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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무대회는 토너먼트 식으로 진행되며, 예선전에서 패배한 사람은 패배한 사람들을 따로 모아서 패자 부활전을 진행하게 되고, 패자 부활전에서 단 4명만이 본선에 진출할 수 있게 된다. 패자 부활전을 신경 쓰는 이유는 운명의 신의 장난으로, 대진표가 느닷없이 첫 번째 예선전부터 해연 씨라던가, 그런 거대한 장벽이 내 앞길을 막을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하면 그리고 되도록이면 그렇게 되질 않기를 빌었다.

 

각 구역마다 예선전을 시작하는 곳에서는 대기자들은 스트레칭을 하거나, 자신감의 주문으로...

 

용이 내가 된다!”

 

라고 외치거나...그 전에 그건 다른 곳에서는 실제 궁극기 대사이니까, 되도록이면 다시 외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아무튼...나 같은 경우는 상대들을 쭉 훑어보고 분석을 하기 시작했다. 자세부터 무기, 행동, 버릇을 모조리 지켜봤다.

 

주인. 여성들만 있는 그 자리에서 눈을 이리저리 돌리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도덕적으로 어긋나는 행위라 생각하노라.”

 

마왕에게 그런 소리로 훈계들을 줄은 몰랐네요. 그 전에 저는 이 사람들의 주특기를 분석해서 작전을 세우려는 것이지, 비 도덕적인 목적으로 훔쳐보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거든요?”

 

애초에 저런 잔챙이들 상대로 머리 아프게 작전을 왜 세우는 것인가? 주인의 말 한마디만으로 저들은 우주로 날아가서 생각을 할 수 없게 만들 수도 있다. 여전히 자신의 능력을 과소평가하는 버릇은 꾸준하다고 생각하고 있다만, 방심해서 치명상을 건네주는 것보다는 좋은 버릇일지...”

 

내가 내 능력에 과소평가를 하게 된 원인은 아무리 봐도,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무시무시할 정도로 너무 강하기 때문이라고 생각을 하는데?

 

다음은 카린 나오세요.”

 

저 이름을 들을 때마다 내 등골이 오싹해지는 기분을 공유하지 못해서 아쉽지만, 불에 타서 없어졌다가 다시 나타나서 전설의 용병 은빛 송곳니의 은퇴식에 참여하고, 다시 또 어디론가 사라지더니 이번엔 하란국에 있는 비무대회 예선전을 뛰고 있다라...

 

카린과 정체불명의 비행접시와 공통점이 있다면, 존재한다는 가설은 많을지 몰라도, 실질적인 증거가 아직 부족하다. 물론 그 정체를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은 오직 본인이겠지...

 

아무튼 예선전이 시작되고 내 상대는...

 

아이니스. 네가 왜 여기에 있는지 알려줄래?”

 

아저...아니 지금은 언니구나. 언니는 여기에 왜 있어요?”

 

황당하게도 아이니스였다.

이 비무대회는 힘이 곧 법칙이라 나이가 어리건 늙건 모두 출전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했으니. 아이니스가 출전하는 것은 규정 위반은 아니다. 어쨌든 아이니스가 자신 만만한 표정으로 회색의 마법사 로브를 두른 체 입을 열었다.

 

첫 상대가 언니라니 운이 좋네요. 이거 완전 부전승 비슷한 것 아닌가요?”

 

어째서 네가 이길 수 있다는 전제로 굳어지는지 나에게 이야기 해줄래?”

 

그야 당연히. 저는 아저씨보다 강하니까요! 회색의 로브는 거대한 힘을 가지고 있지요.”

 

저기. 네가 절대반지가 나오는 세계관에 마법사라도 되는 줄 아는데, 착각은 하지 말고 그만 현실부터 봐줄래?”

 

언니는 비무대회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반지를 운명의 산으로 옮기는 임무를 하셔야죠!”

 

그건 반지 원정대에게 부탁하라고!”

 

심판은 그냥 멍하니 나와 아이니스 사이에서 존재감을 서서히 잃고 있었고, 그걸 눈치챈 나는 헛기침을 2번 정도 한 뒤에 슬슬 체내에 있는 마나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이니스는 염동력을 중심으로 싸움을 걸어올 테니, 그냥 마법을 사용하기 전에

 

시작!”

 

-!

 

아무래도 내가 전에 했던 독백은 너무 안일한 생각을 한 그 결과물이 되어버렸다. 놀랍게도 0.3초도 안 되는 그 짧은 시간 동안, 내가 자리를 피한 곳에는 뭔가가 짓누른 흔적만 남겨진 체, 비무대회에서 예선전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모조리 침묵시켜버리고, 이쪽을 향해 고개를 돌리기 시작했다. 조금만 늦었어도 토마토 케첩의 생성과정을 직접 체험할 뻔했다.

 

너 방금 뭘 한 거야?”

 

아저씨 있는 자리를 눌렀는데요?”

 

최근에 케첩이 다 떨어졌니? 이거 일반인이 맞으면 필히 죽어버리는 강도라고!”

 

지금 눈으로만 어림잡아도 순식간에 15cm정도는 파여버린 땅을 보며, 아이니스의 터무니 없는 파괴력을 측정해버렸다. 예선전부터 이런 바보 같은 파괴력을 가진 애를 만난다면, 누가 겁을 먹지 않을 수 있을까? 지금 이 예선전으로 아이니스를 만난 첫만남부터 쭉 이어온 악연에, 보복을 가할 수 있는 기회라 생각했지만, 지금은 염동력만으로 최상급의 경지를 찍어 올린 아이니스에 대한 나의 태도는...

 

새벽<Daybreak>”

 

일격필살로 가도록 하자.

 

잠깐! 그거 반칙이잖아요!...어라...어지러워.”

 

아이니스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마나가 한꺼번에 모두 소멸한 경험이 없기 때문에, 극심한 어지럼증을 호소하면서 털썩 주저 앉아 버렸다. 피로가 급격하게 몰려오는 푸른 눈동자가, 나를 증오하듯이 보면서 입을 열기를...

 

크큭...저는 사천왕중에서도 나약한 존재...언젠가 다른 사천왕이 나타나서 언니를...”

 

고생한 거 다 알고 있으니까. 드립은 그만 두고 자기나 해.”

 

...쓰러지기 전에 얼마나 많은 생각을 하면서 말하고 있는데...말을 잘라먹다니...”

 

그 말을 뒤로 한 체, 다시 뒤로 넘어가서 기절해버린 아이니스를 뒤로, 심판은 카린. !”이라는 말 한마디를 했다. 그 이후로 순조롭게 예선전은 진행이 되었고, 나를 만나는 마법사나 주술사, 사제들은 모조리 기권을 해버리고 말았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상대는 만나자마자 디럭스 파이터처럼 필살기를 날려버리니까, 속수무책으로 마나가 전부 바닥이 나버려서 공격수단도 없어지고, 무기력해지는 굴욕감과 허무감을 맛보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라 생각했다.

 

그렇게 예선 D조는 나로 인해 모조리 기권을 하면서, 나는 자동으로 본선진출로 결정이 나고, 본선까지는 3일 정도의 시간이 남아있기 때문에, 서둘러 잡화점으로 돌아가려고 움직였다. 물론...내 앞을 가로막은 사람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그대가 카린인가?”

 

푸른 색으로 칠해진 중갑으로 투구만 벗은 체 나타난 해연 씨는. 나를 품평을 하듯이 천천히 내 모습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내가 남자였을 때는 그저 어린애 다루는 듯한 눈빛이었지만, 지금은 크나큰 적을 먼저 기선 제압한다는 압박감이 내 온몸을 구타하기 시작했다.

 

소인은 해연이라고 한다네. 분명 카일이라는 잡화점의 주인과 잘 아는 사이라고 하지?”

 

아뇨. 본인입니다만...그냥 나중에 비무대회가 끝나고 알려줘야겠다.

어쨌든 나는 아무 말 없이 시선을 응시하기로 했고 해연은 다시 입을 열었다.

 

침묵은 긍정의 대답 중 하나라고 하지? 윈디가 말한 소문처럼 꼭 만났으면 좋겠구려.”

 

자신감이 넘치는 얼굴에 또 한번 압박감이 나를 구타하기 시작했다. 지금 당장이라도 파도로 날 쓸어버리겠다는 저 의지는 분명히...맞아. 적대감을 표출하고 있는 해연 씨만의 표현방법이라고 해야 할까? 그보다 카린이 대체 무슨 죄를 지었길래, 상상치도 못할 만큼 거대한 살기가 나를 짓누르고 있을까?

 

어쨌든 나 또한 입을 열어야 했다.

 

은빛 송곳니는 당시에 저를 봐준 것 뿐입니다만...그쪽은 봐주지 않겠군요. 전력을 다해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이 있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해연.”

 

상대방에게 전혀 기선제압이 되지 않았다고 허세를 부리기 위함이라기 보단. 내 평소 말버릇으로 인해 카일이라는 것을 들키지 않기 위해. 일부러 해연 씨라고 하지 않고 이름 그대로 해연 이라고 불렀다.

 

따지고 보면 해연과 나는 동갑이고, 해연이 먼저 이름으로만 불렀으니 이건 극히 자연스러운 거라고? 아무튼 해연은 좋은 눈이오.”라는 마지막 말과 함께, 뒤를 돌아 천천히 예선전을 보는 건물을 빠져나갔다. 나 또한 레시아와 같이 빠져나가서 잡화점으로 돌아갔

 

예선전에서 그리 묵사발 내도 되는 거야? D조 인원이 전부 겁을 먹어서 기권해버릴 정도라니?”

 

언제 내 뒤를 잡았는지 몰라도 초량이 날 껴안으며 입을 열었다. 너무 놀란 나머지 평소에 지를 필요도 없는 비명인 꺄악!”이란 단어로 비명을 질렀고, 내 목을 감싼 초량의 얇은 두 팔을 두 손으로 빠르게 잡았다.

 

어이...초량. 이 못된 너의 두 손의 종착지는 대체 어디냐?”

 

귀여운 반응에 나도 모르게 그만 괴롭히고 싶어져서. 뭐 여자끼리인데 스킨쉽이라고 생각해. 스킨쉽.”

 

초량. 내 본래 성별은 남자라는 것을 잊지 않았겠지? 엄연히 말하면 여자끼리는 아니거든?”

 

지금은 여자 맞잖아?”

 

아오...내가 이걸 왜 나간다고 했을까...

 

내 꺼보다 약간 더 커 보이는데...조금만 있으면 내 손이 그 거대한 성역 안으로...”

 

움직이지 마!”

 

그 상대로 허리를 구부려서 초량을 저 멀리 던져버렸다. 역시나 정예라서 그런지 공중에서 자세를 잡고 바로 안착했다. 그리고 초량은 손가락을 이리저리 움직이면서, 앞으로 살짝 뻗은 뒤에 이런 말을 했는데...

 

후후후...그리 저항하지마. 좋지 아니한가? 좋지 아니한가?”

 

그 빌어먹을 클리셰는 어딜 가서도 존재는 하는군. 그리고 너의 능글맞은 표정을 보면 그 누구도 도망가게 될 거야. 그러니까 지금 당장 그만둬.”

 

리제와 로제 자매는...나를 씻긴다는 목적이 있었으나, 지금 초량의 눈과 행동을 보아하니, 이건 그냥 명백하게 저지르는 나에 대한 테러라고 확신했다.

 

하지 말라고 하면 더욱 하고 싶은 것이 인간의 본성이잖아? 게다가 상대는 마침 츤데레!”

 

태클 캐릭터거든!!!”

 

나에 대한 정체성은 똑바로 생각해줬으면 좋겠다.

 

거기. 조용히 하도록. 아직 E조의 예선전이 끝나지 않았다.”

 

나와 초량에게 천천히 다가온 사람은...거대한 대검을 들고 있는 세실리아 씨였다. 엘프만 가질 수 있는 뾰족한 귀와 은빛의 플레이트 아머, 허리까지 오는 긴 금발과 호수처럼 맑은 청안이 나를 보자마자...

 

. 전설의 용병 은빛 송곳니의 시험에 합격했던 카린이라고 했던가? 윈디의 소문으로만 들어서 그런지 몰라도 상당히 연약해 보이는군.”

 

뭔가 방금 전에 다른 사람으로부터 그 소리를 들은 기억이 있는데?

아니면 데자뷰인가?

 

그건 그렇고. 누군가 닮았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오른손으로 턱을 잡아서 고개를 기울여 생각을 하고 있는 세실리아 씨는, “! 그렇군!”이라는 말과 함께 머리 위에서 전구가 반짝거리고 사라졌다.

 

...아니 전구는 왜 나와?

 

루니아에게 상의해서 카일이 이런 코스튬으로 입으면 어떻겠냐고 상의하면 되겠군!”

 

기쁜 듯이 말하지 마세요. 지금 본인 앞에서 그러는 거니까.

나는 세실리아 씨에게내 의상이 뭐 어때서!”라고 말하고 싶지만, 정말 이 마법소녀 같은 짧은 치마와 노출도가 약간 존재하는 이 복장에 대해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정말 글이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이기도 하니까.

 

아무튼 예선전을 끝냈으니 밖으로 나온 나는 허탈한 마음으로 천천히 움직였고, 레시아는 나와 단 둘이 남게 되자 신나서 말하기 시작했다.

 

역시 짐이 골라준 옷을 입었더니 매력이 최대치를 올라가는군! 보거라 주인. 잘 어울린다고 하지 않았는가?”

 

레시아. 돌아가서 마음의 준비나 하세요. 분리되자마자 아이언 클로를 출격시킬 테니까.”

 

뭘 매력이 최대치로 올라가? 남자로 돌아가면 언젠가 있을 촬영장에서, 저런 기묘한 옷을 입고 찍힐 생각하니까 불안해서 미칠 지경인데...


아무튼 나의 말을 끝으로 레시아는 침묵을 유지했고, 나는 잡화점으로 귀환마법을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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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시방 알바를 하면서 악취가 나는 손님이 가장 다루기 힘들더군요.

주변에 있는 손님들은 불편해하고, 그렇다고 "네 존재 자체가 쓰레기장이니까. 이 피시방에서 제발 꺼져주세요."라고 말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요.


미친듯이 땀을 흘렸으면 목욕탕에서 좀 씻고 움직일 생각을 하면 되는 것을...

왜 곧바로 피시방에 오는지 알 수가 없네요.


하긴...그런 사람들은 자신이 전혀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구나.

오늘은 방향제 한통을 비우게 생겼네요.


그리고 글이 좀 늦어졌는데...오늘따라 음식을 많이 시키더라고요.

그래서 12시 37분에 겨우겨우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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