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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에게 일을 떠맡기는 것은 좋은 선택은 아니었으나, 결과적으로 보자면 내가 훨씬 이득이 많다는 것은 숨길 수가 없다. 여장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그 점이 가장 돋보일 정도로 이익이니까. 이제 편안하게 이번 주는 놀고 먹으면서 쉴 수 있다는 생각에...적어도 아침에 일어나서 말이지. 아무튼 흥겨운 발걸음을 옮기면서 중앙 시장에서 물품이라도 보고 갈까?”라는 머리의 의견을 그래!”라고 흔쾌히 몸이 따라가듯, 언제 한번 이런 상쾌한 기분으로 다녔을까? 마치 세상이 달라 보인다.

 

최근에 과일 종류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아니 관심은 아니고 그냥 맛있어서 과일을 찾고 있던 나는, 사과하나 사서 입에 베어 물기 시작했다. 사과의 맛은 전부 다 똑같듯이 상큼하면서도 달달한 과즙이 입안에 가득 맴도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지금의 행복을 더욱 높여줬다. 언제쯤 이렇게 혼자 돌아다니면서 구경하고 휴식할 수나 있을까? 나중에는 잡화점 멤버들에게 비밀로 혼자만의 여행을 떠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 생각한다.

 

야호~! 카일!”

 

...물론 루니아 누나를 만나기 전까지만 해도 말이지. 우선 안들은 척하고 잠깐 뒤를 돌아서 빠르게 갔

 

여기서 만나다니 우연이네요오?”

 

언제 내 뒤로 이동한 거야!

 

저기. 루니아 누나? 오늘따라 유난히 미소가 번져있는데 무슨 일 있어요?”

 

카일의 행복한 얼굴을 보면서, 어떻게 괴롭혀야 할까 고민하고 있었어요오.”

 

잠깐만? 뭐라고요?”

 

제 뜻은 카일의 행복한 얼굴을 보면서, 어떻게 해야 카일과 더 친해질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었다는 말이에요오.”

 

그렇겠죠. ...하하...”

 

제길...어쩐지 오늘은 운수가 좋았다 했더니...

제발 루니아 누나의 고운 입에서 터무니 없는 말이 나오지 않기를 빌며, 나는 천천히 생각을 정리하고 입을 열었다.

 

오늘은 순찰인가요? 본래 기사단장은 안에서 서류업무를 하는 것을 생각했는데 말이죠.”

 

가볍게 떠넘기고 왔어요오.”

 

아니. 떠넘기지 말라고! 그 부하가 불쌍해지잖아요!”

 

하지만 서류업무는 머리가 굳어지는 느낌이라니까요? 훈련에 대한 성과나 물품이 뭐가 필요한지도 적어야 하고, 부하들의 정신교육이나 상담도 해줘야 하며, 언제나 업무 때문에 스트레스가 많이 쌓이니까요오. 따라서 카일을 여장하면서 저의 스트레스를 푸는 거니까아.”

 

나를 여장시켜서 스트레스를 풀지 마시죠. 스트레스를 푼다는 목적으로 잡지까지 만들어서 배포한 겁니까?”

 

언제나 시초는 미약하지만 가면 갈수록 커져버리는 잡지의 원인이 여기서 밝혀졌다.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라는 것.

물론 일이라는 것은 다양한 방면으로 스트레스를 받기 마련이다. 아무리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라고 할지라도,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는 것은 절대로 없고, 스트레스를 경감하거나 오히려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되어, 힘든 일과 신분에 관여하지 않고 이겨낼 수 있게 되는 것일 뿐이다.

 

그나저나 루니아 누나가 서류업무로 인해 스트레스를 잔뜩 받고 있다는 사실은 예상했으나, 그 스트레스 해소방법이 나를 여장시키는 것인 줄은 꿈에도 몰랐다. 아무튼 오래 있으면 더욱 더 위험하다고 하지 않았는가? 망령을 상대할 때도 오래 이야기 하지 않는다는 규칙이 있기에, 나 또한 루니아 누나에게 벗어나기 위해 생각을 끝마쳤다.

 

“...! 저기 UFO!”

 

네에?! 카일! 어디요오? 어디에요오??”

 

시선을 분산시키는 그 찰나에 이미 귀환마법이 완료되었다. 하지만 발 아래에 느닷없이 빛이 꺼지고 가만히 내 손을 보았을 때는, 마법사를 포획할 때 사용하는 특제 수갑이 내 손목에 걸려있었으니...

 

에이~! 안 보이잖아요오!”

 

안 보이잖아요오.가 아니라 이거 대체 언제 걸어놓은 거에요?”

 

카일은 모르던가요오? ‘손은 눈보다 빠르다.’라는 말.”

 

아니. 그건 도박꾼들 사이에서 떠돌아다니는 말이잖아요. 그거 꽤나 유명한 명언인지 망언인지 둘 중 하나가 되었지만, 어째서 제가 도망갈 것을 알고 수갑을 미리 사용했는지 묻고 있는 거에요!”

 

아무리 손이 눈보다 빠르다고는 하지만, 내 눈도 마나로 강화를 해서 평범한 사람보다는 더 반응이 빠른 동체시력을 가지고 있을 텐데, 그렇다면 루니아 누나의 손이 얼마나 빠르다는 소리일까?

 

자자...이렇게 있지 말고 차라도 한잔 할까요오?”

 

태양 같은 미소를 지은 루니아 누나의 모습을 보자마자, 왠지 나에게 다시 스트레스를 풀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으며, 차라리 초량의 의뢰를 내가 받아들이는 것이 더 편한지, 아니면 루니아 누나를 만나서 강제로 이리저리 끌려 다니는 것이 더 편한지, 머릿속에 있는 저울로 이리저리 제고 있을 때, 루니아 누나의 붉은 눈이 나랑 마주치며 입을 열었다.

 

카일도 그러고 보니 옷이 필요했지요오?”

 

“...여자 옷은 사양입니다.”

 

그러자 태양과 같은 황금의 물결을 가진 머리카락을, 한 손가락으로 꼬면서 나의 즉답에 다시 질문을 해왔다.

 

그래도 카일이 늘 입고 있는 그런 칙칙한 검은색의 티셔츠나, 면바지보다는 더욱 화려하고 예쁘다고 생각하는데요오?”

 

오호라? 지금 대놓고 저에게 여자 옷을 입힐 테니까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어라.”라고 말을 할 수 있는 건가요? 그리고 검은색 티셔츠와 검은색 면바지가 어디가 어때서요?”

 

우울해 보이잖아요오?”

 

이것만큼 심플하고 고민 없이 입을 수 있는 옷이 세상에 어디 있어요?”

 

만일 내가 루니아 누나의 주장을 꺾을 수 있었다면, 내가 이렇게까지 고전을 하지 않았을 거라 생각한다. 현재 루니아 누나에게 이끌려 가는 것인지, 붙잡혀서 끌려가는 것인지, 둘 중에서 하나의 표현을 선택해야 하는 내 머릿속을 유감없이 흔드는 쪽은 루니아 누나의 말이었다.

 

역시 옷부터 사는 것이 더 좋겠네요오.”

 

그러고는 무차별하게 끌려간 곳이 바로 여성용 의류를 파는 옷가게...

나는 실낱 같은 희망으로 입을 열었다.

 

“...루니아 누나의 옷을 골라달라는 거죠?”

 

아뇨. 카일이 입을 옷을 고르라는 소리에요오.”

 

저기 뭔가 터무니 없는 소리를 하고 있는데, 저는 지금 당장 세 살짜리 꼬마가 봐도 여자가 아니라 남자거든요? 아니 세 살짜리 꼬마도 알아보고 지나가는 강아지도 알아보고 있잖아요?”

 

나는 옆에서 나와 루니아 누나를 지켜보고 있는 강아지를 보며 그렇게 입을 열었다.

 

강아지는 카일이 여자라고 보는 것 같은데요?”

 

개소리 집어 치워요!”

 

!”

 

진짜 소리 내지 말고요!”

 

루니아 누나의 느닷없는 !”하는 소리에 또 다른 태클을 걸었다. 여성 의류점에 내가 대체 왜 존재하는 것일까?

 

저기...일단 물어볼 것이 있어요.”

 

제 쓰리 싸이즈요?”

 

언제까지 그 소재를 우려먹는 거에요? 백골이 진토되어 지금쯤 넋이라도 없어지고 있겠네요!”

 

제가 목욕할 때 제일 먼저 씻는 부위요?”

 

필요 없어!!!”

 

그러고는 가만히 여성복을 파는 가게 앞에서 멈춰있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카일은 하란국에 비무대회가 열린다는 것은 알고 있나요오?”

 

...설마.

아니겠지...

이제 막 위기를 넘겼다고 생각했는데 또 이런 식으로 내 발목을 붙잡게 만들겠다면...

 

거기 비무대회는 여성만 참여 가능하다고 해서, 카일이 여장을 하고 조사를 해줬으면 좋겠...”

 

아아아아! 안 들린다! 아무것도 안 들려요! 아아아아!”

 

많이 유치하지만 지금은 적반하장상태로 아무것도 듣지 않기 위해 소리방벽을 펼쳤다. 마치 어디선가 오우! 제대로 놀아보자!”가 떠오르겠지만, 그것까지는 아니고 그저 현실도피를 위해 귀를 막고 소리를 질렀다.

 

비무대회 전에 사건에서 해연이라는 사람은...본래 200년전에...”

 

아아아아! 오늘따라 안 들리는 것 같네요! 아아아아!”

 

순간 엄청난 힘이 내 팔을 끌어당겨 루니아 누나의 얼굴과 내 얼굴이 종이 한 장 차이의 틈만 남을 정도로 가까워졌고, 달콤한 향과 더불어 루니아 누나의 붉은 입술에서 나온 말은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이렇게 말했다.

 

자꾸 어린 아이같이 굴면 그대로 침대로 끌고 가서, 카일이 울고불고 빌 때까지 2번이상 먹어 치울 거에요오?”

 

“......”

 

대답은?”

 

죄송합니다.”

 

오싹할 정도의 붉은 눈이 서서히 멀어질 무렵, 나는 독사에게 먹힐뻔한 쥐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었다. 한 순간에 내 입을 막아버리는 마법의 말. 역시 단어에 힘이 들어가서 그런 것일까?

 

그래도...어떻게 얻은 평화를 바보 같은 일 하나로 다시 탈취당할 수 없기에, 무릎반사만큼 가장 빠르게 변명을 해보도록 하자.

 

아니. 우선 제가 비무대회에 나가면 잡화점은 대체 누가 봐야...”

 

레시아나 루시피나가 있잖아요?”

 

...제길.

 

물품 정리는...”

 

잡화점에서 자동으로 정리해주잖아요? 장부만 확인하면 되는 일인만큼 쉽다고 생각하는데요오?”

 

...제길!

 

잡화점의 주인만이 장부를 확인할 수 있으니까. 저는 잡화점에 없으면 안 되는 존재라고 생각합니다만?”

 

괜찮아요. 귀환마법으로 잠깐 돌아오면 되잖아요오?”

 

...루니아 누나는 너무 많은 것을 알고 있어.

 

아무튼 비무대회에서 해연을 만나서 호감도를 99% 달성하고 오시는 것이...”

 

아니 잠깐. 저는 무슨 연애 시뮬레이션을 하러 가는 겁니까? 그것도 여장을 한 상태에서? 대체 그런 바보 같은 일이 어디서 일어나...아니, 생각해보니까 작품이 몇 개 있구나...바보 같은 일이 아니었어. 가 아니라! 아무튼! 저는 이 계획 반대에요!”

 

그러면 어쩔 수 없이 이 방법까지는 쓰지 않으려고 했는데...유감이에요오.”

 

“...설마 절 때리실 건가요?”

 

아뇨. 더욱 더 나쁜 것...”

 

그리고 루니아 누나는 잠깐 침묵을 유지하더니 이윽고 이렇게 말했다.

 

어째서 카일이 여장을 하고 비무대회에 나와야 하는지 가식적인 말을 섞어서 설교할 거에요.”

 

“...?”

 

비무대회에서 첫 번째 규칙이 여성만 참여가 가능한 만큼, 여장을 하면 누가 섬세하게 확인하지 않는 이상 여자라고 들키지 않을 만한 카일은, 가히 아우리스 여신의 외모와 견줄 정도로 신비한 외모의 소유자이며, 인간들에게 있어서는 그것은 상당한 은혜이자 누구도 부러워할 만한 미모라고요오? 하지만 카일은 그런 재능을 아직까지 각성하지도 못하며, 어째서 카일의 숙명이 여장하는 것이란 것을 깨닫지 아니하고, 그런 장점을 되살려서 다양한 분야에 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언제까지 자신의 재능을 부정한 체 인생을 마감하는...”

 

잠깐! 남자가 여장이 잘 어울린다고 해서 누구도 부러워하지는 않아요!”

 

하지만 나의 태클을 무시하고 계속해서 말을 하고 있는 루니아 누나는, 마치 매트릭스인지 뭔지의 논리에 의해 움직이고 있는 요원 같았다.

 

...그 다른 사람들을 자신의 모습으로 감염시키는 요원...

 

어쨌든 10분 정도가 그렇게 지나고.

 

생물학적에 근거하면 카일의 신체는 남성이지만, 여성처럼 팔이 가늘고 길면서도, 근육은 그렇게 발달하지는 않았고, 다리나 허벅지 또한 남들이 보기에는 좋은 각선미가...”

 

아니...대체 그게 생물학과 무슨 근거가 있어요?”

 

잠깐 15분의 시간이 더 넘어가고...

 

백장미 독자들에게 있어서는 카일은 하나의 메시아와 구세주. 하지만 그런 구세주가 자신을 따르는 독자들에게 그리 실망을 주면 안 되는 것이 분명하죠오? 게다가 인생에 살아가면서 그런 경험은 언젠가 카일에게 피와 살이 되는...”

 

그만! 그만하라고요! 알았어요! 비무대회 참여하면 되잖아요! 그만!”

 

아무래도 지금 멈추지 않는다면, 이 무시무시한 설교가 어디까지 이어나갈지 알 수 없으니, 나는 평화를 반납하고 루니아 누나의 의뢰를 들어주기로 했다.

 

...그나저나 왜 비무대회에 나가라는 거야. 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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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왜 동원훈련에 가야하는 거야. 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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