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 190
190
방금 내가 무슨 소리를 들었는지 잘 모르겠지만...분명...
“지금 평민인 저에게 작위를 내리겠다는 소리를 한 것 같은데? 제 귀가 잘못 되었나요?”
루니아 누나는 내 머리를 쓰다듬어주고는 “잘 들었어요오.”라고 대답을 해주었다.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지금 내 신분을 상승시킨다는 것은 좋다고는 해도, 잡화점을 하고 있는 자가 영주라고 한다면 어떤 생각부터 드는가? 만일 내가 평민보다는 살짝 위에 올라간다고 한다면 잡화점에 대한 평가가 더 좋아질까?
그렇게 많이 좋아지는 것은 아니리라...
아무튼 지금은 그게 문제가 아니라.
“저는 그런걸 받을 수 없는데요?”
내가 이 말을 꺼내고 나서 허브티로 목을 잠깐 축였다. 물론 루니아 누나는 내가 이런 대답을 할 것이라고 생각했는지, “크흠.”하면서 목을 풀고 입을 열기 시작했다.
“지금 카일의 입지가 얼마나 높은지 아시나요오?”
“제 입지요? 그냥 엘티노스 잡화점에서 강제노역하고 있는 주인이잖아요? 파이론에서는 엄청난 악평을 받고 있고...다른 곳에서는 뭐...잘 모르겠네요.”
“카일은 지금 먼 동쪽에 있는 동양제국인 ‘하란국’에서, 인재로 받아들이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고 첩보원에게 접수했어요오. 물론 하란국에서는 뛰어난 미모를 가진 여인들이 자주 남자를 납치해가는 기술로 주요 인재를 앗아가는 제국이니, 지금 카일이 여자여서 다행이었을지도...만약에 남자로 있었다면, 지금쯤 하란국에 도착했을지도 모르겠네요오.”
“하란국은 대체 어디에요? 뭐 하는 곳이길래 남자를 납치하는 거에요?”
“인구 밀도 중에서 90%가 여성으로 이루어진 곳이거든요.”
...그런 곳도 있구나.
다른 남자들이 상당히 많이 가고 싶어서 안달이 날 듯한 그런 곳이네?
“물론 거기는 여존남비가 모토인 사회인지라, 대부분의 여성은 강렬한 S속성을 패시브로 가지고 있답니다아.”
...특정 남자들은 거기에 상당히 많이 가고 싶어서 안달이 날 듯한 그런 곳이네? 아무튼 불필요한 그런 협박까지 해가면서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즉...
“저를 프리트론에 귀속시키겠다는 소리네요? 다른 곳에서 절대로 데려가지 못하게?”
“소문이 너무 퍼졌으니까요오. 물론 정보조작을 살짝 했으니까 다행이라고 생각하는데, 만일 남자로 돌아온다면 상당한 인기가 몰려올 거에요오.”
“어째서 남자로 돌아올 때 인기가 몰려오죠? 여태 은빛 송곳니에 대한 업적이나...다른 것은 전부 여자로 변했을 때 해온 업적이잖아요? 그런데 대체 있지도 않았던 남자일 때의 제가 무슨 인기가 있다고...”
해온 것은 그렇게 별다른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윈디가 카일의 대한 정보를 왜곡해서 이미 다 팔았거든요오. 지금 수입이 잔뜩 벌려서 2층집을 산다고 하던데요오?”
...최악의 변수를 잊고 있었다.
하필이면 내 정보를 사방팔방에 다 까발리고 다닐 줄은 상상도 못했는데...
이놈의 깊은 저 바다 속 파인애플 같은 녀석의 머리에, 제트 부스터 아이언 클로를 그냥...
“이건 폐하께서도 결정한 사항 중 하나에요오. 아무리 모든 나라가 천칭들의 회의를 통해 상호간에 평화협정을 맺고 있어도, 국가 이익에 관련된 부분에서는 인재가 많아야 이익이 더욱 높아지기 때문이에요. 저번에도 루노아 칸포리우스 황자도 카일을 노리고 접촉을 했으니까요. 만약에 뭣도 모르고 카일이 침대로 끌려가서 BL물로 전향이 되었다면 그 일은 끔찍한 일이 되었을 거에요오. 그나저나 조합은 좋은 거 같네요오! 혹시 다음에 기회가 되면 영상으로 찍어오는 것도?”
아니 안 좋아.
무슨 조합타령이야!
루니아 누나는 여전히 백장미 다음 호를 찍는 생각밖에 안 하는 거 아닐까?
***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루니아 누나와 말한 결과.
나의 작위 수여식은 무산으로 결정을 내렸는데, 프리트론에 종속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해서 그런 것은 아니고, 다른 인재들을 빼앗기는 것이 두려워서 귀속할 이유가 없다는 말을 했기 때문이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윈디가 정보를 왜곡해서 팔아먹었어도, 잡화점으로는 언제든지 돌아오는 것이 가능했는데, 솔직히 날 납치하려고 하거나 빼앗기 위해 노력을 가하는 순간...
레시아를 필두로 마계에서 인간계로 침공해서 쑥대밭이 될지도 모르니까. 애초에 나는 평온하고 느긋한 생활을 원하기 때문에, 그 일들을 생각하면 더욱 더 받아들일 수 없다고 생각한다.
잡화점으로 도착을 해서 조금이나마 더 쉴 생각으로 문을 열었던 찰나에, 가만히 생각해보면 왠지 이 문을 열지 말아야 할 것 같은데? 라는 불길한 기운이 들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할지라도 내 잡화점에 무슨 일이 있겠어?
-펑!
강렬한 열기와 함께 문고리를 잡은 상태로 5미터가량 날아간 내 시야에서는, 어느덧 땅에 추락을 한 듯 세상이 구르기 시작했다. 이리저리 구르는데 또 구르냐고 몸이 고통을 호소하기 시작할 무렵. 누군가의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는데...
“엘리시아. 당신에게는 정말로 실망했습니다. 어떻게 제가 마지막에 먹으려고 했던 푸딩을 당신이 먹을 수가 있죠? 그거 정말 아껴놓은 거란 말이에요.”
“미안해 언니! 하지만 그 때는 700년전에 이야기잖아! 그리고 그건 엘티노스가 억지로 내 입에 밀어 넣었단 말이야! 모든 것은 전부 엘티노스 잘못이라고!”
이건 또 무슨 개판인지 이해가 절실히 필요했다.
아니 당사자 입장에서는 내가 날아간 이유가, 고작 멜시스 양이 700년전에 먹지 못한 푸딩 때문이라는 거라면 둘 다 가만 안 둬.
“둘이 싸우던 말던 뭘 해도 상관없으니, 최소한 문짝을 날리는 마법을 사용하지 말아줄래!”
안에는 멜시스와 엘리시아가 각각 차와 푸딩을 접시에 가지런히 놓고 있었다. 마치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이 나를 보고 있는 흡혈귀 자매는 입을 열었다.
“저기. 우리는 그냥 대화하고 있었던 거야. 문을 날려버린 것은 마왕님이고.”
멜시스는 그에 동의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고, 이윽고 박자가 들리기 시작했으니...
-툭! 철컥! 툭! 철컥! 툭! 철컥!
세상에서 가장 쓸모 없는 상자를 가지고 놀고 있는 검은 고양이의 모습이 내 시야에 들어왔다. 아무래도 주변 마기가 이리저리 올라오는 것으로 보아, 곧 제 2차 폭발마법을 시전한다는 소리기에 다급하게 말을 걸었다.
“레시아? 그 상자는 대체 어디서 꺼내온 거에요? 그거 분명히 제가 서랍장에 넣고 잠가놨을 텐데?”
“그럴 줄 알고 기프트피어스를 가져와서 서랍장의 잠금을 해제했노라.”
조만간 다른 장소에 숨겨놔야겠다.
“어쨌든 주인. 지금 짐의 인내심이 한계가 찾아와서 다시 폭발마법을 일으켜야 할 것 같노라. 그러니 어디로 피해야 폭발 반경에 휘말리지 않...”
-덥썩! 꽈아아악!
“냐아아아! 어째서! 어째서 주인은 폭력을 휘두르는 것인가! 가정폭력이지 않는가!”
“시끄러워! 지금 저에게 말하는 의도가 잡화점을 때려부술 테니 저 멀리서 불꽃놀이나 구경하라는 거에요? 뭐에요? 그리고 지금의 레시아가 적절히 사용해야 할 단어는 동물학대 아니던가요?”
“그렇군...주인은 지금 가련하고 청순한 고양이에게 동물 학대를 하고 있...”
-꽈아아악!
“아프다! 아프다고 주인! 이 이상 압박을 하면 두개골이 변형될 것 같노라!”
“잡화점의 문을 폭발마법으로 때려부수는 고양이가 어디가 가련하고 청순해! 애초에 댁은 마왕이잖아요! 마왕이 청순하고 가련하다는 단어를 막 사용해도 되는 거에요?”
“마왕이라는 이름만으로 차별을 하는 것인가! 흥! 주인이 그렇게 못된 사람일 줄은 몰랐노라! 차고로 아무리 마왕이라고 할지라도 짐은 마왕이기 전에 한 명의 소녀란 말이다! 주인도 지금 여성으로 살아가면서 여자의 마음이 얼마나 섬세한지 알고 있지 않는가!”
“모르겠는데요? 차라리 거북 클럽에서 “거북. 거북.”이나 영구적으로 읊는 것이 더 재미있겠네요. 그리고 몸이 여자로 변한들 지금 제 정신은 남자입니다만?”
멜시스와 엘리시아는 뒷전으로 레시아를 카운터 위에 놓고, 그 상자는 레시아의 시야가 안 보이는 곳으로 치웠다. 어쨌든 레시아는 잠깐 헛기침을 하더니 입을 열었다.
“그래서 루니아가 부른 이유는 주인과 비밀연애 때문에 부른 것인가?”
“정말. 진짜. 진심으로 말하는 건데. 그 망할 비밀연애는 마계에도 퍼져나간 유명한 단어입니까? 어째서 저는 비밀연애란 단어를 수도 없이 들어야만 합니까? 그리고 루니아 누나가 부른 이유는 남자로 되돌아 갔을 때, 저의 신분을 올려준다는 말을 했지만, 저는 그것에 대해 거절한 것뿐이라고요. 그리고 잡화점으로 돌아와서 이제 쉬어볼까 했는데, 문고리를 잡으려고 하던 찰나, 레시아가 폭발마법으로 문고리와 저를 날려버렸고요. 그 바보 같은 상자만 아니었어도 제가 문고리를 잡은 체 구르진 않았겠죠.”
한 숨을 내쉬며 이야기를 끝내고 답답한 마음을 의자에 앉아서 어느 정도 달랬다. 레시아는 내 무릎 위에 올라가서 엎드린 체 입을 열었다.
“생각을 해본 결과. 주인의 TS약정이 얼마 있지 않으면 종료가 되는 군. 연장비용은 얼마인지 물어봐도 되는 것인가?”
“그게 또 무슨 헛소리에요! 연장비용은 또 뭔데요!”
그러자...
“주인의 성별을 일시적으로 바꾼 것은 한 때, 어릿광대를 끌어들이기 위함이었다고 했으나, 다른 이들이 의외로 반응이 좋길래 연장비용을 많이 준다면, 주인이 앞으로 여성으로 활동할 수 있다는 루머를 들은 것 같았노라.”
“루머잖아요!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은 제가 다시 남자로 되돌아오는 것을 기대하고 있을 거라고요.”
설령 기대하지 않아도 나는 남자로 되돌아가야 한다.
무슨 성별을 전환하는 일이 DLC도 아니고...
“낑낑.”
“하지 말라고!”
그 이후 레시아에게 1분간 아이언 클로를 집행한 뒤에, 엘리시아와 멜시스를 확인했더니, 아무런 일 없이 대화를 하고 있었다. 자신의 실수가 있다는 엘리시아의 근심이 어린 표정과 달리 의외로 쉽게 쉽게 풀렸으리라 생각했다. 멜시스는 여전히 적포도주가 생각나는 후드를 뒤집어 쓰고 이야기를 하지만, 이야기 톤에서는 부드럽고 인자함이 느껴졌다.
방금 전에 그 푸딩 이야기만 뺀다면...
“그건 그렇고 푸딩이 대체 어떻게 되었길래...엘리시아가 겁을 먹은 목소리로 이야기를 했던 거야?”
그러자 멜시스는 나를 뚫어져라 보고 있었고, 엘리시아는 “너 정말 고생을 사서하는구나?”라는 눈으로 내 얼굴을 보고 있었다.
“그 푸딩은 무려 ‘마지막’남은 푸딩이었답니다.”
천천히 멜시스가 나에게 걸어왔다. 물론 그 걸음걸이 하나하나가 상당히 무서웠지만...
“700년전에 목욕 후에 달콤한 마무리를 하기 위해 꺼내놓은 푸딩이 없어진 이후. 저는 모든 이들을 불신하면서 살아왔고 그 결과, 저는 집을 가출해야만 하는 상당한 비극을 낳았죠. 그런데 지금 엘리시아에게 들어본 결과 그 푸딩은 엘티노스가 우리 가문을 붕괴시키기 위해, 일부러 엘리시아 입 속으로 밀어 넣었다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어본들...대체 뭘?”
“엘티노스 잡화점의 차기 주인으로 벌을 받으셔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으신가요? 혹은 사과라도 해야 한다던가?”
잠깐만...
700년전에 엘티노스가 해왔던 짓 때문에 내가 사과를 하거나 벌을 받아야 한다고?
“아니? 잠깐만 기다려요. 그건 제가 한 짓이 아니잖아요? 엘티노스가 했으니까 천계에서 상급신으로 일하고 있는 엘티노스에게 따지세요!”
하지만 멜시스는 내 어깨를 붙잡고선 귀까지 닿을듯한 초승달의 호를 그리며 입을 열었다.
“어머나...벌이 필요하겠네요. 당신은?”
“잠깐 기다려요! 이거 정말 말도 안 될 정도로 개연성이 없다니까요? 지금 독자가 이걸보면서 뭐라 판단하겠어요? “뭐야? 저 녀석은? 700년전의 푸딩사건으로 또 굴러야 할 처지인가? 저 녀석은 주인공인지 볼링공인지 모르겠다니까?”라고 생각할게 뻔하다니까요? 그보다 물지마! 이제 아프다 못해 죽을 것 같단 말이야! 제발! 그만두라고!”
-콰악!
섬뜩한 소리 이후에는 온 몸이 고통에 몸부림을 칠쯤. 나는 ‘대체 내가 한 일도 아니고 700년전의 일인데, 그런 시답지 않는 일에도 고통을 받아야 하는 가?’에 대해 고찰을 하면서, 의식은 천천히 어둠 속으로 가라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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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일은 자신과 전혀 관련없는 일에도 구를 수 있도록 훈련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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