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 262
262
학원에서 나의 이미지를 들어본 바로는 멀리서 보기에는 고풍스럽고, 가까이에서 보기에는 절대적인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다는데, 근거 없는 소리를 누가 미쳐 날뛰도록 퍼트렸는지 몰라도, 나의 본래 성격을 알고 있는 6반 이외에는 다른 이들은 제멋대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 전에...
“대항전이 다음주부터라...”
반마다 열리는 대항전이 다음주에 열린다고 해도, 오후에 아르메는 루시피나, 파르시아는 마리아가, 마를렌은 쇼콜라가 담당하면서, 나는 루크에게 더 이상 검술에 관해 알려주지 않고, 전략과 전술에 대해서만 가르치고 있으니까. 잠재력이 뛰어난 아이들이 좋은 스승에게 배운다는 의미는 폭발적인 성장을 할 것이라 본다.
S랭크는 16세들 사이의 기준으로 6반과 5반 2반이 밀집되어있고...솔직히 내가 담당한 6반 같은 경우에는 4명이 전부 S랭크인데, 실전 성적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마냥 모아버린 경향이 있지만, 다른 반의 학생들 중에서 S랭크의 대한 정보는 전혀 없다.
“하아...지금 신인류 문제로 바빠죽겠는데, 내가 대체 왜 이런 것까지 계산을 하고 있어야 하는 거야.”
옥상에서 참담함에 고개를 떨구며 혼잣말을 해버리면서도, 마음속에서 깊숙하게 자리잡은 불안감을 모두 떨쳐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학원 옥상은 주위에 식물과 햇빛을 일정 차단해주는 아름다운 문양의 스테인글라스가 내려다 보고 있었고. 주로 이곳에 쉬는 사람이 많다고는 생각하지만, 지금 내가 그리 신경 쓰지 않는 이유는...
주변이 커플들로 가득 차서 그렇다고 봐야 한다.
자기들 할 일에 열중하면 원래 타인은 잘 안 보이는 법이니까.
물론...옥상에는 루크를 중심으로 아르메, 파르시아, 마를렌이 서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싸우고 있었고, 루크는 여전히 자신 때문에 싸움이 일어난 것을 최대한 무시를 하며, 토끼풀 사이로 네잎을 가진 변종을 찾기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하고 있을 무렵에...
“오. 카린 선생. 우연이군.”
전혀 우연 같지 않아 보이는 이사벨 씨가 나에게 손을 흔들었다.
“점심시간에 무슨 일...윽!”
이사벨 씨 뒤에 거대한 군중이 몰려있는 것을 보자마자, 말 문이 자동으로 영업을 마치고 문을 닫아버렸다. 뭔가 기대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사람들이 많아 보이는 것은...기분 탓이겠지?
“저 뒤에 있는 사람들은요?”
“모두 카린 선생을 보러 왔다.”
“제가 동물원에 있는 희귀동물이라 생각하는 것이 아니길 빌죠.”
“카린 선생을 보기 위해서 무단 결근을 하던 몇몇의 선생님도, 요즘 끝까지 남아서 열심히 하고 있는 모습을 보며 흐뭇해 하고 있다.”
“안 망한 것이 신기할 정도네요.”
애초에 선생이 무단결근을 하면 안 되잖아!
공무원이!!!
“그래서 이번 반 대항전을 하고 난 뒤에, 학원 축제에서 카린 선생도 참여해 줬으면 좋겠는데...”
“싫어요.”
이사벨 씨의 말을 들은 순간 머지 않아 나에게 닥쳐올, 무궁무진한 불안감과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미래를 예지하면서, 나의 입은 뇌를 거치지 않고 척추반사처럼 즉답해버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저 학원 축제인지 뭔지를 참여하는 그 순간, 나의 또 다른 고생길과 흑역사의 밑바탕이 될 것이라 추측하면서...
“참여하겠다는 건가! 역시 카린 선생이라면 그렇게 대답할 줄 알았다!”
“이사벨...아니. 학원장님. 요즘 제 말을 자주 씹어 드시는 것 같은데요?”
“하지만 츤데레 캐릭터가 “싫어요!”라는 것도 결국 좋다는 의미로 해석되지 않는가?”
“저는 츤데레 캐릭터가 아니라 태클을 거는 캐릭터란 말이에요!”
“그럼 부속성을 츤데레로 놓으면 완벽하지 않는가?”
“부속성은 또 뭐야!”
이 사람하고 말을 하다가 내가 먼저 지쳐 쓰러질지도 모르겠다. 대체 어떻게 해석을 하면 자기 좋을 대로만 해석을 할 수 있는 걸까? 정신을 다시 수습하면서 루크 쪽을 바라보고 있을 때. 여학생 4명이 루크 때문에 싸우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4명?
“아. 5반의 엘리트라고 불리는 ‘미야 칸포리우스’로군.”
칸포리우스???
“잠깐. 칸포리우스 제국의 영애를 여기에서 가르치라고 보내요?”
“물론. 게다가 이번 대항전은 5반이 모두 1등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미야 칸포리우스는 다방면으로 능통하는 팔방미인형의 지휘자 역할이니까.”
“5반이 우승후보도 아니고 우승확정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라...”
꽤나 가르치기 어려운 고집강한 성격인 것 같은데. 5반에도 뛰어난 선생이 자리를 잡고 있구나.
“오히려 5반의 선생이 무단결근을 한 이유가, 미야 학생 때문이기도 하지.”
...무단결근 하지 말라고!
어쨌든 이사벨 씨가 말한 것으로는 마법과 채찍을 병행하며 싸워나간다고 하는데, 실로 그 다음 여왕이 목표인지 아니면 다른 것이 목표인지 몰라도, 루크 하나로 다른 3명의 여학생과 말 싸움을 벌이는 걸로 보아.
조만간 루크의 고생길이 훤하게 열릴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도 열심히 다니고 있습니다...이게 다 카린 선생님 덕분입니다...”
구부정하게 지팡이를 잡고 있는 왠 할아버지가, 천천히 움직이면서 나에게 감사하고 있었다. 그러니까...저분이 5반을 담당하는 선생님이라고요?
“진노 노사라고 하네. 담당은 분명 비급을 전수하기 위해 내려왔다고는 하지만, 애석하게도 진노 노사의 가르침을 받을 만한 학생이 없어서 말이야.”
“...하란국에서나 하시지.”
“카린 선생이야 말로 구음진경을 전수받을 만한 인재라고 보고 있지만, 애석하게도 이 곳에서는 화려하고 웅장한 마법이 더 실세를 이루고 있으니, 시간이 되면 늙은이의 말이나 가끔 들어줬으면 좋겠소...”
“그 전에 사조영웅전으로 떠나세요. 거기라면 많이 찾아올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그보다 구음진경은 무협소설에서만 나오라고. 아무리 여기가 확연하게 차이가 나는 문화와 관점을 가지고 있는 대륙이라 마법이 발달한 리벌트, 무공과 무협이 조화를 이룬 하란국, 과학과 마법공학의 조화로 차원이 다른 문물을 가진 아르칸 제국. 등 여러 가지 특징을 가진 제국들의 특이점이라고는 하지만, 왜 다른 무협 소설에서 존재하는 구음진경이 여기에서 실존하냐고!
누가 아무나 저 진노 노사에게 절하면서 사제지간좀 맺어라. 그럼 순식간에 초고수가 되는 길이 열리겠네!
“그러고 보니 내 제자 쇼콜라는 잘 지내는가...? 분명 카린 선생과 같이 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쇼콜라 씨가 제자였냐!!!
어쩐지 보디 블로 한방 한방에 이상한 것이 잔뜩 실려있다고 생각했더니!
“네...그보다 보디 블로는 구음진경과는 다른 내용이 아니던가요?”
“응...? 무슨 소리인고...?”
“아뇨. 아무것도...”
나중에 쇼콜라 씨에게 질문을 해야겠군.
그건 그렇고...
“그보다 지금 저 애들을 말려야 하는 거 아니에요? 곧 무기를 뽑아 들고 싸울 것만 같은 심상치 않은 기운이 감돌고 있는데요?”
이사벨 씨는 자신감이 가득한 표정으로 내 질문에 대답을 했다.
“괜찮다. 카린 선생. 우리 학원의 아이들은 학원의 규칙을 제대로 준수하기 때문...”
-파아앙!
옥상에서의 대폭발은 수많은 부상자와 함께, 미야 칸포리우스 외에 아르메, 마를렌, 파르시아는 전부 학원장 실로 불려가야만 했다. 나는...그 폭발에 휘말렸어도 마법방패<Magic Shield>로 막은 덕분에 살았고, 진노 노사는 그냥 멍하니 보고만 있다가 “아...또 어린아이들이 사고를 치는구먼...”이라는 말만 한 체, 맨몸으로 폭발을 맞아도 아무렇지도 않았다.
역시 무림인...
***
“뭐...시비가 걸어와서 싸웠다는 것은 이해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폭발마법이 터질 거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네요. 우리 학생들은 어디 이세계 소설에서 나올법한 폭발마법을 배우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라 생각해요.”
6반 교실에서 조용조용하게 말하는 나의 말이 너무 크게 들릴 정도로, 아이들은 계속해서 침묵을 유지해 나갔다.
“어차피 애들이야 싸우면서 커가니까. 그리 뭐라 하지는 않겠다만...5반에 있는 미야 학생은 대체 어떤 학생인지 알려주면...”
“저희들의 적이에요!”
아르메의 눈동자로부터 불꽃이 솟아올랐다.
...같은 학원에 있는 사람마저 적으로 만드는 너희들이 정말 무섭다.
“하루는 루크를 자신의 기사로 만들겠다고 하고오. 다른 하루는 가만히 있는 저희들을 매도 했어요오. 제국에 있는 하녀도 너희들 보단 이쁘다나 뭐라나아...”
파르시아는 서서히 살기가 책상에 금이 가게 만들었고...
“선장님! 지금 당장 저에게 출격명령을 내려주신다면, 그 못난 얼굴을 묵찌빠로 만들겠습니다!”
“선생님이라고 불러요. 그리고 묵사발이겠지!”
마를렌은 무리수를 둬가면서 까지 화를 내고 있었다. 아니 그보다 그거 정말로 필요한 개그니? 너 하나로 수십 명의 사람들이 뒤로 가기 버튼을 누르고 있겠다. 아니면 X버튼을 마우스 포인터로 누르거나.
...그전에. 어째서 레시아가 말한 대로 라이벌이 바로 옆 반에 있는 건데?
물론 사랑의 라이벌이라고 해도 라이벌이라고는 하지만, 이러다가는 루크 하나로 인해 제 2차, 제 3차 학원 내의 폭발사고가 일어날 것이라 생각했다.
제발 바로 옆 반에서 건너와서 느닷없이 폭발만 일으키지 않으면 되는데...
“이제 슬슬 잡화점으로 갈 시간 아닌가? 카린 선생.”
지금 저 녀석 하나 때문에 시간이 지체된 건지도 모르고, 나에게 잡화점에 빨리 가고 싶다는 싸인을 보내고 있었다. 이곳에 있는 것보단 잡화점이 더 좋은 이유야, 2층 계단 옆면에 있는 정체불명의 정신과 시간의 방이 설립되어서, 몬스터 하나를 생성해주면 여러 가지 좋은 훈련이 되기 때문인데...
“잡화점이라뇨? 저는 처음 듣는 소리인데요?”
고양이 눈처럼 날카로운 눈동자로 교실의 앞문을 살짝...아니 교실의 앞문과 뒷문은 다 잠겼을 텐데?
“미야 학생...창문으로 염탐하는 일은 그만둬 주시겠어요...”
창문으로 보고 있던 것을 알았던 이유야, 우연히 거울을 통해 미야의 모습을 포착했기 때문.
“지금 저의 미래형 기사인 루크를 데리고 잡화점으로 가서, 청소년이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어마 무시한 내용의 전개를 이어가려고 하시는 거죠! 역시 카린 선생님도 제 사랑을 방해하는 적이었...”
“헛소리 그만하고...애초에 5반은 지금 수업 중이 아니었나요?”
미야의 말을 단칼에 잘라버리고 시선을 마주하면서 입을 열었다. 그러자 미야가 말하기를...
“흥! 그 할아버지라면 이미 집으로 돌아갔어요!”
또 제자에게 내쫓겼구나. 그 할아버지...
진노 노사는 왜 이렇게 마음이 착하신 거야?
“애초에 잡화점에 가는 이유는 제 학생들의 성장과 다양한 교육을 통한, 1명이 10명분의 능력을 올려줄 수 있는 그런...”
“흥! 믿겨지지 않네요! 루크! 이런 쓰레기 같은 반은 포기하고, 저희 반으로 어서 넘어오시죠?”
저 드릴처럼 되어있는 머리카락을 다 뽑아버리고 싶은 충동을 간신히 억누르고, 나는 차분하게 미야에게 한 소리를 하려는 순간, 루크가 일어서서 미야에게 입을 열었다.
“카린 선생은 제대로 된 스승이야. 네가 쓰레기라고 하든, 보석이라고 하든 평가하는 것은 자유지만, 이 반에 카린 선생이 있는 동안에는 난 어느 반이든 가지 않아.”
그보다 학생들은 다른 반으로 옮겨서 수업을 들을 수 있는 건가?
그건 잘 모르겠는데?
대체 무슨 체계로 이루어진 학원이야?
“역시! 루크를 그 얼굴과 몸매로 유혹한 거잖아요!”
“한적 없어요...”
어처구니 없어서 이제 말도 안 나오려고 한다.
“당신은 루크를 감당할 수 없어요! 오히려 제가 옆에서 봐줘야 폭주가 일어나지 않는다고요!”
“미야. 그 건에 대해서는 이미 카린 선생이 해결하셨어.”
“에?”
물론...내가 샌드백이 되어 구른 결과로, 신검합일의 경지에 올라갔으니 다행이었지. 아무튼 루크의 한마디에 미야는 다시 멍하니 보고만 있었다.
“무슨 수작을 부렸길래 루크가 저의 말을 안 듣는 거에요!”
“안 부렸어요...”
아니. 너의 성격으로 보아 루크는 처음부터 말을 듣지 않았을 거라 생각하는데? 그보다 루크가 나에 대해 변호를 하는 것은 제자로서 당연한 것은 아닐까? 5반에 저런 애가 대체 왜 엘리트인지는 이유를 알 수 없지만, 나는 좌표마법을 사용해서 미야를 복도에 위치변경을 시켜놓고, 6반 전원 잡화점으로 빠르게 귀환마법을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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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안 통할 때는 말을 하지 않고 소를 하...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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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일요일은 지스타에 가는 일정으로 인해 글은 쉽니다.
기차타고 부산으로 가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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