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멜롯 마법학원의 비서 - 117
117
맹수 조련사의 뒤를 따라가서 지하 밑에 있는 생물이 뭔지 보러 가려고 했을 때. 따라오고 있는 나를 의식했는지 조용하게 말을 걸어왔다.
“그보다 아리엘은 어째서 카멜롯에 있는 건가요? 당신과 같이 순수한 소녀라면 분명 잡화점에서 데려가 보호할 거라고 생각을 했는데?”
“잡화점에서 저를 보호해요? 무슨 이유로요? 저는 켈모리아의 비서인걸요?”
“음…. 아닙니다. 아리엘에게는 선택을 강요하지는 않겠지만, 당신이 알고 있는 카멜롯은 그리 좋은 곳은 아니니까요. 이렇게 둘이 있을 때 말하는 거지만 카멜롯은 본래 신성한 수련을 목적으로 하는 장소. 수많은 강자가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찾아오는 곳이지만, 지금은 바보 같은 실험을 자행하면서 이 세계를 혼란에 빠뜨리고 있어. 그거 알고 있나? 신인류 사건도 카멜롯에서 자행했다면 어떻게 할래?”
맹수 조련사라고 불린 사람은 나를 바라보는 눈에서 극심하게 걱정하는 눈. 세상물정도 모르는 어린아이가 앞으로 잔혹한 세상을 어떻게 해쳐나갈지 걱정되는 그런 눈이었다. 그러면서 맹수 조련사의 오른손은 자연스럽게 지하문의 봉인을 풀기 시작했다. 천천히 열리는 문에서는 암흑만 깔려있었고, 거기서 맹수 조련사는 아련한 목소리로 부르기 시작했다.
“애기야? 아빠가 왔어요~ 수줍어하지 말고 아빠하고 같이 가자? 응?”
“안에 있는 생물이 대체 뭐길래 그런 말을 하는 거에요?”
“조용. 소리에 민감하니까.”
나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보기만 했는데, 거기서 나온 것은 하얀 토끼였다.
“토끼잖아요? 이걸 왜 지하에 가둬야 하는 건지 모르겠네요.”
“그야 당연히 이 아이는 평범한 토끼가 아니기 때문이지. 저 뒤에 있는 애들에게도 조심하라고 전해. 머리가 날아가는 것은 순식간이니까.”
“머리가 날아가요?”
-크와아아악!
이상한 소리가 나서 고개를 돌렸더니 토끼의 얼굴이 위 아래로 갈라진 체로, 거대한 이빨과 함께 끈적한 타액이 사방에 날아들기 시작했다. 비주얼과 달리 충격적인 모습은 이비를 보고 많이 내성이 되었기 때문에, 멋대로 다리가 풀려서 뒤로 넘어지는 일은 없었다.
“대체 저게 뭐에요!”
“그야 토끼지. 귀여운 애라고?”
“팔 한쪽이 먹혀버렸잖아요!”
“그까짓 오른팔 하나 잃은 게 뭐가 호들갑이라고?”
검은 로브에는 찢겨나간 옷자락과 동시에 피가 쏟아지기 시작했고, 왼팔로 토끼의 몸을 묶은 것을 보면 나를 보호하기 위해 오른팔을 희생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아프지도 않은지 쏟아지는 피의 양이 서서히 줄어들고, 완전히 지혈한 듯 피가 멈췄다.
“아무리 귀여운 아이라도 소녀를 다치게 하는 것은 내 미학에서 어긋나거든. 게다가 나는 내장이 다 파열하던 말던 재생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어. 그러니 이 팔도 시간이 지나면 재생하니까 그리 걱정하지마.”
어느새 재생한 오른팔로 토끼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천천히 걸어 나아갔다.
“소녀여. 언젠가 카멜롯이 몰락하면 우리 유랑극단을 찾아오도록 해라. 너라면 나의 맹수 조련을 다른 방법으로 이어받을 수 있을 테니까. 어쩌면 인형사가 되어서 사람의 마음을 조종하는 유망한 아이가 될 거야.”
“카멜롯이 몰락하다니요? 그게 무슨 소리에요? 미래를 읽지 않는 사람이 어떻게 알고 있는데요?”
“각본가가 말해줬거든. 카멜롯이 몰락하는 이유라고 한다면, 평온함을 버린 잡화점의 주인이 선전포고를 한다고 말이야.”
“잡화점의 주인? 카일 씨가?”
맹수 조련사는 자신의 몸 속에 토끼를 집어넣고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내가 만나온 남자 중에서 가장 어처구니 없는 녀석이야. 그런데 그 녀석을 묶어왔던 어설픈 평화주의적인 사상이 깨져나가면 어떻게 되는 줄 알아?”
아무런 말도 없이 나는 고개를 좌우로 저었고, 그 모습을 본 맹수조련사는 조용히 말했다.
“앞뒤도 생각 안하고 모든걸 부수는 파괴자가 되는 거지. 안 그래도 예전에는 애송이었던 시절이니까 주변에서 막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 녀석이 잡화점의 지휘를 붙잡고 있는 시점에서, 잡화점의 진군은 천계에서도 막지 못할 거야. 아우리스 여신이 아무리 강해도, 비니스 여신이 아무리 자비를 보이라고 명령을 해도 그거 1도 듣지 않고, 조만간 전쟁이 일어날 거라고 생각해.”
“카일 씨가 그렇게 강해요?”
“아까와도 말했듯이 그 녀석을 약하게 만들기 위해 속박하는 건 평화주의적인 사고야. 이제 너는 선택의 길을 잘 골라야 하지. 그 학원장의 염원을 이루어주기 위해 보호를 할 것인지, 아니면 잠깐 어디라도 피신해서 카멜롯이라는 그 자체가 지도 밖에서 지워지는 걸 구경이라도 하고 있어.”
“믿을 수가 없네요. 그 말은…….”
“뭐. 그런 것도 있긴 하네. 두 눈으로 보고 오는 것이 더 좋기도 하지.”
맹수 조련사는 자신의 목적을 다 이뤘으니 밖으로 나아갔고, 나는 켈모리아를 만나러 가기 위해 귀환마법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탈로스 씨는 “미스 아리엘에게 무슨 소리를 한 거죠?”라고 물어보는 소리가 밖에서 들렸고, “그저 장래가 유망한 아이에게 실질적인 조언을 한 게 뭐가 나쁜가?”라는 말로 대답하는 맹수 조련사의 말을 끝으로 도서관을 향해 공간 이동을 했다.
시야는 푸른 바다나 그런 해변가가 아닌, 거대한 도서관 안에서는 책장이 무너지고 기괴한 가면을 쓰고 있는 남자 하나와, 그걸 대면하고 있는 켈모리아가 한 눈에 들어왔다. 이미 맹수 조련사에게 들은 말이 있기 때문에, 설마 카일 씨로 추정되는 남자와 싸우고 있었던 걸까? 어지러운 머릿속에서 나는 울부짖듯 소리쳤다.
“켈모리아!”
다급하게 외치면서 시선을 끌어보아도, 남자는 어마어마한 살기를 흩뿌린 상태로 고개를 살짝 돌려 나를 바라봤고, 그 안에서 느껴지는 차가운 눈빛이 내 다리에 비수를 꽂아버린 듯 움직일 수 없었다. 목소리를 조용히 깔아놓은 남성의 목소리에는 자비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으니.
“내일은 당신의 야망도 끝이야. 이걸로 완벽하게 적으로 돌아섰어. 언젠가는 카멜롯에 있는 모든 이들이 당신을 도와주기 위해 움직이기 전에, 내가 모든 것을 전부 박살낼 테니 각오해둬.”
말 그대로 선전포고였다. 남쪽에 있는 거대한 땅덩어리인 카멜롯을 지도에서 지워버릴 수 있는 사람을 적으로 만들고도, 여유롭게 웃고 있는 켈모리아는 마치 비웃기라도 하듯 대답하기를…….
“그거 기대하고 있을게. 지루했던 쾌락주의자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크리스마스인걸?”
지금 이 싸움을 막을 수 있는 것은 내가 직접 나서는 일뿐일까? 하지만 다리는 멋대로 고정되어 움직일 수도 없고, 외치는 것밖에 할 수 없는 걸까? 켈모리아의 어린애 같은 생각 때문에 적으로 돌리면 안 되는 사람을 적으로 돌아가는 모습이었다. 남자의 바닥에는 마법진이 천천히 피어 오르듯 퍼졌고.
“켈모리아? 이게 무슨 소리에요? 그리고 저 가면 쓴 남자는 카일 씨 맞죠? 왜 둘이서 싸우고 있는 거에요?”
하지만 카일 씨는 사라지고 켈모리아는 기지개를 피면서 입을 열었다.
“이거야 원. 카일은 눈치가 너무 빨라서 큰일이야. 원래 2개월은 더 미루고 일을 진행할 수 있었지만, 이렇게 빨리 들킬 줄은 몰랐는데?”
“들키다니? 무슨 소리에요?”
“그거야 오래 전부터 진행해온 일이지.”
켈모리아가 여김 없이 나에게 다가와서 내 앞머리를 옆으로 쓸어 내려주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 남자는 이제 나를 본격적으로 파멸에 몰아가기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다 쓸 거야. 그러기 위해선 나도 비장의 수를 하나 준비해야 하는데 같이 도와줄래?”
“웃기지 마요!”
손등을 휘둘러서 켈모리아의 손을 치웠고 켈모리아의 눈에서는 여전히 여유로운 눈으로 나를 내려다 봤다.
“여전히 어린아이처럼 행동하는 나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비장의 수는 너야. 아리엘.”
“아까 도와주지 않는다는 말은 듣지 못한 건가요?”
“너는 내 비서야. 그러니 나를 도와줘야 할 의무가 있어. 하긴 도와주기 싫어도 넌 도와주게 되겠지만. 예전에 내가 너의 배에다가 마법진을 그려준 적이 있지? 그게 뭐라고 생각해?”
배가 극심하게 타오르는 고통에 무릎이 저절로 접히기 시작했다.
“아윽! 아아아악!”
“당연히 내 말을 듣게 하기 위한 장치인 것이 당연하잖아?”
“켈모리아! 어째서!”
“당연히 나는 쾌락주의자이기 때문이야. 심심한 일은 질색이지. 아니면 좀 더 다른 소개를 해볼까? 나는 예전에 카일에게 죽을 뻔한 적이 있었어. 확실히 말하자면 카일에게 이겼다고 생각을 했지만, 무서울 정도로 빠른 성장속도 때문에 결국 나의 패배로 돌아갔지. 하지만 내가 눈을 뜨니까 어린 시절로 돌아가게 되었고, 그 상태로 163번의 회귀를 거쳤지. 오늘은 164번째의 선전포고를 듣는 날이지만 이번에는 좀 달라. 내가 두 번 다시 돌아가지 않기 위해, 나도 나만의 비장의 카드를 만들었으니까. 그래. 지금까지는 내가 생각한 그대로야.”
163번째라니? 그건 대체 무슨 소리지?
회귀를 했다고?
“그럼…당신은 지금까지 카일 씨로부터 살아남기 위해…이런 일을 한 거에요?”
“엘티노스를 뛰어넘는 것은 말 그대로 그 사람을 뛰어넘어야 하잖아? 그러니까 카일을 쓰러뜨리겠다고 하는 거야. 처음에는 카일 또한 혼자 성장해서 찾아왔는데, 어느 사이에는 동료가 많아지기 시작하더니, 163번째의 최후의 날에는 말도 안 되는 전력으로 몰아붙여서 말 그대로 카멜롯이 지도에서 지워졌어. 하지만 오늘 날에는 너라는 변수가 하나 있으니 괜찮겠지.”
“변수라뇨?”
“나의 지루함을 어느 정도 달래준 변수 말이야. 마신으로 변화한 네가 카일 일행과 검은 높새바람을 모조리 제거해버린다면, 더할 나위 없는 시나리오 하나가 완성 되는 거야. 그리고 모두가 사라진 끝에 내가 너를 봉인시킨다면, 나는 사람들에게 영웅이라는 자리를 잡을 수 있고, 나에 대해 조금이라도 더 알아주겠지.”
가장 믿어왔던 사람이 실제로 눈 앞에서 이런 소리를 하니까, 나의 경우에는 크나큰 배신감으로 분노가 머리 끝까지 차오르기 시작했다.
“큭! 그럼 지금까지 자작극이었다는 거에요?”
“그래도 꽤나 힘들었다고? 일부러 소멸해가는 트리니티의 잔재를 모아서 힘을 흡수하고, 검은 높새바람과 잡화점에 싸움을 붙여놓기도 하고 말이야. 데모르테로 변화해서 천계로 올라가 사키엘이 갇혀있는 감옥에도 들어갔다 오고. 그리고 사키엘이 만든 영겁의 노래에 사용된 보석을 회수하려고 했지만, 어째서인지 네가 같이 따라오게 된 것뿐이야. 그래서 죽이려고 했지만, 그 붉은 보석에 있는 거대한 힘은 네가 모조리 다 흡수해버렸더라고?”
천천히 내려다 보는 켈모리아의 시선에는 어떠한 감정도 찾기 힘들었다.
“그래서 나는 아리엘을 성장시켜서 나의 비서로 삼아 검과 방패를 만들고, 모든 것을 막아내고 끝냈을 때는 너를 희생시키는 것으로, 나는 또 한번 높은 업적을 내 스스로 쓰는 거야.”
“토사구팽도 정도 것…아아악!”
“그러면 슬슬 그 사람의 저주를 풀어줘야겠네. 아리엘? 지금 당장은 답답하겠지만, 마신으로 되는 그 순간에는 모든 것이 편해질 거야. 당연히 그 순한 인격도 없어지겠지만? 그러면 잘자고 있어?”
서서히 흐려지는 의식 속에서 아르트리옴만이 내 옆을 지키고 있었다.
=============================================================================================
이제 잡화점만 써야겠다.
'취미로 글쓰는 중? > 카멜롯 마법학원의 비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카멜롯 마법학원의 비서 - 116 (0) | 2017.06.19 |
---|---|
카멜롯 마법학원의 비서 - 115 (0) | 2017.06.18 |
카멜롯 마법학원의 비서 - 114 (0) | 2017.06.15 |
카멜롯 마법학원의 비서 - 113 (0) | 2017.06.12 |
카멜롯 마법학원의 비서 - 112 (0) | 2017.06.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