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 99
99
루니아 씨를 추가하는 것은 미래의 내가 큰일나는 일. 그러나 지금의 나는 아니다. 라고 생각했던 나에 대해 깊이 반성하는 일이 되었다.
어째서 이런 지옥도가 펼쳐진 것인지 몰라도...1층에서 바닥에 이불을 펴고 자려고 하는데, 지하 1층에서는 소리를 너무 질러서 방음이 되지 않는 듯. 루니아 씨의 미성으로 인해 잠을 들 수가 없었다.
그래도 고운 목소리니까 자장가를 삼아 자려고 했으나...
/살해해라! 살해해라!/
/Kill! Kill! Kill! Kill!/
대략 이런 하드코어한 가사를 자장가 삼아 자버린다면, 오늘 나는 꿈 속에서 학살자에게 처참하게 죽임을 당하는 비참한 꿈을 맞이해야 하겠지. 그보다 평상시에 온화한 성격을 지닌 루니아 씨의 취향이 독특하다고 생각했다.
레시아는 너무 시끄러운 나머지 오랜만에 마왕성에서 잔다고 하였고, 인큐버스가 내 옆에서 그 소란 한 가운데에서 잘 자고 있었다. 어떻게 보면 다행이긴 한데, 그보다 몽마가 꿈을 꾸면 대체 어떤 꿈을 꾸는지...
“으아...살려주세요...여자들이...쫓아와...요...”
좋아. 무슨 꿈을 꾸는지 대충 알겠어.
여전히 꿈 속에서도 인큐버스는 여성들에게 쫓겨 다니는 악몽을 꾸고 있었다. 몽마는 꿈에서 강한 마족이 아닌가? 아니면 아직 이 녀석의 힘이 약해서 그런 것 인가? 어처구니 없다고 생각했으나 일찍 자야 하기 때문에, 우선 눈을 감도록 했다.
-쏴아아아아아아!
꿈 속에서는 장대비가 내리고 있었다. 누군가의 슬픔을 대신하려는 듯이, 누군가의 울음을 대신 대변하는 듯이. 그 폭우 사이에서 내 앞에 묘비 하나만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듯. 혹은 자신을 절대로 잊지 말라는 듯이 강조 되어있는 붉은 빛의 머리핀이 바람에 휘날리고 있었다.
과연...
내가 지금 복받쳐 오른 감정은 ‘지키지를 못했다’가 아니다.
약속에 관련된 것도 아니고, 힘이 없다고 한탄한 것이 아니다.
이건 내가 용병시절 때 저질러버린 최소한의 인간성의 상징.
그리고 내가 고개를 들어서 본 풍경은 그 결과로 인해, 내 시야를 꽉 채우고도 남는 대략 수백, 수천 명을 그리는 듯. 언덕 아래에는 죽은 자를 표현하는 돌덩이들이 한 가득...
“주인...일어나라!”
“아...”
레시아가 나를 내려다 보는 눈으로 아까부터 말을 걸어왔었나 보다. 검은 고양이 하나가 붉은 눈으로 내가 괜찮은지 살펴보는 듯. 고개를 이리저리 옮기고 있었다. 그보다 부엉이세요?
“레시아? 뭘 그렇게 보고 있나요?”
“주인이 악몽을 꾸는 것 같길래 다급히 깨웠다. 그건 그렇고 정신방어가 높은 주인이 그깟 악몽 하나 때문에, 벌벌 떨면서 잠을 자는 것은 처음 봤다만?”
“그야 악몽이니까요. 그나저나 다른 사람들은 어디에 있어요?”
“전부 루나의 방에서 뻗어 있다. 루시피나 마저 자고 있으니, 짐에게 오랜만에 요리를 하거라.”
항상 식사를 담당해왔던 루시피나 씨가, 오늘 새벽에 있었던 광란의 파티로 인해 기절이 된 상태이기에, 오늘은 돼지고기를 양념에 발라서 구워볼까 생각하고 있었다.
-쿵!
여김 없이 문을 부술법한 돌덩이를 집어 던지는 주인은 아이니스인가? 물론 이런 예상을 하고 잡화점의 문을 열면, 역시나 아이니스가 신문을 하나를 들고 있었
-슈우웅! 파앙!
방금 전에는 내 독백마저 끊어버릴 정도로, 생명의 위기가 흘러 넘치는 순간이라고 보면 된다. 다짜고짜 나보다 더 큰 바위 하나가 날아와서, 나를 덮으려고 하는 순간 체내에 있던 마나가 순식간에 회전을 하면서, 오른손에 몰려들어 발포하듯 쏘아 보내자 바위를 산산조각 냈다.
물론 이건 내 이성의 통제를 벗어난 행동이었고, 멍하니 있던 나는 이제서야 어떤 상황인지 파악을 한 뒤에, 아이니스를 노려보았다.
“칫! 실패인가!”
사악해 보이는 청색의 눈동자가 하이라이트인가?
“뭐가 실패냐! 다른 사람이었으면 벌써 죽고도 남았어! 네가 마법으로 써먹을 곳이 살인청부냐! 나중에 뭐가 되려고 그러는 거야!”
“저요? 전 캡틴의 옆에 있는 블랙 위도우가 될 거에요! 그러기 위해선 아저씨를 암살해야 하는 숙명을 가졌죠.”
“숙명이라는 말은 나를 죽이는 것에 대해 정당화 할 수 없어. 그리고 너하고 블랙 위도우하고는 차원이 다르거든? 멋대로 그 사람의 팬을 줄여나가는 소리를 여기서 하지 말아줬으면 좋겠는데? 무엇보다 아저씨 아니라고! 99화인데...”
-슈아아악! 파앙!
다시 바위를 던진 아이니스와 그것을 또 막은 나.
“그만 던져! 대체 돌은 어디서 가지고 오는 거야! 너희 집은 육포를 파는 집인 걸로 알고 있는데!”
“덤으로 채석장도 같이 운영하고 있거든요. 그걸로 매번 염력마법을 연습하고 있어요. 언젠가 아저씨를 뛰어넘어서 그 잡화점을 갖기 위해!”
놀랍다. 파이론 마을에서 잡화점을 노리고 있는 사람이 존재할 줄은 꿈에도 상상 못했는데...
“아저씨 아니라고! 그런데 이 잡화점은 또 왜?”
“그냥 아저씨가 거기서 주지육림을 하고 있으니까 괜히 심술이 나서요.”
“애초에 나는 고생이란 고생을 다 하면서 살고 있거든? 너는 모르겠지만 내가 지금까지 겪어온 일들만 생각하면 평생 있을 고난이 지금 한꺼번에 몰려오고 있다고? 아니면 내가 다음 생에 맞이해야 할 불행까지 찾아오고 있다거나, 나는 그렇게 편하게 사는 사람이 아니란 말이야. 그리고 아저씨 아냐.”
아저씨 아니라고 어필을 하는 나도 정말 집요하다고 볼 수 있겠지. 하지만 왠 꼬마에게 20세인 내가 아저씨라고 불릴 이유는 없다. 게다가 나는 오히려 동안이라고 다른 사람들이 말을 해주는 걸...
그래서 루니아 씨가 날 계속 여장 시키려고 하는 건가?
신문을 받아 들고 쭉 훑어봤지만, 별 다른 것은 없었다. 그냥 경제가 어떻고, 시장이 어떻고, 전쟁이 어떻고, 잡화점이 어떻고...
잡화점?
엘티노스 잡화점의 미스터리
최근 파이론 마을에 있는 엘티노스 잡화점이란 곳에 여러 사람의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그 이유는 괴담명소로 떠오른 그 곳에서 몬스터들과 사람들을 현혹시키는 달 토끼가
엘티노스 잡화점에서 서식하고 있다고 알려지면서,
달의 침공에 일부가 된 것은 아니냐며, 더욱 더 혼란을 겪고 있다고 한다.
모든 기자들은 잡화점에서 인터뷰를 하고 싶었으나,
잡화점을 보자마자 두통이나 치통, 생리통 등. 여러 증상을 보이며,
약을 섭취하며 요양을 보내고 있다고 전해진다.
두통에는 역시! 맞다! 게보ㄹ
-차라라라라락!
“광고를 잡화점을 걸고 하지 말라고! 어디 잘 안 팔리는 고급레스토랑게임 같으니!”
순간 실제 기사인 줄 알고 놀랬다가, 알고 보니 마케팅에 일부분이었다. 이런 일을 벌이는 것은 폭풍의 영웅들 밖에 없으리라. 그보다 대체 잡화점을 보고 두통과 치통과 생리통이 병합으로 걸리면, 여기에 온 손님들은 하나같이 그런 증상이 보였겠지! 어처구니 없는 말을 지어내는 것도 신문해서 자주 하는 일이다.
이래서 신문을 100%신용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나저나 뒤에 있는 그 애는 누구에요?”
“뒤에?”
잡화점 문 바로 뒤에서 고개를 살짝 내밀며 경계하고 있는 인큐버스가 보였다. 아이니스에게는 대체 어떻게 설명을 할까...
“아는 사람이 멀리 떠나서, 돌아올 때까지만 잠깐 맡기기로 했...”
전해주려고 했는데, 느닷없이 내 앞에 사라져버린 아이니스를 찾으러 내 고개가 이리저리 돌아갔다. 어째서 다른 사람들은 자신이 관심이 있는 것을 발견했을 때, 행동이 급격히 빨라지는지 의문을 품고 있을 때. 숨어있는 인큐버스를 뚫어져라 보고 있는 아이니스를 볼 수 있었다.
“음...아저씨의 숨겨진 아들?”
“그렇게 말할 줄 알고 그전에 내가 설명을 하려고 했는데, 애초에 내가 20세에 저렇게 커다란 아들이 있겠어? 그리고 아저씨 아니라고 이제 얼마나 더 오랫동안 말을 해야겠니?”
아이니스에게는 지금 인큐버스를 보며 아무렇지도 않는 듯이 입을 열고 있었다. 정신방어가 뛰어난 것인지, 아니면 성격이 원래 글러먹어서 인큐버스에게 매료가 안 되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이제 정상적으로 대화할 친구가 생겼다고?
하지만 여전히 인큐버스는 겁을 먹고 벌벌 떨기만 바빴다.
“아저씨. 이 애는 왜 이렇게 겁이 많아요?”
“아저씨 아니라고...그보다 여성공포증이 있거든. 네가 그렇게 가까이 있으면 오히려...”
“이 애 잠깐 빌려가요!”
-후다다다닥!
...난 승낙한 적 없는데?
얼마나 빨리 대리고 갔는지 인큐버스가 나에게 뭔가 말할 틈도 없이, 아이니스와 함께 증발해버렸다. 빌려간다면 얼마나 빌려갈 건지 쓰라고 해야 하려나? 그래도 저 계기로 다른 아이들과 친해져서 여성공포증이 허물기라도 한다면 다행이지만, 아이니스의 성격상 그렇게 잘 풀릴만한 상황이 될지...
“어라아? 인큐버스는 어디로 간거에요오?”
왼 손으로 눈을 비비면서 나에게 묻는 루니아 씨가 연분홍색 파자마를 입고 나왔다.
“친구랑 놀러 나갔어요. 라고 말하면 될까요?”
그보다 만난 지 10초만에 친구가 될 리가 없지 않는가? 술이라도 미친 듯이 마셨으면 모를까.
“아이니스는 괜찮아요. 저 애는 저렇게 보여도 순수하고 착한 아이니까.”
착하다고요? 방금 전에 그 착한 아이 때문에 제 인생의 막이 내릴 뻔 했습니다만? 루니아 씨의 눈에는 모든 아이가 다 착해 보이는 것일까?
“카일도 순수했던 시절이 있잖아요오? 그걸로 실수도 많이 하고, 고통도 많이 받았겠지만요.”
“그건 모든 사람들이 살아오면서 겪어오는 것들 아닌가요?”
“누나는 알 수 있어요. 카일이 왜 고통을 받고 있는지, 어째서 ‘월식의 포식’에 대해 묵묵히 아무 말도 없이 감추고만 있는지.”
그 일을?
어째서 루니아 씨가?
“어디까지 알고 있...”
“아아! 배고프다아! 카일 누나를 위해서 밥을 해줘요오!”
어떻게 알고 있는지는 그냥 말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용병시절 때 저질러버린 그 재앙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대체 어떻게 그걸...
“주인! 밥은 멀었는가! 설마 지금부터 모내기를 해야 한다는 말을 한다면, 지금부터라도 짐은 사역마를 포기하겠다! 죠죠!”
잡화점에서 짜증난다는 어조로 레시아가 소리쳤다.
“곧 만들어드릴 테니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게다가 어떤 사람이 아침에 쌀을 심어서 가을에 먹어요! 그보다 죠죠는 누구야!”
언제나 내가 평화를 갈구하는 이유는 그렇게 어렵지 않다.
하루 하루가 힘들었던 용병생활에서도 평화롭게 살고 싶다는 생각을 바로 할 정도로, 힘든 시기도 있었지만...그래도 여전히 가슴속에 묻어놓은 체, 다시는 그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 오늘 날의 나를 만들었다.
꿈속의 한 장면을 다시 기억해냈다.
언덕 위에 있는 묘비 하나와 다른 수많은 희생자를 나타내는 듯한 묘비들.
장대비가 질타하는 듯이 쏟아져 내리는 날부터, 남을 위해 눈물을 흘리지 못하는 내 성격과 최소한으로 줄어들어버린 인간성.
항상 무의식적으로 계속해서 의식하면 안 되는 그 무언가를, 회상하기 위해 기억을 더듬는 생각을 뿌리치고, 아침식사를 만들기 위해 잡화점 안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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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화에 뭐 특별한 거 없냐구요?
저는 그럴 예정이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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