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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을 둘러보면 폭발의 흔적을 잘 보여주는, 찢어진 나무들과 날아가 기절한 몇몇의 엘프들, 그리고 나와 마주 서있는 한 명의 여성 엘프. 오히려 멀쩡하게 서있고, 수려하고 단아해 보이는 얼굴과는 달리, 검을 들고 여유를 부리는 듯 자연스럽게 입을 열었다.

 

나는 엘븐 포레스트의 최정예 기사 중 하나인 세실리아다. 그쪽은?”

 

엘티노스 잡화점의 주인. 카일. 그리고 아까 화살에 맞은 녀석은 루인이다.”

 

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화가 나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도 모르는 성격에서, 지금은 극도로 마음이 매우 차분해졌다. 이제는 화가 나면 먼저 냉정해지는 걸로 변하는 내 자신도 상당히 놀라우면서도, 지금의 루인의 복수는 내가 해야 할 업이다.

 

카일이라...혹시 전에 엘픈패스에 난입한 삼두룡을 내 쫓아준 자인가.”

 

세실리아라고 소개한 엘프는 사파이어를 박은 듯한 눈동자가 살짝 커졌다. 나의 이름을 알고 거기서 한 일도 알고 있는 시점부터 나도 살짝 놀랐지만...

 

내 친구로부터 상당한 실력이라고 들었지만, 더욱 성장해서 온 것인가...아니면 친구가 죽었기에 죽을 각오로 덤비는 것인가?”

 

세실리아는 천천히 검을 잡고 자세를 잡았다.

데자뷰를 보는 듯한 상대의 포즈를 보며 나는 땅을 박차고 날아들었다.

 

둘 다야!”

 

직선으로 날아들다가 허공에 마법방패<Magic Shield>를 내 주변에 전부 고정시킨 체 생성했다. 직선에서 마법방패를 차면서 방향을 꺾고, 공중에서 이리저리 날아다니면서 빈틈을 찾아 오른 손으로 내려찍었다.

 

-카아앙!

 

세실리아는 양손 검을 마치 한 손으로 간단하게 막은 틈으로, 나는 왼 손에 있는 검을 세실리아의 미간에 조준한 체, 마탄을 발포하려고 했으나, 그걸 먼저 알아챈 세실리아는 순식간에 검을 흘려버리고 돌려차기가 날아왔다. 나는 막는다는 선택지밖에 없기에, 두 팔을 교차해서 막았으나, 가늘고 연약해 보이는 몸과는 다르게 엄청난 에너지가 나를 저 반대쪽에 있는 나무로 날려보냈다.

 

나뭇잎이 있다면 그 나뭇잎이 다 떨어질 정도로 크게 들이박아서, 지금 등에 몇 번 척추가 비명을 지르고 있는 건지, 그리고 얼마나 세게 부딪쳤길래 숨도 제대로 쉬어지지 않는 건지...알 수가 없었다.

 

그보다 숲 속의 종족이라고 해서, 얕봤으나 아무래도 이 사람은 루니아 씨와 호각...혹은 그 이상을 달리는 존재. 다시 눈을 개안하여 세실리아를 확인 하는 순간, 세실리아 몸 전체에 폭포처럼 휘몰아치는 바다 빛 기류가 확인되었다.

 

기본적으로는 체내에 마나를 흐르게 하여, 육체의 강도와 반사신경을 늘려준다는 것. 문제는 내가 시냇물에 졸졸 흐르는 느긋한 물의 흐름이라면, 세실리아는 거대한 파도로 거대한 전함을 전복 시킬만한 흐름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다.

 

물리 피해를 줄여주는 보호마법<Protection>까지 있었지만, 곧 목에서 넘어온 피를 토해내고 나서, 숨이 제대로 쉬어졌고 비릿한 맛이 아직도 입가에 맴도는 도중에, 세실리아는 봐주지 않는 다는 듯이 한 손으로 그 거대한 클레이모어를 나에게 내려찍었다.

 

루니아 씨에게 배운 검술로 클레이모어를 간단하게 흘렸...

 

-파악!

 

아니...흘리지 못했다. 왼손에 거대한 충격은 내 왼팔의 뼈가 어떻게 되어먹었는지, 알 수 없었으며 결과적으로 왼손에 검을 놓치고, 욱신거리는 왼팔은 축 늘어졌다.

 

보통 팔이 부러지면 꽤나 아프겠지만, 그 고통을 또 참고 버티는 걸로 봐선, 상당히 인내심이 강한 녀석인가?”

 

기량차이가 너무 심했다.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란 것은 확신했다.

그래도 내가 싸우는 이유는 단순히 루인의 죽음을 애도하는 것인가?

 

그럼 세실리아가 싸우는 이유는 뭐지?

 

애초에 몽환의 숲은 페어리가 있는 숲인데, 엘븐 포레스트에 있어야 하는 너희들이 이곳까지 나온 이유가 뭐지?”

 

여전히 세실리아는 무표정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그건 알 필요가 없다.”

 

남은 한 팔로 싸우기에는 매우 위험한 상황에서, 내 그림자 속에 튀어나온 마리아가 천천히 걸어왔다. 마리아는 내 옆에서 나를 보며 진단을 하듯, 고개를 끄덕이면서 입을 열었다.

 

첩에게 맡기거라. 기절해 있는 루인이 살아있는지 확인해보고.”

 

기절?

심장에 화살이 박혀있는데 무슨 기절을?

 

애초에 카일도 남이 쓰려지면, 무조건 화를 내서 일을 난잡하게 만드는 일도 그만해야 한다. 제대로 상태를 살펴보고 다음에 할 일을 해야지.”

 

세실리아는 나와 마리아가 대화를 하는 것을 보며 말했다.

 

설마 검은 달의 여왕...”

 

맞다. 세실리아. 첩이 그대의 어머니와 호각을 다투던 검은 달의 여왕. 지금은 마리아라고 불리고 있지만, 뭐 그건 중요하지 않을 터. 한 수 봐주도록 할까?”

 

그러면 영광이지요...”

 

양손 검을 한 손으로 쓰다가 사람이 양손으로 바꾼다는 소리는, 본 실력을 발휘하겠다는 메시지를 뜻한다. 마리아는 천천히 검은 성배를 꺼내고, 세실리아는 검강<Aura Blade>을 클레이모어에 두르며, 천천히 자세를 낮췄다.

 

어느 순간 사라지던 세실리아는 마리아에게 내리쳤고, 그걸 검은 보호막 하나가 가볍게 튕겨냈다. 마법사들의 보호마법들을 분쇄해버리는 검강은, 허무하게 보호마법에 의해 막혀버린 것. 대체 어떤 원리로 작용하는 마법인지...그러고 보니 루인이 쓰러진 곳을 확인한 순간, 루인은 앉아서 힘내라! 마리아 쨩!”이라는 큰 외침과 함께 구경하고 있었다.

 

루인? 너 언제 깨어있었어?”

 

아까 마리아 쨩이 어느 흡혈귀처럼 그림자에 나올 때요.”

 

...?

 

잠깐 화살은? 너 심장 쪽에 화살이 박혔었잖아?”

 

그러자 이제서야 자신의 모습을 보고는

 

아이 깜짝이야! 이게 뭐야!”

 

화살이 떨어지면서 구멍이 난 옷 속에는 금색의 원형으로 되어있는 목걸이가 하나 있었다. 그전에 화살이 얼마나 강했는지 금이 가있었고, 그나마 다행인 것은 루인이 살아있다는 것인가?

 

정말 너 하나 때문에 내가 이렇게 고생해야 할 지경인 줄은 몰랐다.”

 

뭐 그거야 아우를 제대로 지켜야 하는 형의 몫이죠.”

 

너 진짜...”

 

-털썩!

 

땅에 누군가 쓰러진 소리가 났다. 마리아는 상처 하나도 없이 나에게 다가오고 있었고, 세실리아는 쓰러져서 거칠어진 숨을 천천히 고르고 있었다. 이 정도면 마리아의 압승인가?

 

흐음...그냥 일부러 지고 카일에게 마나를 빌린다는 이유로, 키스를 빼앗아 갈 것을 그랬다.”

 

그 말만 없었으면 정말 잘했다고, 칭찬을 하려던 제 마음이 사라지고 있습니다만?”

 

애초에 그런 전개는 다른 곳에서나 찾아주시죠?

마리아는 내 팔을 붙잡...

 

으아아악! 아파! 아파요! 살살 좀 잡으란 말이에요!”

 

내 생에 처음으로 강렬하고 날카롭고 비통할 정도로 거대한 통증으로, 뇌가 지금 눈물을 흘려라!’ 라고 명령을 내릴 정도로 눈물이 핑 돌았다. 애초에 용병생활을 하면서 팔이나 다리도 부러진 적이 없는 거냐고 물어보는데. 전에도 말했듯이 그렇게 과격한 의뢰를 안 했다는 말만 반복하도록 하자.

 

꽤나 제대로 부러졌군, 그러나 첩이 간단히 치료를 할 수 있다. 정말 첩과 같은 동반자를 얻어서 다행이지 않는가?”

 

또 뭔가 요구할 생각이에요?”

 

물론. 다음에 기술을 연마할 때, 잠깐 상대를 해달라는 것이다.”

 

대체 무슨 기술이에요? 그거 맞으면 전 살수나 있어요?”

 

당연히 살 수 있지. 애초에 연마하려는 것이 침대에서 사용하는 기술이다.”

 

최근에 마리아에 대한 속성이 점점 이상한 쪽으로 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리고 그 잡지에 있는 프로레슬러도 그건 집에서 따라 하지 말라고 하잖아요?”

 

이걸 추측할 수 있는 것은 분명히, 마리아가 전에 어디서 구해온 레슬링 잡지를 떠올려 말을 한 것이다.

 

...

지금 음흉한 생각을 한 사람 반성하도록.

 

마리아가 치료마법을 걸자 내 팔에 있는 뼈는 원래대로 돌아가기 위해, 정신을 놓으면 기절할만한 고통을 나에게 줬고, 치료가 끝나자 마자 왼팔이 돌아온 것을 실감했다.

 

역시나...루니아의 말이 맞았나.”

 

허탈한 표정의 세실리아는 입을 열며 루니아 씨를 거론하며 쓰게 웃었고...

잠깐만요?

 

루니아 씨를 아세요?”

 

물론. 그녀와 나는 친구임과 동시에, 검술로 따지자면 내가 제자다. 그나저나 루니아가 네 예기를 많이 하길래 얼마나 강한 녀석인지 알아보려고 했는데, 부하가 실수로 화살을 놔버리는 바람에, 지금 검은 여왕에게 밟히고 있는 남자를 맞춰버린 거지.”

 

뒤를 돌아보니 마리아의 엄청난 호통 속에서도 웃으면서 얼굴이 밟혀있는 루인을 볼 수 있었다. 그러니까 이 녀석은 나중에 돌아가서 사회생활에 무리가 없을까? 애초에 이상한 것에 눈이 떠져서 당분간 힘들 것 같기도...

 

게다가 아지 다하카도 쫓아냈다곤 하나...여전히 미숙한 모습이 자주 보이는 군.”

 

저는 애초에 검사가 아니니까요. 게다가 마법사라고 하기엔 문제가 있고...”

 

루니아 씨에게 검술을 어쩌다가 마주치면 가끔 배우는 편이고, 레시아에게 마법을 배우고 있으나 레시아가 했던 말은 주인은 강한 이미지가 마법을 구현화 하지만, 체계적으로 술식과 기동식을 만드는 마법사들보다는 위력이 현저하게 약하다.”라는 말을 들었다.

 

그래도 방금 전에 마법방패를 발판으로 잠시 동안 공중에서 움직이는 응용력은 칭찬하지. 체내의 마나는 어느 정도 회전할 줄 아는 것 같고.”

 

그건 잔머리를 굴리다가 나온 아이디어라서...”

 

싸울 이유가 사라지자 정말 별거 없었다. 그 전에 나는 티아를 만나러 온 것 뿐인데, 일이 이렇게 되어 버리다니...

 

그 전에 페어리의 여왕을 만나러 왔다고 했었지. 지금은 엘븐 포레스트에서 우리들의 여왕과 같이 지내고 있고, 우리들의 땅과 페어리의 땅을 공동으로 소유하기로 했다. 물론 인간에게는 그런 정보가 전혀 없겠지만...”

 

그래서 엘프가 여기까지 정찰을 했구나.

 

그럼 지금 티아를 만날 수 있을까요?”

 

세실리아 씨는...

 

애초에 아까부터 독백으로는 세실리아라고 불렀는데, 지금에 와서야 세실리아 씨라고 불려지면, 오히려 내가 어색하니까 그냥 이름으로 부르도록.”

 

정말이지 친절해 보였는데 내 독백을 염탐하고 있다는 소리로 번역되네요. 그보다 제 독백은 왜 누구나 다 읽을 수 있는 거죠?”

 

루인은 제외인가?

애초에 내 독백이 허술한 비밀번호를 가진 아이디인가?

조만간 독백을 할 때는 알파 뭐시기처럼 2진법으로 하거나, 비밀번호 패턴을 만들어서 해야 하리라 다짐했다.

 

서서히 의식을 회복하던 엘프 정찰자도 다시 세실리아에게 모였고, 나는 세실리아의 인도를 따라 엘븐 포레스트로 발 걸음을 옮기며 대화를 나눴다.

 

그런데 제 이름이 그렇게 유명한가요? 애초에 저 혼자서 아지 다하카를 쫓아버리지는 않았으니까요.”

 

최종적으로 폭식의 공작 그리티스 씨가 해결했으니까.

세실리아는 나를 쳐다보면서 입을 열었다.

 

그래도 그 몸으로 삼두룡을 쫓아내준 것만으로 상당히 유명하지만, 현재는 다른 이유로 상당히 유명해졌다. 엘븐 포레스트에서 일족의 남성들은 그 이후로 상당히 불만을 제기하고 있고, 일족의 여성들은 정말 좋아해서 자신의 애인마저 여장시켜버리니까.”

 

설마...그 망할 잡지인가?

 

아까도 말 했듯이. 루니아는 너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다.”

 

여기서 돌아가거나 잡화점으로 오면, 루니아 씨에게 실컷 따지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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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삿짐의 후유증은 등과 팔,다리의 근육통이라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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