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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 읽어보면 바닷물에서 펼쳐지는 사고는 상당히 많다. 오히려 바닷물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들을 다루는 내용이 많았는데, 나는 바다에 가본 기억은 없지만 위험한 장소인 것은 분명하다. 물론 내가 거주하고 있는 마을 파이론에는, 바다같이 위험한 장소는 전혀 없다고는 하지만, 오히려 지금 내 앞에 있는 상대 때문에 옷이 죄다 젖어버린 내 모습은, 물 웅덩이에 비추어진 내 모습을 확인하고서야 한숨을 내쉬었다.

 

요즘 내가 한숨을 자주 내쉬게 되는데. 다른 사람들이 나를 본다면, ‘한숨 중독자.’라고 불려도 무방할 정도로 자주 쉬고 있다. 한숨을 쉬면 복이 나간다고는 하지만, 만일 그게 정녕 사실이라면 지금 상황보다 나빠지는 것이 올바르다고 생각한다. 그 가설이 틀린 가설이라는 것을 증명한다면 30초 정도만 주변을 둘러보면 된다.

 

되려...

이 상황보다 더 악화될 일이 없으리라고 생각하니까.

 

오랜만에 움직였더니 힘 조절을 하는 것을 깜빡 잊고 말았소! 괜찮소?”

 

괜찮다고 말을 해야 할까? 아니면 괜찮지 않는다고 말을 해야 할까? 가끔가다 이런 선택지 때문에 난관에 부딪쳐서 고민한 적이 없을 리가 없다. 지금 솔직히 말하자면 안 괜찮다고 큰소리로 외치고 싶다만, 나는 아무런 말 없이 손을 흔들면서 괜찮으니까 말 시키지 말라는 의미를 부여했다.

 

아직도 맴도는 비릿한 짠맛은 내부가 엉망이 되어 피가 역류한 것이 아니라, 물 자체가 매우 위협적인 소금물로 이루어져있다. 바닷물이 소금기가 있다는 정보는, 예전에 사키엘의 문을 잘못 열었던 일로 인해 다량의 바닷물이 나에게 유입되면서, 혹독할 정도로 그리고 제대로 각인이 되어버렸다.

 

! 그 정도로 팔팔하다니 정말 다행이구려! 그럼 다음 공격을 할 테니 기발한 방법으로 받아내어 보시오!”

 

커다란 파도 같은 바닷물을 사람에게 받아내어 보라니? 그거 곧 죽으라는 소리 아닌가? 다시 거대한 규모로 치솟아 오른 물의 벽은 천천히, 그리고 치명적으로 나를 집어 삼키기 위해 다가오기 시작했다. 물의 정령왕을 담고 있다고 해서 그 물이 어디서든 마실 수 있는 개울물이 아닌, 마시면 마실수록 목이 더 마르게 되는 바닷물이라는 사실이 나에게 있어서는 더 치명적으로 다가오는데, 그 이유 중에 하나가 바로 탈수증세라는 것.

 

지금까지 저 사악하고 잔인한 공격을 피하기 위해 수도 없이 움직이면서, 지금껏 생각하지도 못한 방법으로 피해왔다. 가령 예를 들어서 마법방패를 소환해서 서핑보드를 탄다거나(도중에 균형을 잃고 결국 바닷물에 빠졌다.), 새벽<Daybreak>을 이용해본다거나, (하지만 억지로 응집된 것이 아니라, 물이 의지를 가지고 공격을 한 것이기에 별 소용이 없었다.)또 다른 하나는 보호막을 전개해서 물이 들어오지 않도록 했다.(물론 무게 때문에 짓눌리고 파괴되었다.)

 

솔직히 기발한 방법으로 회피하려다가 실패한 것이지만, 뭐가 그리 즐거운지 해연 씨의 입가에는 천진난만한 미소만 번지고 있었으니...마치 실험용 쥐가 되는 기분이 이런 기분이라고 생각할 정도다. 아니면 어디 샌드백에 물 먹이는 작업을 하고 있다거나.

 

주인. 물로 이루어진 공격은 얼음마법으로 얼리는 것이 정공법이거늘, 항상 주인은 일을 해결하는 것에 있어서 다양한 방법을 생각하지 않는다.”

 

레시아. 그건 제가 얼음마법을 할 수 없는데, 어떻게 제가 잘 얼지도 않은 바닷물을 얼리겠어요? 저는 샤드 리볼버를 쓰는 초능력자가 아니잖아요?”

 

어디선가는 절대영도를 사용하는 초능력자가 있다고는 한다. 아무튼 내가 얼음에 능통한 마법사도 아니고, 애초에 나는 속성마법은 전혀 구사할 수 없다고 레시아 본인이 직접 말해줬으면서, 저 바닷물을 얼리라는 그 말 자체는 하늘에 별을 따고 오라는 바보 같은 말과 같으리라.

 

...아니면...

...바닷물을 얼린다고 해서 움직이지 못한다는 것은 아니지...

 

잠깐의 해답이 보인 나는 천천히 일어서서 주변에 마나를 끌어 모았다. 저 바닷물이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인다면, 나는 그 주변에 있는 마나로 멈추게 할 뿐.

 

...

공간자체를 얼려버리면 그만이지.

 

공간침식...완료. 얼어붙어라!”

 

좌표이동은 마나가 있는 그 좌표로 이동하는 것이라면, 얼리는 것은 상대방이 있는 좌표에 있는 마나를 묶어두기만 하면 그만이

 

-촤아아아아악!

 

라고 생각했는데 이거 뜻대로 잘 안 되는군. 아무래도 내가 생각했던 방향하고는 다른 개념이라고 생각해야겠다.

 

마스터. 시도는 좋았지만 시공간을 능숙하게 다루시기에는 많이 부족합니다.”

 

레시아 옆에 있던 시나는 사무적인 어조로 냉정하게 평가했다.

 

아직까지 마법에 대해서는 턱없이 부족한 내가, 천재들처럼 순간순간 내가 전혀 모르는 마법의 구조나 개념을, 추측한 것을 바탕으로 알아내서 즉시 사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뜻이다. 또 바닷물을 한 바가지 입에서 토해내고 나서 다시 천천히 일어섰다. 온 몸에서 강물처럼 물이 흐르고, 바람이 불 때마다 온 몸에서 소름이 돋아 승천할 만큼 추워죽겠다.

 

제길...좋아. 마법에만 의존하는 것이 잘못되었어. 2페이즈 시작이다.”

 

다시 자신감의 주문을 내 스스로 걸고 나서 티르빙에 왼손을 가져가자, 내 왼손에는 뱀 조종자가 나타나 왼팔을 감싸기 시작했다. 아무리 거대한 파도라도 내가 봐온 높이는 5M정도가 한계. 상대방이 전력을 낸다면 3배에서 5배정도는 더 높게 일어나겠지만, 그렇게 되면 파이론 마을에 대참사가 나게 될 테니 힘 조절을 하는 것이라고 본다.

 

비열하게 짝이 없지만...나는 지금 마을을 담보로 5M이하로만 파도를 일으킬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고정좌표로 5M 이상이 되는 높이에서 마법방패<Magic shield>를 소환하고, 뱀 조종자를 이용해서 그 위로 이동할 생각이다. 그 이후에 유성과 같이 떨어지면서 일직선으로 떨어진다면, 곧바로 반격이 올 수 있으니까 다시 사방에 방패를 소환해 발을 차대며 경로를 바꾸며 접근.

 

좋아. 완벽해.

그 이후로는 근접전을 유도하면서 거리를 벌리지만 않으면 나에게도 승산이 있다.

 

그럼 제 5! 보내겠소!”

 

폭음과 함께 재빠르게 다가오는 파도는 내가 뱀 조종자를 꺼냈기 때문에 견제를 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예정대로 5M정도 되는 높이로 나에게 다가왔고, 대략 7M정도 되는 위치에 마법방패를 소환한 뒤에 뱀 조종자를 이용해서 내 몸을 끌어 올렸다.

 

고속으로 지상에서 공중으로 빠져나가는 내 몸은 순식간에 해연 씨에게 날아들었고, 그 짧은 순간에도 수많은 생각을 하면서...잠깐 이거 주마등이잖아? 주마등은 보통 죽기 직전에 나타나는 현상이 아닌가? 어째서 죽기 직전이라는 상황이지...?

 

“5번째만에 파도를 피한 것은 그대가 처음은 아니지만 정말 잘 했소. 그러니 이제 소인이 장난으로 할 필요도 없으리라 생각하오.”

 

하늘빛의 마나가 공명을 하는...아니 물 그 자체가 공명을 하듯이 언월도로 보이는 무기를 감싸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저건 검강<Aura Blade>라는 소리가 아니라, 말 그대로 물의 정령이 무기에 힘이 깃든 상태라는 것. 근데 그게 정령왕이라는 직급이니까......

 

과연 내가 살 수 있을까?

 

하압!”

 

큰 기합과 함께 날아드는 언월도의 푸른 날과, 다급하게 꺼내든 은빛 송곳 2자루로 마나로 강화까지 한 다음 막으려고 교차했던 찰나

 

***

 

도중에 독백을 그만 둘 정도로 얼마나 정신을 잃어버렸을까? 거대한 폭발음을 뒤로한 체 잠깐 동안, 6번양이 울타리에 화염방사를 흩뿌리는 모습을 본 후, 온 몸이 부셔질 듯 통증을 보이면서 의식을 차렸을 때는, 해연 씨가 나를 내려다보며 앉아있었다. 아니...뒷머리에 부드러운 느낌으로 보아하니...무릎베개인가?

 

. 기침하셨소?”

 

해맑게 웃으면서 나를 바라보고 있는 해연 씨에게, 나는 맨 처음 이 말부터 하기로 했다.

 

지금 저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 뻔했다고요!”

 

항마의 축복은 마법 데미지를 경감한다고는 하나...정령으로 움직이는 에너지는 자연적인 에너지일 뿐. 마나로 움직이는 것보다는 자연의 의지로 움직이는 경우가 더 크기에, 내가 받는 데미지는 크게 줄어들지 않고 더 강하게 내 몸을 강타하는 셈이다.

 

보통 정령사는 마나로 정령을 불러 일으키고, 정령은 마나를 이용해서 공격을 하지 않냐고 말은 하지만, 애초에 마나를 이용해서 정령을 불어오는 것은 맞다. 하지만 정령이 공격하는 것은 자연의 의지 그대로라고 보면 된다.

 

엘라임이 자네가 다가오는 것을 보며 경계를 한 모양이오. 물론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위협적이긴 했지만, 그대의 육체강화능력과 정면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무기를 흘려 보내는 기술 덕에, 소인도 한시름 놨다고 봐야 할 지...정말 다행이라 생각하오.”

 

그래도 죽을 뻔한 것은 변하지 않은 진실이다.

 

어느 정도 몸을 풀었으니 이제 슬슬 본격적으로 할 생각인데...움직일 수 있겠소?”

 

지금 제 상태를 보고 그런 말이 나옵니까?”

 

방금 흘려 보내기 전에 마지막으로 내 시야에 들어온 것은, 내 정면에서 날아오는 언월도를 은빛 송곳으로 교차를 한 뒤에 내 오른쪽으로 흘려 보내는 와중에, 빛이 한번 일어나더니 그대로 폭발을 한 모양인지. 내 옷이 몇 군대 찢겨나간 흔적을 확인했다.

 

레시아는 소리 없이 다가오더니 해연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지금 주인이 움직이기에는 상당히 무리가 있어 보인다. 게다가 연습상대는 오늘만 하는 것이 아닌...다른 날에도 할 수 있는 것. 따라서 오늘은 주인을 쉬게 하고 내일 다시 올 수 있을 때 오는 것이 현명하다고 본다. 한동안 주인은 너무 평화롭게 살아온 탓에 감각이 돌아오지 않은 것뿐일지도 모르니까.”

 

한동안이 무슨 4일도 안 되는 시간입니까? 게다가 저도 놀기만 한 것이 아니잖아요!”

 

매번 가위바위보는 하고 있으니까!

 

감각이라는 것은 위기를 예측하는 능력을 말하는 것이니라. 기본적으로 주인은 마법을 사용하는 상대를 최근에 많이 상대했어도, 정령을 이용하는 상대는 처음이지 않는가? 거기에 대해 기초적인 정보를 알려줬어야 하는 짐의 불찰도 있다만, 그렇다고 무턱대고 달려가는 주인의 작전이야 말로 자살행위에 그지 없었다. 만일 물의 정령왕이 현현해서 물 화살<Aqua Arrow>라도 발동하는 날엔, 직경 8cm정도의 구멍은 각오해야 할 테니까.”

 

그건 물 화살이 아니라 물 기둥 수준인데요? 직경 8cm? 화살 맞으면 죽는다고는 하지만, 그건 너무 심하지 않아요? 뼈는 추릴 수 있는 파괴력이 아니잖아요?”

 

어느 사이에 내 위에 올라탄 레시아는 나를 내려다보며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기본적인 지식을 짐이 알려준다는 소리다. 그리고 해연이라는 자여. 연습상대라고 해서 주인을 대놓고 깔보지 말거라. 지금 짐이 아무 말 없이 주인을 연습에 붙인 이유는, 맨땅에 헤딩이라도 해보는 식으로 내보낸 것뿐이니라. 결코 주인은 약한 사람이 아니란 것을 명심하도록.”

 

뭔가 잔뜩 차갑고도 노기가 서려있는 레시아의 말을 감지하는 것은 나뿐이었다. 물론 해연 씨는 ...미안하게 되었구려...”라는 당황하는 어조로 사과를 하는 말을 남긴 체, 나를 일으켜 세워주었다.

 

어쨌든 소인은 나름대로 즐거웠으니 다행이라 생각하오. 물론 비무대회에서 적어도 그대처럼 강한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비무대회에도 분명 나보다 더 강한 사람이 많을 텐데. 어째서 저런 표정을 짓는 것일까? 물론 너무 강하면 소외되고 외롭다고 하지만, 하란국에 잠깐 들렸어도 초량이라면 상대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데...

 

괜찮아요. 제가 아는 지인도 거기에 출전한다고 했으니까요.”

 

윈디가 장난치지 말고 제발 결승까지 올라가길 빌어야겠구나.

 

그것은 즉 카린이라는 여성인가?”

 

“...아니. 그 애 말고요.”라는 단어가 목 끝까지 나왔다가, 힘겹게 꾸역꾸역 삼키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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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알바를 뛰니까.

역시 손님이 가장 큰 적이라고 생각합니다.

[화장실에서 담배를 피우는 정신나간 사람은 대체 무엇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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