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4

 

 

 

잡화점에 도착을 하자마자 레시아와 동화를 풀어버리고 나서, 본래 모습으로 다시 되돌아갈 수 있는 것에 대해 상당한 감사의 마음을 가질 수 있었다. 다른 자들은 꼭 어떻게 하다가 난리나 나면 다시 남자로 돌아가지 못하고, 그것을 해결하기 전까지는 무지막지한 고생을 해야 한다는 것도, 이미 2개월이나 체험을 해보면서 뼈저리게 느꼈으니까. 과거의 무서운 기억이 나를 억압하려고 들기 전에, 머리를 힘껏 흔들어서 떨어뜨려버린 후, 시계를 천천히 올려다 보았다.

 

-끼이이익.

 

어라? 쇼콜라 씨. 장을 보고 오신 건가요?”

 

쇼콜라 씨는 잠깐 멍한 표정으로 나와 문을 바라보다가, 양손 가득하게 붙잡고 있는 과일, , 아이스크림, 채소, 고기 등. 패키지 세트를 내가 앉아있는 책상 앞에 잠깐 내려놓은 뒤에 밖으로 향해 몸을 돌렸다. 아무래도 짐이 더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물론 내가 더 연약하지만, 아버지는 항상 여성을 도와주라는 말을 남기셨으니, 나도 아버지의 말씀을 따라 쇼콜라 씨를 도와주러 일어났다.

 

-파앙!

 

쇼콜라 뿅뿅할 시간입니다.”

 

결국 그것 때문에 다시 나간 거냐!!!”

 

오늘은 아버지의 말씀이 틀린 걸로...

 

그것 때문에 다시 나갈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오랜만에 출현한 것이니까요. 문을 발로 차면서 들어오는 것은 저의 고귀하고 순수하며 자상한 이미지에는 전혀 맞지 않지만, 그래도 모든 사람들을 위해 매번 발차기를 날려주는 저의 희생을 잊지 마시죠.”

 

그걸 희생이라는 단어를 결합해서 쓰지 마시죠. 그리고 제가 모르는 쇼콜라 씨의 모습이 있으니까 이미지에 대해서는 트집을 잡지 않겠지만, 오랜만에 출현했다고 한들 문짝을 발로 차서 날릴 필요가 없다고요!”

 

쇼콜라 씨의 분홍빛 양갈래 머리가 살짝 움직였다.

이건...공습경보!

 

내가 이미 바닥에 필사적으로 구르는 사이에 주변의 공기가 사방으로 터져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그건 필히 입으로 낸 소리가 아니라 실제 쇼콜라 씨의 잽이 음속을 돌파한 소리다. 보고 피한다면 이미 승천을 하고 있을 시간대이기 때문에, 약간의 살기가 감지되는 순간 도망쳐 나와야 한다.

 

구를 때도 맞을 수 있지만, 맞지 않기를 간절히 기도하면 나처럼 우주에서 직접 도와줘서 회피를 할 수 있으니까. 그건 그렇고...

 

쇼콜라 씨! 절 죽일 생각이에요!”

 

아깝군요. 주인공의 자리를 탈환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했습니다만...”

 

뭘 탈환을 해!”

 

레시아는 천천히 나와 쇼콜라 씨 사이로 걸어오더니 입을 열었다.

 

쇼콜라여. 짐이 저번에 부탁한 물품은 사온 것인가?”

 

. 장바구니에 포함이 되어있습니다. 마왕님.”

 

레시아에게는 정중하게 말하면서...

지금은 마왕의 주인인 나에게는 왜...

 

좋군...”

 

검은 고양이가 안에 있는 내용물을 이리저리 뒤적거리다가, 마치 새로운 장난감이라도 발견한 표정으로...아니 솔직히 고양이를 보고 표정을 읽는 다는 것은 말이 안되긴 하지만, 레시아와 특수한 연결로 이루어지면서 일순간의 감정이, 나에게까지 공유하기 시작했다.

 

그 의미는 뭔가 안 좋은 방향으로 흘러갈 것을 이야기 할지, 아니면 그저 단순히 레시아의 사적인 기쁨을 위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레시아. 쇼콜라 씨에게 어떤 물품을 주문한 거에요?”

 

짐의 사적인 물품이니라. 별거 아니니 주인은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아도 좋다. 아무튼 지금 비무대회에 일어날 사건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았는데...”

 

나는 레시아가 뜬금없이 다른 주제로 말을 돌리는 모습을 보며, 점점 저 물품에 대체 뭐가 있는지 궁금해지기 생각했다. 하지만, 강제로 내가 찾아내는 것은 예의에 어긋나는 일이니...다시 의자에 앉아서 경청하기로 결정했다.

 

잠깐? 사건이요?”

 

보통은 비무대회에 일어날 일이라던가, 앞으로의 예정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 줄 알았더니, 레시아는 앞으로 일어날 사건에 대해 천천히 입을 열기 시작했다.

 

주변에 둘러보았을 때도 알아차리지 못한 것인가? 마음을 세척하고 온 자들이 수두룩하게 널려있었던 것을? ...세척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어감이 안 좋으니, ‘호문쿨루스 의심자라고 해야 하나? 복수가 있으니까 의심자들이라고 지칭하면 뭔가 좋을 듯 하군.”

 

그게 대체 뭐가 좋은 거에요. 그 전에 신인류의 일원들이 비무대회에 있었다고요?”

 

확실하게 신인류다. 아니다. 라고 가늠할 수는 없지만, 확실히 짐의 감각이 세월 앞에서 둔해지지만 않았다면 지금 그 비무대회도 뭔가 묘하게 흘러가고 있노라.”

 

쇼콜라 씨는 레시아를 자신의 무릎위로 올려놓고 등을 마사지 하듯 손을 분주하게 움직였고, 레시아는 가만히 엎드려 있으면서 기분이 좋은 듯이, “후우~”라는 소리가 아니라 냐아~”라는 소리를 낸 뒤에 말을 이어 나아갔다.

 

...보통 고양이들은 기분이 좋으면 다른 소리를 내던데?

...맞다. 마왕이지.

 

이번 출전을 하는 사람들을 최대한 조심하면서 짐이 직접 관찰을 하기에는, 역시 머리에 쓰는 장신구로 변하고 있던 것이 정답이었다. 물론 짐이 떨어지기라도 한다면 알몸이 되어버리는 해프닝을 겪어버리니 앞으로 전투시에 조심하도록 하거라. 떨어지지는 않겠지만.”

 

그럼 대초에 왜 걱정을 하라는 거에요? 그리고 장신구가 떨어지면 옷이 전부 날아간다니? 댁이 무슨 페케에요?”

 

“...? 그건 대체 무슨 태클인지 설명을...”

 

아뇨. 이건 그냥 설명하지 않도록 하죠.”

 

쇼콜라 씨의 머리 옆에서 ‘?’가 짙은 빨강색으로 나타났지만, 나는 이에 대해 설명을 하지 않고 가만히 넘어가기로 했다. 아는 사람은 아무 말 하지 않고 고개만 끄덕이길 바란다.

 

그럼 신인류들의 목적은 뭘까요? 그렇다고 어디 KOF처럼 싸우는 것만으로도 에너지를 모아서, 어디 오로치가 되살아나거나 뭐 그런 건 아니잖아요? 그건 다른 세계에나 있을 세계관이지만...”

 

신인류가 하란국을 혼란에 빠뜨리는 것으로 적대적인 선전포고를 한다는 것은 자살행위다.”

 

그럼 대체 뭣 때문에...

 

비무대회의 본선은 3일정도 남았으니까, 신인류 단체에 대해서는 주인이 그리 크게 생각하지 말거라. 그것은 이미 뺀질이와 아이들이 수사를 하고 있지 않는가?”

 

뺀질이와 아이들이라니...

어릿광대와 맹수 조련사가 언제부터 하멀 씨의 부하가 되었다는 건지.

확실히 어릿광대와 맹수 조련사를 키운다는 입장은 무엇일까?

 

[회상이 불가능한 컨텐츠 입니다.]

 

내 머릿속에서도 거절할 만큼 강렬했으리라 생각했다.

 

비무대회 본선? 하란국의 비무대회는 여성만 나가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주인의 몸 속으로 들어가 짐이 동화를 한다면, 주인은 카린이었던 시절의 그 외모로 돌아간다. 하지만 짐의 영향력이 좀 많이 있는지 머리카락 색과 눈동자 색이 바뀌고 매력지수가 좀 많이 올라가서 그런지, 아까도 초량인지 뭔지 하는 녀석이 주인에게 이성을 잃고 달려올 뻔했노라.”

 

그렇군요. 이번 비무대회에 나가는 이유는 신인류에 대한 견제나 조사인 겁니까?”

 

쇼콜라와 레시아가 이야기를 하고 있는 동안 나는 허브티를 마셨다.

 

...

 

잠깐. 레시아. 그냥 머리카락과 눈동자 색상만 바뀌는 것이 아니었어요? 매력지수는 처음 듣는 소리인데요?”

 

몰랐는가? 짐의 본 모습은 일반인이 보면 죽거나 심하면 침을 흘리지만, 어느 정도 정신방어를 쌓아서 대적할 수 있다고 해도, 5초 안으로 자신도 모르게 홀려지는 것이 짐의 매력이니라. 짐은 괜히 타락의 표식을 받은 것이 아니니라. 짐이 바라보고, 짐을 보고만 있어도 그 대상은 천천히 타락을 하는 것. 이 모습은 대다수의 능력을 일부러 차단하기 위한 모습이기에 다행이지만, 솔직히 주인에게 동화한다는 그 자체에는 별 무리가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만.”

 

설마 레시아의 능력 중 일부를 나 자신도 모르게 사용하고 있었다는 거에요?”

 

그 능력 중에 하나가 매력이니라. 사전적인 의미로 쓰이는 매력과는 약간 별개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지. 주인이 마나를 거대하게 회전하면 회전할수록, 상대방은 오히려 넋을 놓게 만들고 나중에는 사귀자고 편지가 수두룩하게 올 수 있는...”

 

나는 레시아의 말을 끊어버리고 입을 열었다.

 

망할! 그럼 최대한 마법을 사용하지 말라고 먼저 말을 했어야죠! 거기서 시선이 얼마나 많이 노출이 되었는데!”

 

하지만...그걸 역으로 사용해보거라.”

 

레시아의 한마디는 나를 경직시켰다.

 

설마. 다른 사람들과는 전혀 저에 대해 반응이 나타나지 않는 자들을 신인류라고 지정한 건가요?”

 

레시아는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말 그대로. 짐은 머리가 좋은 마왕이니라. 뇌를 쓰지 않고 힘으로 제압하려는 전 마왕하고는 전혀 다르게, 계획과 전술, 전략을 할 줄 아는 것이 짐이니라. 초량이라는 자도 상당한 정신방어능력을 가지고 있으나, 주인과 친밀하다는 그 약점을 이용해서 매료를 시켰는데, 주변에 있던 몇몇의 사람...대략 30%정도는 주인에게 눈길도 주지 않았노라. 아무리 사람처럼 행동할 수 있다고 한들, 수시적으로 감정을 제거하는 호문쿨루스들은 이런 방법이 있다는 것을 모를 것이다.”

 

말 그대로 나는 미끼였구나...

 

저에게 알려주기라도 했다며 제가 그리 놀라지 않았을 거라 생각했는데요...”

 

아무런 설명도 듣지 못하고 미끼가 되는 것은 한두 번은 아니지만, 여김 없이 당하는 것은 그래도 억울한 일이다.

 

주변에 몇몇 사람들은 정신방어가 높은 수준이 아니었어요?”

 

하지만 설명에 누락된 부분은 내가 다시 질문을 레시아는 즉답했다.

 

높지 않다. 오히려 없는 수준이라도 봐도 과언이 아니다.”

 

아직까지는 무슨 목적으로 비무대회에 심어놨는지 모르겠지만, 아직까지 신인류에 대한 존재는 세간에 알려지지 않은 비공개인 단체인 만큼, 호문쿨루스에 대한 소식이 비무대회로부터 전파되는 순간...

 

주인은 지금 비무대회를 생각하라고 하지 않았는가? 호문쿨루스에 대해서는 나중에 생각할 차례다. 쇼콜라여 그만하면 됐다.”

 

내 마나가 절반 이상이 빠져나가는 것으로 보아, 내 시야에 비춰진 곳에서는 레시아가 천천히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다만 다른 점이라고 한다면...한눈에 봐도 무시무시한 아름답게 휘어진 사브르 하나가 들려있었다.

 

지금까지 생각해온 트레이닝이 어떤지는 잘 모르겠으나, 지금 주인의 실력으로는 수많은 강자들 앞에서 제대로 힘 써보지도 못하고 쓰러질 것이 분명하다.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또한 주변을 둘러보며 해연이란 자를 제외하고도, 지금까지 숨어서 생활하고 있던 달인들이 많이 증가했기 때문이지. 게다가 새벽을 쓸 시간도 주지 않을 것이기에.”

 

레시아는 나에게 검을 겨누며 천천히 입을 열기를...

 

느긋하게 그리고 철저하게 교육을 시켜줄 테니 최대한 죽지 말거라. 주인.”

 

물론 루니아 누나에게 검을 배운 기억도 있고, 레시아에게는 마법을 배운 기억이 있다고 하지만, 레시아...그러니까 마왕이 직접 나에게 검을 겨누며, 죽지 말고 잘 배우라는 말을 내뱉은 아래에 그 날 5시간 동안은 최악의 고통을 받으면서, 겨우겨우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

 

자세한 훈련 내용을 뺀 이유는...

말이 필요 없이 다짜고짜 5시간동안 검을 휘둘렀기 때문이다.

살기 위해서 아무런 말도 없이 급급하게 막아내면서도, 레시아는 그나저나 루시피나에게 키스를 해줬다는 것에 대해 설명은 안 해주는 것인가? 이거야 원...주인도 정말 죄가 많아서 문제다.”라는 듯한 말들을 들었다.

 

생각을 해보니까 훈련이 아니라 화풀이 일지도...

=============================================================================================

어제...아니 오늘 새벽까지 무명왕과 치열한 사투를 벌였습니다.

용하나 때렸다고 번개창을 휘두르더라고요...

 

블로그 이미지

FNL-Phantasm

카테고리

판타즘의 공간 (757)
글쓰기 관련 공지 (2)
취미로 글쓰는 중? (753)
즐거운 스트리밍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