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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 청소를 하는 것은 친밀한 사이에서만 가능한 행위다. 물론 루니아 씨의 무릎 위에서 누워본 것도 처음이고, 저번에 나와 레시아를 경악하게 만든 요리실력을 뽐냈을 때. 이번엔 내 뇌가 귀이개로 인해 관통 당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했지만, 그것은 크나큰 오산이었다. 의외로 이런 일은 잘하는 모양인지 금세 심신이 편해졌다.

 

혹시 저번에 제 요리를 생각하시고, 귀이개가 뇌를 관통하면 어쩌지? 라고 걱정하고 있나요오?”

 

이럴 때만 귀신같이 아는 구나.

 

아뇨. 전혀.”

 

루니아 씨의 말에 짧게 부정을 하도록 하자. 귀 안에는 사각사각하고 긁는 소리는 왠지 모르겠지만, 안정이 되고 마음이 평온해지는 소리이며, 곧 눈을 감고 즐길 수 있는 아름다운 소리라고 생각한다. 환기를 위해 열어놓은 창문으로 시원한 바람이 들어왔다. 오랜만에 얻은 평온이라서 그런지, 아까만 해도 시한폭탄이네 뭐네 하면서 야단법석 했지만, 이렇게 일단락 마무리가 되었다.

 

“5호는 언제 찍을까요?”

 

“4호집은 벌써 다 찍었나 보죠?”

 

내가 모르는 사이에 뭘 찍었는지 모르겠지만, 벌써 그 악마의 마법서 같은 잡지가 다 완성된 소식에 나도 모르게 불안해졌다. 이번엔 또 어디까지 퍼져나갈까? 아우리스 여신이 나에게 싸인을 해달라고 할 정도로 퍼져나갔는데, 조만간 다른 차원에서 싸인 해달라고 오는 것이 아닐까? 가면 갈수록 잡지가 어디까지 퍼져나가는 가에 대한 망상은 머릿속에서 지우고 있던 찰나, 루니아 씨는 입을 열기 시작했다.

 

그나저나 제가 술에 취한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났었나요?”

 

“...그 매지컬 생각 안나요?”

 

그건 또 뭔가요오?”

 

루니아 씨는 술을 많이 마시면 머리가 리셋이 되어버리는 타입으로 밝혀졌다. 애초에 그렇게 많이 마셨는데 필름이 끊기는 것도 당연하다. 가게에서만 7병을 해치웠고, 집에 돌아와보니 6병을 더 챙겨왔으니까. 그 와중에 검강을 집어넣는 다는 그 자체가 가장 의문이지만, 조만간 술에 취해서 무의식으로 권을 휘두르는 취권에 이어. 취검술이 나오는 것이 아닐까?

 

검술은 애초에 검을 이용하기 때문에, 취검술이라는 그 자체는 위험하기도 하고, 어렵기도 하답니다아.”

 

그러니까 어떻게 제 독백을 보고 이야기 할 수 있나요?”

 

소녀의 비밀이에요오.”

 

조만간 다른 사람의 시점으로 내 모습을 관찰하고 싶다. 내가 독백을 하는 동안 뭔가 세어나가는 건지, 아니면 그냥 직감으로 때려 맞추는 건지.

 

카일은 어릴 적에 많이 고생했었죠?”

 

고생이라면 지금도 하고 있지만요. 그나저나 그건 왜요?”

 

루니아 씨는 과거를 뒤집어가듯 천천히 생각하면서 입을 열었다. 물론 그것은...

 

제가 월식의 포식에 대해 알고 있는지 알고 싶지 않나요?”

 

“......”

 

나는 돌처럼 굳어버렸다가 맞을까? 얼음처럼 얼어버렸다가 맞을까? 몸은 그렇게 움직이지도 못하고, 입은 손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그간 도망쳐오고, 잊고 있었던 죄책감이 한꺼번에 몰려오기 시작한 것.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으나, 애초에 이미 알고 있다는 듯이 루니아 씨는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저는 아랑을 모시는 무녀가문에서 태어났어요. 물론 저는 무녀에는 소질도 없고, 따로 소질을 인정 받아서 입양이 되었지만요. 그래서 동생 하나만 이브센티아에 두고 왔는데, 기사 견습이 끝나고 릴리 기사단을 처음 창설했을 당시에, 긴급 명령 하나가 떨어졌어요.”

 

여전히 나는 아무 말 없이 듣고 있었다.

 

이브센티아에 괴현상이 출몰했다는 사실을 받고 곧장 달려갔지만, 그때는 저도 아직 미숙하여, 레버 대점프를 하고 프리트론에서 날아왔거든요.”

 

레버 대점프요?”

 

방금 내가 뭘 잘못들은 건가에 대해 루니아 씨에게 다시 물어봤다.

 

그거 격투기 게임에 있는 그거 있잖아요?”

 

“...여긴 격투기 게임이 아니거든요?”

 

그보다 점프 한 번으로 프리트론에서 이브센티아까지 날아갈 수 있는 거리인가?

아무튼 루니아 씨는 다시 입을 열었다.

 

아쉽게도 제가 왔을 때는 이미 누군가가 돌무덤을 쌓아 올리고 있었어요. 사건은 이미 종결이 났었죠. 물론 제 동생이 있었던 곳에서도 무덤을 쌓아 올려놨었고...”

 

전에 악몽에서 봤던 수백, 수천의 돌무덤을 기억해냈다. 그리고 잊지 말라는 듯이 가장 위에 있던 돌무덤에는, 빨간 머리핀이 휘날리고 장대비가 내렸던 그 날에...

 

그날에 제 동생은 평온하게 눈을 감았나요?”

 

마치 나에게 확인을 하려는 듯이 입을 열었다. 그날 평온하게 눈을 감았는가? 오히려 나를 걱정하면서 달래줬던 그 사람의 안식을 확인하지도 않고 도망간 나는...거짓말을 하기로 했다.

 

평온하게 갔어요.”

 

거짓말~ 그렇게 큰 일을 겪고 그걸 확인할 수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 답니다.”

 

“......미안해요.”

 

그래도 거짓말이라도...못 봤다고 하더라도, 루비아는 오히려 카일을 더 걱정하면서 눈을 감았겠죠.”

 

말 그대로.

생명의 불씨가 꺼져가면서 나를 달래줬다.

과거에 있던 회상이 끝나자, 여전히 귀이개가 내 귓속을 지나가고 있었다.

 

저는 카일을 용서할 마음은 없고, 그렇다고 질타할 마음도 없어요. 그건 사고로 이루어져서 카일이 제 동생을 죽인 것이 아니지만, 그래도 모든 것을 버리고 도망치려는 카일을 용서하는 것은 아니에요.”

 

결과적으로 나의 인간성은 항상 최악을 달렸다. 불필요 한 것은 하지 않고, 나에게 불리한 것은 맞서 싸우지도 않고, 좀 더 쉽게 하거나 도망쳐왔으니까. 어린 마음을 여전히 가지고 있었던 그 날에도 나는 도망치기 바빴다.

 

그러니 카일은 벌을 받아야 해요. 제 여동생의 빈자리를 카일이 대신 채워주세요. 항상. 그리고 영원히.”

 

벌도 정말 무지막지한 벌이 아닐 수 없었다. 적어도 내 평화를 부수는 사람 중 한 명의 밑에서 평생 동생으로 있어야 하다니, 그래도 죄를 지었으니 벌을 받아야 하는 내 입장에서는 쓴웃음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

 

알았어요. 누나.”

 

처음으로 자연스럽게 불러줬네요오.”

 

오후의 햇살이 가득한 날에, 나의 죄에 대한 판결은 종신형 비슷한 것으로 판결이 났다.

 

***

 

얼마나 지났는지 모를 무렵. 이제 6 1주에 접어들면서, 내 안에 몸 속에 있던 푸른 수정 하나는 깨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해부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알고 있는가 하면...그냥 그런 기분이 들어서다. 월식의 침식을 오히려 양분으로 삼아, 다른 에너지로 바꿔가면서 성장을 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렇게 되면 대체 내가 소환한 것은 뭐가 되는 것일까?

 

그렇게 시간이 흘렀는데도 깨어나지도 않다니, 사역마 2호 실격이다.”

 

레시아는 툴툴거리며 입을 열었다. 애초에 사역마 2호라고 부르니까 어감이 좀 이상하지만, 나는 항상 사람들과의 관계를 수평적 구조로 지향하고 있다. 설령 그게 마왕이든 여신이든 뭐든 간에.

 

그래도 레시아 입장에서는 부하가 생기는 것은 아니에요. 전혀 다른 곳에서 왔다고 하니까. 이곳에서 적응도 해야 하고, 애초에 아우리스 여신도 제가 소환한 것에 대해 전혀 모를 것이라 생각해요.”

 

루나는 곧 이어 입을 열었다.

 

그러면 루나는 이제 필요 없는 아이가 되는 건가요! 이것이 말로만 듣던 먹고 버리는...”

 

루나. 너는 오늘 중으로 읽고 있는 책 전부 다 태워버려.”

 

마리아는 내 배에 갑자기 귀를 기울이더니 이렇게 말했다.

 

오오! 발로 차는구나! 카일이여. 이렇게 힘차게 발로 차는 것을 보아하니, 첩은 남자아이라고 생각...으갸갸갸갹!”

 

다시 관자놀이를 주먹으로 누르면서 입을 열었다.

 

애초에 저는 남자라니까요? 게다가 부르지도 않은 배에서 발로 차는 일은 없거든요!”

 

첩이 잘 못했다! 그만! 이 이상 당하면! 이상해져버렷!”

 

애초에 그 멘트가 더 이상하거든요!”

 

남들에게 오해 살만한 멘트는 하지 말아줬으면 좋겠다. 결과적으로 양쪽 관자놀이에 연기가 나면서 쓰러진 마리아는 눈물을 머금고 말했다.

 

그저 장난이지 않았는가! 정말로 이럴 때만 가차없구나.”

 

마리아의 장난은 너무 위험해서 WTO가 와서 막을 지경이라니까요?”

 

“WTO는 다른 차원에 있는 국제기구이지 않는가!”

 

어떻게 이런 건 잘 알고 있지?

그러고 보니 마리아는 차원이동이 가능했었구나. 그래서 맨 처음에 만났을 때, 채팅방이 뭐 어떻게 되었다고 하던데?

 

그럼 신랑의 몸은 괜찮은 거야?”

 

고소한 냄새를 보아하니, 쿠키를 구워온 듯. 루시피나의 양쪽 손에는 막 구워서 하얀 김이 보이는 쿠키들이 가지런히 있었다. 그 와중에 몇몇 쿠키는 달리는 모양을 하고 있었는데, 손으로 집으려고 하는 순간 쿠키들이 정말 세상 밖으로 달려나갔다.

 

그냥 말 그대로 쿠키가 달려나가서 머나먼 곳까지 뛰어나갔다.

 

“...아무래도 파우더를 착각한 모양이야.”

 

대체 어떤 파우더가 쿠키에 생명을 불어넣어요! 저걸 아이디어로 게임 하나 만들게 생겼네!”

 

아니 이미 있던가?

 

그나저나 루니아는 어디에?”

 

루시피나는 루니아 누나의 행방을 물었지만, 지금쯤 아마 밀린 서류들을 작성하고 있느라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바쁘겠지.

 

휴가는 끝났으니까요. 이제 기사단에 돌아가서 서류들과 싸울 시간이겠죠.”

 

뭔가 아쉽다는 듯한 루시피나의 얼굴은 아쉽다는 감정을 금세 떨쳐버리고, 남은 쿠키를 나에게 줬다. 그러고 보면 루시피나와 루니아 누나는 꽤 친했던가? 나중에 물어보도록 해야겠다.

 

주인은 앞으로 어떻게 할 생각인가?”

 

앞으로라뇨?”

 

지금 주인의 몸에 벌어지는 월식의 침식은 일단락 막았다고 한들, 그게 얼마나 오래 갈지도 모르고, 또한 어떤 경우로 어릿광대에게 월식을 빼앗기거나 목숨이 위협받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그런 경우에 대해 대비를 해놔야 하지 않는가?”

 

레시아는 내 무릎 위에서 얼마나 짧을지 모르는 미래에 대해 걱정하고 있었다.

 

아직까지는 잘 모르겠네요. 대비를 하려고 해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고, 여기에 실제로 정신과 시간의 방이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여전히 제가 힘이 많이 부족하다는 것은 알고는 있지만, 여전히 시간을 쪼개서 연습은 하고 있는 걸로는 레시아는 만족하지 않겠죠?”

 

레시아는 내 말에 즉답했다.

 

당연하다. 게다가 아직까지 증명하지도 않았으니까.”

 

증명이요?”

 

맙소사. 이제 또 무슨 일을 하라고 증명이란 단어가 나오는 거지? 나는 초인이 아니란 말이다! 애초에 새벽까지 일한 뒤에 아침이나 오후에 일어나서, 잡화점 내부 청소나 물품 정리를 끝내야, 겨우 겨우 연습시간이 있다고는 하나...너무 귀찮기도 하고, 피곤하기도 했다.

 

조만간 주인은 짐과 같이 훈련에 참여할 것이다. 그것으로는 대략적인 전투력은 채울 수 있겠지.”

 

전투력을 채워요? 그럼 저도 뭐 초사이어인이 되거나 그런 건가요?”

 

바보 같은. 아직도 그 만화에서 벗어나지 못했는가? 게다가 짐은 주인에게 에너지 파에 대한 강의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나중에 필살기로 써먹을까 생각했더니...

 

하지만 지금은 주인을 혹사시킨다면, 그 안에 있는 알 수 없는 존재에 부정한 영향을 끼칠 수도 있으니까. 지금은 가만히 있는 거다.”

 

아니. 지금 제 몸 속안에 있는 존재는 아기가 아니라고요?”

 

그래서 주인은 입덧을 하고 있...냐아아아!!!”

 

언젠가 그 말 나올 줄 알고 있었어!”

 

그 날.

레시아의 귀를 잡아당기면서 나오는 비명 때문에, ‘잡화점에서는 고양이를 학살한다.’라는 기괴한 소문이 한동안 돌아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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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14는 뭐를 써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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