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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하멀 씨에게 수사요청을 하기 위해 프리트론 왕국으로 찾아갔을 무렵. 윈디와 이프리트가 나와 같이 동행하기로 하고, 레시아와 시나는 심연의 도서관으로 다시 한번 출정을 갔다. 도서관에 가는 것만으로도 출정이라는 소리가 나오는 이유는, 내가 아직 눈으로 확인하지 않았으나, 심연의 도서관에는 세상에 나오면 안 될 마도서들과 더불어, 마도서의 모습을 한 강력한 몬스터들이 튀어나오기 때문이긴 하지만, ‘모든 마물의 왕인 레시아가 혼자 가면 괜찮지 않느냐?’ 라고 묻자. 애석하게도 심연의 도서관에 있는 마물들은 마신을 따른다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마왕조차 금서를 가져가지 못하게 하기 위한 보안체계라는 것을 생각하자면, 의외로 레시아와 시나마저 내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고생하고 있었다. 나중에 육포라도 하나 더 끼얹어줘야 할까?

 

카일 씨는 검은 산들바람을 부술 건가요? 그럴 거죠?”

 

회백색의 머리카락을 한 소녀가 내 주변을 정신 없이 날아다니면서 맑은 목소리로 질문을 했다. 맑은 목소리가 대체 무슨 비유법이냐고 물어봐도, 지금의 윈디가 너무 심하게 모험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 흥분한 상태이기 때문에, 그나마 윈디의 이미지를 지켜주기 위해서 애매하게 비유를 했어야 했다.

 

사실상 너무 텐션이 높은 나머지 거의 소리를 지르다시피 질문을 한 것이었으니까.

 

나를 파괴자로 보는 눈으로 바라본들, 지금은 검은 산들바람이 뭘 노리고 있는지 여전히 모르니까. 하멀 씨에게 부탁을 해서 정보를 얻어올 수 있으면 얻어오고, 아니면 같이 수사에 협조라도 해서 빚이라도 만들어 놔야 좀 편할 것 같아서. 의외로 하멀 씨는 의리가 넘치는 사람이거든.”

 

가끔 나를 미끼로 이용해먹는 것 빼면...

 

하지만 지금 많이 바쁘지 않을까요? 적어도 지금은 수사관의 일이 넘쳐날 것 같은데?”

 

괜찮아. 만약 바쁘다고 하면 하멀 씨가 알아서 나중에 만나자고 하겠지.”

 

그리고 왕국에 있는 마법 수사실에 도착하자마자, 허공답보를 쓰고 있는 듯한 수사관들이 하멀 씨의 호령에 맞춰서 날아다니고 있었다. 아무래도 용사들의 연회 때문에 상당히 많은 민원이라던가, 사건들 때문에 너무 바빠 보이긴 했으니, 나는 그냥 윈디에게 네 말대로 너무 바빠 보인다. 돌아가자.”라고 말하고 그냥 문을 서서히 닫았...

 

-타앙!

 

뭐야 이건!”

 

고개를 숙이던 찰나에 곧장 위로 황금색의 실선이 하나 지나가면서, 문틈으로 정면을 바라보니 황금빛의 두 눈동자가 나를 보며 이글이글 타오르고 있었고, 왼손으로는 이쪽으로 오라고 검지 손가락으로 신호를 보냈다. 사자처럼 황금빛의 머리가 이리저리 붕 떠있는 것으로 보아, 몇 일째 잠을 안 자서 신경이 곤두서 있는 상태라는 것을 확인하고는, 순순히 저항하지 않고 문을 열어 하멀 씨에게 가기로 했다.

 

저기 하멀 씨. 방금 전에 총성은 뭐에요?”

 

그거? 안녕이라는 인사대신에 쏜 거야.”

 

웃기고 있네! 궤도를 보면 안녕.”이 아니라 잘 가라.”가 되는 절명궤도였거든요! 그거 맞으면 아무리 저라도 죽는다고요!”

 

여전히 사신이 생각나게 만드는 칠흑의 수사관에는 황금빛의 해골이 오른쪽 가슴에 장식되어있었고, 옷의 테두리는 다른 이들은 노란색이지만, 하멀 씨만큼은 황금색으로 마무리가 되어있었다. 그건 둘째치고 지금 하멀 씨의 얼굴을 보아하니, 확실히 눈에 다크서클까지 존재하는 걸로 봐선...

 

얼마나 안 잔 거에요?”

 

지금 무박 3일째야. 곧 있으면 과로사로 죽을지도 모르겠어. 그나저나 잡화점에서 이곳에 올 정도라면 꽤나 중요한 일 같은데. 그보다 윈디 메르아하고 네 등 뒤에서 잠만보처럼 자고 있는 저 여자는 또 누구야?”

 

하멀 씨는 잠만보도 아는구나.

어떻게 알고 있는지 더 궁금한데?

 

이프리트에요.”

 

하멀 씨는 표정이 확대가 되는 듯이 놀라며 나에게 입을 열었다.

 

불의 정령왕이라고? 너는 대체 여자를 낚아도 인간이 아니라 초월체를 낚냐?”

 

누가 보면 제가 여자를 낚아 올리는 낚시꾼인줄 알겠네요.”

 

짐승은 맞잖아요? 저번에 밖에서 저를 그렇게나 열심히...”

 

조용히 해! 윈디!”

 

애초에 그 날 밖에 끌려나가고 정말 아무런 일도 없었다. 내가 윈디에게 귀이개를 해준 것만 뺀다면. 어쨌든 이야기가 잠깐 빗겨나가고 있는 것을 바로잡고, 나는 슬슬 본론을 말하기로 했다.

 

하멀 씨. 최근 카멜롯에서 검은 산들바람이라는 존재가 나타났다고 하는데...”

 

내가 말을 하기 전에 하멀 씨는 아직까지 따듯한 총구를 내 입술에 대면서 살기를 내뿜기 시작했다.

 

내가 그 빌어먹을 놈의 산들바람인지 높새바람인지 하는 자식들을 듣기만 하면, 속에서 불이 나오다 못해 브레스까지 쏠 지경이야. 그러고 보면, 검은 산들바람은 500년 전에 해체되어서 지금은 검은 높새바람이 더 정확한 단체명이야. 물론 예나 지금이나 하는 짓이 없어서 산들바람이라고 말하는 거지.

 

단체명이 바뀌었어요?”

 

솔직히 이미 멸망한 단체의 이름을 가지고 뭐하게? 아무튼 검은 산들바람이 아냐. 높새바람이라고 불러야 해. 그래야 우리측에서는 범법자로 인식하고 수사를 진행할 수 있어. 애초에 검은 산들바람은 영웅 엘티노스의 단체잖아. 영웅의 이름을 먹칠하지 말라고?”

 

그럼 지금까지 내가 잘못 알고 부르고 있었다는 건가? 마리아의 말을 들어서 지금까지 검은 산들바람인 줄 알았는데, 알고 봤더니 높새바람이었다니. 지금이래도 제대로 된 명칭을 알았으니 상관은 없나?

 

그래도 헷갈리긴 하네요. 둘 다 바람이니까. 아무튼 그럼 그 높새바람 때문에 찾아왔는데...그나저나 하멀 씨 괜찮으시겠어요? 컨디션이 너무 안 좋아 보여서 쉬셔야 할 것 같은데?”

 

나는 상관없어. 과로사로 죽으면 그게 운명이라 생각하지 뭐.”

 

아니, 그러니까 죽으면 안 된다고요.”

 

그렇다고 지금 당장 피로회복을 할 수단이 없거든, 애초에 지금 이렇게나 바쁜데 잠을 자면 다른 녀석들에게 미안하니까.”

 

하멀 씨는 사람이 거칠지만 속은 꽤나 부드러운 남자였다.

 

하멀 씨는 그래도 동료를 생각할 줄 아네요.”

 

당연하지. 내가 수사관을 하루 이틀 일한 것도 아니고. 그래서 지금이 슬슬 한계라는 사실도 잘 알고 있지.”

 

한계라뇨?”

 

-털썩!

 

수사관 중 한 명이 종이 한 뭉텅이를 휘날리며 하늘에서 추락하기 시작했고, 곧 이어 의무관을 부르는 그런 상황이 일어날 줄 알았는데, 의외로 신경 쓰지 않고 다른 사람의 일까지 도맡아서 하는 모습을 보았다.

 

안 깨워도 되는 거에요?”

 

깨울 필요 없어.”

 

기절한 겸 충분한 휴식을 취하라는 배려구나.

하멀 씨는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더니 입을 열었다.

 

! 감봉의 데스매치 종료! 모두 3시간동안 휴식 후에 2차 데스매치를 시작한다!”

 

흐으...죽을 뻔했어.”

이번 달은 감봉 안되게 열심히 버텨야 하다니....”

그래도 저 덜 떨어진 녀석이 먼저 기절해서 다행이야.”

 

모두 한마디씩 하고 실이 끊긴 인형처럼 모두다 눕거나 앉아서 눈을 감고 있었다. 그러니까 감봉 데스매치라니? 이게 대체 무슨 소리지?

 

저기. 하멀 씨. 이 사람들이 미친 듯이 뛰어다닌 이유는, 일이 많아서가 아니라 잠을 안 자기 위해 쓸 때 없는 일을 처리하느라 그런 거에요?”

 

. 그렇긴 해. 본래는 평소보다 3배 정도 적은 일도, 감봉 데스매치를 시작하면 순식간에 효율이 올라가거든, 당연히 지휘관인 나도 포함되느라 여태껏 잘 수 없었는데. 드디어 3시간이나 잘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야. 아무튼 3시간 뒤에 다시 보자고 나는 잘 테니까. 뭣하면 카린의 모습으로 무릎베개를 해줘도 되고.”

 

이건 대체 무슨 혼돈의 대잔치냐?

아무리 심연에서 살아오는 기괴한 생명체라도 이 모습을 본다면 혼란에 빠지겠다.

 

뭐해? 무릎베개 해주지 않고?”

 

잠깐만요. 하멀 씨? 그거 선택제가 아니었습니까?”

 

당장 변신해!”

 

“‘변신해!’는 무슨 그냥 자요! !”

 

하멀 씨는 피곤한 나머지 자신이 뭘 말했는지, 무엇을 요구하는 것인지 파악할 수 없는 상태였나 보다.

 

모두가 잘 수 있게 적어도 이 방안에 있는 공기는 쾌적하게 해주겠어?”

 

나는 윈디에게 고개를 돌려서 부탁을 하자. 윈디는 고개를 끄덕이며 왼쪽 허리에 손을 올리고, 오른쪽 손은 검지를 쭉 피며 하늘 위로 올리면서 외쳤다.

 

“FEVER!”

 

무슨 ‘FEVER!’! 이상하잖아! 잠을 재워야 하는데 왜 텐션을 올리게 만드냐고!”

 

, 맑은 공기가 유입되고 있습니다! 흡입하세요!”

 

뭘 흡입이야! 재워야 한다니까!”

 

내가 윈디에게 한 소리 하는 사이에 등 뒤에서 자고 있던 이프리트는 고개를 들고 맑은 공기를 흡입하고 있었다.

 

흐읍! 하아... 흐읍! 하아...”

 

저기 이프리트? 숨을 내쉴 때 어째서 내 목에만 집중으로 내뱉는 거야?”

 

목을 기어 나아가는 이프리트의 뜨거운 입김 때문에, 묘한 자극이 되어서 생각하는 것에 방해가 될 것 같았다.

 

카일은 목이 약점?”

 

왜 남의 약점을 찾느라 분주한 거에요? 평상시에는 잠만 자더니!”

 

내 등에서 내린 이프리트는 아직도 멍한 오렌지 빛의 눈동자를 끔뻑이며, 지금 수면실이 되어버린 마법 수사실을 보며 입을 열었다.

 

나도 자?”

 

일어났으면 좀 깨어있으라고 노력해주세요.”

 

아무튼 지금은 3시간동안의 자유시간이기에, 나는 윈디에게 검은 산들바람으로 찾지 말고, 검은 높새바람이라는 이름으로 수색하라는 말을 마리아에게 전해달라고 했다. 어쩔 수 없이 마리아나 역사학원장님도 그 단체의 이름을 잘못 부르는 이유야, 검은 산들바람이라고 기억을 하기 때문이지, 지금 검은 높새바람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사실은 잘 모르는 경우라서 그렇다.

 

그것은 노인분들에게 길을 물어볼 때도, 여전히 옛 것으로 기억해서 대답해주는 현상과 똑같으니까.

 

카일. 무릎베개.”

 

그러니까 좀 깨어있으라니...”

 

당장.”

 

-덥썩. !

 

아악!”

 

이프리트는 내 허리를 감싸더니 살짝 들어서 날 패대기 쳐버렸다. 너무 강하게 내려찍은 나머지 허리가 부러진 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은 했지만, 다행이 그것은 아니고 상체를 일으켰을 때는 이프리트가 내 허벅지 위에서 고개를 올려놓고 입을 열었다.

 

검은 산들바람. 아니, 지금은 높새바람이라고 불러야 해?”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고 이프리트는 조용하게 말을 이어 나아갔다.

 

검은 높새바람은 의외로 가까이 있을 거야. 그들은 공격하기 전에 스파이를 내보내는 것이 특기니까.”

 

그걸 어떻게 알아요?”

 

내가 그 이유를 물어보자 담담하게 다시 대답해주었다.

 

맨 처음 계약을 맺은 상대는 검은 산들바람의 일원이었으니까. 그들은 스파이를 보내고 정보를 끊임없이 수집을 하는 것도 목표지만, 자신의 역량에 맞게 파괴공작을 하거나, 자신들에게 유리하도록 권력을 먼저 잡는 것이 특기. 그러니 검은 높새바람이 이곳에 오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와서 자리를 잡았다고 생각을 하는 게 좋아.”

 

나는 이프리트의 얼굴에 가깝게 다가가서 조용하게 입을 열었다.

 

그 뜻은...지금 이 안에도 존재한다는 거에요?”

 

그러자 이프리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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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사장님께서 롤을 하셔서 늦게까지 남아있으셨기에...

글이 좀 늦어졌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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