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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페 공주님과 나만 둘이서...정확히는 내 안에 있는 아랑까지 셋이서, 이 어색한 분위기를 타파하기 위해, 무언가 방법을 찾아야만 했다. 그러나 공주님은 내 귀에만 관심을 보여, 지금까지 만지고 있는 상태. 게다가 공주님은 무언증이니까 말이 통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서 공주님과 어떻게 놀 수 있을까?

 

지금은 루니아 씨가 수갑을 풀어준 상태에서, 마나가 내 주변을 맴돌았으니, 탈출을 하던 소동을 만들던 할 수 있으나...아쉽게도 그러기엔, 이 공주님의 입장이 너무나 안쓰럽고 불쌍하다.

 

그렇다고 해도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있는 것은 실례일 터.

 

저기 공주님...?”

 

아르페 공주님은 내 눈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귀는 모든 생명체들에게는 민감한 곳이기에, 일단 나중에 만져줬으면 합니다만...”

 

그러자 아르페 공주님은 고개를 몇 번이나 숙이면서, 소리가 없는 사과 인사를 건넸다. 아니, 그렇게 죄 지은 표정을 하지 않으셔도 되요!

 

그나저나 질문이 있는데, 대답을 할 수 있는 도구라도 있나요?”

 

나의 질문에 공주님은 자신의 서랍으로 뛰어가, 이리저리 뒤져보더니, 펜과 스케치북을 꺼냈다. 글은 쓰실 수 있으니까, 적어도 스케치북에 글을 써서, 답변을 하거나 나에게 질문을 할 수 있겠지.

 

그러면 다행이네요. 우선 제가 물어볼 것이 산더미로 쌓여서요.”

 

아르페 공주님은 고개를 끄덕이며, 스케치북을 펼치고, 왼손에 펜을 들었다.

 

우선...제가 여기에 얼마나 있어야 하나요? 저는 잡화점을 운영해야 해서, 8시까지 파이론에는 꼭 가봐야 하는 몸이라서요.”

 

그러자 무서운 속도로 펜을 움직이며, 문장을 만들었다.

 

/우와아아! 파이론에서 잡화점을 운영하고 있었어요? 백장미 2호집에서 봤을 때는 분명히 어디 호스트집의 간판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면 정직한 사람이었네요! 쇼콜라의 말대로 2시간 정도 놀 수 있다고 들었으니, 7시 정도에는 제가 파이론으로 모셔다 드릴께요./

 

그걸 1초 안으로 다 썼다는 것이 더 신기했다. 그보다 알고 보면 정직한 사람이라는 뜻은 내가 지금까지 정직한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다는 소리인가? 순진한 얼굴에서 잔인한 유추를 하고 계시는 공주님이로군...

 

그렇다면 다행이네요. 그나저나, 직접 바래다 준다는 의미는...아르페 공주님은 마법사의 길을 걷고 계셨나요?”

 

그리고 다시 펜이 종이에 긁히는 소리가 나자, 스케치북에는 문장이 완성이 되었다.

 

/! 저는 지금 마법사의 길 중에서 상급자입니다. 물론 어린 나이에 상급자까지 올라서서, 저는 천재라고 총명을 받고 있지만, 무언증 때문에 영창을 할 수 없어서, 지금은 기동식을 이용한 마법밖에 사용하지 못합니다./

 

그러니까 1초 안에 그 긴 글을 쓰는 것이 더 마법 같다고!

마법사의 길 상급자라면, 필요한 재료가 있다는 전제하에, 대상을 텔레포트 시킬 수 있는 마법이 존재한다. 그나저나 만약에 무언증이 아니라면, 이 공주님은 뭘 하면서 지냈을까? 그 정신 나간 메이드와 같이 비공정에서 마나캐논을 쏘고 있었을지도...

 

그나저나...무언증이 된 원인은 대체 뭔가요?”

 

아르페 공주님은 잠깐 펜을 잡은 체, 움직이지 않았다. 그리고 이내 결심한 듯. 이리저리 팔을 움직여, 스케치북을 보여줬다.

 

/어릿광대 때문입니다. 모든 것은 그녀가 나타나서, 전부 엉망이 되어버렸어요./

 

정말 이 어릿광대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절대로 정상적이지 않은 사람이라고 누누이 생각했다. 저번에는 레시아의 마왕성을 쳤고, 하피 퀸에게 웃을 수 밖에 없는 저주를 걸었고, 이번엔 프리트론의 공주님을 무언증으로 만들다니...

 

애초에 그 어릿광대는 뭐하고 살길래, 살아가는 자들을 망쳐놓는 걸까?

최근에 어릿광대의 소식을 많이 접하고 있지만...그 소식을 듣는 것은 대부분 피해자가 언급한다.

 

잠깐 생각 중에 내 팔을 살짝 잡아당기더니, 스케치북을 들이 밀었다.

 

/그나저나 그 옆에 있는 붉은 새는 뭔가요? 키우는 건가요?/

 

그리고 내 왼쪽 어깨에 앉은 붉은 새와 3초간 눈이 마주쳤다.

...

 

아이 깜짝이야! 이게 뭐야!”

 

그 붉은 새도 갑자기 펄럭이며 공중을 날다가, 잠깐 빛이 뿜어져 나오더니, 루시피나 씨가 나타났다. 그러니까 이것도 폴리모프구나...

 

신랑. 놀랬잖아.”

 

제가 더 놀랐어요! 언제 거기에 있었던 거에요!”

 

아까 전부터 지켜보고 있었지. 그나저나 이쪽이 공주님?”

 

여전히 눈 앞에서 놀라운 것을 체험한 공주님은 아직도 커진 눈이, 작아질 기미가 보이질 않았다. 그리고 또 다시 스케치북에 적은 내용은...

 

/우와! 정말 놀라운 광경이네요! 새가 사람이 되다니!/

 

그거야...루시피나 씨는 평범한 사람이 아니니까요.”

 

-만지작 만지작.

 

루시피나 씨? 뭐해요?”

 

신랑의 여우 귀 체험.”

 

...

그건 또 무슨 삶의 체험인가요?

 

! 정말 여우 귀다!”

 

알았으면, 이제 그만 만지는 것이...”

 

-만지작 만지작.

 

공주님도 만지고 있나요!”

 

오른쪽 귀는 루시피나 씨가, 왼쪽 귀는 아르페 공주님께서 각자 위치를 잡고, 만지고 있을 무렵. 루시피나 씨가 말하길...

 

뭔가 신랑의 귀는 중독성이 있거든...”

 

그리고 아르페 공주님은 거기에 긍정의 표시로 고개를 끄덕였다.

내 귀가 물건 깨지지 말라고 감싸는 뽁뽁이와 같은 존재인가? 여전히 그런 의문이 들었을 때, 루시피나 씨는 입을 열었다.

 

그런데 공주님은 무언증이라 말을 못하는 거지?”

 

그렇죠.”

 

그럼 치료는 할 수 없는 거야?”

 

무언증을 치료한다는 것은 신의 기적이라도 있어야 가능...

어라? 잠깐만...

 

[아랑? 들려요?]

 

[뭐냐? 지금은 어두운 영혼 3을 하기 바쁘다.]

 

[어두운 영혼 3? 설마 다크 ㅅ...]

 

[아아아! 또 잘못 굴러서 죽었잖아!]

 

[여우 모습으로 잘도 컨트롤러 조종할 수 있겠네요! 애초에 왜 무의식 공간에서 그 게임을 할 수 있는 거에요!]

 

[나는 그 잘난 여우 신령님이다! 애초에 내 취미와 특기는 전자오락이라고! 컨트롤러야 9개 꼬리도 있으니까, 그걸 이용해서 잡으면 된다!]

 

[꼬리의 용도가 컨트롤러를 잡는 용도에요? 그런 이상한 소리는 지금 처음 듣네요!]

 

애초에 티르빙도 그렇고, 아랑도 그렇고 전자오락을 어떻게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아무튼 나는 아랑에게 아르페 공주님의 무언증을 치료할 수 있냐고 물어봤다. 대답은 물론 Yes. 하지만...

 

[자연적인 무언증이라면, 내가 직접 은혜를 내리면 되지만, 지금 그 공주에게 걸린 저주는 매우 강력하다. 지금의 신앙으로는 턱없이 모자를 정도인데, 대체 이런 저주는 누가 걸고 다니는 건지...]

 

무언증은 치료할 수 있으나, 타인에게 영향을 받은 것은 많은 신앙이 필요하다고 했다. 아쉽게도 무언증을 치료하기에는 역부족인 상태. 그렇다고 그냥 두기에는 매우 안타까운 상황이었

 

-할짝...할짝...

 

! 내 귀를 핥는 거에요!”

 

아니...만지지 말라고 해서.”

 

공주님도 루시피나 씨의 말에 공감을 하듯 끄덕였다. 그렇군 만지지 않으면 핥는 것이...

 

그렇다고 누가 핥아요! 박물관에 있는 고대물품을 만지지 말라고 한다고, 핥아서 아쉬운 마음을 충족하는 것도 아니잖아요! 애초에 박물관에 있던 것이, 기묘한 황금색 판의 힘으로 살아 움직여서, 그만 핥으라고 때리면 어쩌려고요!”

 

그럴 일은 없잖아?”

 

만약이에요! 만약!”

 

하지만 어쩔 수 없는 걸? 신랑 옆에 있으면, 자꾸 머리가 붕 뜨는 기분이 드는 걸? 이렇게라도 해야 욕구가 해소 된다고 할까?”

 

대체 그 무서운 말들은 뭔가요...

아무튼 어릿광대가 최근에 사고를 치는 것에 대해, 잡화점에서도 대책을 새워야 할 날이 올지도 모른다. 애초에 레시아의 마왕성에도 단독으로 들어가서, 마리아와 루시피나 씨를 날려버리지 않았는가...

 

잠깐. 루시피나 씨. 어릿광대와 마주한 적 있죠?”

 

. 맞아. 그게 왜?”

 

루시피나 씨는 그렇게 대답을 했다.

 

어릿광대가 그렇게 강해요?”

 

어릿광대가 강하냐는 말에, 루시피나 씨는 잠깐 고민을 하더니, 입을 열었던 말은...

 

그러니까. 소녀만화에서 나오는 주인공 업적에서 보면, 하루 만에 모든 학원의 유리창을 깨뜨리고, 그 지역에 있는 모든 깡패들을 혼자서 다 쓸어 담는 업적의 30배쯤?”

 

...그러니까...매우 강한 거 맞죠?

 

애초에 가위바위보에서 져서, 정체불명의 펀치를 맞고, 나는 기절해버렸으니까.”

 

어릿광대와 싸울 때도, 그 바보 같은 가위바위보로 싸웠어요! 게다가 져서 벌칙을 받고 중상을 입었고!”

 

정말 심리전의 고수였어. 주먹만 낸다고 하길래, 믿지 않았더니 바로 져버렸거든.”

 

마리아와 루시피나 씨가 당했다고 하길래, 얼마나 강한 걸까? 라고 생각했더니, 결국 그 바보 같은 가위바위보에서 졌으니까, 벌칙을 받고 날아간 거냐. 물론 심리전에 강한 것이 맞으니까, 이길 수 있었던 거겠지.

 

그보다 어릿광대가 마계에서 가위바위보를 했다고?

 

정말 이게 무슨 상황인지...”

 

-할짝.

 

그만 핥아요!”

 

루시피나 씨는 히잉...”이라고 짧은 탄식을 내며, 내 귀에서 떨어졌다. 아르페는 잠깐 멍하니 있다가, 갑자기 서랍으로 뛰어가서 편지를 나에게 줬다. 그나저나 편지는 또 왜...?

 

편지를 펼치자 나에게 보였던 첫 문장은 ‘To. 잡화점의 주인 카일이라는 단어로 시작하는 글이었다.

 

To. 잡화점의 주인 카일


이 편지를 본다면, 아르페 공주를 만났겠지

애초에 아르페 공주에게 걸었던 저주는 무언증과 더불어

앞으로 3일 밖에 살 수 없는 단명의 저주까지 같이 걸었어.

너의 얼마 되지 않는 인간성으로 공주를 살리고 싶다면,

나를 만나야 할 텐데...게임이나 하나 할까?

나는 늘 지켜보고 있어. 너는 어때?

너와 대면하는 그 날이 상당히 기대된다.


From. 어릿광대

 

...

진짜 이건 무슨 참사일까...

게다가 편지지가 느닷없이 빛이 나더니, 뭔가 불길하고 꺼림칙한 기분이 들어, 창문으로 빨리 달려가 창문을 열고, 편지지를 구겨서 밖으로 최대한 멀리 집어 던졌다.

 

-파아앙!

 

공중에서 폭발한 편지는 재가 되어 떨어졌고, 이윽고 주변에서 난리가 나기 시작했다. 당연히 조용히 잘 지키고 있던 성 안에서, 폭발음이 들렸는데 경계병이 움직이는 것은 정석적인 움직임이다.

 

나는 아르페 공주님께 다가가서 말했다.

 

공주님 혹시 편지를 읽으신 적 있으신가요?”

 

아르페 공주님은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우선 공주님의 수명이 3일정도 남았다는 것은 숨겨놓은 체. 아랑을 다시 찾았다.

 

[아랑!]

 

[그렇게 소란을 피우지 마라. 나도 다 봐서 알고 있다. 애초에 그 어릿광대라는 녀석은 정말 고약한 녀석이네.]

 

아랑은 느긋하면서도 어처구니 없는 어조로 말을 이어갔다.

 

[애초에 게임을 하자면서 아무런 조건이나 그런걸 내놓지 않다니...]

 

[아니요. 아랑. 어릿광대가 보낸 편지를 요약하면, 자신을 찾아보라는 도전장이에요.]

 

분명 편지에도 나는 늘 지켜보고 있어. 너는 어때?”라는 문장을 보면, 지금도 지켜보고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애초에 편지를 아르페 공주에게 맡기고 나서, 잡화점의 주인인 카일에게 전해라. 라고 말을 했겠지.

 

어릿광대의 시간제한은 3.

게임은 숨바꼭질.

대책이 시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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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버워치 하느라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좀 늦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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