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 285
285
언제나 죽을 뻔한 고비를 넘기고 난 뒤에는 충분히 휴식을 취하고, 나는 미이라로 만들어버린 붕대를 조금씩 풀면서 점점 사람다운 모습으로 되돌아갔다. 그 옆에서 노란 슬라임처럼 움직이고 있는 생물은 점점 위로 올라와 내 무릎을 점거했다. 그래도 정말 신기한 것은 이 녀석을 끌어 안았을 때만큼은, 그래도 기분이 좋다고나 해야 하나? 머리가 쾌적해진다고 해야 하나? 계속 끌어 안고 있어도 좋은 기분이 든다. 다우니 향도 나고...
“어이! 베니! 그 무릎은 짐의 자리이니라!”
아. 그러고 보면. 이름은 내가 지어줬는데 그 계기가 아무래도, 시나가 어떤 사람의 코멘트를 보고, 카시로 부르려고 하다가 레시아에게 사전차단을 당한 이후, 둘이 또 격하게 싸워서 잡화점을 날려먹었다. 결국 내가 이름을 짓기로 해서 ‘베니’가 되었지만, 베니는 은근히 나뿐만 아니라 모두에게 애교를 부리는 것으로 보면, 마치 애완견과 같은 기분이 들었다.
베니는 차고로 내가 예전에 길렀던 강아지였지만...
“당장 비키지 않으면 페가수스 유성권을 사용하겠노라!”
“레시아. 그건 대체 어디서 계속 주워듣는 건지 몰라도 그건 다른 만화의 필살기잖아요.”
“밤에도 사용할 수 있다!”
“아니. 밤에 사용하면 100%로 죽겠죠.”
하얀 올빼미는 내 왼쪽 어깨에서 입을 열었다.
“베니가 온 이후로 마스터 옆에 있기 더욱 힘들어진 것은 마찬가지 입니다. 마스터는 베니를 한번 끌어안으면 놓지 않고 계속 그러고 계시니 말이죠.”
“그래도 각자 베니를 다 안아봤을 거 아냐? 마음이 평온해지고, 행복해지는 그런 것. 대체 어떤 구조로 이루어졌는지, 어떻게 이런 효과가 나타나는지 몰라도, 끌어 안기만 하면 심신이 안정이 된다고 하면 되나? 여태 살아오면서 잡화점을 쭉 이어나가다가, 드디어 잡화점을 하게 된 의미를 찾았다고 해야 하나? 아무튼 지금은 베니만 끌어 안을 수 있다면 확실히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아.”
베니도 고무풍선에서 나올 법한 기이한 소리를 내며 기뻐했다.
...기뻐한 거 맞지?
갑작스레 마나의 반이 빠져나갔다는 의미는 레시아와 시나 중에서 한 명이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아갔다는 소리인데, 뭔가 화가 잔뜩 난 레시아가 붉은 눈동자를 내 앞에 들이댔다.
“주인은 이걸로 얼마나 위안을 받는지 잘 모르겠지만, 짐에게도 어디 한번 줘보거라!”
거칠게 베니를 빼앗아 가면서 끌어안는 레시아는 순식간에 땅에 주저 앉더니.
“그렇군! 그대도 짐이 좋은 것인가? 오랜 세월을 살아오면서 그대와 같이 짐을 행복해주는 자는 처음이로다!”
볼을 베니에게 비비면서 격렬하게 좋아하고 있었다. 이 능력이 얼마나 무서운 능력인가에 대해 입증한 것은, 루나 또한 베니를 끌어 안았을 때 상당히 기뻐했고, 쇼콜라 씨도 살벌한 오러에서 상당히 평온하고 행복한 오러로 바뀌었다는 전설을 가지고 있는 능력.
이제는 마왕까지 함락을 시켜버린 능력인 만큼, 베니는 잡화점 멤버의 일부로 확실히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그나저나 어째서 베니와 말이 통하는 거지?
“아 행복하군. 정말 행복해서 이대로 잠들 것만 같노라.”
어느 사이에 쿠션이 되어버린 베니와 둥근 카펫에서 눈을 감으려고 하는 마왕 레시아. 연보라 빛의 머리카락이 카펫의 일부분에 넓게 퍼지면서...
“아니. 레시아. 바닥에서 자면 안 되요. 차라리 침실에 가서 자야죠. 게다가 지금은 고양이 모습이 아니고, 본 모습으로 고양이 행세하시면 안 된다니까요?”
“냥?”
“하지 말라고!”
레시아는 천천히 일어나면서 볼을 부풀리고는 입을 열었다.
“침실은 주인과 같이 들어가는 장소가 아니던가?”
“왜 저하고 같이 들어가는 장소로 명명한 것인지 몰라도, 그건 확실하게 긍정적으로, 절대적으로도 아니라고 봅니다만?”
“주인과 낮잠을 같이 자본 기억이 벌써 10년이 다 되어가다니.”
“댁은 올해에 처음 만났거든!”
2월 말에서 3월 초로 기억하는데...
“저는 마스터와 낮잠을 잔 기억이 없으니 지금 당장 같이.”
“이상한 곳에 투지를 발휘하지 말라고 시나.”
올빼미는 내 옆에서 말이 막힌 체 그저 가만히 있었다.
“와아. 카일!”
의자 뒤에서 루니아 누나의 나긋나긋한 목소리와 함께, 내 목에 양 팔이 감기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오늘도 카일을 통해 충전해야지이.”라는 말과 함께 떨어질 줄을 몰랐다.
“루니아 누나는 대체 저를 통해서 뭘 충전한다는 거에요? 주기율표에 나와있는 원소 중 하나에요? 그리고 언제까지 안 놔줄 생각이에요?”
“세슘 충전할 때까지이?”
“세류 충전이겠지! 세슘은 충전을 하면 죽는 거고!”
“카일도 끌어 안을 때 좋은 기분이 드는 걸? 마나의 축복을 받은 사람은 자연스럽게 마나가 기류를 형성해서 그 주변에 있는 사람은 상쾌하게 만들어 주는 걸? 베니하고 비슷한 능력이잖아?”
“뭐 그건 얼핏 들어서 잘 알고 있지만, 베니 같은 경우는 잡화점의 벽난로 안에 있는 대결계의 영향을 받고 태어난 녀석이니까요. 아마 그 대결계가 담당하고 있는 부분은, 사람이 살기 좋은 환경을 유지시켜주는 부분일 거에요.”
나와 싸웠을 당시에 어떻게 다른 사람의 기술과, 마법까지 복사를 해서 싸웠는지 모르겠지만, 지금의 베니는 상당히 안정화된 상태라고 보면 된다. 왼손에 아직까지 붕대를 감고 있지만, 왼손에 있는 상처도 거의 다 아물어가는 시점에서, 그냥 이대로 붕대를 감고 다니면 흑염룡이 생길 것 같으니, 서서히 오른손으로 붕대를 풀기 시작했다.
“그나저나 저런 아메바 같은 단세포생물은 대체 뭘 먹고 사는 걸까아?”
루니아 누나는 내 뒤에서 질문을 던졌다. 확실히 지금은 슬라임이라고 표현하기에는, 위족 4개로 지탱하면서 걷고 있는 모습을 보면, 영락없이 4족보행을 하고 있는 동물이다. 나중에는 여러 가지 형태로 변화를 시키려는 목적으로, 레시아가 교육을 하고 있는 것일 것?
“단 거 좋아해요. 베니는.”
사탕이나 케이크, 푸딩 그런걸 주면 매우 좋아하며 한 순간에 삼키고 분해해버린다. 영양분은 그리 많이 필요해 보이지 않지만...흐느적 흐느적거리며 레시아의 배낭처럼 등 뒤에 붙은 베니. 사물을 보고 따라 하기 시작할 무렵. 레시아는 확실히 기뻐하면서 이렇게 입을 열었다.
“주인. 잠깐 외출하겠다!”
“다녀...잠깐! 무슨 외출이야! 그 모습으로 나갔다간 보통 사람들이 죽거나 심한 경우에는 침을 흘린다며! 지금 그 모습으로 Re: 파이론부터 시작하는 인간계침공을 작성할 생각이야!”
너무 기뻐해서 문제가 있기도 하다.
“아직 아버지는 왼손이 다 회복되지 않으셨잖아요? 그냥 그 상태로 놔두시는 것이 어때요?”
내 무릎 위에 앉은 카렌이
“아이! 깜짝이야! 이게 뭐야!”
너무 터무니 없이. 그리고 느닷없이 내 앞에서 말을 꺼내왔다. 여전히 붕대를 풀고 있는 왼손을 붙잡고는 다시 붕대를 감으면서 입을 여는 카렌의 말은 이러했다.
“정말 무식하게 사브르라고 하지만, 그걸 막기 위해서 일부러 왼손을 주는 경우가 어디 있어요? 좀 더 다른 방법을 찾으라고요? 언제나 저의 여린 마음에 상처를 주지 말라는 소리에요. 아니면 붕대를 빨리 푸는 이유가 뭔가요? 애인을 빨리 만날 생각인가요?”
“...애인?”
“아버지는 이해를 못했지만, 지금 이걸 이해한 사람은 태반이라고 봅니다.”
“뭔지 몰라도 독자들에게 이상한 소리를 하지마.”
대체 이게 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카렌이 매우 쓸 때 없는 소리를 한 것만 같았다. 카린 때와 모습이 거의 일치하는 카렌은 코발트 블루 색상의 머리를 포니테일로 유지하면서, 단아하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내뿜었지만, 애석하게도 이 아이의 포지션은 내 유전자를 사용한 호문쿨루스라면서, 태클 캐릭터가 아니기라는 점에서 보아. 그 기계에서 뭔가 오류가 났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니면, 내가 나를 억압하지 않고 좋은 환경에서 본성대로 지낸다면, 저런 성격으로 되어 다른 누군가가 나를 태클 걸겠지.
“어쩔 수 없어요. 제 담당이 명확하게 성인에 맞춰진 드립을 하는 역할이라...”
“오늘부터 호적에서 파면 되는 거냐?”
“농, 농담이에요!”
애초에 호적에도 쓰여지지 않았지만, 카렌은 계속 내 무릎 위에서 떠날 줄은 몰랐고, 루니아 누나는 내 뒤에서 계속 뭘 충전하는지 모르겠지만, 이제 제발 놔줬으면 좋겠다. 베니가 필요해.
“주인! 이거 보거라! 짐이 베니에게 간지럼을 태우는 기술을 교육시켰노라!”
“꺄하하하핫! 그만! 베니! 그만해! 아하하핫!”
루나에게 그런 걸 실험하지 마.
그 전에 교육하지마.
바닥에서 위족을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베니의 간지럼 공격을 받으며, 쓰러져있는 루나의 표정은 웃음기가 사라지지 않는 행복한 표정이었다. 과하면 괴롭기야 하겠지만 지금은 적당하게 루나를 제압한 베니는 마치 나에게 칭찬을 바라는 모양이었다.
그 증거로 4개의 위족으로 내 주변을 계속 뛰어다니면서, 내 시선을 계속 주시하게 만들었으니까. 이쯤 되면 슬라임인지 아메바인지 혼동이 오는 그런 경우지만, 평상시에는 그냥 슬라임처럼 기어 다니는 것이 더 편한지 위족을 전부 감췄다.
약 5분간의 시간이 더 지날 무렵. 이제서야 오후 12시라 점심을 먹어야 하는 시간에, 1층에 마법진이 펼쳐지면서 마리아가 모습을 드러냈다.
“후우. 여전히 마왕님이 쌓아놓은 잡일은 정말이지 많군. 이러다가 첩이 과로사를 해서 어디론가 사라질지도 모르겠다. 역시 이 스트레스는 베니를 끌어 안아야 치유가 되는 것이지만.”
마리아가 온 것과 동시에 베니가 점프를 뛰었다. 확실히 다른 잡화점 멤버에게 하루가 다르게 적응한 베니의 역할이라면, 고된 일을 끝마치고 왔을 때라고 해야 할까? 마리아는 금세 피곤한 표정에서 행복한 표정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정말 베니 없으면 이제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 모르겠노라.”
베니는 마리아의 말에 기이한 소리로 응답을 했다.
“그런가! 역시 베니도 첩 없이는 못사는 건가!”
그러니까 어떻게 이야기가 통하냐고!
“늘 궁금한데. 저는 베니가 말하는 것은 고무풍선의 마찰음밖에 들리지 않는데요. 레시아나 마리아는 베니의 말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나요? 아무리 잡화점이 이세계인이나 다른 몬스터와 대화가 가능하게 해주는 통역기능이 있다고는 하지만, 지금 베니의 소리는 제대로 들리지 않거든요.”
“무슨 소리인가? 모르는 것이 당연한 것을.”
“모르는 거냐!”
“그래도 첩은 베니의 사념을 읽을 수 있으니, 이 아이가 답하는 것이 긍정인지, 부정인지는 확연하게 알 수 있다. 보통 강아지들의 반응을 보면 잘 알지 않는가? 꼬리를 흔들고 같이 있는 것만으로 세상을 다 가진 듯이 기뻐하는 표정만 봐도, 긍정적으로 행동하고 있는 것을. 이 아이의 표정도 그렇지 않는가?”
아니. 저거 표정을 어떻게 읽냐고요?
“그건 그렇고 이번 백장미에는 베니도 출현시켜야죠오?”
잊고 있었다.
루니아 누나가 여기에 휴가까지 써서 온 진정한 목적을...
“제길! 또 그 저주받은 잡지를 찍기 위해 이곳에 휴가를!”
순식간에 의자에 일어나서 도망가려던 찰나에, 순식간에 루니아 누나에게 잡혀서 제압당했다.
“놔! 베니에게 만큼은 나의 참담한 꼴을 보여줄 수 없어!”
“무슨 소리인가 주인. 무궁무진한 주인의 반전매력을 베니에게 전부 보여주는 것도, 의외로 기분 좋은 일이 될 수 있다고? 이미 좌표는 맞춰놨으니 마법진에 들어가면 촬영장으로 갈 것이다.”
“지금까지 시간을 끌은 이유가 그거냐! 안 돼! 끌고 가지마!”
나는 바닥에 최대한 밀착한 상태로 끌려가지 않기 위해 노력을 했지만, 루니아 누나는 그런 나를 뒷목으로 잡고 번쩍 들어서 마법진으로 끌고 갔다.
“12호도 수많은 독자들이 기대하고 있을 거에요오!”
“그런 거 기대 안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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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마다 베니 같은 녀석이 있으면, 오늘 일 하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가 좀 덜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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