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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학원을 나와 그 안에 있는 건물들은 최소한의 편의시설이 존재한다면, 나머지는 최대한의 마법관련 도구점이나 물품점이라고 보면 된다. 그렇다고 번개흉터 마법사가 있을 법한 세계관에서 올빼미들이나 부엉이들을 파는 곳도 없으나, 마법의 빗자루를 파는 장소는 있으니까, 한번씩은 마법의 빗자루가 어떤 원리로 날아가는지 궁금해서 찾아보는 사람들도 있다.

 

마법의 빗자루는 마녀만 탈 수 있는 것이 아니니까. 사람들 모두 빗자루만 생각하면 마녀를 떠올리는 것 같아.”

 

다른 곳에서 울려오는 말을 내 귀에 담아 듣고는 눈을 감고 천천히 생각을 했다. 마법의 빗자루가 과연 하늘을 날기 위해서만 사용을 하는 걸까? 오히려…….

 

후우~”

 

…. 대체 뭐 하는 거야.”

 

아리엘에게 바람불어.”

 

그걸 묻는 게 아니잖아.”

 

목에 바람을 불은 리첼 때문에 놀라버려서, 방금 전에 내가 무엇을 생각하려는지 까먹어버렸다. 꼴사나운 소리를 낸 것도 창피했지만 여전히 달라붙으려고 하는 리첼의 행동에 심리적인 부담이 지속적으로 강림하고 있는 상황. 나는 그 부담감을 줄이기 위해서 리첼에게 부탁을 했다.

 

리첼. 따라와주는 건 고맙지만 거리가 너무 가까워.”

 

손잡고 걸어가는 것은 친구 사이에서 당연해.”

 

친한 친구끼리 손을 잡는 것은 그들만의 유대를 나타내주는 신호일 뿐이지, 너와 나는 친구가 된지 하루도 안 지났어.”

 

하지만 리첼도 양보해줄 마음이 없는지, 나의 팔에 자신의 팔을 엮어버리고 작은 고개를 내 어깨로 기대기 시작했다. 어릴 적에 버림을 받고 자라왔는지. 그것도 아니라면 혼자 지내온 세월이 많았는지. 억지로 나에게 떨어지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며, 그냥 내가 심리적인 부담감을 떠 안고 정찰을 하기로 했다. 오늘은 마법학원 근처에 있는 곳을 넘어 몬스터가 배회하는 숲을 들어가야 하니까. 리첼과는 입구까지만 같이 동행을 하고, 그 다음에는 합리적인 대화를 하며 돌려보내도록 하자.

 

그래도 저번에 검은 높새바람이 흔들고 간 지역이라고 생각하기엔, 수리속도가 빠르고 시민들의 표정에는 불안감이 없어서 신기해.”

 

내 앞에 감겨있던 검은 뱀이 그렇게 말하자. 나는 세피르의 말을 붙잡고 그와 비슷한 내용을 꺼내기 시작했다.

 

수리속도가 빠른 이유는 어쩌면 켈모리아가 다른 사람이 전혀 알아채지 못하게, 마법을 사용한 것일 수도 있지. 그리고 이곳의 시민들은 의외로 피해가 없던 것처럼 보였어.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아무런 관련도 없는 민간인들의 피해가 없다고 하는 게 맞겠지. 전부 학원에 관련된 관계자들만 피해를 본 것뿐이니까.”

 

이건 공식적으로 밝혀진 자료이기 때문에 옆에 붙어있는 리첼이 들어도 상관은 없었다. 의도적으로 시민들은 노리지 않고 학원의 관계자들만 노렸다. 어쩌면 습격을 한 이유는 다른 의도가 숨어있을지도 모르지.

 

무의식적으로 우리 검은 높새바람은 시민들의 편이랍니다!”라는 걸 심어주기 위해서일까? 몬스터가 배회하는 숲으로 들어가기 전에 입구에서 슬슬 리첼을 돌려보내려고 입을 열었다.

 

이 이후부터는 마법 기동반의 실제 임무니까 돌아가도록 해.”

 

리첼은 가만히 나를 응시했다.

 

정찰 같은 건 혼자서 해야 효율이 늘어나는 거야. 게다가 나의 경우에는 세피르와 이비가 옆에서 지켜줄 테니까 그리 걱정할 필요는 없어.”

 

리첼은 가만히 나를 응시했다.

 

내일 학교에서 보도록 하자. 그러니까 오늘은 여기서 헤어지는 걸로…….”

 

리첼은 가만히 나를 응시했…….

 

뭐 하고 싶은 거야!”

 

따라가고 싶어.”

 

위험하다고 했잖아!”

 

괜찮아. 아리엘이 날 지켜줄 거야.”

 

스스로 자신의 몸을 지키겠다는 말은 절대로 하지 않았다. 리첼의 경우에는 실습이 남아있을 텐데. 괜히 이런 곳에 따라가서 다치면 나는 면목이 없어서 죽겠지. 그러니 리첼이 남은 시험을 안전하게 보는 것을 목적으로 서둘러 돌려보내려고 했다. 가을이 아닌 게 아쉬웠는데, 떨어져 있는 단풍잎과 은행잎을 한 가득 흩뿌리면서 ! 가란 말이야!”라고 외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리첼. 너는 실기시험이 남아있단 말이야. 네가 나를 멋대로 따라가다가 다치기라도 하면, 켈모리아에게 면목이 없어진다고? 그러니 착하지?”

 

어느 사이에 어린애를 상대하는 듯한 말투로 변해버린 나의 심정은, 리첼이 제발 나의 심정을 1%라도 이해하고 곧장 뒤를 돌아서 학원지부에 되돌아가는 것이었고, 간절한 나의 마음을 들어줬는지 리첼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입을 열었다.

 

올 때 메로나.”

 

알았잠깐? 여기에 메로나가 없……”

 

메로나가 없다고 말하려는 사이에 유령처럼 사라져버린 리첼. 메로나의 존재가 이곳에서도 존재할 줄은 상상하지도 못했다. 이럴 때는 이곳에 오래 살아온 세피르에게 물어보자.

 

세피르. 이곳에도 메로나가 있어?”

 

그냥 메론 맛 아이스크림을 전부 메로나라고 하지 않아?”

 

있구나.

더 신선한 충격은 메론 맛 아이스크림=메로나라는 사실이다.

 

나중에 사가는 걸로 하고 이제 위쪽으로 올라가야지.”

 

지금 이 모습으로 돌아다니면 몬스터들에게 관심을 유도하니까. 신기루를 미리 발동시켜놓고 기습에 대비하여 천천히 걸어 나아갔다. 모두가 정찰에 대해서 낭만을 품고 있다고 생각을 하지만, 실제로는 가시나무라던가 내 앞에 있는 거미줄이라던가, 어디서 나의 발목을 붙잡고 끌어올릴 올가미 덫, 내가 밟은 곳에 땅이 어느 순간 사라져버리는 구덩이를 조심하지 않으면, 정찰이고 뭐고 작전지역을 이탈해야 한다.

 

보통 위장을 하고 이동하니 들키지 않겠지?’라는 생각으로 매우 가까이에서 움직인다면, 또 다른 신종 자살과 다를 것이 없으니까. 정찰은 언제나 조심스럽게 움직여야 한다. 나의 발 밑은 세피르가 봐주고 있고, 내 사각은 이비가 항상 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는 안전하다.

 

문제는…….

 

세피르. 항상 궁금한 게 있는데 말이야.”

 

뭔데?”

 

어차피 나의 경우에는 몸을 숨기지 않아도 들키지 않을까? 이미 몽마로 각성해버리는 것도 모자라서, 방금 전에 시험감독을 했을 때의 그 반응을 보면, 모든 사람들이 본능적으로 나를 향해 바라보고 있었잖아?”

 

. 아리엘의 경우에는 기척을 숨겨도 본능적으로 끌리는 그런 게 있으니까. 페로몬 때문일지도 모르겠네.”

 

나는 머리에 끼고 있었던 무성한 잎이 달린 나뭇가지를 힘껏 던져버리고 소리쳤다.

 

그럼 이건 필요 없는 거잖아!”

 

-!

 

어라?

 

오우! 어뒤선가 나뭇과지가!!!”

적습이돠! 뽀스! 적이 나타놨따!”

아그들아! 연장을 준비혀라!”

 

하필이면이라고 해야 할까?

운이 좋다고 해야 할까?

 

우연히 지나가고 있는 오크 정찰대에게 나뭇가지를 던져서 결국 한 순간에 포위되고 말았다. 그리고 화려한 소머리 같은 생물의 유골을 뒤집어 쓴 커다란 오크 하나가, 나에게 가까이 가면서 굵직굵직한 억양으로 입을 열었다.

 

뉘가 우리 아그머뤼에 나뭇과지를 던졌냐?”

 

이곳의 몬스터들은 냉혹하고 자비를 모르기 때문에, 잔뜩 긴장한 상태로 아무 말 하지 않고 고개만 끄덕였고, 핏발이 가득한 눈이 나를 훑어보기 시작하면서 거대한 도끼를 오른손에 들어서….

 

. 여자아이니까 봐주겠따! 솰다보면! 끄럴쑤도 있쥐! 죄송하다는 말만 혀라!”

 

잔인하게 아까 나뭇가지에 맞은 오크를 가리키며 사과하라는 요구를 했다.

 

. 미안합니다.”

 

귀여우니 봐주겠따!”

 

나는 나뭇가지에 맞은 오크들에게 사과를 하고…….

어라? 잠깐만? 내가 생각했던 전개와는 전혀 다르잖아?

접두사로 잔인하게라는 말을 붙였는데 그 뒤에 있는 내용은 전혀 다른 내용이 붙어버렸어!

 

어라? 이곳의 오크들은 분명 상당히 난폭하고 자비가 없기로 유명하잖아요? 저번에 동료가 실수로 진입한 나머지 전쟁까지 벌이려고 하지 않았어요?”

 

? 끄 놈은 너의 동료인가?”

 

애석하게도 카를로스의 무식한 행동이 전쟁을 부를 뻔했었으니, 이 오크 족장의 이름을 잘 알고 있었다.

 

“‘붉은 도끼의 슬라카……맞죠?”

 

그렇따. 내가 빠로 붉은 도끠다!”

 

슬라카는 자신의 또 다른 이름으로 부르자. 주변에 있던 오크들의 함성이 시끄럽게 울려 퍼졌다. 드래곤마저 자신의 적수가 아니라고 말하던 몬스터가, 어째서 나에게 사과하라고 한 뒤에 조용히 떠나려고 한 걸까?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에요? 갱생이라고는 눈꼽만큼 찾아볼 수 없는 당신들이?”

 

우리는 백장뮈의 모델인 그 자에게 맹세를 했따! 우리는 생각을 하며 쥔화를 한다! 따라서 우리보다 약한 여자들은 건들지 않기로 했따! 너는 우리들보다 약하다!”

 

나를 과소평가를 하고 있지만 그래도 저들만의 호의는 진심인 모양인가보다. 자기들보다 약한 자인가에 대해 스스로 판단을 할 줄이야. 그 전에 카일 씨를 만난 적이 있었는지 백장미에 대해 언급을 했다.

 

한 가지만 물어볼게 있는데, 지금 여기서 뭐 하는 거에요?”

 

우리는 백장뮈를 찾고 있따! 네가 할 일이나 쉰경써라 마족!”

 

왜 이런 숲에서 백장미를 찾고 있는데? 어라? 잠깐만, 숲에서 백장미를 본 것 같은 기분이 드는데? 오래 전에 있던 일이라서 그런지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 전에 나를 마족이라고 부른 것 같은데?

 

이야. 정말 위험했어. 슬라카라는 오크족장은 저주마법이 특기란 말이지.”

 

오크가 마법도 사용해?”

 

그럼. 이곳은 질투의 공작이 다스리는 숲이니까. 질투의 공작은 다른 이들과는 달리 몬스터들마저 경쟁을 하게 만들거든. 리비아 님께서는 도구와 인원수만 몰아붙이는 오크들과는 달리 지능이 매우 높고 마법까지 사용할 줄 알면서도, 새로운 환경에 곧바로 적응하는 그런 걸 원하니까.”

 

어떻게 보면 그 오크 족장은 날 과소평가를 한 것이 아니라, 확실하게 꿰뚫어본 것일 수도 있다. 그래도 최고의 위기를 넘기면서 북쪽으로 계속 올라가서 정찰을 끝내고, 근처에 이비가 뭔가 발견을 했는지 나의 어깨를 살짝 쪼고 있었다.

 

세피르. 이비가 기척을 감지했어.”

 

그건 그렇고 꽤나 좋은 솜씨네. 이곳까지 아리엘을 미행할 정도라면 강적일지도 몰라. 하지만 땅에는 없는 것이 확실해.”

 

그럼 나무 위에 있겠네.”

 

잔뜩 긴장된 상황에서 주변을 살짝 훑어보고는 이 근방에 숨을 위치를 3곳 짚었다. 울창한 숲이기에 모두 나무 위라고 추측했다. 이유는 세피르는 이미 알아차린 것으로 보아, 처음에는 바닥을 밟고 나를 따라왔다는 소리가 된다. 그 다음은 이비가 기척을 알아차린 것이라면, 적어도 내가 보고 있는 방향이 아닌 곳에서 위쪽을 주시하기 때문에, 이곳에서 위라고 한다면 나무밖에 없다. 나뭇가지를 옮겨 다녀야 하는 이동방식으로 인해, 작은 소리나 움직임을 감지 할 수 있는 이비에게 걸렸고. 마지막으로 마법을 사용했으면 내가 어느 정도 알아차렸겠지만, 마법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나무 위를 뛰어 넘어다니면서 지금까지 나를 미행했다는 그 실력으로 보아.

 

무시무시한 강적이라 판단하고 선제공격을 하기 위해, 몰래 환영체를 나무 위에 생성하고 나서 그 장소로 몸을 옮겼다.

 

체크메…….”

 

아리엘. 보고 싶었어.”

 

마나를 한 가득 담은 손바닥으로 휘두르는 사이에, 먼저 내 품을 파고들은 리첼을 내 눈에 확인하고 나서, 과도한 긴장이 한꺼번에 풀리고 나는 털썩 주저 앉고 말았다.

 

첫 번째는 나의 공격보다 더 빠르게 움직이는 리첼의 움직임.

두 번째는 몬스터가 배회하는 숲에서도 나를 미행하는 그 실력.

 

이 두 가지가 나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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