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5

 

 

 

어째서 잡화점이 휴가를 가는 사람들이 머무는 곳으로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쇼콜라 씨의 추가로 인해 나의 삶이 더 힘들어 진다는 것은 피했으면 좋겠다. 애초에 왕궁에 있던 메이드가 휴가로 이곳에 찾아와서 하는 것이, 메이드 업무라면 오히려 내 입장이 더 곤란해지리라 생각했다.

 

“...어 나세요.”

 

의식이 깨어나려고 하던 찰나, 나를 잠에서 깨우는 목소리는 처음 듣는다. 보통 새벽 4시에 가게를 닫고, 그 이후에 잠에 들어서 아침 8시에 일어난다면 기적을 보는 것이고, 보통은 아침 10시나 11시에 일어나기에, 누가 깨워주지 않는다면 오후 3시까지 자는 경우가 태반이지만, 의뢰가 있을 때는 일찍 일어나는 것은 변하지 않겠지.

 

일어 나시죠? 청소하는 데 방해됩니다만? 여전히 구더기처럼 꼼지락거린다면, 그 이불 통째로 밖에 내던져드리죠.”

 

“...그보다 쇼콜라 씨? 왜 여기까지 와서 청소하고 있어요?”

 

오늘 늦은 새벽에 봤던 메이드 복장과 청소 도구를 양손에 쥐고 있는 모습은, 굉장히 어울리면서도 익숙해 보였다. 그러나 휴가를 보낸다고 이곳에 와서, 청소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내 마음이 다 불편할 지경이다.

 

휴가라고 해도 저는 메이드장을 하던 몸. 일을 하지 않으면 시간이 가지 않는 나쁜 지병이 있습니다.”

 

그건 병이 아닌데요?”

 

잠깐 쇼콜라 씨의 눈이 변하면서 살기가 엿보이는 순간, 내 몸이 자동으로 이불을 튀어나가서 저 뒤로 몸을 날렸다. 물론 그 짧은 시간 동안에 !”하는 소리와 함께, 쇼콜라 씨가 발로 이불을 밟은 상태였고, 조금이라도 늦었으면 저 발에 눌려서 발버둥 치는 전개가 있었다고 생각하니, 머리에서는 식은땀을 만들어 내보내고 있었다. 그건 그렇고 저 작은 발로 어떻게 바닥이 울릴 정도로 소리가 나는 걸까?

 

보기보다는 상당히 날렵하네요? 꽤나 험악한 환경에서 살아남은 듯한 움직임과 반사신경이라.”

 

그전에 죽을 뻔했잖아요! 그거 일반인이 밟히고 있었으면 이미 죽었거든요!”

 

당신은 일반인이 아니잖아요?”

 

그리고 쇼콜라 씨는 나를 보며 싸늘하게 말했다.

 

벌레지...”

 

잠을 많이 잔다고 사람을 벌레 취급을 하는, 메이드장의 사고 방식은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조만간 머리를 열어서 들여다 보고 싶을 지경이다. 늘 사무적이고 무표정한 어조로 나와 이리저리 실랑이를 벌이는 사이에, 마리아는 눈을 비비며 느릿느릿하게 움직였다.

 

우으...어째서 이리 소란스러운가? 카일이여?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건가?”

 

막 일어났는지 아직도 머리가 이리저리 삐죽하게 튀어나온 마리아의 모습을 보자마자, 쇼콜라 씨는 뭔가 눈에 불이 켜진 듯, 타켓팅이 내가 아니라 마리아로 옮겨지기 시작했다.

 

어머나. 어머나. 가련하고 연약한 소녀에게 이런 말도 안 되는 모습을 하다니, 이것은 여자에게 있어선 죄입니다.”

 

마리아는 자신이 어떤 상황에 처했는지 모르는 듯이, 오른쪽으로 작은 고개가 기울어졌고, 그 이후에 쇼콜라 씨의 존재가 생각난 듯이 입을 열었다.

 

그대는 분명 아르페 공주와 있었던 메이드 아닌가? 어째서 이곳에 있는 것인가?”

 

그러나 마리아의 질문에 나타난 답변은 무표정하고 사무적인 말이다.

 

지금 여기에 제가 왜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다만, 지금 가장 큰 문제는 아직까지 꽃다운 소녀가 이런 흐트러진 모습을 하고 있다는 것이, 저의 입장에서는 상당히 보기 안 좋으니까 말이죠. 그러니 아무런 저항이 없다면 일찍 끝날 것입니다.”

 

-덥썩!

 

...? 뭐가 말인가? 잠깐! 어디로 데려가는 것인가!”

 

어설프게 발버둥 치고 있는 마리아. 거기에 왜소한 몸에도 믿기지 않을 정도로 괴력을 자랑하는 쇼콜라 씨는, 천천히 욕실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잠깐! 기다리거라! 첩이 혼자서 씻을 수 있단 말이다! 카일! 카일이여! 도와다오~!”

 

마치 사형장에 끌려가는 사람처럼 내 이름을 애절하게 불렀으나, 욕실의 문은 닫혀버렸고 그 이후에는 마치 죽은 듯이 잠잠해졌다고 한다. 물론 거기에 무슨 일이 있었는가에 대해 알고 싶지는 않지만, 일단 쇼콜라 씨의 무서운 분위기를 봐서는 마리아에게 애도를...

 

레시아는 아이니스를 따라갔는지 잡화점을 둘러봐도 보이질 않았고, 루시피나와 루나는 아직 일어나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시간을 보아하니 아침 9 23분을 가리키고 있을 때. 마리아가 욕실에 다급히 나오는 모습을 보았다. 물론 연두색의 수건은 마리아의 몸을 감고 있었고, 애초에 옷도 안 입히고 내보내지 않았을 테니, 분명 탈출시도를 한 것이겠지.

 

그전에 오늘 눈을 뜨자마자 뭐가 이리 정신 없는 거야?

 

카일! 어서 첩을 도와라! 저 메이드가 이상한 눈으로 첩을 보고 있지 않는가!”

 

이상한 눈?

그러자 하얀 김이 뿜어져 나오는 욕실에서 천천히 걸어 나오는 그림자. 물론 트윈테일을 보아하니 쇼콜라 씨라고 생각하겠지만, 이게 무슨 호러 소설도 아니고 실제로 보면 상당히 무서운 연출이 자주 나오는지 모르겠다.

 

아직 피부의 건강과 피로 회복에 필요한 오일마사지가 끝나지 않았습니다. 어서 다시 이쪽으로 오시죠. 그런 지저분한 남자 곁에 있으면, 다시 처음부터 프로세스를 실행해야 합니다.”

 

저기 쇼콜라 씨? 은근히 저를 욕하는 것은 그만둬주시겠어요?”

 

아니면 날 욕하는 것이 재미있는 건가?

 

그게 무슨 마사지인가! 애초에 첩이 당해본 것 중에서 그런 마사지는 없었다! 그런 암흑시대의 기술을 첩에게 사용하려 하다니!”

 

얼굴이 홍시만큼이나 붉은 상태에서 삿대질을 하며, 소리치고 있는 마리아와 그것을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이 마주하고 있는 쇼콜라 씨 사이에, 불과 얼음의 오러가 일렁이기 시작한 착각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보다 암흑시대의 기술이라뇨? 애초에 그거 비유한 거죠?”

 

직접적으로 말하면 경고 먹거나 탈퇴 당하기 때문이니라. 첩도 그렇게 생각 없이 말을 내뱉지는 않는...햐악!”

 

언제 뒤로 이동했는지 모르는 이동기술을 선보인 쇼콜라 씨는, 다시 마리아를 욕실로 데려가기 시작했다.

 

안 돼! 가기 싫단 말이다! 카일이여! 도와다오!”

 

나도 마리아를 도와주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지금 쇼콜라 씨의 눈에서 건들이면 죽여버리겠다.”라는 투지가 연갈색의 눈동자가 불꽃처럼 일렁이고 있었다. 매우 짙은 살기에 몸이 움직일 생각도 못하고 있는데, 연약한 내가 어떻게 도와준다는 말인가?

 

연약하긴 무슨! 첩을 충분히 도와줄 수 있...!”

 

-콰앙!

 

욕실 문이 힘차게 닫히면서 마리아의 말을 끊어버렸다. 아침부터 정신 없는 대참사에 나는 잠깐 수습을 할 겸. 의자에 앉아서 창문을 통해 날씨를 보았다. 6월의 해는 벌써부터 기온을 끌어올릴 준비를 하고 있는 듯, 햇살이 따듯하지 않고 살짝 뜨거웠다.

 

/꺄아아아아악!/

 

욕실에서 비참한 비명소리가 났지만 무시하도록 하자.

 

***

 

지금은 호카 마을.

아까 전에 마리아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나도 모른다.

쇼콜라 씨가 적당히 했기를 빌면서, 이번에는 의뢰에 더욱 집중하기로 했으니까.

 

어릿광대에게 받은 가면을 오랜만에 쓰면서, 천천히 호카 마을 주변을 수색하고 있었다. 거기에는 진짜인지 가짜인지 마을이 망해가는 모습을 보면서, 이방인에게는 별로 반갑지 않은 듯이, 내 눈치를 보면서 슬그머니 사라지는 사람들이 있고, 여전히 굶고 다니는 어린 아이들이 먹을 것을 달라고, 나를 뒤따라 오기도 했다.

 

정말 전형적으로 망해가고 있는 마을이긴 하지만, 환각마법이 이곳을 뒤덮고 있는데 어째서 이 사람들 눈에는 환각마법의 영향이 없을까?

 

형이 육포를 줬으니까, 형이 하는 말에 대답해줄 수 있어?”

 

.”

 

애들 3명이 육포를 하나씩 입에 물고, 나의 질문을 기다리느라 초롱초롱한 눈이 되었다. 그럼 어디부터 이야기를 꺼내면 좋을까?

 

혹시 이 마을에서 뭔가 한다는 소리는 못 들었니?”

 

제발 순진한 어린 아이들이 잔혹한 어른들에게 입막음 당하지 않았기를 빌며, 질문을 한 결과 가운데에 있던 남자애가 이렇게 말했다.

 

그러고 보니, 저번에 엄마, 아빠가 말한 걸 들었는데. ‘초월의 의식인가? 그걸 한다고 들었어. 그럼 우리들은 전부 슈퍼맨이 될 수 있데!”

 

슈퍼맨은 크립톤 행성에 있는 외계인이라, 슈퍼맨이 될 수는 없어도 그만큼 강해진다는 소리?”

 

. 그리고 초월의 의식은 수 많은 금을 받쳐야 할 수 있다고 들었어!”

 

...초월의 의식?

그건 또 뭐야?

 

애초에 그건 또 무슨 의식이야? 아니면 뭐 영웅이라도 되고 싶은 어른들의 놀이인가?”

 

잘 모르겠는데, 형하고 똑 같은 가면 쓴 누나가 금이 필요하다고 했어.”

 

어릿광대인가?

벌써 이런 촌구석에서 이상한 일을 벌이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자, 내가 쓰고 있는 가면에서 작은 진동이 느껴지는 듯한 착각을 일으켰다. 아니면 내가 무의식적으로 떨고 있다는 것이거나.

 

그래서 지금 그 누나는 어디에 있는데?”

 

형아 바로 뒤에.”

 

이건 또 무슨 터무니 없는 전개냐!

 

-슈악! 채앵!

 

급하게 마법방패를 전개해서 대강 소리만 듣고 날아오는 방향을 예측해서, 방패를 휘두르자 금속이 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푸른 빛의 단검 하나가 바닥으로 떨어져 산화했다.

 

안녕! 자기야~?”

 

기쁜 듯이 나를 반기는 고운 목소리를 쫓아 고개를 올리자, 이번엔 하얀 가면 이외에 어디 자살특공대에서 할리 퀸이 입을 법한, 적색과 청색 대신 흑색과 백색으로 두 가지 색의 대비가 강조되는 핫팬츠와 반팔 티셔츠, 그리고 아까 전에 나에게 날려보낸, 푸른 빛의 단검 하나가 오른손에 들려있었다.

 

설화라는 거짓정보를 퍼트린 것이 신의 한 수가 될 줄이야. 이렇게 또 만나니 기쁘지? 그렇지?”

 

그럼. 지금까지 정보를 흘린 것이, 나를 이곳으로 오게 만들려고 했다는 소리는 아니겠지?”

 

물론 아니지!”

 

그럼 뭔데!

 

? 안에 이질적인 것이 추가 되어있네? 설마...그 존재로 월식의 침식을 역으로 이용할 줄은 상상도 못했어.”

 

어릿광대는 잠깐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알아차렸는지 바로 이런 소리를 뱉었다. 그러고는 한탄해 하며 말을 이어갔다.

 

정말이지...애초에 우리는 하나가 돼서 월식을 용으로 만드는, ‘초월의 의식을 거행해야 하는데. 지금 카일의 몸 속에 있는 월식의 반쪽이 쇠약해져 있잖아?”


네가 무슨 마커냐?

 

애초에 그게 풀려나면 세상이 개판이 될 텐데, 그걸 그냥 구경할 수는 없지. 그 전에 초월의 의식이라는 그 자체는 네가 꾸민 일인가?”

 

어릿광대는 어깨를 으쓱하고 내 질문에 대답했다.

 

그건 아냐. 오히려 나도 설화에 대한 정보 때문에 이곳에 온 걸? 설화라는 것을 이용해서 다른 왕국을 말아 먹을 생각을 했으나 그게 거짓정보였고, 초월의 의식은 내가 오기 한참 전에 준비된 것으로 보이거든? 나는 그냥 이걸 이용하려고 했을 뿐이야.”

 

초월의 의식에 대한 기본 지식이 잡혀있지 않는 나에겐, 대체 지금 무슨 짓을 하려는지 모르겠고, 아직까지 정보가 너무 없어서 이곳에 벗어나야 할지, 아니면 더 지켜봐야 할지 잘 모르겠다.

 

지금 상황에서 정공법은 위험할 수도 있으니, 이 자리에서 이탈하는 것.

그러나...

 

역시 당신들이 월식을 가지고 있었군요. 한 쪽은 월식을 배제하기 위해 노력을 많이 한 것으로 보입니다만, 어릿광대라고 불리는 여성분은 아니겠지요?”

 

거기에는 금발의 얼음처럼 차가운 청안.

칸포리우스의 자랑인 엔시드라는 특수 갑옷을 입은 루노아 씨가, 나와 어릿광대를 향해 천천히 다가왔다.

그 외에도 사방에서 엔시드를 입은 정예기사들이 주변을 포위했다.

 

애석하게도 악감정은 없지만...죽어주셔야겠습니다. 초월의 의식 발동.”

 

마을 전체에 불길한 보라 빛이 휘감자, 모든 아이들이 사라지고 마을에 있는 풍경마저 시야에서 사라졌다.

 

설마 공간을 이동시켰다는 것인가?”

 

루노아 씨는 나를 보며 친절히 대답해줬다.

 

애꿎은 마을에는 피해가 가면 안 되니까요. 비록 10분간이지만, 초월적인 힘을 가진 정예기사 12명과 저를 상대로 살아남으실 수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금이 많이 필요하다고는 하지만, 저 황자에게 소비되는 금은 별거 아니겠지. 애초에 호카 마을에 사람이 별로 없고 일부러 망하게 보이려고 만들어놨던 것은, 루노아 씨가 직접 그렇게 하라고 명령을 내렸다는 소리인가?

 

게다가 추가적인 금은 23명의 인질범들과 만나면서 줘버렸으니...

 

그럼 루노아 씨는 처음부터 저와 어릿광대를 노리고, 일부러 설화에 대한 존재를 퍼트린 것이군요?”

 

루노아 씨의 눈에는 전혀 미안함이 없는 눈으로 나를 응시했다. 물론 월식에 대한 것에 피해를 받은 사람이라고 생각을 했지만, 지금은 천천히 대화할 시간도 없을 만큼, 뿜어져 나오는 살기에 나도 모르게 티르빙을 검으로 변형시켰다.

 

오오! 이게 말로만 듣던 임시휴전인가? 잘 부탁해 자기야~”

 

지금 상황에 즐겁게 떠들 수 있는 네가 참 부럽다.

아니면 좋은 의미로 생각이 없는 건가?

 

그렇긴 하네...임시휴전은 맞겠지. 잠시 동안은!”

 

내 오른편에 있던 기사가 검을 휘두르며 도약하는 것을 시작으로, 어쩌다 보니 어릿광대와 함께 살아가기 위한 발버둥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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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시드는 칸포리우스 특제 병과가 입을 수 있는...

흔히 말해 마법공학의 결정체.

...그냥 아이언맨 슈트 비스무리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더 편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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