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 84
84
누군가는 일탈을 꿈꾼다.
일탈은 억압되어 있는 환경 속에서의 해방.
나도 또한 일탈을 꿈꾼다.
제발...이 빌어먹을 환경 속에서의 해방을...
-엘프와 인간의 화해 소식에 있던, 자신의 엘프 코스프레를 1면기사로 본 카일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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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외전 이야기를 쓰도록 하라. 주인.”
레시아는 잡화점에서 들어오는 오후 태양 빛을 만끽하며, 느긋하게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었다. 여전히 5월. 춘곤증이 아직도 나를 괴롭혀서 1층 바닥에 누워있었고, 레시아는 내 배위에서 기지개를 피는가 하면 다시 돌돌 말아서 누워있었다.
마리아와 루시피나 씨는 장보기 담당이고, 평화로운 오후를 1초라도 더 만끽하고자, 느긋하게 되어버린 내 목소리가 울렸다.
“레시아. 외전을 쓰기에는 이미 주 스토리라인으로 들어섰기 때문에, 그건 불가능 하다고 제가 3번이나 이야기를 했는데요?”
“그럼 지금부터 쓰면 되지 않는가? 음...초 절정 미소녀 레시아의 모험이라던가?”
“자기 입으로 미소녀라고 할 처지인가요?”
“애초에 주인의 취향에 맞춰서 어리게 변한 다음에, 그대로 첫 키스를 짐이 빼앗아 가지 않았는가?”
“잠깐만요. 독자가 보면 오해할라...저는 다른 곳에서 삐뽀차를 소환하고 싶지 않거든요? 게다가 그건 당황해서 막지 못한 것뿐이지. 제가 어린아이 취향은 아닙니다만?”
“흠? 그럼 누나들에게 당하는 쪽?”
“이야기가 어째서 그렇게 커브 길에서 속도를 줄이지 않은, 8중 마차 사고로 마냥 변하는 거에요!”
대화를 할 때마다 생각나는 일이지만, 내가 어떻게든 화제를 바꾸려고 노력을 하면, 다른 사람들은 바꾼 화제를 오히려 때려부수고, 이 전의 화제로 되돌리려고 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데? 화술이 뛰어난 건지 아니면 내가 화술이 모자란 건지. 여전히 나의 취향을 추측하려고 하는 레시아에게 소리친 이후에, 다시 춘곤증 때문에 다시 누웠다.
정말 춘곤증 하나로 사람이 이렇게 무력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그러게요. 아저씨가 춘곤증 하나로 저에게 가득 채울 줄은...”
...?
이건 또 어디서 나오는 아이니스 같은 소리지?
“무슨 상상하는 거에요? 허브티 말이에요. 허브티. 아저씨도 참 어쩔 수 없다니까.”
“나중에 독자들에게 헛된 망상을 품게 해서 죄송하다고 사죄하렴, 그런데 언제부터 여기에 있었던 거야? 그보다 아저씨 아냐.”
아이니스는 여전히 정교해 보이는 은발은, 오후의 섬광을 반사시켜 내 눈을 어지럽혔다. 마리아와 다르게 하얀 원피스를 항상 입고 다니며, 샌들을 신어 작은 발가락이 가지런히 있었다. 그나저나 정말로 웃긴 점은 아이니스는 잡화점에 대해, 아무런 권한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전부터 불쑥 잘 들어오는 아이 중 하나.
아마 잡화점은 아이니스를 뭔가 중요한 고객이나, 거래처로 설정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아이니스 만은 잡화점이 무단으로 들여보내준다. 혹은 잡화점의 취향이 삐뽀차를 뽑을 정도인가?
잡화점의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는 아직도 많이 있을지도 모른다. 조만간 미스터리 특공ㄷ...
“애초에 그 특공대들은 다른 차원에서 잠깐 나오다가, 반짝하고 사라진 그 프로그램 말인가?”
“레시아는 어떻게 다른 차원에 대해 그렇게 잘 알아요?”
“짐은 운이 좋게도 마왕이다. 마왕의 욕심은 끝이 없어야 하는 법. 언젠가 다른 차원을 집어 삼키기 위해서라도, 그 세계에서는 어느 것이 중요하고, 뭐가 세계를 움직이는 가에 대해서 꿰뚫어야 하는 것이다. 차고로 짐은 그 세계에서 티V플을 상당히 자주 검색하고 있다.”
“티V플이라뇨?”
“글쓴이가 우리들의 이야기를 쓸 때, 매번 원기를 충전하는 곳이다. 아마 거기에 있는 영상을 보며 머릿속을 깨끗하게 비운다고 하더군.”
그래서 지금까지 날 그렇게 괴롭혀온 건가?
내가 잠깐 고찰을 하려고 하던 찰나에, 아이니스는 한쪽 발을 들어올리며 입을 열었다.
“그럼 나도 거기서 아이니스 냥냥!이라고 하면 사람들이 봐줄까요? 레시아 스승?”
“아서라. 우리는 애초에 일러스트가 없는 존재, 물론 앞으로도 없겠지만 중요한 것은 우리들의 외형은 글로는 아름답게 표현이 되어있으나, 글로는 시각적인 효과를 따라잡기에는 상당히 힘들다. 아무리 초 절정 미소녀인 짐의 외견을 ‘레시아는 마왕답게 강인한 붉은 눈을 가지고 있고, 그와 상반된 부드러운 연보라 빛의 머리카락은 하얀 도자기와 같은 피부색을 가진 가녀린 목과 쇄골을 넘어, 잘록한 허리까지 자연스럽게 내려왔다.’라고 설명을 했을 때는 글이 너무 길어지고 쉽게 지쳐 보인다. 나눠서 쓴다고 한들 나의 옷과 장신구까지 설명해야 하는데, 너무 비효율적이니라. 덤으로 짐의 매력적인 가슴 또한 서술되지 않았다.”
레시아는 자신의 앞발을 핥으면서 기나긴 투정을 했는데...
레시아가 투정부리는 것이 더 비효율적인 이 기분은 뭘까?
“게다가 이 이야기의 초 절정 미소녀 1위를 등극한 짐의 매력을 글로만 풀어 넣을 수 있겠는가? 짐은 고양이의 모습을 하고 싶지만, 언젠가는 주인이 나의 본 모습을 보고 정신이 붕괴하지 않는 그릇이 된다면, 바로 돌아갈 생각이기도 하다.”
나는 레시아의 말을 다 듣고, 내가 할 말을 정리한 다음에 입을 열었다.
물론 레시아가 했던 말 중에 잘못된 것을 지적하려고 하는, 태클 캐릭터인 나의 존귀한 사명이기도 하지.
“레시아. 그 전에 몇 가지 말하자면, 우리는 아직 캐릭터에 대한 인기투표를 한 기억이 없어요. 그 이유는 이야기를 읽는 독자들은 아는 사람만 읽기 때문이죠. 그리고 또 한가지는 레시아의 평상시의 모습은 고양이이기에, 아직까지 레시아의 모습을 아주 잠깐만 본 저는 그걸 독백으로 말 할 수 없었고요. 세 번째로는 레시아가 본 모습으로 돌아가면, 잡화점에 오는 손님들은 전부 정신붕괴 당해서 죽거나 심하면 침을 흘린다면서요! 잡화점을 망치려고 작정했어요!”
“이 바보 같은 잡화점이 빨리 망해야, 주인을 짐의 마나창고로 사용할 수 있다.”
“그 마나창고 잊혀질 찰나에 다시 상기시켜줘서 고맙네요! 그보다 마나창고가 직업이나 관직에 있을 리가 없잖아요!”
아이니스는 ‘흐음...’하고 소리를 흘렸
“기다려. 어째서 아이니스가 레시아가 마왕이라는 것을 알고 있어요?”
그러고 보니 너무 자연스러워서 잊고 있었다.
아이니스가 아까 레시아 스승이라고 말하지 않았던가?
“아이니스는 비공식제자다. 물론 레슨 비용은 육포로 받고 있지.”
“그러겠죠!”
이게 어쩌다가 일어난 일인지 몰라도, 아이니스는 레시아가 마왕이라는 소리에 전혀 아무런 표정을 짓지 않고, 자연스럽게 육포를 주면서 마법을 알려달라는 부탁을 한 것이, 자연스럽게 나의 머릿속에서 그려졌다.
진짜 그 육포 언젠가 분석해봐야 해.
“그나저나 배가 고픈데, 마리아와 루시피나는 돌아오지 않는군. 그나저나 오늘 이야기는 이렇게 일상을 적는 것인가?”
“왜요? 레시아가 그토록 원했던 외전 스토리 같아서 좋지 않나요?”
“아까와도 말했듯이. 짐이 원하는 것은 ‘초 절정 미소녀 마법소녀 레시아!’와 같은 그런 외전을 말하는 것이다.”
“그보다 미소녀 마법소녀는 뭐에요? 둘 중 하나만 써요.”
“싫다. 미소녀도 맞고 마법소녀도 맞기 때문에 둘 다 쓸 것이다.”
“댁은 마왕이잖아!!!”
좀 자각 좀 해라! 원래 이러라고 있는 마왕이 아니거든!
“좋아. 이번 이야기 11은 짐의 귀여움과 아름다움을 어필하는 이야기로 가득 쓰도록 해야겠군.
“레시아는 마왕이라고요...”
옆에 있던 아이니스는 반짝이는 은색의 눈동자로 레시아를 들어올려 입을 열었다.
잠깐? 은색?
“아이니스 너 파란색 눈동자잖아?”
“제가 마법으로 바꾼 거에요. 저처럼 아름다운 은발에는 은색의 눈동자가 잘 어울리잖아요?”
마법으로 눈동자 색을 바꾸는 경지면...아직 미숙한 건지 숙련된 건지 모르겠다.
나의 사소한 물음을 간단히 답하고, 아이니스는 레시아에게 격양에 찬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럼 저도 거기에 출현하는 건가요!”
“아서라. 짐의 옆에 있으면 제자인 너의 매력이 묻혀버리게 된다. 하지만 뭐 귀여운 요정으로 바꿔주면, 짐과 함께 빛날 수 있기에 같이 출현해도 괜찮겠구나.”
레시아와 아이니스는 각자 “핫핫핫!”이나 “호호호!”라는 웃음 소리로, 자신들만의 망상에 빠져있었다. 이런 식으로 이어져 나가는 것이, 잡화점의 일상.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내가 이렇게 독백을 한다는 뜻은, 머지 않아 평화로운 일상이 깨진다는 소리가 아닐까?
뭐 아무튼...
지금은 바보 같은 이야기로도 좋으니까.
제발 평화가 이어졌으면 좋겠...
“레시아 킥!”
공중에서 들려오는 레시아의 음성에 차마 반응하지 못하고, 고개를 돌리지 못했을 무렵 나의 몸을 강타한 고양이의 검은 뒷다리가, 하필이면 명치를 제대로 가격해서 숨도 쉬지도 못한 극한의 고통을 맛보며 바닥에서 구르고 있어야 했다. 천천히 공기가 내 폐로 입주하고 있을 때쯤. 레시아는 진지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정의는 승리한다.”
“댁은 마왕이라고 몇 번을 말해!”
진짜 진심으로 레이비스 씨가 마왕을 했다면, 나는 지금쯤 완결된 이야기로 잊혀졌을 텐데.
“주인도 많이 허약하군. 애초에 짐의 5%정도의 마기로 강화한 발차기를 맞고 죽어가려고 하다니.”
난생 처음으로 정말 레시아의 명치를 쎄에에에에게 치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그보다 마법소녀를 모토로 하고 있으면, 주먹이나 발차기를 하지 말란 말이야!”
“하지만 자유로운<Free> 치유<Cure>의 초대는 오로지 근접전투기술만으로 모든 악당과 맞서 싸워왔다. 비록 짐은 마왕이긴 하나, 그들의 전투력과 담력을 보았을 때. 한 때 동경했던 인물들이라고 짐은 생각하고 있노라.”
무슨 왈도가 생각나는 수준으로 번역을...
“안녕하신가? 힘세고 강한 아침!”
“넌 머릿속에서 사라져! 그보다 지금은 오후야!”
내 머릿속에도 태클을 거는 이 기구한 운명은 대체 언제쯤 막을 내릴까? 머리가 지끈거리기 시작했고, 이내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튼 슬슬 마리아와 루시피나 씨가 올 시간인 것 같으니, 아이니스도 같이 점심을 먹어야 하는 건가요?”
기왕 온 손님이니 점심을 같이 먹어도 괜찮다고 생각해서 이야기를 했다.
그러자.
“힉! 아저씨! 그거 설마 저를 꼬시는 건가요? 마치 “우리 집에서 라면 먹고 갈래?”이런 메시지와 같...”
“내가 널 언제 꼬셨냐! 그리고 아저씨가 아니라고 몇 번이나 말해! 그리고 그 빌어먹을 라면 먹고 갈래는 대체 어디서 튀어나온 거야!”
레시아는 거기에...
“덤으로 치킨 먹고 갈래?도 있다.”
“덤이라고 나에게 태클을 할 거리를 만들지 말아 주시죠!”
레시아도 뭔가 기대하는 것이 아닐까? 아무튼 다시 아이니스에게 눈을 마주치며 입을 열었다.
“그냥 네가 자주 오는 손님이니까 점심 먹고 가라고 한 거지,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냐.”
“그럼 발전 가능성이 있는 관계란 소리?!”
“그 이상한 걸로 가득 찬 머리를 활짝 열어서 탄산수를 머릿속에 부어버린다?”
한번 정정하려고 하면 끝도 없이 변이가 되어 나를 괴롭히는 대화라니...
앞으로 나는 이런 일을 얼마나 더 겪어야 하는 걸까?
나에게 있어서 일상은 오히려 사건을 해결하는 것보다 더 힘든 일이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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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이곳이 글쓴이가 에필로그를 쓰는 곳인가?”
“레시아! 거기까지 침입하지 말고 당장 이리로 와요!”
(후다닥!)
...야간알바가 힘들다보니 캐릭터가 이곳까지 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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