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

 

 

 

씻고 잔다는 것은 이불 속에 들어갈 때는 포근하고, 피부에 스쳐 지나가는 실크의 부드러움을 마음껏 만끽을 하며 눈을 감으면, 어느 사이에 의식을 잃었는지 모를 정도로 편안한 잠을 자게 된다. 그 이전에 스트레칭을 하고 따듯한 우유를 마신다면 너무 개운하게 일어나서 피로가 모조리 없어지는 그런 기적을 꿈꾸게 되는데, 가장 큰 문제는 편안하게 자고 있는 내 옆에 지독한 알코올 향이 덮칠 때였다.

 

귀여운 몽마가 자고 있다니. 네글리제 모습에 모에사 할 것 같아!”

 

대체 그 단어는 어디서 주워들은 걸까?

 

이상한 소리하지 마시고……. 일단 좀 이야기 할 거리가 있으니 앉으시죠.”

 

왜 그래? 욕구 불만이야? 해결해줘?”

 

웃기지 마! 누가 그런 걸로 이야기를 할 것 같아!”

 

평온하게 자고 있던 나의 스트레스가 산으로 쌓여서 화산이 될 지경이기에, 날카로워진 나의 소리는 켈모리아에게 채찍처럼 후려쳤다. 하지만 정작 내 앞에 있는 여성은 오히려 더 친근하게 달라붙어서는 볼을 비비고 있었으니.

 

아아, 릴리스에게 맡긴 걸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어!”

 

그건 나중에 맞을 각오부터 하시고, 우선 밀리아를 학생회장으로 내리자는 이 서류부터 차근차근 이야기 하실까요?”

 

은근슬쩍 내 허벅지를 탐닉하려는 의도가 훤히 보여서 켈모리아의 손등을 때리고는, 켈모리아가 어떤 대답을 해줄지 기다리고 있었고, 켈모리아는 취기에 딸꾹질을 한번 한 뒤에 천천히 말을 하기로 했다.

 

지금은 밀리아의 가문에는 검은 높새바람과 연관이 있다는 말은 비밀로 하고 있어. 하지만, 언젠가 그 바보 같은 단체가 공격을 하러 왔을 때. 학생회장의 위신을 떨어뜨리기 위한 공작을 펼칠지도 모르고, 공격을 할 뿐만이 아니라 혼잡한 상황에서 게시판에 악평이나 소문을 뿌릴지도 모르지. 학생회장이 학생들의 신임을 얻지 못하면 그 자리에서 끝이라고 보고 있고, 그렇게 되면 학원입장에서는 상당히 난감하게 돼. 반면에 미리 기동반에 넣고 새로운 학생회장을 뽑는다면, 탈로스 선생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가문을 물들인 검은 높새바람에게 저항하고자 기동반에 들어갔다는 듯이 보호를 해줄 수 있으니까.”

 

켈모리아는 의외로 소수를 구하기 위해 다수를 버리는 성격이네요.”

 

그보다는 상황에 따라서 소수를 살릴지, 다수를 살릴지 선택한다고 해줘. 나에게 있어선 학생과 귀여운 아이들이 중요한 거지. 그 이외에는 별로 중요하지도 않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건에 이야기를 하자는 아리엘은 생각한 거라도 있을까?”

 

요염하게 거리를 좁혀오며 도발하는 켈모리아의 시선과 마주하며 한 마디 했다.

 

밀리아는 켈모리아가 생각하는 것만큼 위험한 아이가 아니에요. 그리고 지금 당장 해임을 시킨다고 하면 모든 학원생들에게 의심만 더할 뿐이죠. 밀리아 또한 그들에게 조종만 받다가 죽을 뻔했다고요?”

 

. 괜찮아. 어차피 그 결정권은 아리엘에게 줬고, 아리엘이 하기 싫다면 그 서류에 도장을 찍지 않고 찢기만 하면 돼. 내가 없을 때는 항상 네가 선택하고 결정해야 하는 자립심을 길러야 하니까. 너의 생각이 그게 맞으면 그렇게 하렴.”

 

나는 아지랑이처럼 투명하게 피어 오른 불꽃으로 켈모리아의 필체가 있던 서류를 태워버렸다. 켈모리아는 그런 나를 뚫어져라 보면서 한가지 이야기를 했는데...

 

몽마로 각성했는데. 왜 아리엘은 에로한 생각을 가지지 않는 거지?”

 

무슨 헛소리야!”

 

그 이후로 켈모리아의 턱을 주먹으로 올려 치며 기절을 시키고, 남은 시간 동안 책을 좀 보기로 했다. 아무리 몽마라고 해도 서큐버스 개체에 가깝다고 할지라도, 무조건 에로하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순식간에 일어난 분노의 업화는 머릿속에서 천천히 식혀지면서 졸음이 몰려오기 시작한 뒤에서야 눈을 감을 수 있었는데.

 

메에~”

 

어째서 내 꿈은 양들이 뛰어 노는 초원으로 왔을까? 아니, 이건 내 꿈이 아니라…….

 

꺄아! 켈모리아! 그만둬 주세요!”

 

크흐흐! 양 코스프레를 한 아리엘이라니! 가만히 있어! 양털은 벗기라고 있는 거니까!”

 

켈모리아의 꿈속이잖아.

게다가 멋대로 이상한 인격의 나를 만들어놓고 무시무시한 짓을 하려고 하고 있어. 애초에 양털로 된 옷을 입고 있는 또 다른 나를 불순한 마음으로 추격하고 있었던, 켈모리아에게 아까워도 다시 한번 폭력을 가해야만 했다. 다시 한번 나에게 어퍼를 맞은 켈모리아는 청홍색의 치마부분이 짧은 드레스를 입은 상태로, 턱을 쓰다듬으면서 아프다고 항의하고 있었지만, 나는 그 항의를 무시한 체로 물어보기 시작했다.

 

그래서. 지금 이 바보 같은 꿈은 왜 꾸고 있는 거죠?”

 

그거야 아리엘이 상대를 해주지 않으니까. 데레데레 해주지 않으니까. 여전히 츤츤거리니까. 외롭고 슬퍼서 나만의 아리엘을 만들어 치유를 하겠다는데 뭐가 불만이야.”

 

추행하려고 했으면서 뻔뻔하게 치유라는 말을 사용하는 켈모리아의 앞에서, 나는 기나긴 한숨을 내쉬면서 입을 열었다.

 

켈모리아가 생각하는 저는 저렇게 딱한 아이인가요? 그보다 저건 양털로 된 반팔과 반바지잖아요. 그리고 저렇게 작은 양뿔은 왜 나와있는 거에요?”

 

그 편이 귀엽다고?”

 

메에~”

 

몽마로 각성을 했더니 지금은 가까운 사람의 꿈으로 나도 모르게 침입한 것처럼 생각했다. 어차피 아침까지는 이곳에 있을 수도 있고 피로회복을 위해서 그냥 무시하고 나올 수 있지만, 꿈속에서는 네글리제의 모습에서 마법학원에서 자주 입는 교복으로 변환시켰다.

 

그건 그렇고 잘 적응해나가는데?”

 

그러게요. 꿈에서만큼은 켈모리아에게도 지지 않을 것 같아요.”

 

허공에 손을 한번 휘두르자 켈모리아를 위협하는 검은 쇠사슬이 내 뒤에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켈모리아는 호전적으로 나에 대한 도전인가! 몽마 상대로는 꿈에서 상대하지 말라고 했지만, 이것도 좋은 경험이지.”라며 눈을 반짝이고 있었고, 다시 한번 위로 올린 오른손을 내리자마자 켈모리아에게 쏜살같이 나아갔다.

 

역시 허상에서 생성하는 모든 것들은 아리엘의 생각으로 되는 건가?”

 

이 꿈속은 제가 점령하고 있으니까요.”

 

마법을 사용하려는 켈모리아의 마법진에서 빛을 잃고 팔, 다리에 사슬이 속박되어도 웃는 얼굴로 물어봤고, 나는 태연하게 대답을 하면서 천천히 다가갔다.

 

그나저나 켈모리아. 평상시에는 저를 괴롭히면서 이렇게 어처구니 없이 당하면 무슨 생각이 들어요?”

 

. 역시 아리엘은 낮져밤이라는 생각만 드는데?”

 

그런 소리를 묻는 것이 아니잖아.

 

제 말은 그게 아니라. 켈모리아는 언제든지 그 꿈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고요? 하지만 왜 지금에 와서는 당하는 척을 하는 거에요?”

 

그야. 아리엘은 서큐버스니까.”

 

서큐버스는 기본적으로 남자를 홀리는데 말이지.

켈모리아는 여성이고, 애초에 나는 켈모리아를 홀리러 꿈에 침입한 것이 아니라, 어쩌다 보니 이곳에 들어온 것뿐이라고.

 

정말이지 켈모리아의 머릿속은 그것밖에 없나요?”

 

. 나야 쾌락주의니까. 그건 그렇고 이제 슬슬 풀어볼까?”

 

내가 소환한 검은 쇠사슬이 금이 가기 시작하더니, 산산조각 나기 시작하면서 꿈의 주도권이 켈모리아쪽으로 넘어갔다. 꿈의 주도권을 다시 되찾는 것은 몽마에게 가장 손쉬운 작업이니 상관은 없지만, 내가 먼저 걸어온 싸움을 켈모리아가 없는 셈으로 치지는 않는다.

 

그러면 슬슬 시작할까? 몽마로 각성한 이 깍쟁이가 얼마나 실력이 늘었는지.”

 

거대한 화염구가 나에게 비처럼 쏟아졌으나, 내 주변에 있던 아지랑이들이 모조리 먹어 치우기 시작했다. 그런 모습에 켈모리아는 좀 의외였는지 어라?”라는 말을 남기며 나에게 물었다.

 

아리엘? 그건 뭐야?”

 

그야 당연히 제 마나의 색상이 아지랑이처럼 반투명한 색상이라서, 마법으로 화염구를 먹어 치운 것뿐인데요?”

 

흐음? 꽤나 신기하네. 방금 전에 서류도 그걸로 태운 거겠지?”

 

맞아요. 그러면 제 차례네요.”

 

여전히 마법으로 상대하려면 힘들고 고통스러운 장기전이 예상되어서, 다시 꿈의 주도권을 빼앗아 마법을 사용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다시 뺏었다고? 나에게?”

 

꿈의 주도권은 정신력에 따라 달려있지만, 애석하게도 저는 릴리스의 힘을 대부분 흡수한 터라 어디서 밑장을 뺀다고 말할 정도로 꿈의 지배가 가능한 상태에요. 비록 켈모리아로 인해 원하지 않아서 생겨난 힘이라고 할 지라도. 그러니 거기서 움직이지 마시죠?”

 

나의 시선과 켈모리아의 시선이 마주하자, 켈모리아의 몸이 서서히 굳은 것처럼 서서히 바닥에 쓰러지기 시작했다.

 

마안까지? 몸이 움직이지 않아!”

 

보통 몽마들에게 꿈에서 마안으로 움직이지 못하면, 그 상태로 가위에 눌리게 된다는 지식이 머릿속에서 새로 업데이트 되었다. 항상 마족은 살아있으면 지식이 쌓이는 이상한 종족이니까. 어쨌든 꿈속에서는 켈모리아를 압도……하는 것이 아니라 일부러 나에게 당하려는 것만 같은 불순한 의도가 눈에 뻔히 보였지만, 어쨌든 당한 것도 있고 하니 제대로 된 형벌을 생각하면서 꿈속에서 빳빳한 깃털를 소환했다.

 

생각을 해보면 저는 켈모리아에게 많이 당하고 살아오긴 했네요. 바보 같은 쾌락주의자 때문에 고생한 것이라고 하면 끝도 없을 거라고 생각은 하지만, 지금 이 기회에 한번 복수를 하지 언제 하겠어요?”

 

복수 하는 거야? 그런 거야?”

 

어째서 기쁜 얼굴로 저에게 묻는 거죠?”

 

! 몽마에게 당하다니! 앞으로 이런 일 저런 일을 당할 것 같아서 기대아니, 무서워!”

 

방금 기대한다고 말하려고 하지 않았던가?

빠르게 태세를 전환했으면서 뭐에 들뜨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

어쨌든 깃털을 켈모리아의 매끈한 각선미를 타고 내려오자마자 폭소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잠깐…! 간지러워! 아하핫!”

 

지금은 여유가 있을 때네요. 그치만…….”

 

나는 마나를 뽑아내면서 여러 명으로 분신을 만들어서 각자 빳빳한 깃털을 하나씩 들게 만들었고, 이제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안 켈모리아는 고개를 좌우로 돌리고 싶고, 도망을 치고 싶어도 이미 마안으로 인해 몸이 굳어져 있어서 다급하게 입을 열었다.

 

이렇게 수 많은 아리엘이 나에게 깃털 플레이를 하다니! 안 돼! 이걸 당하면 내 이성이 버틸 수 없어!”

 

깃털 플레이라고 이상한 이름으로 말하지 마시죠. 싫으시다면 그만둘까요?”

 

내가 진지하게 묻자 켈모리아가 잠깐 진지한 목소리로 응답했다.

 

그만두면 지금 당장 일어나서 내가 아리엘에게 이와 똑같이 할 건데?”

 

그냥 하라는 소리잖아.

 

그럼 집행하도록 하죠.”

 

그 이후 꿈속에 있던 켈모리아는 나와 분신들이 깃털로 온 몸을 간지럽히는 바람에, 30분동안 이성을 잃고 웃기만 했다. 간지럼도 계속 되면 고통이 된다고 들어서 오랫동안 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왠지 모르게 켈모리아의 얼굴에서는 눈물범벅이 된 상태로 황홀함이 가득 찬 상태였고, 한 동안은 아아…. 크힛…!”이라는 정체불명의 기분 나쁜 신음이 계속 되었다. 밑에서 내려다 본 나는 복수를 해서 개운하다기 보단, 켈모리아의 노림수에 놀아난 기분이 들어서 약간 불쾌했다.

 

왠지 벌이 아니라 상을 준 기분이네요. 내가 이러려고 깃털을 소환한 건가? 자괴감 들고 괴롭네. 그보다 마안은 앞으로 5분 정도 후에 풀리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남은 5분동안은 정기를 좀 흡수해가죠.”

 

…. ? ? 우웁! 크우우웃!”

 

애석하게도 정기 흡수에 관련된 사항에서는 신체적인 접촉보다는 점막접촉의 효율이 가장 뛰어나기에, 남들에게는 극상의 쾌락을 선사하지만 나에게 있어선 식사에 불과한 순간이 지금이라고 생각한다. 더욱 적극적으로 켈모리아의 입을 탐닉하고 혀를 엮을수록, 내 몸 속에는 뜨겁고도 짙은 기운들이 온 몸을 덥히고 있을 때. 다급하게 입을 때어내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제대로 조절하지 못하면 사람 하나 죽이는 건 순식간이겠어.”

 

결국 꿈속에서 눈이 뒤집어진 켈모리아는 거친 숨을 몰아 내쉬면서 , 하얗게 불태웠어….”라는 알 수 없는 말을 남겼고, 이제 남은 시간 동안 편안하게 숙면을 취하기 위해서 켈모리아의 꿈을 떠났다. 얼마나 지났는지 모르는 시간 속에서 내가 눈을 떠서 현실을 맞이 했을 때는…….

 

아리엘? 꿈 속에서는 그래도 너무 한 거 아니었을까?”

 

켈모리아가 어디서 구해왔는지 모르는 새의 깃털을 오른손에 들고 환하게 웃고 있었다. 잠을 자기 전에 내가 턱을 때려서 기절시켰으니까, 켈모리아는 아직도 알코올 향이 빠지지 않은 붉은 드레스를 입은 상태였고, 일단 현실에서는 어떻게 살아 남아야 하니까. 최후통첩으로 나를 장난감처럼 보고 있는 은은한 에메랄드 빛의 눈동자를 보며 입을 열었다.

 

……. 지금 미안하다고 하면 용서해주나요?”

 

나는 의외로 마음이 좁은 사람이라서 그건 허락할 수 없을 것 같아.”

 

사악한 미소를 띄고 있는 켈모리아 주변에 푸른 색의 손들이 깃털 하나씩 들며 나타나기 시작했고, 나는 심호흡을 한번 내쉰 뒤에

 

살려줘어어어어어어!”

 

라고 외친 것이 전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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