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

 

 

 

프리트론으로부터 하란국까지의 거리는 만만하지 않는 거리다. 신성 아우리온의 국경을 지나서 가야 하는 경우가 대다수인데, 하멀 아저씨는 대체 뭘 기다리고 있는 건지 10분 동안 사탕만 입에 넣고 있었다.

 

레로레로레로레로레로레로

 

그거 기분 나쁘니 하지 말아줄래요?”

 

내가 왜? 마탄으로 에메랄드 스플래쉬를 사용하기 전에, 저기 걸어가고 있는 개미나 보고 있어.”

 

걸어 다니는 것이 아니라 기어 다니는 거겠지.

어라?

 

잠깐만요! 여기 개미는 왜 직립보행을 하고 다니는 거에요!”

 

신기한 거 참 많네. 직립보행 할 수도 있는 거지 왜 개미한테 그래?”

 

다리 6개 중에서 2개만 몸을 지탱하며 걸어 다니고 있는 개미들을 보며 신기해 하고 있었다. 물론 그 수 많은 개미들 사이에서 몇 마리 밖에 안 됐지만, 어떻게 걸어 다니고 있는지 신기해서 집어보려고 하는 순간 귀와 공기를 찢는 소리와 함께, 검은 타이어가 내 눈 앞에 바로 들이 닥쳤다.

 

이거 정말 죄송하군요. 저라는 자가 10초 늦게 도착을 하다니.”

 

유일하게 직립보행을 하던 개미는 타이어 밑에서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죽어버렸고, 하멀 씨는 하얀 막대기만 바닥에 툭 버린 체 뭐하냐? 어서 타기나 해라.”라고 말하며 차에 타기 시작했다.

 

보조석에 앉은 하멀씨와는 다르게, 그나마 멀리 떨어질 수 있는 뒷좌석으로 앉아서 이름도 모르는 개미에게 X를 눌러 조의를 표하고, 앞을 바라보았을 때는 부드럽고 듣기 좋은 남자의 목소리가, 나를 보며 부추기는 듯이 입을 열고 있었다.

 

어라? 귀여운 여자아이도 같이 하란국으로 가는 건가요? 하멀 씨는 분명히 아들만 있는 줄 알았는데?”

 

내 딸 아냐. 그보다 로즈웰. 오늘은 뭘 하다가 10초가 늦은 건데?”

 

별거 아닙니다. 안전띠는 확실히 매주세요.”

 

여기는 마차와 보도로 가야 한다고 들었는데, 딱 봐도 기름을 쓰지 않고 사용자의 마나를 추진력으로 삼아 이동하는 자동차가 개발되어있을 줄은 몰랐다. 뒷좌석에 있는 안전띠를 착용하고 그나마 머나먼 길을 빨리 도착할 것 같아서, 눈이라도 감을까 생각을 했는데 엑셀을 밟은 소리와 함께 로즈웰 씨의 멋진 목소리가 내 귀에 도달했다.

 

. 하란국에 도착했습니다.”

 

?”

 

너무 자신 있게 말하는 바람에 되물어 볼 정도였다. 마법 기동반에 있는 차원문도 이렇게 빨리 도착하는 경우도 없을 텐데, 이 자동차 자체가 시간을 달리는 자동차인가? 벌써 하란국에 도착을 했다는 말이 믿기지가 않아서 안전띠를 풀고 밖으로 나왔을 무렵. 이색적인 검은 기와 지붕으로 이루어진 집과, 전혀 다른 의상이 눈에 띄기 시작하면서 여기는 최소한 프리트론은 아닙니다.”라고 분위기 자체가 말해주고 있었다.

 

그럼 저는 이만 물러가도록 하겠습니다.”

 

다시 연락을 줄 테니 그때 데려오면 돼.”

 

나는 얻어서 탄 거니까 감사하다는 한마디를 해야 했다.

 

저기, 고마워요.”

 

저의 일이라서 최선을 다한 것뿐이랍니다.”

 

가장 의문인 것은 처음부터 끝까지 로즈웰 씨의 얼굴을 본 기억이 없다는 것뿐? 어쨌든 하멀 아저씨가 내 팔을 거칠게 끌어당기자. 검은색으로 광택이 나던 로즈웰 씨의 차가 순식간에 사라지고 충격파와 함께 직진만 하기 시작했다.

 

이 자리에서 떠나자. 곧 이상한 잡동사니들이 떨어질 테니까. 지금 느긋하게 인사할 여유가 없거든.”

 

그렇다고 팔을 그렇게 급하게 잡아당기면 어떻게 해요? 팔이 떨어져나가는 줄 알았잖아요!”

 

그래도 어쩔 수 없어. 이제 날아올 것은 뿌리 채로 뽑혀버린 나무들인걸?”

 

하멀 아저씨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거대한 소리가 내 바로 뒤에 떨어지기 시작했다.

 

벌써 내려왔나 보네. 빨리 벗어나자고.”

 

대체 저게 다 뭐에요!”

 

시공간을 뛰어넘는 듯한 자동차를 타고나니, 재앙으로는 가지 각색의 나무들과 채소들이 날아오기 시작하면서 한동안 몸을 피해야 했다. 어쨌든 하란국에 도착을 했으니 하멀 아저씨는 그럼 나는 이쪽으로 가봐야 하니까. 너는 너대로 알아서 해라.”라며 다른 곳으로 걸어가 버렸고, 나는 붉은 서신 안에 있는 종이를 꺼내기 시작했다.

 

이건 켈모리아가 건네줘야 하는 내용이구나. 분명 개인적으로 들어오는 의뢰라고 들었는데 이럴 필요가 있나? 그건 그렇다고 해도, 이런 서신으로 보내는 이유는 있기 마련이겠지.”

 

나는 다시 서신을 품 안으로 넣고 이제 어디를 가야 하는지 고개를 돌렸을 무렵. 이 곳의 남자들은 일을 하고 있는 것에 비해, 여성들은 자신의 몸을 치장하며 돌아다니고 있었다. 남자가 멋지게 꾸미고 다니는 모습은 상대적으로 적었는데, 그런 모습만 보면 정조가 역전된 세상에 도착했다는 생각만 들었다. 실제로는 그러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어라? 그 복장은 카멜롯 마법학원의 아이니?”

 

뒤에서는 연녹색의 기묘한 복장을 입고 있는 여성이 말을 걸어왔다. 검은 머리는 정돈이 잘 되게 뒤쪽 옥비녀로 묶어서 장식하고, 연갈색의 눈동자는 나를 흥미로운 눈으로 보기 시작했다.

 

누구시죠?”

 

너무 기세가 좋아 단숨에 거리를 좁혀온 여성은 자신에 대해 당당히 소개를 했다.

 

나는 초량이야. 붉은 서신을 받기 위해서 돌아다니고 있었는데 이렇게 눈에 띄는 아이를 보내다니. 기밀이라는 말이 전부 죽어서 없어지게 생겼잖아? 그런데 되게 예쁘네?”

 

, 고마워요. 초량 씨의 옷도 뭔가 선녀옷처럼 하늘거리는 것 같아서 꽤나 이색적이네요. 저는 카멜롯 마법학원의 학원장 비서로 있는 아리엘이라고 합니다.”

 

상대방이 자신을 먼저 소개했으니 나 또한 소개를 하는 것이 예의.

 

여기에서는 좀 그러니까. 우리 집에서 차나 마시면서 이야기 할까? 그게 더 안전한 것 같기도 하고, 다른 머슴들이 아리엘을 좋지 못하는 눈으로 보고 있으니까.”

 

좋지 못한 눈이라기 보기에는 저를 꼭 거둬주세요.”라는 듯한 강아지의 눈빛으로 나에게 호소를 하고 있는 기분이었다. 이곳은 뭔가 좀 다른 문화를 가지고 있는 것 같은데, 남자들이 뭔가 불이익을 당하는 것이 아닐까?

 

이곳은 어째서 남자들이 잡일을 하고 있는 건가요? 밖에 돌아다니는 것은 남자는 대부분 이방인인 것 같은데?”

 

하란국에서는 이상하게도 여성들이 신체적인 면에서 강하거든, 그렇다고 해서 남자로 태어나면 무조건 머슴이 되는 그런 경우는 없어. 애초에 머슴이라고 불려도 직업의 부류라서 돈은 많이 받으니까. 오히려 밤에는 남자들이 많이 돌아다니면서 술도 마시고 놀러 가기도 하지.”

 

그 말은 즉 집사가 밤에는 술 마시고 놀러 다닌다는 참신한 소리였다.

 

그럼 대부분의 방위는 여성이 책임지는 건가요?”

 

그런 거지.”

 

국가에 대한 방위에 대해서 남, 여를 불문한다고 하지만, 여성이 주를 이루는 군대는 처음 봤다. 그렇다면 초량 씨도 결국 군에 소속되어있다거나 그런 소리일 텐데.

 

초량 씨도 군에 들어가있나요?”

 

나는 여제님의 오른팔을 담당한다고 할까? 직속 호위무사라고 부르면 편할 거야.”

 

거의 2인자라는 소리잖아?

 

, 대단하시네요. 그런데 왜 붉은 서신을 받으러 오신 거죠? 다른 부하를 시키면 되지 않나요?”

 

여제님께서 네가 굴러야 다른 이들이 편하다.”라고 말하면서 나에게 받아오라고 했거든. 기본적으로 마법학원장에게 의뢰를 보낸다는 그 자체와, 이를 수락을 하는가 거부를 하는가에 대한 방식은 꼭 이렇게 하더라고. 분명 우리가 먼저 의뢰를 부탁했는데 말이지.”

 

켈모리아는 자신이 의뢰를 받았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서신을 다시 되돌려주려는 이유라고 한다면.

 

저에게 이곳을 구경시켜주기 위해서 보낸 것일 수도 있어요. 저번에 제가 서류처리를 한 가득 했음에도 불구하고 켈모리아는 술을 마시러 돌아다녔거든요. 그게 미안해서 이런 곳에 단일 여행처럼 보낸 경우와 더불어……근데 뭐하세요?”

 

느닷없이 나를 끌어 안고 들고 있는 초량 씨의 행동에 자동으로 불어봤다.

 

아니, 아리엘을 안고 자면 숙면을 취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거든, 의뢰 내용도 여제님께서 요즘 불면증을 앓고 계시니 해결해달라는 거잖아?”

 

나는 잠깐이나마 본 서신의 내용을 생각했다.

 

몽마니까요. 불면증을 해소하기 위해서 제가 꿈속으로 들어가는 건 좀 이상한 행동이지만, 그에 따른 정기는 받아가야 하는데 허락해 줄지는 잘 모르겠네요.”

 

몽마?”

 

이곳의 사람들은 마족에 대한 인식이 약간은 흐린가?

 

도깨비 같은 거?”

 

글쎄요? 도깨비와 비슷하다고 하기에는 좀 힘들지도 모르겠네요.”

 

***

 

이색적인 건물의 내부구조에는 다른 곳에서 가져온 듯한 고풍스러운 카펫이 내 발을 즐겁게 하고 있었다. 이곳에서도 신발을 벗고 집으로 들어오는 구조라서 그런지, 피로를 회복하는 것에 상당히 편안했다. 학원에서는 신발을 벗지도 못하고 계속해서 서류를 처리하니까.

 

그런데….

문제라면 한가지 생겼으니.

 

아아. 피부가 부드러워서 좋구나.”

 

초량 씨. 너무 가까워요.”

 

초량 씨는 집에 도착 하자마자 욕망이 해방된 듯이 나를 안고 놔주질 않았다.

 

그래도 여제님께서 편안하게 안고 잘 수 있는지 내가 먼저 실험을 해봐야 하니까.”

 

딱히 안 해도 되는 일을 왜 하려는 거에요?”

 

아니, 실험해본다는 소리는 아무리 생각해도 변명이겠지. 귀여운 것을 보면 깨물어주고 싶은 것이 초량 씨의 본성 아닐까?

 

카일도 여장시켰을 때는 꽤나 귀여웠는데, 아리엘도 귀여워서 이대로 가졌으면 좋겠어. 카멜롯은 이곳에서부터 너무 머니까, 언제 이런 아이를 다시 만날 수 있을지 불안하기도 해. 그러니 자주 못 볼 것 같아서 이렇게 하고 있어야지.”

 

언젠가 다시 보겠죠….”

 

초량 씨의 집 구석에는 아르트리옴이 이곳 저곳 둘러보고 있었지만, 내 눈에만 보이는지 전혀 눈치채지 못한 초량 씨는 나를 뒤에서 안은 상태로 차를 따라줬다.

 

홍차나 커피는 아니지만 이거라도 괜찮다면 마셔.”

 

, 고마워요.”

 

내 머리를 빗어주는 초량 씨의 손을 의식하면서 찻잔만 기울이며 입을 적셨다. 따듯한 물 같은데 진하고 고소한 곡물의 향이 퍼지기 시작하면서, 마음도 어느 정도 안정되었다고 생각할 무렵. 아르트리옴은 내 앞에 앉아 텔레파시를 보내기 시작했다.

 

[이곳은 의외로 결계가 강하군.]

 

[결계요?]

 

[믿기지 않겠지만 사악한 원령이나 잡귀를 제거해주는 부적들이 숨겨져 있어. 이곳에서는 중급정령들도 침입이 불가능 할지도 몰라.]

 

생각을 해보면 이곳 하란국은 장거리 공간이동을 할 수 없는 이유야 말로, 이곳의 결계가 강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잠깐 멍하게 있다 보니 자야 할 시간이 아닌데, 서서히 눈이 무거워지기 시작하면서 고개가 천천히 떨어지기 시작했다.

 

어라? 지금은 잘 시간이 아닌데…?”

 

많이 피곤하나 보네? 그럼 나도 아리엘과 낮잠을 자볼까!”

 

? 잠깐! 초량!”

 

여전히 깨어있어야 할 내가 지금 피로가 한 가득 쌓인 이유가 무엇인가 생각했을 무렵. 나는 초량의 얼굴을 마주하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설마…. 초량 당신이…?”

 

말 했잖아? 실험은 해봐야 한다고? 하지만 내가 피곤한데 아리엘이 피곤하지 않으면 잘 수 없으니, 아리엘에게 몰래 수면약을 먹여놨어.”

 

윙크를 하면서 저질렀다는 듯이 귀여운 얼굴을 한 초량의 품속에서 그대로 조용히 눈을 감아버렸다.

 

블로그 이미지

FNL-Phantasm

카테고리

판타즘의 공간 (757)
글쓰기 관련 공지 (2)
취미로 글쓰는 중? (753)
즐거운 스트리밍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