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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이 튀어 허공에서 춤추며 무의미하게 사라졌다. 강철과 강철이 만날 때마다 그 수많은 불꽃은 허무하게 희생되고, 잡화점의 검은 나무 벽과 바닥을 채색하듯이 튀어가는 검은 점액과 붉은 피는 서서히 말라가기도 전에, 그 위를 덧칠하면서 계속해서 생기를 유지하고 있었다. 하물며 지금이 4분밖에 지나지 않는 시간에 그 짧은 시간 동안, 작은 상처들이 이곳 저곳에서 생겨나기 시작했고, 내 앞에 있는 생물도 마찬가지였지만, 가장 크나큰 차이가 있다면, 저 생물은 자동으로 수복이 가능하고, 나는 피에 대한 권능이 아무것도 없으니, 튀어나간 피는 다시 내 몸 속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오히려 지금 은빛 송곳의 시퍼런 날이, 붉은 피에 도취되어 붉게 달아오르고 있을 무렵. 다시 날아오는 공격에 허리를 숙이고, 피의 대가를 치르는 검이 다시 인간의 형태를 띈, 슬라임의 옆구리에 박힌 상태로 내 양 어깨를 노리기 위해, 다시 경화된 단검모양의 젤리가 쏜살같이 내려왔고, 내 왼손에 있는 단검으로 상대의 오른팔을 박아 넣고, 그 오른팔이 자연스레 상대의 왼쪽 손목을 내려찍게 만들었다.

 

이래서야 감각도 없고 경직도 없는 호문쿨루스와 싸우는 것 같잖아!”

 

눈에서 빔이라도 쏘지 않는 것이 다행이다.

 

-피융!

 

아니 쏴서 다행이 아니구나.

 

애초에 눈에서 빔을 쏜다는 말에 의식하지 말라고!”

 

사실 빔이 아니라 나무 바닥을 꿰뚫을 정도로 경화된 상태로 나아간 것. 하지만 역시나 늘 생각해왔듯이, 바보 같은 생각을 하면 그것이 현실로 되어 이루어지니 조심해야 한...

 

잠깐? 생각?

 

너도 내 독백 읽었냐!”

 

요즘 내 독백을 읽을 수 있는 다른 생명들의 범위가 넓어지면서, 조만간 땅에 박혀있는 잡초마저 내 독백을 읽고 침을 뱉지 않을까 걱정이다. 거칠게 발로 차서 박혀있는 검이 2차적으로 데미지를 주고 있는 사이에, 나도 거리를 살짝 뒤로 떨어져서 숨을 고르고 있었다.

 

피의 대가가 활성화된 티르빙으로도 저 생물의 상처가 재생된다는 의미는, 분명 저 안에 어디 있을 법한 잡화점의 대결계 중에 하나가, 살아 숨쉬게 될 수 있는 코어 역할을 하게 된 것일지도 모른다. 애초에 잡화점 규칙의 8번째를 보면, 집안에는 대결계로 작동하는 물건이 숨겨져 있으니, 아이들에게 절대로 발각되지 말라고는 하지만, 대체 어떤 아이가 벽난로 쪽에 있는 대결계를...

 

. 크리스마스에는 가능할지도 모르겠구나.

 

대결계로 작동하는 물건이 숨겨져 있다고는 하지만, 설마 벽난로에 벽돌 중 하나는 아니겠지? 그보다 레시아와 시나가 내 쪽으로 공간이동마법을 사용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면, 나 혼자서 이걸 어떻게든 해결해야 한다는 소리잖? 어라?”

 

내 앞에 있는 젤라티노...아니. 젤리인간의 무기가 서서히 사라지더니, 오른손에 초승달처럼 아름답고 유아한 곡검이 나타났다.

 

저건 분명...”

 

나 또한 티르빙을 사브르 형태로 바꿔나가면서 천천히 입을 열었다.

 

레시아의 검술마저 따라 할 생각인가?”

 

확실히 레시아의 검술에는 매력이 올라갈수록 강해지는 그런 바보 같은 설정이 붙었지만, 이걸 좀더 구체화하고 서술해서 말하자면, 레시아의 검술은 하나의 춤사위와 같다. 시선을 빼앗고 사람의 넋을 놓게 만드는 검술. 그게 지금 내 눈 앞에서 실현하고 있었다. 오히려 레시아의 검술에 대처하는 방법은, 절대적으로 상대의 움직임에 집중을 하면 안 되는 무서운 검술.

 

목이 지금 당장이라도 떨어질 상황에서라도, 상대의 움직임을 집중해서 보는 순간, 오히려 그 틈을 깊게 파고 들어 천계나 마계에 가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보리라.

 

제길. 어느 은행에서 일하는 검사의 심안도를 사용할 수 있다면 정말 좋았을 텐데. 애석하게도 나는 참철도를 사용할 수 없잖아?”

 

긴장을 풀기 위해 어처구니 없는 혼잣말을 흘려 보낸 뒤에, 겨우 채워졌던 마나를 다시 신경계에 과부화 하기 위해 온 몸으로 돌리기 시작하면서, 바람을 가르고 나에게 날아오는 시퍼런 날을 감지하는 것만으로, 내 몸은 자연스럽게 움직여 튕겨냈다.

 

내 앞에서 이미 지난 수를 보인다는 것만으로도 더욱 상황만 악화될 뿐이야.”

 

그러나 애석하게도 내 앞에 모여드는 붉은 빛의 점멸하는 순간, 내가 폭발음과 함께 온 몸이 으스러질만한 충격을 받았다.

 

커흑...! 마법...이라고?”

 

핏덩이를 토해내고 나서 겨우 겨우 숨을 쉴 수 있는 나는, 마법까지 사용할 줄 아는 젤라티ㄴ...아니 그거 말고! 구미베어...도 아니고! 젤리인간 앞에서 입을 열었다.

 

마법 데미지는 아니더라도...크으읏!”

 

충격으로 날아가서 부딪친 곳이 하필이면 거대한 유리조각이 있던 곳. 아슬아슬하게 급소는 빗나가서 반신 불구가 되지는 않았지만, 조금만 더 왼쪽으로 갔었다면 분명 척추가 무너져 내렸을 거란 생각에 머리가 잠깐 아찔해졌다. 몸을 더 움직이려고 하면 크나큰 고통이 온 몸을 억눌렀고, 젤리인간은 천천히 검을 들고 나에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마나는 거의 비어가고, 몸은 이미 성한 곳이 없다고는 한다면...

 

강화.”

 

한 마디를 읊었다.

내 시력을 최대한 강화를 하면서 대결계의 물품이 어디에 있는지 확인만 해도 충분하다.

다른 신체에는 빛나지 않았지만, 정확히 두개골 쪽에서 빛이 나오기 시작했다.

 

만화나 소설 속에서 주인공들이 어째서 이런 도박에 과감해질 수 있는지 이제 알겠다니까. 이야기 전개야 내가 볼 수 있으니까 도박에 성공한 것을 예측할 수 있어도, 실제로 이런 상황에서는 해도 죽고, 안 해도 죽으니까!”

 

젤리인간의 사브르가 내 목을 노리고 오는 것은, 내 왼손을 꿰뚫은 뒤에 붙잡아 봉쇄 시키고, 오른손에 마나를 한 가득 담아 강화된 시력으로 젤리인간 머리에 밝게 빛나는 핵을 향해 뻗어나갔다.

 

쓸 때 없이 죽기 싫어서 하는 행동이었다고!”

 

아이언 클로 때와는 전혀 다르게, 단숨에 얼굴을 무너뜨리고 꿰뚫어서 밝게 마법진이 빛나고 있는 구체를 꺼내는 것에 성공했다. 경질화 되고 모습을 구성했던 젤리가 순식간에 바닥으로 철퍽!’하고 주저 앉으면서, 나 또한 지금까지 있었던 빈혈과 탈진으로 주저 앉았다.

 

그건 그렇고...일단락 끝냈으니...이걸 되돌려야 하는데...”

 

더 이상 힘이 나지 않았다.

애석하게도 내가 짜낼 수 있는 에너지는 여기까지인가?

모든 세상이 어두워지기 시작하면서, 고작 바닥만이 나를 반겨줄 뿐이다.

 

바닥...청소해야 하는데...”

 

***

 

다시 눈을 뜰 무렵에 보통은 살아있는 것을 확인하면, “맘마미아! 내가 살아있잖아! 이건 기적이야!”라고 말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라면, 나와 같은 경우에는 검은 나무 벽을 확인하는 순간...

 

살아있는 건 좋은데. 미이라 코스프레를 좀 많이 하는 것 같네.”

 

아무래도 신은 여기서 죽을 운명이 아니라고 전해주는 듯이, 아직까지는 내가 적절한 상황에 구출을 받았다는 사실에, 머나먼 행성으로부터 직수입해온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 한숨이 어디 있냐고?

있을 수도 있지.

 

마스터. 일어나셨습니까?”

 

하얀 올빼미가 내 머리 위에서 말을 걸어왔다.

 

지금까지 시나가 보고 있었어?”

 

아뇨. 아까 전까지만 해도 냥캣이 마스터의 옆자리를 지켰습니다.”

 

그것 그렇고. 여기는 마리아와 루시피나가 쉬는 곳이잖아. 원래 내가 이곳에 쉬면 안 되는 거 아냐?”

 

모두 루나의 방에서 잠자고 있습니다. 루니아는 마스터를 대신해서 잡화점을 운영하고 있고, 쇼콜라는 아직까지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무슨 일인지 몰라도, 쇼콜라 씨가 옆에 있었다면 정말 무서웠을 거야.”

 

간병을 하면서 나에게 주먹을 휘두를지도 모르니까.

 

그건 그렇고 내가 쓰러지고 나서 어떻게 된 거야? 아니, 쓰러지기 전에도 뭔가 이상했는데?”

 

시나는 본연의 모습으로 되돌아가서 침대 옆에 있는 의자를 끌고 왔다. 눈보다 하얀 백발과 나를 무표정하게 바라보는 벽안을 의식하게 만들 무렵. 여전히 담담한 어조로 나에게 모든 것을 보고했다.

 

마스터가 잡화점에 홀로 들어가시자마자, 잡화점이 이 세계로부터 소실되었습니다. 시공간적으로 따지자면 이 차원이 아닌 다른 차원으로 순식간에 날아가는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시공간으로 동일한 위치에 없어서 귀환마법도 들지 않았고, 페어링 또한 끊어진 상태에서 약 5시간 뒤에 다시 잡화점이 나타났을 무렵에는, 거대한 중상을 입고 나타난 마스터밖에...”

 

그럼 이곳은 파이론이 아닌 건가?”

 

아뇨. 주인님이 들고 있던 대결계를 이루는 물건을 벽난로 쪽에 수복을 하고, 정문을 닫고 다시 열어서 본래 위치했던 그 장소에 위치했습니다. 잡화점이 자동으로 이동을 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 위치에도 뭔가 비밀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그런 사소한 것을 생각하지 말고, 천천히 안정을 취해가면서 쉬는 것이 답이다. 붕대가 약간 심하게 감겨있는 왼손을 바라보면서, 나는 천천히 입을 열기 시작했다.

 

시나는 이거 언제쯤 나을 것 같아?”

 

루니아의 특제 약품을 발라놨으니, 이틀 정도면 자연스럽게 움직이실 수 있을 것이라 봅니다. 등에 있는 상처도 3일 정도면 회복을 하실 겁니다.”

 

내가 의식이 없었을 때 바르는 것이 천만다행이라 생각했다. 아직까지 욱신거리는 온 몸의 통증을 고스란히 받아가는 동안, 시나가 천천히 일어나면서 고스란히 나를 껴안았다.

 

시나?”

 

가만히 있어주세요. 마스터. 지금 제 심신에 안정을 되찾고 있으니까.”

 

나는 그저 오른손을 옮겨서 시나의 머리 위에 손을 올려놓고 입을 열었다.

 

어차피 이런 몸으로는 떨쳐내지도 못해.”

 

시나는 작게 몸을 떨면서 이윽고 더 강하게 힘을 주면서 안았다.

 

무서웠어요. 마스터. 조금만 늦었더라면 마스터를 두 번 다시 볼 수 없다는 그 생각에...”

 

일촉즉발인 상황에서 생각보다는 빠르게 행동하란 말이야. 그래도 지금 내가 살 수 있었던 것은 뒤늦게 온 베가프가 축복을 내려서 그런 건가?”

 

시나는 다시 일어나서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그건...”

 

반 투명한 노란 젤리가 느닷없이 내 침실 위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가 아니라! 저 생명체는 또 뭐야!”

 

아파 죽겠는데 소리지르느라 몸이 더 아파왔다.

 

루니아가 만든 요리에서 나온 생명체인데, 이 아이가 핵을 오염시키며 벌어진 사건이었습니다. 물론 마스터가 마지막에 어떻게 하셨는지 몰라도, 저의 권능을 이용해서 이 아이의 사악한 기운을 침식해서 없애버리고, 성향이 반전이 된 이 아이가 주인을 품어서 5시간 동안 죽지 않게 유지시켜왔습니다.”

 

아까 위에서도 5시간정도 잡화점이 소실 되었다고 했으니까...

 

-스믈스믈

 

노란 젤리처럼 흐믈흐믈하게 다가오는 생명체이지만, 내 몸에 수분도 묻지 않았고 뭐랄까 물풍선을 만지는 기분이랄까?

 

그럼 내가 마지막에 사용했던 것은 시나의 권능이라고는 하지만, 그 때는 페어링이 끊어진 상태였잖아?”

 

시나는 잠깐 고민을 하고 난 뒤에 입을 열었다.

 

저는 다른 차원의 여신. 잡화점이 날아가던 장소에는 제가 마침 깨어나고 있던 장소였을 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그 여신이 저를 대신해서 도와줬을지도 모르죠. 아까 안겼을 때 익숙함이라고나 할지...그리움의 잔재가 남아있었습니다.”

 

그걸 대체 어떻게 아는 건데?”

 

시나는 잠깐 복잡해진 얼굴을 보였다가 숨기고는, 그 노란 젤리를 들어서 끌어안아 자신의 무릎 위에 올려놨다.

 

이 아이는 어떻게 하실 겁니까?”

 

“...키워야지 뭐. 5시간동안 내 목숨을 유지해준 녀석이잖아.”

 

노란 젤리는 내 말을 알아들었는지, 알 수 없는 이상한 소리를 내며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소리가 마치 뭐랄까? 공기가 가득 찬 고무풍선들이 비벼지는 소리랄까?

 

그럼 이 아이의 이름도 지어야겠군요.”

 

시나는 슬라임과 비슷한 생명체를 천천히 쓰다듬으면서 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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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화점은 이렇게 위험한 장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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