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 214
214
지우고 싶은 과거가 있다고 할 지라도,
지우고 싶은 미래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지우고 싶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서는
지우고 싶은 미래를 예측하지 않는 이상 불가능 하니까.
-레시아와 가식대결에서 카일을 결정타로 몰아넣은 레시아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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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가위바위보의 위험성은 다들 아시다시피, 레시아의 가차없는 벌칙에 엘티노스가 나에게 걸어준 항마의 축복이 깨져나간다는 것을 알 것이라 생각한다. 따라서 나는 레시아에게 가위바위보 벌칙에 항마의 축복이 깨지는 것처럼, 물리적인 충격이 아니라 정신적인 충격을 가하면 어떨까요? 라는 질문을 말했는데...
이것은 나의 크나큰 실수로...지금 당장 과거로 돌아가서 “그런 개소리 집어치워!”라고 나 자신 스스로에게 말하고 싶었다. 가식적인 말을 들었을 때 태클하고 싶은 충동이 태양만큼 불어났음에도 불구하고, 그걸 아무 말 없이 듣고만 있어야 한다는 그 자체만으로, 나에게 상당한 정신적인 고통을 안겨줬고, 이내 말만으로 내 정신을 붕괴시키고 손과 발은 시공의 폭풍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기분을 만끽했다.
두 번 다시는 하고 싶지 않은 벌칙이로군...
덤으로 그 벌칙이 끝난 후에 “차라리 때리는 게 더 심플할 것 같아요.”라고 하자. 레시아는 “이쪽이 오히려 주인의 반응이 다양해서 재미있노라.”라고 답을 했다. 체셔 고양이의 말장난에 농락당하는 기분은 이런 기분일까?
...따지고 보면 체셔 고양이의 미소는 소름 끼치지만, 레시아는 고양이인 모습에서 그런 미소를 짓지 않으니까 이쪽이 100배 훨씬 좋다.
“마스터. 가능하면 심신을 안정할 것을 요구합니다. 저 냥캣이 했던 말을 듣는 마스터의 혈압수치가 압도적으로 상승했기 때문입니다.”
우리 집 올빼미는 나의 혈압도 잴 수 있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가...아니라. 레시아와 마찬가지로 나와 특수한 연결이 되어있는 상태이기에, 시나야 말로 내 몸과 정신상태를 잘 알아주는 사역마라고 말할 수 있다.
시간은 9월의 마지막 주를 알리는 일요일 새벽 2시.
레시아와 시나, 그리고 내가 잡화점을 운영하기 위해 깨어있는 시간이고, 지금 이 시간만큼은 정말 조용히 평화롭게 지낼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인 듯 했다. 물론 여전히 머릿속에 골치덩어리들은 존재하기를, 최근에는 명계로 가서 편히 쉬고 있어야 할 루비아 씨가, 터무니없게도 현재 이브센티아에 있는 뒷산의 사당에서 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아무리 베가프가 아우리스 여신의 은총을 받아, 권능을 빌려서 기적을 현실화 할 수 있어도, 부활을 시킨다는 것은 사망한지 1시간 안으로 의식을 거행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다.
이미 2년지 벌써 더 지난 일이거늘 지금에서 부활을 할 수 있는 것은 더욱 아니지...
“주인. 뭘 그리 생각하는가? 이제 2차전의 시작이니라.”
검은 고양이가 내 무릎 위에 앉아서 올려다보았다. 2차전이라니? 대체 이번엔 날 얼마나 괴롭힐 생각일까?
“2차전이라뇨. 가위바위보는 끝난 것 아니었나요?”
레시아는 잠깐 오른쪽 앞발을 핥고 난 뒤에 다시 입을 열었는데...
“짐과 하루에 한 번씩 가위바위보를 한다는 것은 여전히 잘 시행되고 있으나, 벌칙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것은 오늘 처음에서야 알았노라, 그러니 지금 당장이라도 주인을 통해 어떤 벌칙이 효과적으로 상대방에게 강한 데미지를 줄 수 있는가에 대한 연구를...”
오늘 마왕에게 있어서 정말 평온한 날인가보다...
물론 그런 말을 하던 찰나에 시나가 레시아의 바로 앞까지 날아와서는 입을 열었다.
“마스터는 지금 쉬셔야 합니다. 언제까지 마스터를 곤란하게 만들 생각이십니까? 냥캣.”
“이 일은 주인과 짐의 문제이니라. 그러니 비둘기는 어느 이웃집 아줌마가 뿌리는 식빵쪼가리나 주워먹거라.”
“당신이야 말로 육포나 먹으면서 신세한탄이나 하시죠?”
저렇게 잘 싸우는 사람들을 보고는 다른 이들은 “허허. 너희들은 정말 사이가 좋군!”이라는 장면이 생각났다. 싸우고 있는 것을 보면서 사이가 좋다는 모순을 왜 말하는 것일까? 라고 생각을 했지만, 성장해 가면서 이 말의 뜻이 점점...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 내 결론이다.
싸우면서 친해지는 것보다는 맨 처음부터 친하게 지냈으면 하는 바람과 소망이 함께 살아 숨쉬는 내 마음속에서는, 이 둘의 싸움이 결코 반갑지만은 않기 때문에 항상 나는 그 둘을 뜯어 말려야 한다.
또 저대로 놔두면 둘이서 마법을 쓰다가 폭발하니까.
“최근 주인을 협박해서 키스를 받아낸 것이 그리 자랑은 아닐 터이다! 주인은 직접 짐에게 키스를 했노라!”
“그건 마스터가 당신을 생각해서가 아니라, 하란국을 넘어 대륙에 있는 수많은 사건과 사고들을 미리 예측한 것입니다.”
서로 또 불붙어서 싸우는 것을 말리려는 찰나에, 마리아가 잡화점의 문을 열고 천천히 들어오고 있었다.
“여어~! 카일이여어~! 오랜만에에에에에에에에~술에 취해애애애애애애앴다.”
신이시여...
이건 또 무슨 재앙입니까?
얼마나 취했길래 저 글이 늘어져버린 것입니까?
“레시아! 시나! 마리아가 취해서 돌아왔잖아요. 말려야...어라?”
내 무릎 위에 있었던 레시아와 시나가 모습을 감췄다. 그 누구도 신경을 쓰지 않을 것 같아서 말은 하지 않았다만, 여전히 핥으면 녹을 듯한 부드러운 초콜릿 피부를 자랑하며, 천천히 흑진주와 같은 눈과 나의 눈의 거리가 좁혀오기 시작했다.
“마리아. 그 어린 아이 몸으로 술이 떡이 되도록 마시면 어떻게 해요?”
“하아아아? 무슨 헛소리를 그리 종이를 먹고 있는 염소를 하는 것이더냐아아아? 카일이여어어어? 첩은 이제 성인이니라! 물론 키는 146cm정도 되다만...합법로리라는 말이 있지 았는가아아? 첩도 따지고 보면 레어하고 미디움레어한 캐릭터이니라아.”
“그렇다고 아저씨들이 웃을 법한 말장난을 하라는 것이 아니라고요!”
“뭐어어...괜찮다. 그 전에 내일은 시간을 좀 비울 수 있는가아?”
“휴일에요? 무슨 일이라도?”
마리아는 카운터 위에 슬슬 올라가서 엎드린 체 얼굴 사이의 거리를 한 층 더 좁혔다. 그보다 슬슬 추워질 시기인데 흰색 원피스 하나 딸랑 입고 나간 것인가...
“요즘 감기가 걸리고 많이 추운 날에 몽화관에서 VIP손님을 받아야 하는데, 그 아이가 감기에 걸려서 나올 수 없기에, 카일이라면 대신 나갈 수 있지 않을까? 하고는 이렇게 부탁을...”
“...제가 할 거 같아요?”
“물론 아니지.”
술에 취해서 인사불성이 되더라도 남의 생각은 잘 읽을 수 있는 마리아라고 생각했다.
음...터무니 없는 말장난이네...인사불성이 되어도 남의 생각은 읽다니...
정말 터무니 없었어.
“하지만...그 상대가 카일을 지목했다면 어떻게 하겠나?”
“몽화관에 대체 누가 오는데 사진도, 거기에 일한 기억도, 심지어 추억도 1%정도밖에 오르지 않은 장소인데 말이죠?”
마리아는 카운터에 다가가다가 허공에 헛손질을 하면서 그대로 떨어질 뻔한 것을, 내 양손이 순식간에 마리아의 어깨를 지탱해서 바닥으로 넘어지는 것을 막았다.
“위험하잖아요!”
“아니...쿠후훗...! 카일이여. 그대의 각도가 더욱 위험하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첩의 우아한 가슴골이 보여진다고?”
“로리 캐릭터에게 그런 신체적인 우월성이 어디 있어요? 아무리 성장을 했다고는 할지라도 예전의 마리아에서 키만 살짝 커진 것 같은데요?”
“그런 것도 전부 매력이니라. 그리고 언제나 예외는 존재하니까 참고하도록 하거라. 우선...자세 좀 바로 잡고...”
카운터 위에서 앉은 상태가 된 마리아는 술기운 때문에, 약간 빨갛게 달아오른 두 뺨을 어루만지며 설명을 계속해나갔다.
“그러니까 우선 하란국에 있는 초량이라는 여자가, 지금 급히 카일과 만날 일이 있다고 하여 몽화관에서 그대를 찾았노라. 분명 카일이라면 여장을 하고 이곳에서 일을 하고 있을 것이라는 거짓된 망상과 함께...뭐 사실 첩도 카일이 여장을 한다면 매출이 좀 더 오를 것이라 생각...”
-덥썩! 꽈아아아악!
“꺄아아아앗! 알았다! 장난은 그만 칠 테니 아이언 클로는 자비를...!”
나는 다시 마리아의 얼굴에 오른손을 때고 다시 경청했다.
“아무튼...약속은 내일...아니 정확히는 오늘 오후 1시다. 항상 현재라고 생각했을 때 오늘 오후 1시가 맞는 표현이라 생각하니까.”
마리아는 웃는 얼굴로 자신의 할 말을 다 마친 듯이, 내 앞에서 고개를 좌우로 흔들거렸다. 그전에 레시아와 시나가 다 도망갈 정도로 마리아의 술버릇이 얼마나 나쁘길래...간혹 나를 제외한 잡화점의 멤버들은 여성으로 이루어져서 그런지, 나만 빼고 회의를 한다는 명목하게 어디선가 술을 마시고 돌아와보면, 꼭 한번씩은 마리아가 구속마법으로 구속되거나, 팔 다리를 움직이지 못하게 묶어서 오거나...어쨌든 개가 보고 지나갔다면 “이런 개판은 또 무엇이냐?”라고 말할 정도로, 필사적인 무언가가 존재하고 있었다.
“저기? 마리아?”
게다가 아무리 생각해도 내 생각에는...지금 마리아의 상태를 추측했을 때.
“혹시 화났어요?”
라고 말했다.
그러자. 그 말은 동시에 불씨가 되어 도화선을 쭉 타고 흘러 마리아라는 폭발물로 도달해버렸다.
“화라? 당연히 화가 나있으니까 이렇게 혼자서 술을 마신 것이 아니겠는가!!!”
내 앞에서 순식간에 목소리가 높아진 마리아는 눈이 살벌해지기 시작했다.
“첩은 우수하면서도 귀중하고, 또 다른 이들에게 있어서는 구세주와 같은 명분을 얻고 있노라, 허무의 여왕이라고도 불리며 검은 달의 여왕이라고도 하지. 하지만...그래도 하지만! 어째서 카일은 마왕님과 그 비둘기에게 키스를 할 수 있냐는 것이다!”
...설마 지금 마리아가 이렇게 난리를 친 원인이...
내가 시나와 레시아에게 키스했다는 사실이 퍼져나갔기 때문이라고?
“...저기 마리아. 그때는 사정이 좀 있어서.”
마리아는 카운터에서 곧바로 내 의자로 점프에 내 무릎 위에 앉아서 내 어깨를 잡고 흐들기 시작했고, 묵직한 와인 향을 내 코가 감지했다. 그보다 와인을 마실 정도면 대체 얼마나 많은 돈을 투자한 걸까?
한 병 두 병으로 끝날 양이 아닌데...
“사정이라니! 결과적으로 카일은 그 들에게 키스를 했다는 것은 변하지 않는 사실이며, 그 또한 진실인 것이 분명하지 않는가? 그리고 그런 변명으로 첩이 이대로 물러갈 것이라 생각하지 말거라! 오늘 첩은 마음 단단히 먹고 카일에게 키스를 받아내기 위한 모든 시나리오를 끝냈으니까!”
...
이건 또 무슨...
“아니...대체 무슨 소리에요. 저에게 키스를 받아내기 위해서 모든 준비를 했다니? 뭐 설마 절 엄청나게 때릴 생각이신가요?”
그러자 마리아의 눈빛이 다시 요염하게 변하면서...각각 양손에 마리아와 똑같은 모습을 지닌 소녀들이 양손을 쓰지 못하도록 봉인시켰다. 설마 이렇게 저항하지 못하게 하고
“첩에게 키스를 할 때까지 가식적이고 철학적으로 말을 할 것이니라. 물론 분신들도 함께 말이지...”
...
제길!
“태초의 인간은 남자와 여자로 나뉘어졌는데 그들에게 있어서는 자연스럽게...”
“인생에 살아가면서 한 번씩은 결정을 해야 하는 것이 존재하는데, 그것에 대해...”
“최근 미술에 대한 가치에 따라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남녀들을 그릴 때에...”
마리아가 내뱉은 말도 안 되는 말에 정신적인 고통이 물밀듯이 들어왔다. 아니 솔직히 그런 고통은 없는데, 하나하나 태클을 걸어야 하는 내 입장에서 3가지의 방향으로 태클을 걸 수는 없다.
아무튼 이 난폭하고 광적인 정신적인 폭행에 굴복하지 않으리라 생각을 했다.
물론 시나와 레시아가 도와줬다면 말이지...
“멈춰요! 멈추라고요! 이 서라운드 스피커야!”
“흠? 키스할 마음이 생긴 것인가? 애초에 마왕님과 그 비둘기는 지금 첩의 술주정을 피해서 달아났다고?”
...잠깐만?
“마리아. 설마 깨어있었어요?
“당연하지 않는가? 오히려 술에 취한 상태라면 카일은 지금쯤 내 밑에 깔려있을 거라고?”
...마운트 포지션...뭐 그걸 말하는 건가?
조만간 격투기술이 나올까나?
“자...아직까지 첩의 가식은 600만개나 더 남았으니, 귀가 정말 폭발하는 것을 몸소 체험하고 싶지 않으면 어서 첩에게 키스를 하거라.”
“대체 그 바보 같은 협박은 뭐에요? 그리고...기어오르는 것도 정도껏 하셔야죠!”
서둘러 마나를 회전시켜서 좌, 우 그리고 내 정면에 있는 마리아들에게, 아이언 클로를 위해 태어난 손의 형체가 허공에 날아들면서 마리아 얼굴에 달라붙었다. 분신들은 달라붙자마자 사라졌고 본체는 허공을 허우적거리며 고통을 받았다.
“아니 어떻게...!!! 카일은 분명 마나에게 축복을 받았을 지라도, 이 정도로 능숙하게 사용하지는 못하거늘!!!”
“사람은 성장한다고요? 그리고 시나랑 페어링이 강화되면서 이런 것도 가능하고요.”
바다 빛 마나로 이루어진 손바닥에 밝은 빛이 빠르게 점멸하기 시작했다.
“우아아앗! 눈 앞에서 빛이 번쩍 번쩍이라니이이!”
그 이후로 마리아는 10분정도 고통을 받은 체 기절...당한 척이겠지만 쓰러졌다고 한다.
끝끝내 입술을 내밀어 키스해달라는 마리아의 요구는 무시하도록하자.
=============================================================================================이야기 25의 시작.
그나저나 이번에 내 손은 어떤 방향으로 쓰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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