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 530
530
레시아와 외출에서 돌아온 뒤에 찾아온
-파앙!
...것은 어마어마한 폭발음과 함께, 옆에 레시아가 있던 자리에는 소년의 모습을 한 시나였다. 한시라도 빨리 내가 남자로 돌아가야, 자기들끼리 폭발마법으로 난리 치는 모습을 안 보겠지.
“마스터. 어서 들어오세요.”
“저기. 레시아는 어디에 있어?”
방금 전까지만 해도 옆에 잘 있던 사람이, 폭발 한방에 사라지면 초조하기 마련이지만, 내 앞에 천천히 자유낙하를 하며 지상에 안착했다.
“어이 비둘기.”
“올빼미입니다.”
“짐에게 공격하고도 정정을 요구하지 말지어다. 하마터면 주인이 폭발에 휘말릴 뻔했지 않았는가?”
“정밀한 계산으로 오직 냥캣만 폭사하도록 권능을 사용했지만, 아쉽게도 얌체같이 피하셨네요. 그건 그렇고 마스터. 잠깐 실례하도록 하겠습니다.”
내 눈으로도 응석이 심해서 내치고는 싶었지만, 애석하게도, 날 끌어안은 힘의 강도가 너무 강했다. 아마, 시나의 노림수라면 내가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같이 붙어있기를 바라는 정도인가? 레시아도 그렇고 시나도 그렇고 너무 적극적이라서 탈이네.
소년처럼 순한 얼굴은 이미 내 상체에 파묻으려는 듯, 올려다 볼 생각은 하지 않고 언제까지 일어서야 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할 일이 없으니 시나의 머리위로 손을 올렸다.
“저기. 시나. 나 이만 앉아서 쉬고 싶은데.”
“카리니뮴을 보충하고 있으니 조금이면 됩니다.”
“대체 얼마나?”
“대략 14시간정도면 됩니다.”
그때 동안 일어서라는 거냐?
요즘 들어 너무 막 대한다고 생각하는데?
“저기. 올빼미 모습으로도 괜찮잖아? 어째서 지금 연미복을 입고 맞이하는 건데?”
“여성이 가장 좋아하는 것 중에 집사라는 것을 검색해보던 중. 이런 옷이 있기에 입어보았습니다.”
“내가 지금은 이런 소녀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되돌아가면 21세의 건장한 청년이라는 사실부터, 잊지 말아줬으면 좋겠어.”
“그때는 여장하면 해결됩니다.”
문제만 남을 뿐이잖아.
그건 그렇고, 나와 눈도 마주하려고 하지 않고, 계속 옷에 파묻은 시나의 행동이 걱정되기보단, 의심스럽게 느껴지기 시작하는데...
“시나. 솔직히 말해.”
“저는 항상 마스터에게 진실만을 말합...”
“지금 요리. 루니아 누나가 하고 있는 거야?”
“...아, 아닙니다.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아까 진실만을 말한다고 한 녀석 어디 갔어?
시나가 당황한 것을 알리는 지표는 목소리뿐만은 아니었다. 서서히 사시나무처럼 바들바들 떨려오는 몸이 나에게 전달되었으니, 오늘 이후로 수명이 끊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나도 덩달아 표정이 안 좋아지기 시작했다.
“어머나? 카리인? 다녀오셨어요? 밥부터 드실래요? 아니면 밥부터? 아니면 점.심.밥?”
“제삿밥을 잘못 말하는 건 아니겠죠. 아니, 그 전에 그거 밥이라고 말할 수 있는 물질인지 설명 좀 해보시겠어요?”
“당연히 밥이죠오!”
밥 아저씨가 저걸 보고 뭐라고 말할지 잘 모르겠지만, 대체 어떻게 요리를 해야 무지개 빛으로 나오는 가에 대해, 논문이 필요할 정도로 심각한 상태였다. 달인을 만나는 코너가 있다면, 모든 음식을 무지개로 바꾸는 달인으로 나타날지도...
먹으면 99.9%살상력을 보여주기 때문에, 해충이나 쥐 같은 것을 잘 잡아죽이리라 본다. 아니면, 그 동물들이 본능적으로 위험하다고 판단해서, 그 음식은 먹지 않고 비켜나가겠지.
“그리티스 씨. 저거 드셔보세요.
“네?”
천장 위에서 보라색 슬라임이 흐느적하고 튀어나오더니. 루니아 누나가 들고 있던 접시 위에, 무지개 빛 무언가가 사라지고 없었다.
“음음. 이거야 원. 말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의 물질이로군. 마왕님의 다크메터도 어마어마했지만, 이건 벌써부터 차원이 다른 맛이네. 아니, 맛이라고도 표현하기 힘들군. 뭐라고 해야 하지? 분명 저거와 비슷한 물질을 먹어본 기억이 있는데.”
루니아 누나 창조한 물질이라 생각했는데, 저것과 비슷한 것이 있다니.
저 물질을 먹고 멀쩡하게 움직이는 사람은 대표적으로 2명이 있을 텐데, 하나는 방금 전에 봤던 그리티스 씨와 또 다른 하나는 제작자 본인이다.
“카린에게 애정을 쏟을 만큼 집중해서 예쁜 무지개가 되었는데에.”
루니아 누나는 슬퍼하고 있지만, 내 수명은 지키고 싶었다.
“나중에 제가 직접 점심을 해드릴 테니까, 루니아 누나는 요리만하지 마세요.
“그래도 요리는 제가 하고 싶은데요오?”
“그럼 적어도 사람이 먹고 쓰러지지 않는 그런 물질을 만들어오라고요.”
매번 요리 때문에 할 말이 많아지는 건 어쩔 수 없지만, 루니아 누나는 그것과는 다르게 분위기를 바꾸는 말을 했다.
“참! 그러고 보니, 오늘 밖에 돌아다니다가 어마어마한 사건에 휘말려버렸어요오.”
“어마어마한 사건이요?”
“오늘 정기적인 수입을 주려고 은행에 가려다가, 어마어마한 숫자의 괴한이 나타났는데, 몇몇은 몬스터를 그대로 데려왔는지 난동을 부리고 있는 거에요오.”
루니아 누나가 그 안에서 날뛰었다면 그 즉시 모두 죽었겠지만, 눈에 띄지 말라는 것을 내 말을 지켰을 테니, 평범한 사람처럼 행동했을 거라 믿...
“그래서 제가 그 나쁜 사람들을 혼내줬더니이. 어떤 남자가 명함을 주면서 협회에 가입하라고오...”
고 싶었는데, 역시나 내 예상을 180도 뒤집어서 우주로 보내버렸다.
“무슨 협회에요?”
“그게에...”
루니아 누나는 자신의 주머니에서 종이를 꺼낸 뒤에 나에게 건네줬다. 눈이 정상적으로 잘 작동을 한다면, 내가 본 글은 ‘창공의 감시자’라고 써져 있었는데, 바탕이 왜 보노보노야? 너무 조잡한 명함 때문에 눈을 잃을 것만 같았다.
“이거 만든 사람은 정상이 맞는 거죠?”
“아뇨오. 어린 소녀가 줬어요오. 자신은 하늘로부터 신탁을 받았다며, 천계의 부흥을 위해 싸우자는 것이 되어버렸으니이.”
“그런 애들은 무시하면 되요.”
어차피 전화할 필요도 없다고 판단하고 뒤로 던졌다. 시나의 손은 날아가고 있는 종이를 향해 정확히 뻗어 빛으로 산화시켜버렸다. 모르는 사람이 기이한 일거리를 제안했을 경우에도, 그냥 무시하고 안받으면 그만이라고 했지만, 그 애들이 얼마나 귀여웠는지, 혹은 귀여운 것에 맥을 못 차리는 루니아 누나를 공략한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그 명함을 나에게 전해주기 위해서 일부러 가지고 온 것인지. 3가지의 가능성을 모조리 파괴해버리면 그만이다.
어차피 만나서 할 이야기도 없고,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더욱 더 골치 아파지기만 하니까.
“루니아 누나.”
“언니.”
최근에 교정을 안 하는 것처럼 보였더니, 이번에도 여김 없이 먼저 입을 열어버렸고, 나는 마음속으로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제길...아니, 언니. 어쨌든 괜찮아요?”
“제 몸은 괜찮답니다아.”
“아니. 괴한의 몸 상태를 물었어요. 분명 루니아 누나는 적당한 선에서 타협을 볼 줄 모르니까.”
“괴한도 괜찮답니다아. 적당한 선에서 타협을 보았으니까요오.”
루니아 누나는 웃음을 잃지 않고 말을 이어 나아갔다.
“모두 스틱스 강으로 보내버렸으니 다시는 찾아오지 않겠지요오. 카일에게 있어서도 잠재적인 범죄자니까, 적당하게 고통 없이 보냈으니 안심하세요오.”
적으로 만나기 가장 싫은 1순위라면 역시 루니아 누나겠지.
“그래도 루니아 누나.”
“언니.”
“아 제발! 그냥 좀 넘어가요! 어쨌든 다치지 않은 모습을 봤으니 안심해도 되겠죠?”
“카일이 제 걱정을 하려면 25만광년 정도 멀었답니다아.”
25만광년은 언제 또 줄어들지?
천문학적인 숫자 앞에서 잠깐 멍하니 보고 있는 동안, 잡화점에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오후에 문을 여는 사람이라면 잡화점 멤버 이외에...
“카일 씨? 어라? 어디 갔지?”
다른 잡화점 주인이라거나, 엘티노스 본인이 와야겠지만, 가면에 금이 간 상태로 온 몸이 상처투성이가 된 레인이 찾아왔다.
“대체 어딜 다녀왔길래 몸이 그러냐?”
“그거야. 느닷없이 나타난 괴인들 때문에 고생을 했는데...꼬마야? 나랑 아는 사이니?”
레인이 터무니 없는 소리를 하는 바람에, 뇌에서 단어를 받아들이지 않고 정강이를 차버리는 행동으로 즉시 이행했다. 둔탁한 소리가 잡화점 공기를 터트리며 퍼졌고, 어마어마한 충격에 레인의 몸이 3cm정도 공중에 떠버렸다.
“아파앗!”
“이 멍청이가! 누구더러 꼬마야! 네가 간절하게 찾고 있던 카일 씨가 바로 나라고!”
“설마! 우리 카일 씨가 이렇게 귀여울 리가 없어!”
“나도 빨리 본래 모습으로 돌아가고 싶어서 안달인데, 이 녀석이 성질을 긁어!”
화가 머리까지 치고 올라와서 가파른 숨을 천천히 내쉬며 내부 온도를 낮추자, 내가 부상자 상대로 폭력을 행사했다는 사실에 기겁하며, 정강이를 붙잡고 바닥에 뒹굴고 있는 레인에게 입을 열었다.
“미, 미안해...나도 모르게 그만...”
솔직히 레인의 입장에서는 내가 이런 모습으로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고, 나를 다급하게 찾아온 이유가 있으니 비상사태라는 소리가 될지도 모르는데, 잘 모르는 상태로 말실수 한번에 이런 꼴을 만들어버렸으니 면목이 없다.
“쓰으읍! 그런 모습으로 있어도 힘은 여전하네요. 지금의 모습으로 아무런 힘도 없었다면, 이 이야기를 꺼낼 수 없었을 텐데. 그보다 상처를 치료해줄 사람 어디 없나? 가만히 놔두다가는 끊임없이 덧...”
“잠깐만, 익숙한 멜로디가 어째서 네 입에서 들리는 건지 모르겠는데? 그 이상 말하면 너 정말 후회하니까, 네 잡화점으로 돌아가서 상처를 치유하라고.”
“네? 그래도 엘티노스가 이곳에 유능한 약사가 있다고 했단 말이에요. 무슨 상처든 완벽하게 소독하고, 빠른 회복으로 다시 활동할 수 있다고...”
“그거 저승으로 가는 단어니까 쓰지 말라는 거야.”...라는 말이 입에서 튀어나올 뻔했지만, 차마 그런 말은 못하겠고, 루니아 누나의 눈치를 보면서 빨리 이곳을 떠나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루니아 누나의 손이 내 입을 틀어막아 봉인시켰다.
“잘 왔어요오. 그 유능한 약사가 바로 누나랍니다아~”
“으읍! 으으으읍!”
얼마나 강하게 틀어막았는지, 양손으로 연약해 보이는 루니아 누나의 하얀 손을 치우려고 했지만, 가고일 석고상처럼 어떤 물리적인 힘에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거 다행이네요. 지금 상처가 많아서 그런데, 약이라도 발라주실 수 있나요?”
“그럼 당연하죠오. 잠시만 기다리세요오.”
그리고는 루니아 누나가 나를 끌고 지하에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한 때는 루나가 살던 방이었는데 지금은 루니아 누나가 쓰면서, 무지개 빛 약품이 한 가득 채워져 있는 기괴한 방.
이 곳에 있는 모든 약을 사용한다면, 창조신마저 가뿐하게 죽이고 세계를 파멸로 몰아가겠지. 마치 비밀의 방처럼 들어갈 수 없었으나, 오늘은 무슨 이유인지 나를 끌고 들어갔다.
“푸하앗! 왜 이제서야 풀어주는 거에요!”
“카일. 환자의 최우선은 치료를 받을 때 불안함이 없어야 한다는 거에요오. 그런 식으로 거짓말을 한다면 나쁜 아이랍니다아?”
“전 거짓말 한 적 없어요!”
이미 극한직업 약초사 편에서, 루니아 누나의 약품을 사용한 실험자가 과민성 쇼크로 생사의 경계를 오르락 내리락 할 뻔한 경우도 봤는데, 뭘 거짓말 한 적이 없다는 거야?
...사실 극한직업 약초사 편은 거짓말일지라도, 내가 직접 실험 대상자였으니 과민성 쇼크로 죽을뻔한 건 사실이다. 내가 말을 하던 말던 콧노래를 부르면서 약이 담긴 조그마한 병 2개를 가지고는...
“카일은 착한 아이니까아. 절대로 방해하면 안 되요오?”
“그래도 한창 자라나서 해야 할 일이 많은 레인이 잘못 되기라도 한다면!”
“방해를 한다면, 억지로 상처를 내고 발라드리죠오.”
섬뜩한 웃음이 나의 온 몸을 정지시켰다.
내 얼굴을 만족하듯이 보고 있는 루니아 누나는, “많이 기다리셨습니다아.”라는 말과 함께 방문을 나가버렸고, 앞으로 정확히 3분 뒤에 들려올 단말마의 소리를 듣기 전에, 레인의 명복을 가슴속 깊이 빌어주기로 했다.
아니면, 죽지 말고 살아남아 있거라...레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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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은 아주 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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