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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산 증인이라고 한다면 오랫동안 살아온 생명체에게 가는 것이 맞다. 니드호그에게 가는 것은 언제나 명분이고, 가이로안 씨와 메이에게 물어보려고 했던 것. 루시피나의 아버지인 드래곤 로드에게 가는 일은 아무래도 꺼려진다. 분명 오자마자 장의어른 타이틀을 내걸고, “손녀는 잘 지내고 있는데 너희들이 힘을 내주지 않으면, 시간적 모순이 일어나니 제발 부탁한다.”라며, 의미심장한 협박을 들여놓을 테니까.

 

어떻게 보면, 루시피나도 나와 같이 잠자리를 드는 것에 명분을 얻은 셈이구나.

레시아도 그렇고...

 

아빠? 뭘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거야? 혹시 나도 멤버에 껴있어?”

 

어쨌든 20대 초반의 흑발을 지닌 미녀가 자신의 자리를 찾았다는 듯이, 짙은 다크서클이 모두 사라질 것만 같은 편안한 얼굴로 응석을 부렸다.

 

아냐. 니드호그. 그나저나, 이렇게 만나니 정말 반갑긴 하네.”

 

. 그런데 아빠 안에 있는 존재와, 머리 위에 있는 검은 고양이는? ?”

 

첩이라는 단어에 레시아의 머리에서 불이 붙기 시작했다.

 

어이. 용족 꼬마여. 짐을 그리 화나게 하지 말지어다.”

 

검은 고양이가 으름장 놓는 것을 뒤에 있는 다프네와 레오파드도 보았는데. 가끔가다 생각하는 거지만...

 

너희들은 왜 또 드라고니스에 있는 거야? 스토커야?”

 

그거야! 당신의 파트너가 이쪽까지 끌고 왔기 때문이잖아!”

 

이번에도 레시아가 조정을 잘못했는지. 아니면, 그냥 데려오고 싶어서 데리고 온 건지 잘 모르겠다. 그러거나 말거나, 레오파드는 눈을 반짝이면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하긴, 이곳은 용기사을 육성하기 위한 장소이지만, 드래곤이라는 존재는 마법에 가장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그래도 마법사의 길이 목적이라면, 이런 곳이 있으니 향후에 배움의 터를 고를 때, 이곳으로 하라고 추천하는 거야.”

 

얼떨결에 변명 아닌 변명을 해버렸지만, 베가프의 후손이라면 머릿속에 어느 곳이 더 좋은지, 알아차리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어쨌든 확인해야 할 일은 금방금방 처리를 해야 하니까.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보도록 하자.

 

니드호그. 한가지만 물어볼게.”

 

유랑극단이라도 부활했어?”

 

내심 당황했다. 단도직입적인 질문을 하기도 전에, 답을 해버리는 니드호그의 말. 흑색의 비단결처럼 번뜩이는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던, 나의 손이 일순간 멈춰버렸다. 그러고는 피식하고 웃으며 맞네.”라며 말을 흘렸다.

 

예상한 거야?”

 

예상했어. 어차피 이곳에는 귀찮은 어린애들 가르치는 것밖에 없고, 마법으로는 이미 모든 것을 통달했는데, 심심해서 아빠를 좀 조사했더니 놀라운 결과가 나와서 말이야. 과거로부터 시작된 비범한 기행에, 시간적인 오차가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 어마어마한 유랑극단과 투쟁을 했다는 사실이 더 놀라워서.”

 

레시아와 시나는 아무런 소리를 내지 않았다. 나 또한 마찬가지로 니드호그가 숨겨둔 비장의 카드의 존재를 알아차렸으니까.

 

엘티노스를 너무 맹신하는 건 소용없다고 생각하지 않아? 나에게 해결방법이 있어. 조금이나마 다른 길을 걸어가면 될 거야. 살짝 비틀어진다면 유랑극단도, 이 바보 같은 전쟁도 끝날 수 있어.”

 

하지만 사도에 발을 들여놓는 것은 내 취향이 아니거든.”

 

뭐처럼 딸이 적절한 해결방안을 제시하고 있는데, 아빠는 정말 고집이 강하네. 지금 다른 사람들이 보는 눈 앞에서도, 그 고집을 꺾어 나만 바라보게 만들고 싶을 정도야.”

 

내 고집은 아다만티움이라 부러질지언정 꺾이지는 않는단다. 그리고 딸아이가 아버지를 탐하다니? 엘렉트라 콤플렉스가 현재진행형으로 뻗어나가고 있든? 다 컸다고 생각했는데 정신은 그리 성장하지 않았구나.”

 

애정결핍이라서 그래.”라고 말한 뒤. 다시 내 무릎 위에서 고개를 돌려, 내 배쪽을 바라보고는 편안한 한숨을 내쉬었다.

 

레시아는 머리 위에서 부럽다는 오러를 이리저리 내뿜고 있었고, 시나도 내 안에서 [마스터. 당장 저 오만 방자한 여식을 파문해버리세요.]라며 부추기고 있었다.

 

그 전에 물어볼 것이 있어. 니드호그.”

 

우응?하고 니드호그가 반응을 했다. 내 코트에 얼굴을 힘껏 비비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별 신경 쓰지 않고 입을 천천히 열었다.

 

지금 유랑극단의 일원이 얼마나 돼?”

 

각본가, 사회자, 어릿광대, 인형사 총 4. 맹수 조련사는 다행히 아빠가 여자로 되었을 때, 마음을 고쳐먹어서 설득하기 힘든 것 같고. 핵심인물 외에 유랑극단의 일원이 5 2백명. 관객 13만명 이상. 지금도 매번 늘어나고 있는 거야. 당연히, 딥웹에서 모두 해킹을 했지.”

 

딥 웹?

오늘따라

 

바다에서도 표면상 우리가 보이는 것과 다른 심해가 있지 않는가? 정보의 바다라고 불리는 네트워크에도 우리가 알지 못하는 장소가 있는데, 그걸 딥 웹이라고 부른다. 그 안에서는 무엇이든지 사고, 팔 수는 있지만 유랑극단이 그곳을 이용할 줄은 꿈에도 몰랐노라.”

 

어릿광대의 짓이겠죠. 그 녀석은 자신이 삼은 표적을 죽이고, 모든 능력을 흡수하니까요.”

 

레시아가 내 머리카락을 작은 앞발로 툭툭 건드렸다.

 

그건 짐도 알고 있노라. 주인의 두개골 안에 있는 이건 무엇인가? 우동인가?”

 

그럼 정확하게 뭘 말씀하시고 싶으신데요?”

 

관객이 13만명과 일원이 52백이라는 사실이다. 딥 웹을 사용하고 있다고 했지? 그럼 그 모든 일원이 딥 웹을 사용하는 일원이란 소리다.”

 

많이 위험한 거에요?”

 

그러자 이번엔 내 이마를 툭툭 건드렸다.

장난치는 것처럼 보이지만 왠지 기분이 상했다.

 

그 안에 가득 차오른 것은 야쿠루트라도 되는 것인가? 헬리코박터 프로젝트를 주인의 두개골 속에서 하기 전에 잘 알아들을지어다. 딥 웹을 이용하는 목적이야 말로 불법과 관련된 일이 대다수라고 생각해야 한다면, 유랑극단을 모집하는 일이야 말로 수면 밖에서 할 수 없는 행위다. 하지만 지금 관객이 13만명과 일원이 52백이라고 하였으니, 그 뜻은 유랑극단과 뜻을 같이하는 자가 적어도 13 5 2백이라는 소리니라. 2만대군도 많아서 눈에 가늠하기도 힘든데 13만명씩이나 있는 거다. 문제는 그 13만명 모두가 평범한 사람이 아닌, 딥 웹을 이용하는 정체불명의 권력자거나, 범죄조직, 해커들이 주로 이용한다는 것이지. 짐의 말을 말미암아 무슨 뜻인지 아는 것인가?”

 

사람의 머리가 왜 야쿠루트로 되어있는 건데? 적어도 연상퀴즈를 하려면 생각할 시간을 좀 주던가?

 

이번엔 아무 말 하지 않고 결론을 도출하는데 20초라는 시간을 소비했다. 그리고 두뇌가 추론한 결론을 입 밖으로 내뱉었다.

 

딥 웹을 이용하는 1명의 회원이, 기존 1명이 아니라 대다수의 단체를 거느리고 있는, 단체장이라는 거죠?”

 

“13만명 이상이 모두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13만이라는 숫자는 어느 사이에 130만명이 될 수 있고, 1300만명이 될 수 있다는 소리가 된다. 거기에 유명한 귀족과 정치인까지 유랑극단의 소속이라면, 지금쯤 비밀리에 사도교들 마냥 집회를 해도 이상할 것이 없노라. 어쩌면 우리는 유랑극단이 활발하게 움직이는 시간대에 들어서서, 승산 없는 싸움을 계속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며, 그로 인해 뒷일은 우리가 감당하기엔, 너무나도 숨가쁜 현실에 베어나가리라.”

 

예언을 읊듯 레시아의 목소리가 끝이 나고, 니드호그는 여전히 내 무릎 위에서 응석을 부리고 있는 와중에도, 머릿속에 회전축은 계속 돌아간다. 그야말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을뿐더러, 지금은 저들이 어디에 위치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300년 전에는 유랑극단의 존재를 그나마 와해시킨 세력이 있었지만, 지금은 견제 받을 세력도 없고 물주고 햇빛 주면 잘 자라나는 잡초마냥, 무성하게 자라나버려서 어디부터 건드려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다.

 

아버지는 시대를 잘못 온 거야.”

 

니드호그는 무관심한 어조로 내뱉었다.

 

그러니까. .”

 

나는 담담하게 니드호그의 말을 받아 쳤다.

시대를 잘못 온들 그건 내 탓일 뿐이다. 어차피 해결할 방법은 수많은 방법이 있는데, 형편과 제약, 그리고 내 후손을 생각하기에, 어처구니 없는 계획은 머릿속에서 자연스레 지우는 거다. 손익에 관계없이 일을 가장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면, 지금 당장 이 대륙을 멸망전으로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이 시대는 나의 시대가 아닌, 후손들이 자라나고 번창해야 할 시대.

그러니 나는 최대한 안전하고 확실한 방법을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사회자와 인형사가 새로 왔어. 그 외에 어떤 미친 녀석들이 영입될지도 몰라. 이곳에 찾아와서 잘못 왔다는 생각은 수도 없이 많이 했어. 지금 당장이라도 바로 돌아갈 수 있는 방법과 준비를 하면, 돌아갈 수 있으나...이미 늦었어.”

 

나를 만나버렸으니까.”

 

니드호그는 쓸쓸하게 입을 열었다. 자신을 찾아오지 않았으면, 후손에 대한 명확한 증거 없이 스쳐 지나갈 수 있겠으나 루시피나는 그러하지 못했다. 그러니 니드호그를 만나고 이 세계를 지키기로 마음먹었을 뿐.

 

게다가 저 뒤에서 신기하게 견학하고 있는 베가프의 후손도 만나버렸으니, 내 친구의 후손이 잘 살아갈 수 있도록 최선의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

 

[마스터. 우리에겐 대체 어떤 수단이 있는 겁니까?]

 

마음속으로 결단을 내리자. 시나는 의도라도 한 듯 타이밍 좋게 말을 걸어왔다.

 

[수단은 많지만 모두 희생을 감내해야 해. 처음에는 무대 자체를 박살내자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그것마저도 허용하지 않아. 주연배우를 모두 제거해야만 해. 그게 가장 최선의 방법이겠지.]

 

[제거라고 함은?]

 

[당연히 죽이거나, 불구로 만들거나, 그 일을 포기하도록 유도하거나. 두 번 다시 그 일을 진행할 수 없도록 해야 해. 그래서 내려진 결단이라면...]

 

[결단이라면?]

 

각본가를 제거하는 수 밖에 없다.

더 나아가 차기 각본가가 나오지 않도록 예방까지 하면서, 각본을 모두 불태워야 그 바보 같은 일을 안 볼 수 있을지도 모르지.

 

각본가를 처리하죠.”

 

주인의 입에서 누군가를 처리하자고 말할 때마다 섬뜩하게 그지 없군.”

 

레시아는 투덜거렸지만 내심 마음에 들어 하고 있다.

 

하지만, 유랑극단은 너무 커버렸다. 각본가의 존재는 대체 어디서 찾을 것인가?”

 

아뇨. 각본가는 이미 천계에 있어요. 어릿광대가 레이베리아라고 죄다 실토를 했으니까요.”

 

엘티노스를 만나러 온 나를 내친 것도, 어릿광대가 실토한 내용에는 레이베리아가 들어있었다. 그리고 레이베리아의 각본 중. 천마전쟁에 관련된 소식은 모두 눈속임. 유랑극단의 일이 최대한 늦게 알려지기를 기도했다.

 

드디어 주인의 머리가 돌아가기 시작하는군.”

 

그리고 천계로 진입할 수 없는 난, 레이베리아에게 있어선 최고의 골치덩어리가 사라지게 된 것이지.

 

엘티노스도 지금쯤 천계에 가야 하는데, 들어가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요. 가끔가다 샤이어에게 부탁을 하고 있으리라 추측합니다.”

 

천계에 갈 방법이 없다면, 아버지는 평생 각본가를 처리하지 못해.”

 

니드호그는 내 말에 발을 걸어 넘어뜨렸다. 우르륵 무너지는 순간도 있지만, 태연하게 니드호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입을 열었으니.

 

적어도 이 아버지는 내 자식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단다.”

 

그럼 오늘밤 아버지가 여장을...”

 

차라리 나더러 세계를 재창조하라고 해라.”

 

신경 써서 자상한 말을 했더니, 니드호그의 욕망에 가득 찬 한마디를 잘라야 했다.

 

흐응. 쉽지 않네.”

 

부드럽고 듣기 좋은 노곤한 목소리를 흘려보낸 니드호그는 잠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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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곤함의 두통...

너무 싫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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