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전신에 미라 코스프레를 한 여우신령의 모습으로, 모두가 쉬라고 말리는 상황에서도, 카운터에서 잡화점 일을 계속했다. 지금은 새벽 3...앞으로 아르페 공주님의 수명은 약간 긴 시간, 거기서 4~5시간 정도 잔다면, 슬슬 마감종료가 되는 급급한 시간으로 변하기 시작한다.

 

여전히 아르페 공주님의...

 

-콰앙!

 

여기가 엘티노스 잡화점인가요?”

 

...기분 좋게 문짝을 날리며, 손님을 알리는 종까지 날아가 저 구석으로 박혀버렸다. 입구에는 메이드 복장의 쇼콜라 씨와 아르페 공주님의 얼굴이 보였다. 그나저나...

 

쇼콜라 씨? 문은 발로 차서 부수라고 있는 물건이 아닙니다만!”

 

이런 허름한 가게에 무슨 분위기를 낸다고 이런 거대한 문을...아 그보다! 아르페 공주님께서 당신의 상태가 위험하다는 소식을 들으시고, 새벽에 몰래 나왔는데 그렇게 태클을 걸 정도면, 꾀병이라고 생각되기도 하네요.”

 

그보다 대체 어떻게 된 각력이야...문이 공중에서 3번 돌았다고...

아무튼 아르페 공주님은 활기차게 태클을 거는 나의 모습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듯 이내 작은 바람소리가 나왔다. 아직까지도 무언증과 단명의 저주의 사실을 알려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결정하기 힘들 무렵. 레시아는 아르페 공주님을 멍하니 보더니...

 

이거야 원. 쓸 때 없는 저주가 두 개씩이나 가지고 있군. 애초에 이런 저주는 누가 걸은 건지...”

 

뭐야. 고양이가 말하잖아! 당신 대체 정체가 뭐죠?”

 

아니 레시아가 말을 했는데, 어째서 그런 살기는 내가 다 받아야 하냐고! 확실히 눈빛이 날카로운 것으로 봐선, 어느 사이에 바로 전투가 일어날 것 같았다. 그러니 나는 진정하라는 몸짓을 취한 뒤에, 설명을 해야만 했다.

 

여기는 레시아. 제 사역마에요. 그리고 앞으로 문짝이 날아간 소리를 들었으니, 침입자인 줄 알고 뛰어나올 사람들 중에, 붉은 머리를 하고 키가 큰 쪽이, 루시피나 씨. 그리고 키가 작고, 검은 머리를 하고 있는 쪽이 마리아에요.”

 

그리고 마치 경계태세가 난 마냥, 어디서 받아온 건지 모르는 옷들을 입고 온 루시피나 씨와 마리아가, 특이한 자세를 취하며 나타났다.

 

두 사람은 프리큐...”

 

거기서 멈춰! 잠깐 어디선가 데자뷰가 느껴지는 이 문장은 뭐야...”

 

그런 적이 없는데...

아니 이게 문제가 아니라...

 

새벽에 자다가 그 옷을 갈아입고 나타난 거에요? 애초에 그 옷은 누가 가져온 거에요!”

 

그러자 루시피나 씨는 다른 포즈를 취하면서, “루니아가 줬어!”라고 밝게 웃으며 대답했다. 그나저나 그 포즈는 그 기둥의 남자 3인방 중에서, 가장 가운데에 있던 캐릭터의 포즈잖아요? 그것도 막 깨어날 때 취하는 포즈...

 

아니다! 첩은 변신을 하고 나타난 것이다!”

 

마리아가 그렇게 단언을 하는 것에 대해, 나는 즉답하듯이 태클을 걸었다.

 

옷 갈아 입는 게 변신이냐!!!”

 

쇼콜라 씨도 갑자기 멍하니 보고 있었다. 하긴 여기서 평범하게 일어나는 바보 짓을 보면서, 정상적인 사람...아니 쇼콜라 씨도 정신 나간 사람 중 하나일 테니, 지금 어떤 상황인지 못 따라가리라 생각했다.

 

맙소사...이런 잡화점이 바보들의 집합하는 장소가 될 줄은...”

 

물론 쇼콜라 씨가 거슬리는 소리를 했지만, 지금은 그게 문제가 아니라...

 

레시아. 어떤 저주가 걸려있는지 알 수 있어요?”

 

그러자 레시아는 자신의 꼬리를 쫓다가, 이내 멈춰선 뒤에 아무일 없었다는 듯 담담하게 이야기 했다. 진짜 마왕이 맞나?

 

애초에 단명의 저주와 말을 할 수 없는 저주가 동시에 있는데, 그래도 운이 참 좋은 녀석이로군.”

 

운이 좋다니? 저주가 두 개씩이나 있는 게 운이 뭐가 좋아!”

 

쇼콜라 씨는 화를 내면서 레시아의 말에 반박을 하지만, 레시아는 느긋하면서도 여유롭게 말했다.

 

아서라. 애초에 운이 좋다고 하는 말은 2개의 저주가 서로서로 약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애초에 저주는 하는 자들 중에, 오로지 하나씩 밖에 하지 않는 이유는 저주의 효력이 약해지거나, 상쇄가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 단명의 저주와 무언의 저주가 두 개가 겹쳐지면서, 그나마 저주의 영향이 서로서로 약해지기 시작했다.

결과적으로 저주를 풀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럼 레시아가 저주를 풀어줄 수 있나요?”

 

나는 레시아에게 물어봤고, 곧이어 자만에 가득한 어조가 울러 퍼졌다.

 

짐은 그 잘난 마왕이다. 애초에 저주가 아무리 강력해도, 네크로맨서의 길을 심심해서 마스터를 했고, 다른 직업의 길 조차 전부 나아간 짐에게, 그런 약화가 되어 어설프게 효력을 발휘하는 저주를 오히려 걸었던 그 녀석에게 반사시켜주지.”

 

그리고 곧 바로 내 몸에서 마나를 빼가는 듯, 내 몸에 텅 비어버린 허전함과 현기증이 나를 덮쳤다. 이내 쓰러지기 직전에, 여전히 검은색과 하얀색을 페어로 한 옷을 입고 있는 마리아와 루시피나 씨에게 부축을 받아, 겨우겨우 제정신을 유지한 체 일어서있었다.

 

그 후에 레시아가 눈에서 붉은 빛이 번뜩이자, 아르페 공주님의 몸에서 붉은 빛이 번뜩이더니, 그 이후에는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끝난 거에요?”

 

보기보다 간단하게 끝난 의식이라, 내가 물어봐야 할 정도였다.

 

저주는 모조리 시전자에게 날아갔다. 그렇지 않나? 어릿광대여?”

 

그러자 밖에서 서서히 모습을 들어낸, 하얀 가면. 게다가 무언의 저주까지 걸려있으니, 말을 못하는 듯 그저 지켜보기만 했다. 내가 들고 있는 가면이 주홍빛으로 빛나는 것으로 봐선, 진짜 어릿광대. 대단한 것은 레시아가 어릿광대가 근처에 있는 걸 이미 알고 있다는 것이다.

 

나는 아무 것도 몰랐는데...

 

아무튼 어릿광대는 뭔가 말을 하려고 했던 것이 있는지, 나에게 종이를 내밀었다. 그리고 그 종이를 펼쳤는데...

 

아이! 짜증나!

친구 부르는 건 없기로 했잖아!

아무리 편지에 적지 않아도 그렇지!

왜 재미없게 다른 사람까지 끌어들인 거야!

나빴어! 치사해! !

 

뭐냐 편지에서 느껴지는 혼돈은...

종이를 다 읽고 다시 어릿광대의 포즈를 보더니, 팔짱을 끼고 고개를 홱 하고 돌려버렸다. 애초에 친구 부르지 말라고 안 했으니까, 내가 레시아에게 도움을 받은 거지.

 

하지만 레시아는 어릿광대에게 거대한 살기를 발산했다.

 

짐의 마나창고를 건들인 대가는 확실히 치러야겠지? 안 그런가?”

 

순식간에 짙은 마기가 피어올라, 레시아의 몸을 감싸더니, 서서히 커져나가면서, 나보다 키가 더 큰 사람의 형태로 서서히 자리를 잡았다. 오로지 검은색 밖에 없는 공허한 모습.

서서히 레시아가 본 모습을 자리 잡을 때쯤. 마리아가 나를 붙잡고 입을 열었다.

 

카일이 다친 주 원인이 나타나자, 완전히 화가 나셨군. 애초에 모습을 보게 되면, 정신방어가 높은 카일도 무사하지 않겠어. 루시피나! 카일과 저기 인간 두 명과 같이 피신한다!”

 

그리고 내 밑에 기동식이 적혀있는 마법진이 나타나고, 루시피나 씨도, 아르페 공주님과 쇼콜라 씨 사이에서 기동식을 작동시켜서, 텔레포트를 했다.

 

그리고 텔레포트 되기 전에 들려온 소리가, 내 고개를 레시아에게 향하도록 만들었다.

 

“그 짧은 시간에 저주를 풀었다고 해도 상관없다. 어차피 죽을 테니까.”

 

감정표현이 그렇게 뚜렷하지 않은 평상시의 레시아와는 다르게, 입에서는 화산처럼 끌어 오르는 노기가, 대기를 진동시켰다. 레시아의 검은 겉 표면이 깨지고 나서, 보라색의 은은한 긴 머리카락을 마지막으로, 파이론 마을의 중앙 호수로 이동되었다.

 

잠깐! 왜 내가 보면 위험하다는 거에요!”

 

죽거나 심하면 침을 흘리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그거 반대 되었다ㄱ...”

 

-콰아아앙!

 

확실히 잡화점이 있는 위치에서, 붉은 빛이 거대한 기둥을 세우고, 거대한 풍압이 여기까지 도달한 뒤에서야 사라졌다.

 

물론...마왕님이 사용하시는 마법의 규모를 파악하고, 도망쳤지만...”

 

말도 안 되는 파괴력으로 이미 하늘에 있는 구름까지 뚫어서, 반 정도 차오른 반달이 우리를 비추고 있었다. 그보다...잡화점은 살아 있으려나?

 

[뭐냐? 이게 무슨 소리냐!]

 

아랑도 거대한 폭음에 깨어난 듯, 내 속에서 당황한 억양으로 외쳤다.

 

[아마 어릿광대에게 한 방 먹이려고 하던, 레시아의 마법이겠죠.]

 

[대체 그 마왕은 정체가 뭐냐? 하나를 죽이려고, 그 주변까지 다 때려부수다니.]

 

[적어도 힘 조절을 했겠죠. 안 그랬다면, 이 마을을 다 날아갔겠죠.]

 

그 이후에는...

 

저기...괜찮아요?”

 

아르페 공주님이 입을 열었다. 물론 나는 괜찮다는 말을 한 뒤에...

어라?

 

잠깐? 말을 하고 있잖아!”

 

쇼콜라는 적지 않게 당황한 표정으로 소리를 쳤다.

 

그야...아까 그 고양이가 저주를 풀어줬다고 했으니까...”

 

작으면서도 뚜렷하게 들리는 목소리로 인해, 쇼콜라는 아르페 공주님에게 달려들어가 껴안았다.

 

! 정말 다행이에요! 정말...!”

 

...일단 일은 잘 되었으니, 다행이지만...

 

문제는 지금 공주님의 저주가 풀린 것 보다는 잡화점의 상태가 걱정되니, 저 두 사람은 놔두고, 빨리 마리아와 루시피나 씨와 함께 잡화점으로 달려갔다. 거기에는 복구를 하고 있는 중인지, 거의 반이 날아간 잡화점의 모습과 다시 작은 고양이로 돌아온 레시아가 멍하니 있었다.

 

바보 같은...그럴 리가...”

 

레시아는 중얼거리며, 뭔가 충격을 받은 듯이 가만히 자리에 서 있었다.

 

레시아. 괜찮은 거에요?”

 

레시아는 흠칫하다가 나를 돌아보면서 입을 열었다.

 

그거야 당연한 것을...짐은 마왕이다. 애초에 그런 바보 같은 애송이는 주먹 하나로 날려보낼 수 있지만, 아무래도 오랜만에 본 모습에 돌아갈 겸, 마법도 사용할 겸 이런 일이 나온 것뿐이다.”

 

그러기엔 잡화점의 상태가 엉망진창입니다만...

 

그런데...”

 

레시아는 다시 나를 무서운 표정으로 보며...아니 정확히는 내 안에 있는 아랑이 !”하는 소리가 들렸던 걸로 봐선...

 

거기 여우는 언제까지 짐의 마나창고에게 들러붙을 생각이지? 슬슬 나올 시간이 되지 않았던가?”

 

그러자 내 몸 안에서 하얀 여우가 나오듯이, 아랑의 모습이 나타났다.

 

나는 신령이다! 애초에 마왕이...”

 

짐은 마계를 다스리는 왕이다. 신령이든 뭐든 힘으로 해결할 수 있다면, 뭐든지 짐의 앞에서 무릎을 꿇게 만들 것이다. 그보다 이미 주인의 몸 속에서, 약체화의 기간이 다 지났는데, 어째서 계속 들러붙어 있었는지 말해라.”

 

고양이가 여우를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정말 매칭이 안 되는 모습이로군.

 

...그건...신령은 신앙이 있어야...하는 존재인지라...애초에 약체화가 된 이유도, 신앙이 부족해서 그랬다. 그런데 카일과는 궁합이 잘 맞아서, 이대로 계속 붙어있으면, 언젠가 상급 신에 필적한 존재가 되지 않을까...생각해서...”

 

레시아는 그런 아랑을 보며...

 

애초에 여우. 너는 결국 얄팍한 계산만 할 줄 아는 자다.”

 

그러나 아랑은 레시아를 보며 반박을 했다.

 

물론 처음에는 그런 생각을 했지만, 카일과 같이 지내면서 많은 것을 알 수 있었다. 자신과 전혀 인연이 없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그저 얼굴과 말을 몇 번 주고받는 걸로, 그 공주를 살리기 위해, 바보같이 목숨을 거는 모습을 보며 나는 반성했다. 만일 그 무녀도 내가 신앙을 사용해서, 은혜를 내려줬다면, 죽지 않았을 텐데...괜히 신앙이 많이 소비 되는 것이 아까워서, 인간은 언젠가 죽으니까, 먼저 가는 것일 뿐이라고...죽어가는 그 무녀에게, 그런 어처구니 없는 위로의 말을 하지 않아도 될 텐데...내 욕심만...조금만 줄였다면, 깊은 인연이 한 동안 더 오래 지속될 수 있을 텐데...”

 

침울하게 그리고 고통스러운 듯이 내뱉은 아랑의 말을 들으며, 모두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레시아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고개를 숙인 여우를 보고만 있었다.

 

그래도 그 것을 속죄하고자 저를 살려줬잖아요? 지금 제가 여기에 있는 것도, 과거의 자신이 지은 죄를 반성하고 있는 증거일 테니까. 레시아도 아랑을 용서해줬으면 좋겠네요.”

 

뭐 확실히...여우가 있어서 주인이 살아남은 것도 있지만...”

 

오랜만에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아간 내 모습을 보며, 레시아는 내 머리 위에 올라갔다. 아랑은 나를 보며 입을 열었다.

 

정말 미안했다. 사실 매료의 주술은 끌 수 있었지만, 신앙이 모이는 양에 눈에 멀어서, 살짝 거짓말을 했었다. 하지만 그대가 폭발에 휘말려 거의 송장이 된 모습을 보자마자, 나도 그때 정신을 차린 것이다. 그리고 그대가 말한 것처럼, 과거에 있던 일을 속죄하고자, 대부분의 신앙을 사용해서 그대를 살린 것도 맞지.”

 

잠깐 곰곰이 생각한 끝에.

종이를 꺼낸 뒤에, 약도를 그려다 줬다.

 

? 이건 무엇이냐?”

 

아랑은 잠깐 동안 멍하니 약도를 보고 있었다.

 

베가프 알죠? 그 친구의 집이에요. 그 녀석이야. 아우리스 교의 사제이지만, 동물을 무척이나 좋아하거든요. 게다가 아랑에게 모이는 신앙의 정체는 자신을 좋아하는 자들에게 나오는 열정 아닌가요? 물론 제가 반 신격화 되었을 때는 아랑의 대리인자격으로 신앙을 모아봐서 알고 있죠.”

 

내가 그렇게 말하자, 아랑은 허탈한 듯이 입을 열었다.

 

그저 아무런 생각 없는 자라고 생각했지만, 의외로 이런 곳에서는 머리가 빠르게 돌아가지 않는가? 그러면 나는 이만 가보겠네. 카일.”

 

아랑은 마지막 말을 끝으로 단 한번의 도약으로 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애초에 첩은 카일의 미래가 걱정된다. 이런 바보 같은 일에 항상 휘말리는 건가?”

 

...이번 년도의 운이 개판인가 보죠...

 

그나저나 오랜만에 신랑의 본 모습을 보네. 이것도 정말 새로워.”

 

오랜만에 검은 머리로 돌아온 나를 보며, 루시피나 씨가 그렇게 말을 하지만, 지금 가장 큰 문제는...

 

잡화점...언제 다 복구가 될까요?”

 

레시아는 내 머리 위에서 헛기침을 하고, 루시피나 씨와 마리아는 멍하니 내 머리 위에 있는 레시아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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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다음 이야기의 소재도 이미 결정 되었습니다.

벌써 8번째 이야기의 끝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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