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

 

 

 

오늘은 만월.

유일하게 잡화점이 밤에 운영을 하지 않는 휴일과도 같다.

물론 한 달에 한 번 정기 휴무일을 가진 이유에 대해서는 몬스터가 주 원인.

 

만월과 몬스터를 조합하면, 과연 무슨 생각을 먼저 하게 되는가?

만월의 축복을 받아 능력치가 최대로 되는 웨어울프. 만월에 의해 흡혈욕구가 상당히 높아져서, 닥치는 데로 납치하는 뱀파이어. 만월을 보면 거대 원숭이가 되어 버리는 외계인.

 

아무튼 여러 가지 조합을 통해 많은 것을 생각할 수 있지만, 여기만 있는지 잘 모르겠으나, 몬스터들에게 있어서 만월의 의미는 한 달에 한번씩 열리는 축제라는 것이다. 모든 몬스터들이 몬스터의 숲에 전부 몰려와서 열리는 축제로, 이때는 릴리 기사단은 초 비상사태로 빠지게 되며, 마을의 외각에 위치한 잡화점도 크나큰 몬스터 웨이브를 맞이 하기 싫다면, 문을 3중으로 걸어 잠가서 오늘 하루 제발 아무일 없이 지나가길 바라며 자야 한다.

 

물론 4월에도 만월이 있었으나 그 날에도 오늘과 똑같이 문을 잠가놓고 있었기 때문에, 조용히 넘어가게 되었다. 4월에는 연회를 참여해야 한다며 레시아는 그때 없었는데, 오늘은 레시아와 루시피나 씨, 마리아가 전부 잡화점을 나간 체 돌아오지 않고 있다. 본격적으로 연회의 시작은 밤 10. 지금은 밤 9 20분이니 40분후에 바로 만월의 연회를 시작한다.

 

이렇게 생각하니 벌써 5월의 반이 지나갔다는 생각에, 나 또한 시간이 빨리 가는 것을 느끼고 있지만, 그래도 더욱 더 중요한 것은 보안이겠지. 이거 매번 크리스마스에 찾아오는 케빈같잖아?

 

그러면 이제...

 

-쿵쿵쿵!

 

아직 40분 남았으니 괜찮겠지? 따라서 날아가는 새가 잡화점의 문에 부딪쳤는지, 아니면 또 아이니스가 마법을 사용한답시고 거대한 바위를 문에다 던졌는지, 확인을 하기 위해 열었다.

 

그곳에는...

 

! 지상의 인간이군요! 안녕하세요! 오늘 이 가녀린 토끼를 위해 하룻밤만이라도 묵었으면 좋...”

 

-!

 

뭔가 조건 반사적으로 내가 문을 닫은 이유라고 한다면, 내 앞에 이상한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

 

-으아아! 열어주세요! 부탁이에요! 안 그러면 제가 검열삭제 당할 만한 일이 일어날 것 같단 말이에요! 제발!

 

많이 다급해 보이는 목소리는 애초에 검열삭제의 의미를 아는지 모르는지 알 수 없을 무렵.

내가 한 숨을 짧게 내쉬고 문을 열자마자, 바로 잡화점 안에 들어가서 숨을 고르고 있는 사람을 봤다. 물론 기묘하다면 기묘할 것이. 머리 위에는 길게 솟아난 토끼 귀와 토끼 꼬리만 있다는 것만 빼면, 정상적인 사람이라고 해도 무방하겠지.

 

정말 감사합니다! 이 은혜는 뭐로 갚을까요? ! 혹시 혼자 사시나요? 그럼 제가 청소라도 해드릴ㄲ...”

 

기다려. 그리고 멈춰.”

 

내가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는데, 무작정 뭔가를 진행시키려는 것을 막아내고, 잠깐 앉아서 고민을 좀 해야 했다. 그러니까 처음 만났을 때. 지상의 인간이라고 했으니까...몬스터라고 하기에는 또 어디 4차원에서 온 것이 틀림 없다.

 

지상은 보통 땅을 말하는 거지만, 시점에 따라서는 천계의 입장에서는 인간과 몬스터가 살고 있는 이 세계를 뜻하는 것이고, 외계인의 입장에서는 이 행성을 뜻하는 것이기도 하고...

 

일단 물어볼까?

 

저기...어디

 

저는 루나 플로니아라고하! 달 토끼라는 종족 아시나요? 당연히 모르시겠죠? 제가 설명해 드리자면, 저희 종족은 만월에 지상으로 한번씩 내려와서, 춤을 추고 노래를 하고 있어요! ! 이러니까 아이돌인가? 라고 생각하셨죠? 저는 아이돌이 맞아요! 그리고 쓰리 싸이ㅈ...”

 

그만! 그만! 너무 빨라!”

 

그냥 어디서 왔냐고 물어보려고 했을 뿐인데, 이 상당한 양의 말은 어디서 생성되었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정신 없는 토끼를 진정시키기 위해 허브티를 끓여야 했다. 추가적으로 아이돌이라고 해서 생각했는데 밝고 명랑한 목소리라고 생각했다.

 

저는 차 온도를 좀 낮게 해주세요!”

 

뭐랄까? 남의 집에서 몸을 대피하는 주제에, 상당히 여유로운 표정으로 벌써 식탁에 앉아서 흥미롭게 주변을 둘러보는 연녹색의 눈동자. 그리고 머리카락과 귀의 색상이 연분홍색과 앞머리 좌측에는 살짝 살짝 보이는, 은색의 별과 금색의 달이 장식 되어있는 장신구...

 

그나저나 이 곳의 문명 기술 중에, 섬유기술의 발달이 되지 않은 것일까요?”

 

그건 왜...?”

 

폴리가 붙은 옷을 못 봤기 때문이에요.”

 

엘티노스 자서전에서 언급된 화학섬유 이야기인가...

확실히 옷을 보아하니, 검은색을 바탕으로 반팔 Y셔츠와 미니스커트에는, 연분홍색의 테두리와 함께, 연녹색의 긴 넥타이가 있었다. 신발 또한 전혀 다른 검은 색의 작은 구두를 신고 있었고, 이렇게 추측을 하자면 확실히 과학기술에 차이가 날지도...

 

저기...”

 

“...?”

 

뭔가 난감하다는 듯한 얼굴로 나에게 입을 열었다.

 

그렇게 뜨거운 시선으로 보면 곤란해서...”

 

-꽈아악!

 

아마 이 효과음으로 말할 것 같으면, 실없는 소리를 한 토끼 인간의 귀를 강하게 잡아서 들어 올린 것이라는 효과음이라 보면 된다. 결과적으로, 지금 토끼 귀를 잡은 것이 장식이 아니란 듯 많이 아픈지, 눈물을 머금고 루나 플로니아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은 다급히 외쳤다.

 

아파요! 아파! 그만해주세요! 으아앙!”

 

그러니까 누가 헛소리하래!”

 

나는 다시 귀를 놓고, “으으...나의 아름다운 토끼 귀가...”라며 울먹이는 중얼거림은 무시한 체, 찻잔을 주고 그 빈 잔에 허브티를 채워 넣었다. 작은 얼굴에 또렷한 이목구비와 눈물까지 머금고 있으니, 다른 사람들이 지금의 저 얼굴을 본다면 엄청난 분노로 저 아이돌을 울린 범인을 찾으려고 돌아다닐 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아직까지 달 토끼에 대한 존재 자체를 모르는 사람들은 알 수 없다.

 

그러면 달 토끼에 대한 정보는 몬스터만 아는 건가?

 

그나저나, 몬스터들의 아이돌이라면 분명히 오늘 마물들의 연회에 참여해야 하는 거 아냐?”

 

...”

 

뭔가 사정이 있는지 일단 들어보는 것도, 문제 해결에 있어서는 나쁘지 않는 방법이다. 아마 첫무대인데 긴장이 되어서 도망쳤다거나. 그보다 아까 그 검열삭제는 대체 뭔 뜻인지 몰라도, 각자 개인만의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을 수도 있지.

 

만일 자신감이 없으면 자신감을 채워줘서 극복하도록 하면...

 

저는 달에서 도망쳤어요. 사실 이제 아이돌도 아니지요.”

 

...

이건 어떻게 해결해야 하지?

왜 하필 이런 일만 나에게 일어나냐고!

아무튼 대체 무슨 일인지 물어보려고 했으나, 물어 볼 필요도 없이 루나의 가벼운 입이 전부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아이돌의 수명이 짧은 이유는 외모도 있지만, 아래에 있는 아이들이 치고 올라와서 저를 밀어냈거든요. 가끔 달에는 오랫동안 인기가 없는 아이들은 매니저를 시키는데, 그럴 바에는 전 차라리 도망을 선택했죠! 어때요! 잘했죠!”

 

그러니까 매니저가 하기 싫으니, 일단 도망가고 보자. 라고 해서 지금 내 잡화점까지 들어왔군.

왜 하필 내 잡화점이야!

다른 곳도 많은데!

잘했죠는 뭐냐!

 

그래도 지상에 처음 내려가서 불안했는데, 정말이지 좋은 사람을 만나서 다행이에요! 하물며 저에게 이런 맛있는 차까지 주시다니...정말 친절한 사람이라 다행이에요! 흑흑!”

 

눈물 흘리며 그렇게 감복한 표정을 해 봤자. 지금 내 머릿속의 혼란은 가라앉지 않거든? 아무튼 마왕에 드래곤, 멸망을 부르는 여왕에 이어서, 매니저가 하기 싫은 달 토끼인가...뭐랄까 나는 맴버 모집한다고 한 적이 없는데?

 

허브티가 뼈에 스며드는 것 같아요...”

 

허브티는 뼈에 스며들지 않아!”

 

뼈에 스며들면 위험하잖아!

 

그나저나 이 가게의 주인치고는 매우 어려 보이는데? 이름이 뭐에요?”

 

어째서 어려 보인다는 말 뒤에 나이가 아니라 이름을 물어보는 건지 모르겠지만, 나는 카일이고, 이 곳 엘티노스 잡화점의 주인이야.”

 

엘티노스라면...분명 전설의 대마법사죠?”

 

이름이 어디까지 뻗어있는 겁니까?

조만간 엘티노스와 만나게 되면, 그것도 한번 물어봐야지.

 

그럼 엘티노스의 후손인가요? 분명히 엘티노스는 저주를 받아서, 자손이 아예 없다고 나왔는데?”

 

물론 엘티노스의 후손은 아냐. 파이론 마을에서 이 괴물같이 여기는 잡화점을, 주기적으로 운영할 희생양을 뽑는 거에서, 내가 걸린 것뿐.”

 

엘티노스에게 자손이 없는 것이 저주였을 줄이야...

혹시...

 

안 되겠소! 쏩시다!”

 

이건 아닌 것 같다.

세차게 고개를 흔들어 머릿속의 상상을 지우고, 이제 본래의 문제를 넘어와서...

 

그럼...아이돌의 기량이 돋보이면 되잖아?”

 

? 제가요?”

 

그래. 아이돌의 기량이 다시 올라간다면, 그 때는 달로 돌아갈 수 있고 지금도 마침 만월이니까.”

 

느닷없이 루나가 기침을 하기 시작하더니, 곧 이어 책상에 쓰러진 체 신음을 흘리고 있다. 내가 허브티에 독을 탄 것도 아닌데, 갑자기 왜 저런 행동을...?

 

...다시 아이돌을 하면 죽는 병이...쿨럭!”

 

다시 토끼 귀를 잡고 들어올리자, “아파! 아파요! 잘못했어요!”라는 소리와 함께 다시 건강해진 모습을 보며, 토끼 귀를 다시 놔주고 제차 입을 열었다.

 

기왕 달에서 도망친 거, 그냥 이곳에서 놀고 싶다는 소리냐?”

 

우아! 카일! 설마 저의 마음을 꿰뚫어 보신 거에요? 정말 대단하다! 보기에는 무식하고 얼빠지며 여장을 즐기는 평범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머리가 좋으신가 보네요!”

 

“밝은 분위기와 목소리와 달리 은근슬쩍 매도하는 단어는 집어넣지마. 그리고 무식하고 얼빠진단 소리는 사람을 처음 보니까, 그런 인식이 심어질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쳐. 그런데 여장을 즐기는 건 평범한 사람이 하는 일이 아니거든!”

 

여전히 나의 본 질은 태클인가?

하지만 만약 달에서 도망쳐 나왔다고 하면, 루나는 곧 반역자라던가 실종이라던가 그런 거와 관련이 되어, 조만간 이 잡화점에 큰 불행이 찾아오는 것인가?

평화는 정말 오래 유지하기가 힘들구나.

게다가 내가 한 소리를 하던 사이에, 이번엔 다른 곳에 있는 듯이 식탁에는 모습이 없었다.

움직임 빨라...

 

그러면 저는 아래에 있는 지하에 자면 되는 건가요?”

 

뭐 지하에서 생활...?”

 

이 잡화점에는 지하가 없을 텐데?

오늘도 잡화점의 미스터리인 공간 생성 및 폐쇄기능이 작동한 건가?

 

우아! 정말 안락한 공간! 딱 저를 위한 공간이에요!”

 

밑 바닥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우선 잡화점의 문이 잘 잠겼는지 확인을 해 본 뒤에, 아무 이상이 없으니 지하로 내려가보자, 거기에는...

 

온통 연분홍색으로 이루어진 바닥과 벽, 그리고 싱글 침대와 쿠션, 테이블, 녹음기계로 사용되는 것으로 추정되는 물건들, 기타, 4명이서 들어갈 수 있는 좁은 공간의 또 다른 밀실이 있었다.

 

잡화점은 아무래도, 이 곳에 입주할 예정이 있는 사람들의 지식을 반영해서, 공간을 꾸미는 것이라고 추측 중이다.

 

오늘부터 잘 부탁 드립니다!”

 

어째서 잠깐 피신 온 것이, 입주자를 받아 들인다는 뜻으로 잘 못 해석된 건지 모르겠다만...

이 모습을 본 3명의 반응이 매우 살벌 할 것으로 자연스럽게 예상하는 밤이었다.


============================================================================================

음...

이번엔 어떤 고난과 역경이...?


 

블로그 이미지

FNL-Phantasm

카테고리

판타즘의 공간 (757)
글쓰기 관련 공지 (2)
취미로 글쓰는 중? (753)
즐거운 스트리밍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