지 않기 때문이지.”
확실히 어느 첩보원. 혹은 첩자가 음식이 들어있는 창고를 털기 위해, 그런 바보 같은 일을 하겠는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비정상적인 내용을 말한 내 잘못이 크다. 게다가 마계에 살아가는 주민들을 위해 일부러 음식을 훔쳐가는 것까지 눈감아 주는 군주가 어디 있을까? 레시아야 말로 본래 마왕이 아니라 다른 곳에서...
“물론 그들이 습격한 창고가 육포를 가득 담아 놓은 창고였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짐은 질투의 공작인 리비아를 몰래 파견해서 사전에 차단한 것뿐이다.”
“어떤 첩자가 기밀자료를 수집하지 않고 육포를 털러 온 것이 말이 되는 거에요!”
육포와 관련만 없다면 마왕 중에서도 역대 급으로 가장 선한 마왕이라 생각했다.
“그런! 그럼 여는 육포 창고를 지켜야 하는 것인가!”
“류하 씨는 어째서 거기에 말려 들어가는 거에요!”
레시아가 분위기를 휘어잡으면 이야기는 산을 넘어 우주로 나아가 항해할지도 모른다. 시나는 내 어깨 위에서 날카로운 부리로 옷깃을 물어 내 시선을 돌렸다. 하얀 올빼미가 나와 눈이 마주쳤을 때 하는 말은 다음과 같다.
“마스터. 한 가지 좋은 방법이 떠 올랐습니다.”
“뭐길래?”
“마스터가 여제를 대신해서 참석을 하는 것입니다.”
모든 시공간이 얼어붙는 것처럼 차가웠다. 지금 시나가 나에게 방금 뭐라 한 것 같은데? 그 내용이 너무 충격적이어서 한 귀로 흘러 들어온 말은, 뇌를 부수고 다른 귀로 빠져나간 듯이 현기증이 순식간에 올라왔을 무렵. 레시아는 “그것도 좋은 생각이로군?”이라며 호응을 하기 시작했다.
“뭐가 좋은 생각이에요? 나더러 칸포리우스 황제에게 시집을 가라고요? 남자인데?”
“카린이 있지 않는가?”
“제정신이에요?”
“애초에 짐은 시집을 가라고 한 적이 없다. 어차피 상호간에 대해 잘 알기 위해서는 연회를 올려야 하지 않는가? 아무리 마음에 들고 혼약을 하기 위한 상대라고 할지라도, 제국의 절차를 꼭 따라야 한다고 들었다.”
절차라면...
“3번의 초대를 받고 연회 속에서 어떤 사람인지 알아가는 절차를 말하는 거야?”
내가 절차의 내용을 말했을 때. 시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마스터가 전에 타국의 귀족들과 왕족들이 서로 혼약을 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절차를 먼저 진행해야 한다는 것을 저에게 알려주셨습니다. 이는 상대방의 겉모습에 현혹되지 않기 위함도 있으며, 서로에 대해 더욱 진지하게 생각하는 기간이 필요함에 있다는 것이. 이른바 ‘상호탐색기간’이라고 설명하셨습니다.”
레시아는 “그렇군!”하며 뭔가 떠올랐는지 호들갑스럽게 이야기 했던 것은...
“예전에 알벤토 그 자의 결혼을 망치기 위해서 계획을 세우는 도중에, 멋대로 결혼식이 발표된 것에 상당히 당황한 이유가, ‘상호탐색기간’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알벤토의 즉흥적인 움직임을 예측하지 못한 것인가?”
“아. 확실히. 그런 기억은 있네요. 크던 작던 연회에 3번은 초대받아야 하니까. 최소 3일정도의 시간은 있는 줄 알고 느긋하게 계획을 세우려다가, 알벤토가 자기 멋대로 결혼식을 열겠다고 해서, 결국 제가 멋대로 쳐들어 가서 때려부수는 작전으로 바꿨죠.”
그러고 보면 실베스 씨는 뭐하면서 지내려나? 나중에 한번 찾아가볼까?
“그 기간 동안 마스터가 칸포리우스 제국의 눈을 끌고 다니면, 하란국 내부에서는 칸포리우스에 동화된 반대파 세력을 어떻게든 증거를 만들어서 퇴출이 가능할지도 모릅니다.”
시나의 말에 나는 잠깐 동안 생각을 하다가 좀 더 효율적인 방면을 찾기로 했다.
“아니. 조금만 더 생각을 해보면 마리아나 카렌이나 그런 사람들도 많잖아? 왜 매번 나야? 나는 남자라고? 이번엔 여장을 해서 황제를 만나라는 거야? 하긴 칸포리우스 제국의 귀족들이나 황제들의 측근의 눈은 속이기 어려우니 이제 아예 카린으로 되라는 거야? 아니. 차라리 내가 반대파 세력을 때려잡을게. 너희 둘 중 한 명이 상호탐색기간에 나가서...”
“거절한다.”
“거절하겠습니다.”
...이 악마 같은 녀석들.
***
레시아나 시나 둘 중 하나가 내 성별을 강제로 바꿔버리는 것에 대해서 여전히 불합리함을 느끼는 중이긴 하지만, 도대체 어떻게 사역마를 잘못 소환하면 내가 사역마 때문에 성별이 바뀌게 되었는지는 아직까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성별이 이리저리 변하는 것은 직접 경험해본 바로는 꽤나 적응하기 힘든 이유는, 옷이 달라서 힘든 것이 아니라 몸 자체가 적응하기 힘들다.
옷이 힘들지 않는 이유는 그 어처구니 없는 잡지를 찍어보니 익숙해진 이유도 있지만, 그렇다고 한들 내가 하란복을 입혀지면서 지금도 여전히 류하 씨가 인형처럼 꼭 끌어 안은 상태에서...
“아니! 잠깐만! 류하 씨! 일상생활 가능해요? 언제까지 끌어안고 있을 거에요!”
류하 씨는 금색의 곤룡포를 두르면서까지 나를 놓아주지 않았다.
“지금 카린베리움을 흡수하고 있으니 조용히 하거라.”
“타이베리움이겠죠. 다른 세계에서 GDI와 Nod가 서로 많이 가져가려는 광물은...그보다, 카렌도 저와 외모가 비슷하니까 저를 이렇게 여자로 변신시키기 전에, 카렌을 이용하는 방법이라던가 그런 다양한 방법이 또 있잖아요?”
“주인이 직접 움직이면 뭔가 보너스로 더 얻는 정보가 있다고 생각하며, 주인은 자유분방한 카렌에 비해 츤데레 속성을 제대로 갖추고 있지 않는가?”
“레시아. 여기서 벗어나면 조만간 아이언 클로가 더블로 기다리고 있으니 기대하시죠.”
검은 고양이는 잠깐 동안 할 말을 잃다가 다시 주요작전에 대해 설명했다.
“지금 상태에서는 딱히 항마의 축복의 영향도 아니고, 주인이 돌아오고 싶다고 짐이나 비둘기에게 말한다면...”
“올빼미입니다. 냥캣.”
시나는 자신을 여전히 잘못 부르는 레시아에게 태클을 걸었으나, 레시아는 그에 신경도 쓰지도 않고 다시 자기 하고픈 말만 하기 시작했다.
“남자로 돌아오고 싶다고 말한다면 빛보다 빠르게 되돌려줄 수 있다. 거기에 대해서는 그렇게 걱정할 필요는 없으니 안심하거라.”
“그럼 지금 당장 돌려주시죠. 그리고 다른 작전을 생각해보도록 하죠.”
“불가능하다.”
“아까와 말이 다르잖아!”
날카로운 면도날처럼 파고드는 레시아의 즉답으로 내가 소리를 지르지 않을 수가 없었는데, 류하 씨는 내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소리치지 말거라.”라고 계속 달래고 있었다. 내가 뒤로 살짝 돌아 보았을 때는 행복 가득한 웃음을 한 류하 씨는, 초롱초롱한 옥색의 눈동자가 여러 의미로 내 시야를 찬란하게 비추었고, 그 사이에 내 다리에 무게가 전해져서 다시 앞을 보았을 무렵. 초량이 내 다리에 누워서 편안한 듯이 입을 열었다.
“그나저나 그 외모라면 오히려 황제가 제국을 줄 테니, 제발 자신에게 시집오라고 하지 않을까? 그러면 오히려 황제의 부인이 되는 그런 급전개를 맞이할 수 있잖아? 301화에서 느닷없이 신분상승으로 끝이 났다는 그런 일이?”
“그러다간 정말 독자들에게 맞아 죽어. 애초에 그런 바보 같은 말을 하기 전에 3번의 연회를 하는 동안, 어째서 칸포리우스 제국이 하란국을 초대하는 가가 아니라, 아르칸 제국을 노리는 것인지 그것부터 알아봐야 하잖아? 유지되어온 평화의 시기를 지금 칸포리우스 제국이 깨뜨리는 이유를 먼저 알아봐야지. 그 전에...”
나는 무엇보다 제일 먼저 말해야 할 것이 있었으니...
“이제 그만 놔주지 않으실래요? 2시간째 인형처럼 끌어안고 있으니 몸이 굳는 것 같아서.”
류하 씨로부터 해방되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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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에 카일을 인터뷰했는데...잘 진행되지 않아서 굴리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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