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 80
80
인간과 엘프가 라이포네로 인해 싸우던 사건 이후로, 인간이 처음으로 발을 딛는 순간이다. 물론 나는 지금이 2번째인데, 아지 다하카가 끔찍한 보드게임을 하기 싫어서 가출한 사건이 터졌을 때, 한번 무단으로 들어온 적이 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은 엘프가 여성으로만 이루어진 종족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것에 대해서는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물론 지금은 딱 봐도 싫은 표정으로, 여장을 당한 남자 엘프들이 하늘을 보면서 멍한 표정으로, 인생에 대해 가끔 돌아보는 주마등에 빠져있으니.
전에 아지 다하카가 한번 휩쓸어버리고 갔을 때를 더 반기는 엘프도 있으려나?
마리아는 내 그림자 속에 동화하고 있고, 루인은 주변에 다양한 엘프를 보며 자신만의 포즈를 취한 체, 세실리아의 인도를 따라 엘븐 포레스트를 걸어가고 있었다.
엘븐 포레스트의 집 구조는 나무가 곧 집이고, 집이 곧 나무인 셈이다. 나무에 자리를 잡으면 페어리들이 나무의 공간 구조를 영구적으로 확장시키고, 거기에서 엘프들은 살고 있다고 설명을 했다.
하지만 엘프들이 나무 속으로 들어갈 때마다, 어딘가의 9와 4분의 3승강장이 왜 떠오르는 건지 이해할 수 없을 무렵. 엘븐 포레스트의 최고 볼거리인 세계수에 도착했다.
높이만 해도 하나의 성을 뛰어넘을 듯한 높이. 그리고 다양한 꽃들과 나뭇잎, 열매들이 맺혀있는 것을 보면, 모든 꽃과 나무가 한 때, 세계수 하나에서 모두 탄생했다는 말이 믿어지는 듯 했다.
“카일!”
티아가 세계수 밖에서 튀어나오더니, 내 주변에 날아다니기 시작했다. 물론 옆에 있는 루인은 “오오! 살아있는 피규어!”라고 입을 열었고, 그걸 무시한 것인지 못 들었는지 내 어깨에 앉아있었다.
“날 만나러 와주다니 기뻐.”
여전히 티아의 얀데레 미터는 내려가지 않았다. 우선 급하게 본론으로 들어가보자, 지금 몇몇 날 알아차린 여성 엘프들의 눈빛이 심상치 않으니까.
“그보다 티아. 소개할게 이쪽은 루인. 다른 공간에서 넘어온 이세계인인데 좀 더 쉽게 돌려보낼 방법을 찾고 있는데.”
“응? 나랑 결혼하자고?”
“이런 자동 자막 번역기가...미안하게도 나는 지금 본론을 이야기 하고 있는 거야.”
티아가 진지하게 호소하고 있는 나를 보며 끄덕였다.
“알았어. 이세계인이라...음. 미안하게도 나는 다른 세계를 간섭할 능력이 없어. 현 차원에 있는 시공간만 어떻게 가능해서...”
그렇다고 그렇게 풀 죽을 필요는 없잖아? 음침한 뭔가가 보인다고...
아무튼, 작은 고개를 떨구며 풀이 죽어있는 티아에게, 뭔가 위로의 말이라도 해야 했다.
“괜찮아 티아. 그냥 루인을 돌려보내는 것에, 뭔가 더 적절한 방법이 없을까? 하는 것뿐이니까. 오히려 내가 티아에게 미안해야지.”
이 정도면 되려나? 여전히 잘 모르겠다.
“그나저나 카일?”
고개를 서서히 든 티아의 눈동자가 다시 심상치 않았다.
“왜 카일 곁에 다른 여자의 향이 나는 거지?”
곁에서 루인이 전투력을 측정할 것만 같은, 알 수 없는 장치를 눈에 끼고는 입을 열었다.
“호오...얀데레 수치가 증가하고 있군요!”
그게 실제로 보이는 건 아니잖아!
“역시나 카일은 내가 곁에 두고 지켜야...”
“티아? 정신차려. 그건 구속이라는 거야.”
여전히 티아는 전에 한 번 각성을 한 이후에, 슈퍼가 붙은 전투민족처럼 자유자재로 각성을 할 수 있는 것인가? 제발 누군가가 날 도와줬으면 좋겠다. 그 전에 마리아에게 텔레파시를 보내보자.
[마리아! 도움! 도움!]
[응? 뭐냐? 첩은 이번에 신작 게임인 드퀘 빌더즈를 하고 있다만?]
[그러니까 내 그림자는 무슨 공간이냐고요! 그보다 티아의 얀데레 미터가 폭주해서 절 구속하려고 하잖아요!]
[그래도 구속되는 건 카일이지 첩이 아니다.]
저걸 그냥!
마리아가 나와 같이 움직이는 이유는 그냥 산책을 나가고 싶어하거나, 아니면 내 그림자 속에서 또 다른 물질공간을 창조한 이후에, 게임이나 다른 채팅방을 하기 위함일지도 모른다. 만일 채팅방에서 마리아로 추정되는 사람들을 보면 반갑게 인사하도록.(그럴 일은 없겠지만!)
“응? 카일! 오늘도 리셋하자! 리셋!”
“이 소설은 언테 팬픽이 아닙니다만?”
하물며, 지금 세이브 포인트에서는 의지가 차오르기는커녕, 빨간 숫자로 카운트를 세고 싶은 기분이라고.
“어서 오세요. 엘프와 인간의 교류가 끊기고 나서, 처음으로 발을 디딘 인간이로군요. 게다가 저희는 카일을 매우 기다리고 있었답니다.”
옆에서 들려온 것은 친절한 인사와 나를 매우 기다리고 있었다는 불안한 단어. 그리고 시야를 돌리는 순간, 루인이 숨이 막혀서 질식할 뻔할 정도의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바탕은 숲과 어울리는 연녹색이지만, 그 밑에 아름답게 수놓은 흰색의 드레스가 잘 조화를 이루었고, 긴 금발의 위에는 거대한 에메랄드가 박혀있는 티아라가 있으며, 양손을 곱게 배쪽으로 포개어 단아하고 청렴한 이미지를 돋보였다.
세실리아와 더불어 모든 엘프들은 한쪽 무릎을 꿇고 예를 표했고, 루인도 엘프들을 따라 했으나, 오직 나만 서있는 체, 엘프들의 여왕을 맞이 했다.
“엘븐 포레스트의 여왕 멜로디 라고 합니다. 직업은 바드. 레벨은 90이에요.”
“...누군가는 RPG같다고 했지만, 그렇다고 소개를 그렇게 하면 안됩니다. 이건 게임판타지가 아니니까요.”
여전히 나의 태클은 엘프들이 예를 갖추고 있을 때도 빛이 났다. 그나저나...
“루인? 너는 왜 그러고 있어?”
“카일 형은 느껴지지 않아? 애초에 저 분이 나올 때부터, 그냥 무릎을 꿇으라고 몸이 저절로 반응하고 있다고? 나는 어둠의 방랑자이거늘...설마 이건 자신보다 아래에 있는 자들을 완벽 통제하는 전설의 기술! 카리스마의 랭크가 대체 뭐지!”
난 정신방어가 높아서 그런 건가?
나는 잘 모르겠는데?
“모두 일어나세요.”
그러자 모두가 전부 한치의 오차도 없이 전원 일어났다. 만약 이 정도의 영향력이라면, 멜로디라는 여왕의 입에서 나오는 하나하나가 법으로 작용되는, 무시무시한 능력을 보여주게 되는 셈. 물론 페어리들은 자신들의 여왕이 아닌 이상. 그 누구도 따르지 않는다는 특성이 부여되지만...
“그보다...저를 많이 기다렸다니...그건 무슨?”
나의 말에 멜로디는 태양보다 화사한 웃음으로, 누군가가 여장을 하고 있는 백장미 3호집을 나에게 들이밀고 입을 열었다.
그보다 그 누군가는 나였다.
“사인해주세요.”
어쩔 수 없이 펜을 꺼내서 대충 휘갈겨 쓰는 이후에 돌려줬고, 여전히 루인의 이종족 탐방기가 가면 갈수록, 다른 이유로 탈선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자. 나는 적절하게 한 숨을 쉬며, 이만 돌아가려고 했었다.
하지만 여전히 나에게 맴도는 이 위화감. 그 위화감의 정체를 알려주는 첫 신호탄은 멜로디 씨로부터 출발을 했다. 잡지를 주려는 내 손을 갑자기 감싸더니(물론 어깨 위에 있는 티아의 얀데레 미터가 더욱 올라갔다.) 호수와 같은 벽안이 나를 계속 보고만 있었다. 그리고 가면 갈수록 머리가 깨지는 듯한 두통이...
“그러면 이제 앞으로 2시간 정도 시간이 비어있나요?”
“2시간이요? 그건 왜...?”
그러자 멜로디 씨는 세실리아를 보며 입을 열었다.
“세실리아. 준비된 예의 그것을...”
“넵!”
세실리아는 세계수 안으로 들어갔고, 다시 초롱초롱해진 눈으로 나를 뚫어져라 보면서 입을 열었다. 그보다 이 자세는 어느 소설책의 “신경 쓰여요!”포즈인데...
“저희들의 유일한 친구 루니아에게 많이 들었는데, 어쩜 이렇게 가련한 외모를 가질 수가...”
위험해...
내 몸에서 뭔가 위험하다고 소리치고 있어.
“저기 눈이 이상하거든요? 눈동자가 하트로 변할 것 같아서 무서워요. 그러니까 제발 이 손을 좀 놓고 거리를 1M정도 떨어진 뒤에, 정신을 냉철하게 수습을 하고 이것보다 좀 더 좋은 대화의 장으로 말하는 것이 어떨까요?”
“맞아! 멜로디! 카일은 내 꺼야.”
“티아. 그건 지금 상황에 기름을 붙는 거에요.”
멜로디는 이윽고 온화한 눈으로 내 어깨에 있는 티아에게 입을 열었다.
“정말 송구하지만, 잠시 카일을 저에게 2시간만 빌려주신다면, 더욱 좋은 구경거ㄹ...아니 더욱 좋은 환경에서 카일과 같이 하실 수 있을 거에요.”
이봐? 지금 구경거리라고 들은 것 같은데?
“음...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거기에 흔쾌히 승낙하지마!
“카일 형...가엾고 딱한 자로다...”
“루인! 너는 형을 어서 도와줘야지! 왜 거기서 다른 엘프들이 주는 음식을 먹고 있는 거냐!”
뭔가 벌꿀에 곁들인 과자 같은데...다른 어린 엘프들이 인간에 호기심이 강한 듯. 루인과 같이 놀고 있었다고...가 아니라! 현혹되지마!
“카일 형. 어차피 수능도 망했는데, 이곳에서 평생 살까요?”
“아직 수능을 안 봤잖아! 그건 다 보고 나서 다시 돌아와도 늦지 않아!”
지금 사방에서 혼란이 일어나고, 세실리아가 돌아왔을 때는 연녹색과...흰색이 조합된 드레스에, 티아라, 금색가발. 내가 그걸 보며 ‘이건 또 누구를 위한 옷인가?’라고 생각할 무렵. 멜로디는 이렇게 입을 열었다.
“제가 남동생이 있는 것이 소원인데, 루니아가 잡지를 준 이후로, 카일과의 만남을 너무 원했는데, 이제 신이 저의 소원을 들어주시는구나 생각하고 있어요. 그러니 한번 입어봐 주실 거죠? 그렇죠?”
좋아. 날 만난다는 것이 그렇게 좋은 일인 건 알겠어.
그런데, 지금 그 말이 나를 여장시키는 것과는 대체 어떤 관계가 있는 거야!
그래도 마음 속으로 아무리 불평해 봤자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나는 거절의 뜻을 표하는 말을 해야 했다.
“죄송하지만 저는...”
“정말이요! 고마워요!”
아직 아무 말도 안 했어!
그리고 내가 승낙했다는 전제로 이야기가 진행되는 거냐!
사다리 타기가 그 원인인가!
“세실리아! 당장 카일과 그의 친구분을 세계수 안으로 안내해주세요.”
들어가면 위험해!
들어가지 말라고 내 몸이 외치고 있다고!
“기다ㄹ...”
“그래요? 카일도 정말 빨리 들어가 보고 싶지요? 세계수 안은 느긋하게 제가 설명을 해 드리면서, 그 이후에는 온화하고 우아한 티타임도 가질 예정이랍니다.”
저 다른 사람이 말하기도 전에 잘라버리는 도끼녀가!
“정확히 난 카일의 어깨에 있을 테니까 안심해도 괜찮아.
“티아가 제 어깨 위에 있어도 안심은커녕, 오히려 더 불안한데요?”
“괜찮아. 만일 저 엘프의 여왕이 카일의 정조를 노린다면, 내가 지켜줄 테니까.”
티아의 머릿속의 나는 대체 어떤 존재로 부각되고 있는 걸까?
“그리고 카일이 다른 여자 손에 물들지 않도록, 내가 빼앗아 가는 거야.”
오히려 티아가 더 위험해. 그 전에 무슨 암살자인가? 차라리 페어리 여왕 때려치우고 암살자나 하시죠?
“자! 어서 들어가죠! 갑시다! 갑시다! 세계수 안으로!”
“그렇게 힘주면서 당기지 마요! 어째서 내 주변에 있는 여성들은 힘이 왜 이렇게...!”
직업이 바드라면서요? STR수치만 찍은 거에요?
아무튼 세계수에는 들어갈 생각도 마음도 없었으나, 멜로디 씨가 억지로 나를 끌고 가는 바람에, 나와 루인은 세계수 안에 처음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키아! 역시 카일 형을 따라다니면, 좋은 경험치를 얻는군. 이게 바로 어둠의 방랑자가 가진 행운인가!”
“넌 조용히 해!”
남은 2시간의 지옥은 어떻게 버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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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의 위력이 강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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