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 298
298
시간과 공간을 다루는 힘은 매우 위험한 힘이다.
마나의 친화력이 높은 내가 시간이나 공간을 비틀어버리는 그 행위는
마치 날카로운 선인장으로 공기가 가득 찬 풍선을 쓰다듬는 것과 같다고 한다.
내가 보기에는 티아가 더 위험해 보이지만...
-티아에게 시공간마법을 전수받는 과정에서 카일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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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화점에서 날아다니는 작은 요정은 티아 메르세데스. 요정들의 여왕으로 알려져 있으며, 최근에는 시공간 마법을 배우기 위해서 내가 가르쳐 달라고 하자, 흔쾌히 승낙을 하고 잡화점까지 날아왔다. 요정들의 전쟁에서는 가뿐하게 이긴 모양인지 편지를 보내자마자 2분뒤에 공간을 찢고 찾아왔으니까.
삶은 한정적이지만 배움에는 끝이 없다는 말을 들었다.
최종적인 목표로 내가 이 시공간마법을 배우는 이유는, 그야 당연히 그 바보 같은 잡지를 찍겠다면서 나에게 날아오는 루니아 누나를 피하기 위함이다.
“그나저나 공간침식하고 좌표마법을 1초 이내로 해보라니? 그건 상당히 힘든 일 아냐?”
의외로 어려운 미션만 내놓고 사탕을 먹느라 바빴다. 어디서 가져왔는지 몰라도 미니 피규어 싸이즈의 옷을 구했는지. 여성용 정장을 입고 한 손에는 매우 작은 자를 들면서, 티아는 밝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카일은 애초에 걷기도 전에 뛰어다니는 아이잖아?”
“너에게 아이 소리라고 들으니까 좀 이상한데. 공간침식과 좌표마법을 1초 이내로 하는 것에는 어떤 의미가 있는 거야?”
티아는 내 주변을 이리저리 날아다니면서 태양빛에 반사된 금발이 내 시야를 어지럽혔다. 맑은 하늘과 같은 청명하고 밝게 빛나는 푸른 눈동자가 내 시야에 포착되었고, 그 이후로 티아의 말이 계속해서 흘러 들어왔다.
“가장 짧은 시간 이내에 적절한 좌표까지 정확하고 안전하게 이동하는 것. 그것이 기본이잖아? 시공간술사의 가장 기초적인 개념은 신속성과 정밀성, 그리고 정확도야. 이 기초가 다져지지 않으면 시공의 폭풍 속으로 빨려 들어가서 빛의 신관을 만나겠지.”
“잘못 이동하면 우서를 만나는 건가. 큰일이 날지도 모르니 열심히 해야겠네.”
하지만 아직까지 40초나 걸리는 공간침식을 어떻게 해야 빠르게 침식할지. 그리고 좌표마법의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빠르게 지정된 좌표로 이동할지 감이 잡히지 않을 무렵. 나는 시각을 달리 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3시간동안 계속 공간침식 마법과 좌표마법을 사용하느라, 마나는 충분하지만 뇌가 익어서 사라질 것 같기에, 나는 실이 풀린 인형처럼 그 자리에서 주저 앉았다.
“머리가 익다가 못해 구워지겠네.”
“아직 3시간밖에 연습하지 않았는데? 게다가 시공간술사에 재능이 없으면 빨리 포기해도 된다고? 물론 카일이라면 억지로 노력해서 끌어올릴 것 같지만,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게 존재해.”
“아니. 애초에 나는 시공간마법을 배우는 이유는 따로 있으니까, 어느 정도의 경지만 올라가면 그 이후로는 다른 걸 배울 거야. 다만, 시공간마법을 배우는 것에도 재능이 필요하다는 것은 상상하지도 못했는데?”
“공간지각능력이 매우 뛰어나야 하니까. 오히려 다른 감각보다 더 필요한 것은 뇌에 계산과 시뮬레이션을 할 수 있는 능력이랄까? 오랜 학습으로 몸이 익어서 사용하는 마법이나 검술과는 달리, 이 마법은 매번 상황을 실시간으로 계산하고 변수를 제거하는 마법이니까. 마나의 축복을 받은 카일은 상세한 계산이 필요 없고, 페어링으로 강화 되어 마왕님의 마법을 공유해서 사용할 수 있는 특권이 있다고는 하지만, 실제로 시공간마법은 그것이 아니란 것을 잘 기억해둬. 시공간마법을 제대로 사용할 줄 안다면, 머나먼 우주 좌표에 있는 운석을 간단하게 가져올 수 있으니까.”
“그거 완전히 천리안이잖아? 보는 시각이 다르다고?”
“페어리들의 시각이 사람과 같을 거라 생각해?”
확실히 다를 것이라 생각을 했지만, 지금 티아의 말을 들어본다면 저 멀리 날아가는 운석을 소환해본 적이 있다는 소리가 된다. 티아는 내 어깨 위에 앉아서 다시 말하기를...
“카일은 그래도 마나의 축복을 받은 아이니까. 이 기초만 확실하게 습득하는 것으로 내가 가르쳐주는 것은 끝이야. 기초만 제대로 확실히 배우고 익히면, 나머지는 카일의 생각대로 시공간마법을 사용할 수 있을 거야. 하지만 지금 이렇게 보았을 때는 최소 2년정도 걸리겠지만...”
최소 2년이라고? 기초를 다지는 것만?
뭔가 대안이 필요하다.
“내가 가장 부족한 것이 뭐길래? 2년동안 기초만 수련해야 하는 거야?”
“흐음. 확실히 요정들의 감각은 다른 인간들보다 전혀 다른 것이라서 설명은 하지 않았지만, 나는 지금도 이 땅이 매우 빠르게 돌아가면서 태양주변을 공전하는 것을 느끼고 있고, 이 땅을 넘어서서 저 먼 우주에서는 여러 행성들이 정렬에 맞춰서 태양 하나를 중심으로 빠른 속도로 돌고 있어. 천천히 도는 것처럼 보여도 그 공간에서는 공기가 없으니 매우 빠르게 움직이고 있지. 그 주변에서 여러 혜성이 이리저리 날아들기도 하고, 다른 곳에도 부딪치기도 해. 지금은 아침이라 보이지 않지만 운석 하나가 이곳에 진입하다가 불타 없어지기도 하지. 이런 거야.”
“그럼 지금 내가 부족한 것이?”
“인간의 시각과 감각에는 제한이 있다는 거야.”
그렇다고 석가면을 사용해서 인간을 그만둘 수 없는 내용이고, 2년정도 수련을 해야 요령만 터득하는 것을 잘 알았다. 그렇다고 한들...사람이 배울 때는 확실하게 배우라는 소리가 있듯이, 지금 이렇게 느리게 성장을 한다고 해서 조만간 있을 티르의 악행이 느리게 온다는 것도 아니니, 단기간 내에 확실하게 성장하는 방법을 알아내야 하지만, 지금은 뇌가 지쳐서 생각을 하다가 도중에 자기 멋대로 그만둔다.
“페어리들의 감각이라고 한들...듣기만 하면 잘 이해가 안 되네. 그냥 나답게 다른 마법을 응용해서 사용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어.”
페어리들은 그 작은 몸으로 날아다니면서, 상상하지도 못하는 변화를 감지하고 다니는 것일까? 내 뒤에서 시나가 올빼미의 모습으로 천천히 다가와서 입을 열었다.
“마스터. 점심식사를 하실 시간입니다.”
“9시부터 일어나서 3시간동안 꾸준히 했으니까. 지금 점심시간이구나.”
“티아의 몫도 있어?”
“루시피나가 많은 음식을 만들었으니 페어리 퀸도 참석하시죠.”
“그럼 사양하지 않고 참석하도록 할까나?”
***
점심을 먹은 뒤에 레시아는 어린 소녀의 모습으로 베니를 안고 다니며 나에게 입을 열었다.
“페어리 퀸의 수업을 들으니 조금이라도 실력이 향상되는가?”
“아뇨. 최소 2년동안 좌표마법만 하게 생겼어요. 시공간술사에서 시간을 빼게 생겼으니...”
“그런가. 그거 참으로 힘들겠군.”
좋은 향기가 올라오는 연보라 빛의 머리카락이 내 바로 아래에 위치하고, 내 무릎 위에 레시아의 맨다리가 놓여있는 것으로 보아...
“레시아? 어째서 제 무릎 위에?”
그러자 레시아는 엄청난 국어책 읽기를 뽐내며 이렇게 입을 열었다.
“어이구. 짐도 참. 고양이 모습인 줄 알았노라.”
“장인정신이 스며드는 환상의 국어책 읽기였네요. 얼마나 딱딱하게 읽는지 귀가 바위에 부딪치는 줄 알았어요. 그나저나 이런 모습으로 있으면 시나가 보고 100%확률로 화를 낸다니까요?”
레시아의 홍옥처럼 붉은 눈동자가 나와 마주했다. 베니를 끌어 앉은 체 살짝 미소를 짓고 있는 모습을 보며, 다음 레시아가 하는 말을 그대로 들어야 했다.
“주인은 혹시 다른 구시대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지 않는가? 한 여자와만 바라보고 결혼해야 한다는 그런 강박관념이라던가?”
“그거 구시대적인 생각이 아니라 인간의 법이 그렇거든요? 마계에서는 좀 다를 수 있긴 하더라도, 게다가 귀족이나 왕이나 황제들은 일부다처제가 가능하다고 하지만, 저는 꼭 그럴 필요성까지는 느끼지 못하는 걸요?”
“주인은 아직도 종족이 인간이고 계급이 평민이라고 생각하는 것인가? 꽤나 낡은 사고방식의 NPC이지 않는가?”
“NPC는 뭔데요.”
여기서 그런 단어 쓰지마.
“NPC는 Non-Player Character의 약자입니다. 마스터는 NPC가 아니라 엄연한 공략대상입니다. 그러니 정정하세요. 냥캣.”
“맞아. 나는...이 아니라 누가 공략대상이야!”
시나도 레시아로 인해 위기감을 느꼈는지 레시아보다는 키가 살짝 큰 소녀로 변해있을 무렵. 어디서 가져와서 입는 것인지 몰라도 하얀 스웨터와 분홍색의 치마를 입고 있었다. 덤으로 레시아는 검은 스웨터와 회색 빛의 스커트를 입었지만, 잡화점의 안이 따듯하니 스타킹을 신어서 체온을 보존할 생각은 하지 않은 것 같았다.
“냥캣. 그보다 마스터에게 너무 붙어있지 않습니까?”
“오? 비둘기. 지금 질투하는 것인가? 짐이 주인과 붙어있는 것만으로도 질투하는 것을 보면, 그런 사무적이고 담담한 철판 속에서 마치 감정을 불러 일으키는 것처럼 느껴지는군. 그래서 짐이 비키지 않는다면 주인 앞에서 마법을 사용할 것인가?”
“......”
시나는 아무 말 하지 않고 눈이 살짝 찌부러졌다. 하지만 레시아는 내 무릎에서 벗어나 시나에게 천천히 다가가서 무엇이라 속삭였는데, 너무 작은 소리라 내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레시아는 천천히 자리를 벗어나면서 마리아를 부르기 시작할 무렵. 시나는 천천히 나에게 다가가서 아까 레시아와 똑같이 내 무릎에 앉았다.
“시나?”
“지금부터 휴식에 들어갈 겁니다.”
“내 무릎 위에서?”
“동면도 할 수 있습니다.”
“내년 봄까지 이러고 있는 건 무리라고!”
시나는 정말로 휴식을 취하고 있는 것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 말도 없이 침묵이 강림해서 잡화점 내부에서 봉산탈춤을 추는 동안, 나는 뭐라고 말해야 하는 가에 대해 천천히 고민을 하고 있었다. 어떻게든 이런 어색한 침묵은 깨야 하긴 하지만, 지금 시나의 귀마저 붉어진 것으로 봐선 내가 섣불리 말을 걸기에는 힘들지도...
하지만 침묵을 내쫓은 것은 시나의 말이었다.
“마스터는...역시...저처럼 딱딱한 아이를 싫어하시나요?”
“시나는 전혀 딱딱하지 않는 걸. 낯을 가리지 않잖아?”
“그럼 마스터는 저처럼 티타늄 강도의 아이를 싫어하시나요?”
“아니. 그거 대체 무슨 질문이야?”
강도가 티타늄일 정도로 철벽인 아이가 대체 어디에 있는데?
“항상 마스터는 저희들을 볼 때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제가 지금까지 지켜본 것으로는 잡화점의 멤버들을 하나같이 동일한 시각을 바라보는 것일 뿐입니다. 게다가 하루 아침에 습격 당해서 페어링이 강화된 그 냥캣하고도, 아무일 없었던 것처럼 잘 지내고 있으니까요.”
“네 말은 즉, 나는 다른 사람들을 볼 때 별로 의식하지 않는다는 소리가 되겠지?”
“맞습니다. 저를 볼 때도 여성으로 의식하지 않습니다. 마치 강물에서 볼 수 있는 플라나리아를 관찰하는 눈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 눈으로도 본 적도 없어!”
날 대체 어떤 인간으로 만들 생각이더냐?
“다른 곳에서는 이렇게 정신력이 뛰어난 사람을 부처라고 하던가요?”
“부처라니...”
“부처가 이렇게 멋지니 부처 핸섬인가요?”
“도대체 그 개그 누가 알려준 거야?”
당장 태워버려야겠어.
“그럼...”
시나는 잠깐 뜸을 들이다가 다시 말을 이어 붙이기로 했는지 호흡을 가다듬고, 이내 몸을 돌려서 나를 바라보고는 내 목에 가냘픈 팔을 둘렀다.
“저도 언젠가 냥캣처럼 습격을 해도 용서해 주실 건지요?”
...그거 무슨 예고?
“저기. 일단 그 질문에 대답은 앞으로 4만년 뒤에 일어날 호루스 헤러시가 일어날 때 하는 것으로 하자.”
“그건 다른 차원의 이야기입니다. 확실히 지금의 발언에 대해 마스터가 대답하는 것은 무리겠지요. 제가 너무 성급했나 봅니다.”
빨갛게 물든 볼을 하고서도 애써 표정을 감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시나는, 그대로 나를 안으면서 “그럼. 잠깐 쉬겠습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티아가 옆에서 공허한 눈으로 바라보며 살기를 내뿜었기 때문에, 15분간 가시방석에 앉는 그런 기분으로 시나의 머리를 쓰다듬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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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저스를 하는데...
바이올렛은 집사가 본체인듯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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