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 400
400
밖이 소란스러운 이유라고 한다면 그 기차소년 이외에, 우리를 습격한 사람이 있다는 점이 포인트라고 할 수 있었다. 왠지 모르게 영겁의 노래를 노리고 온 것 같아서, 목걸이를 재빨리 회수를 했던 나의 행동의 결과로는, 도망치던 녀석은 분명 내가 영겁의 노래를 회수했으니 나를 쫓아야 한다고 보고를 할 것이고, 지금 이대로 토리스 씨에게 맡기고 가기엔 너무 위험한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검은 산들바람의 존재만으로 귀찮은 일에 휘말려버린 나는, 어디선가 울려오는 거대한 마나의 진동을 감지하고 남서쪽을 고개가 자동으로 돌아갔다.
“저기는 분명 마법학원지부 아니에요?”
토리스 씨는 손수건을 곱게 접으며 나를 진정시키는 듯 달래며 입을 열었다.
“켈모리아 학원장의 대마법을 감지한 모양이군. 저기도 저기 나름대로 다행히 침입자로부터 보호를 한 모양입니다. 이곳에 1명만 보낸 이유는 알 수는 없지만, 지금 보고를 받아보니 다른 곳에서는 소대규모의 적들이 몰려온 모양인 것 같네.”
다른 곳은 대거로 몰려와서 난동을 부렸는데, 이곳에는 단 한 명만 찾아왔다는 건가? 그럼 누군가가 영겁의 노래의 위치를 알고 있었다는 소리인데? 루시피나가 집무실에 있는 문을 원상복귀 시키는 동안, 내 머릿속은 가차없이 계속해서 굴러가기 시작할 무렵. 레시아는 내 어깨를 잡으며 입을 열었다.
“주인. 이곳에서 하루 종일 생각할 것인가? 슬슬 돌아가도록 하지. 애석하게도 역사학원장이라고 했던가? 영겁의 노래는 우리가 가져가도록 하지. 애초에 이런 바보 같은 일에는 누군가가 한 명씩 이곳에 숨어서 스파이 노릇을 하고 있을 터이니. 다만, 안심해도 좋다. 그대가 스파이 짓을 할 리가 없다는 것은 이 몸. 마왕이 직접 확인을 했으니 말이다.”
“마, 마왕! 카일 씨! 대체 당신은 누구와 같이 동행하는 겁니까! 설마 마왕과 노예계약을 해서 인간계에 혼란을 빚어내는 것은!”
“그런 전개로 갔다면 칸포리우스 대륙 반란 사건 이전에 먼저 터졌겠죠. 레시아는 물지 않으니까 괜찮아요. 대신 먹이는 던져주지 마시고요.”
“주인! 짐은 동물원에서 나오는 희귀동물이 아니니라!”
“희귀한 마왕은 맞잖아요.”라는 말이 자동반사적으로 튀어나올 뻔했다. 육포로 길들여지는 마왕은 아마 레시아 밖에 없을 거다. 카멜롯 내부에는 누군가가 검은 산들바람과 내통하고 있다고 보면, 학원지부에 최소 20명 이상은 존재할 것 같지만, 그 많은 사람들 중에서 전부 수색하는 것은 무리라고 본다.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 골치덩어리를 맡고 있으니까. 영겁의 노래에 있는 붉은 돌의 비밀을 전부 밝혀내지도 못한 체. 잡화점으로 가지고 돌아갈 수 밖에 없었다.
“마스터. 저희들 중에서도 사이코메트리를 할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까?”
시나의 질문에 다시 머리를 굴려보았다.
아마 있다면 마리아밖에 없겠지.
“지금 마리아는 부재중이잖아. 검은 달의 여왕이란 단체를 지휘하기 위해서 말이지. 어째서 마리아가 지금까지 우리에게 얼굴을 비추지 않고, 가끔씩 잡화점에 와서 자고만 가는 이유를 이제야 알겠네. 그보다 레시아. 마리아는 단독행동을 할 때 보고를 하지 않던가요?”
“짐은 보고를 받은 적이 없다. 그보다 마리아의 존재는 형식상 짐의 밑에서 일하고 있는 것이지, 따지고 보면 짐보다 더 상위존재이기에 뭐라 할 수도 없는 일이다. 진심으로 붙어보자면 밀리지는 않을 것 같지만, 그렇다고 해서 밀어낼 수 있는 존재도 아니지. 아무튼 수평적인 관계라고 했던가? 짐과 마리아는 그런 관계다.”
그러면서 평상시에 잡일을 잘 시키던데요?
“마리아에게 한 번 들려봐야겠네요. 덤으로 하멀 씨에게도 연락을 취해야겠고요.”
이프리트는 맹한 주홍빛의 눈으로 나를 올려다보다가 드디어 입을 열기 시작했다.
“어라? 잡화점이 아냐. 넙치?”
“납치를 말할 생각이었다면 크게 틀렸는데요. 그 전에 이프리트는 이곳에 한번 온 적이 있잖아요?”
“응. 꿈에서.”
“현실에서 온 적도 있거든요!”
눈을 뜨자마자 무슨 헛소리를 밥 먹듯이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드디어 일어난 이프리트를 데리고 나는 마리아를 만나기 위해, 나를 계속해서 바라보고 있는 레시아에게 입을 열었다.
“적어도 마리아의 위치는 알고 있죠?”
연보라 빛으로 물든 긴 머리카락을 지닌 소녀는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하지만 의심의 눈초리로 변한 붉은 두 눈은 나에게 질문하기 시작하기를...
“그보다. 주인은 어째서 마리아를 찾으려고 하는 것인가? 역시 이보다 더 어려야 주인의 취향에 맞는 것인가?”
“누가 보면 범죄 예비자인 줄 알겠네요. 아까 못 들었어요? 사이코메트리를 할 수 있는 건 잡화점 멤버 중에서 마리아 밖에 없다고 했잖아요? 게다가 마왕보다 상위존재라면 최소 상급신 이상의 존재밖에 없잖아요? 그렇다면 토리스 씨가 밝혀낸 것보다 더 깊숙하게 알아낼지도 몰라요.”
마리아의 경우에는 다른 세계를 밥 먹듯이 드나들어서 이세계의 물품을 가지고 오니까. 그런 능력만 보아도 확실히 유용하지만 쓸 때 없이 자신의 능력을 잘 활용하는 것 같다. 아무튼, 내 일행은 토리스 씨에게 가벼운 인사 한마디만 건네고 나서, 시나가 그린 공간이동 마법진에 들어가 마리아가 있는 곳으로 이동을 했을 무렵.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어라? 카일이여? 그보다 마왕님과 여신님에, 루시피나와 잠만보는 이곳에 무슨 일인가?”
“잠만보라뇨. 이프리트잖아요.”
“첩은 잘 모르겠다. 항상 자고 있어서 이야기를 섞은 기억이 없으니.”
이프리트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지만 내 팔을 붙잡은 손의 힘이 점점 강해지는 것으로 보아. 잠만보라는 말에 상당한 불만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렇게 첩에게 단체로 올 정도라면 중요한 일인가? 적어도 첩이 생각하는 것만큼은 무시무시한 일은 아니었으면 좋겠는데?”
본론으로 곧바로 들어가기 좋아하는 나는 영겁의 노래를 마리아에게 건넸다. 연한 초콜릿 피부를 띈 작은 손은, 커다란 붉은 보석 부분을 잡고는 흑진주의 눈동자가 올려다 보며 입을 열었다.
“프로포즈?”
“아니에요!”
“아니면 그건가? 청혼?”
“둘 다 똑 같은 의미잖아요! 의뢰라고요!”
마리아의 눈이 치켜세워지면서 내 얼굴을 바라보고는 살짝 미소를 품었다.
“잡화점 멤버끼리 의뢰가 어디 있는가? 그저 부탁이라고 말하면 된다. 첩이 해야 할 일은 이 보석의 과거를 읽는 것이던가?”
“네. 아니, 그걸 어떻게 알았어요? 아직 말도 하지 않았는데?”
“사념이 들어가있노라.”
하긴, 내가 밥을 만들어줬을 때도 사념이 느껴진다고 말을 했던 사람이니까.
“그렇군. 검은 산들바람이라는 존재는 상당히 괴상하지. 첩이 엘티노스와 다녔던 시절에도 분명 두 번 다시 만나고 싶어하지 않은 녀석들이었다만, 가장 어처구니 없는 것은 무엇인지 아는가?”
“어처구니 없는 것이요?”
우리는 모두 마리아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마리아의 표정으로는 “정말 이걸 꼭 말해야 하나?”라는 체념하려는 듯한 표정이 역력했을 때. 드디어 우리에게 입을 열어 목소리를 내었다.
“검은 산들바람은 엘티노스가 창설하고 자기 손으로 부순 조직이다.”
또 엘티노스에 관련된 것이었더냐!
“아니. 잡화점만으로도 모자라데요? 대체 뭘 그리 만드는 것이 많아요?”
“아서라. 카일이여. 그래도 본래 검은 산들바람은 세계의 균형을 유지하자는 의로운 행동으로 만들어진 조직이니라. 한 때, 첩도 그곳의 일원이었다. 500년 그 이전에는 카일이 생각했던 것보다는 좀 비정상적인 구조였으니 말이다. 마왕은 지금과는 달리 본업에 충실해서, 매번 마수와 마계 12공작을 앞세워서 공격을 보내고, 용사들은 그들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를 했으나, 실질적인 적은 바로 인간이었으니 말이다.”
마리아의 말을 계속 이어 나아가기에는 너무 길어서 대략적으로 요약해보자면, 인간의 가장 큰 결속력을 이어주는 마왕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제국과 왕국에서는 여전히 영토전쟁을 하고 있었으며. 마왕군과 긴밀한 내통으로 인간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협공을 하거나, 배신을 하는 등. 피를 부르는 전쟁이 계속 진행되고 있었다고 한다. 당연히 엘티노스는 그때 당시에 평화를 위해서 여행을 떠났었고. 비밀리에 창설된 조직이 바로 ‘검은 산들바람’이라는 조직이었다.
세상의 균형을 유지하면 불필요한 전쟁을 최소화 할 수 있다는 그런 명목으로 만들었고, 가끔가다 엘티노스는 악역을 자처해서 왕국, 혹은 아무리 커다란 제국이라도 적당하게 때려 눕혔다고 한다. 그때 당시에는 저주를 받은 후라서 죽을래야 죽을 수 없는 그런 존재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완전히 엉망진창이네. 500년전에 엘티노스가 영웅으로 죽었다고 했지만, 그 이전에는 무슨 난장판을 쳐놨길래 지금 이 모양이 된 것인지.”
이야기를 듣는 내 입장에서도 이게 뭐가 뭔지 모르겠다. 다만, 엘티노스가 직접 부셨다는 것은 의외인데?
“자신의 조직을 부순 이유는 뭐라고 하던가요? 흑역사가 거기에 다 담겨있으니 증거 인멸인가요? 아니면, 조직원들이 단체로 미쳐 날뛰어서, 사상을 왜곡하고 멋대로 구니까 거기에 화가 나서 날려버린 건가요?”
“세상의 균형이 이루어졌으니. 그냥 필요 없다고 판단하고 자기 손으로 해체한 것이다.”
뭐 그런 시시한 결말이 다 있나?
“그러면 자기 손으로 부셨다는 표현을 왜 사용한 거죠?”
“그거야. 검은 산들바람에 몸을 담고 있던 사람들이 거부를 했으니까. 영웅 엘티노스의 밑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후세에도 이 위대한 조직을 보여주고 싶기도 하고, 영웅 엘티노스에 관련 지어서 자신을 특별한 존재로 만들고 싶어하기도 했겠지. 하지만 어처구니 없게도 조금만 반항심이라도 보이는 순간, 폭발하는 엘티노스의 다혈질로 인해 모조리 사라져버렸다. 반대 성향을 띠고 있었던 자들 모두 말이다.”
완전 영웅이 아니라 학살자잖아.
의외로 그런 조직은 놔둬서 비밀결사처럼 운영했으면 좋았을 터인데?
“필요 없는데도 불구하고 억지로 오래 놔두면 썩는 것은 모든 것의 이치. 자신이 없는 검은 산들바람이 변모하는 역사의 기록은 남기고 싶지 않은 엘티노스의 노력이기도 했다. 다른 세상의 말로는 ‘박수칠 때 떠나라.’라는 말이 있지 않는가? 어차피 닫혀질 이야기 책이라면, 끝까지 다보고 바로 닫는 것이 좋은 것이다.”
인간들의 욕심으로 모든 것은 변질되고 뒤바뀌기 시작한다.
그걸 이미 눈치챈 엘티노스는 자신의 업적이든 뭐든, 결과적으로는 긍정적으로 평가 받고 있는 조직을 해체하려고 했지만, 자신을 반대하는 인간들을 보았을 무렵. 그 조직은 그때부터 썩어가는 것을 알아차리기 시작했을 것이다.
“그나저나 카일이여? 오랜만에 첩을 봤는데도 불구하고, 그저 의뢰라던가 일밖에 모르는 것을 보면 엘티노스와 닮은 구석이 있노라.”
엘티노스와 닮았다니.
그건 모든 생명체로부터 실례다.
“실례네요. 비교할 사람이 따로 있지. 마리아가 트윈테일을 한 것도 그렇고, 치마 폭이 넓은 검은색 원피스에 있는 밑부분에 프릴이 더 많이 달려있는 것도 그렇고, 그렇게 해놓으면 어린 아이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대거 몰려온다니까요?”
사탕을 여유롭게 물다가 나의 말에 잠깐 놀라서 눈이 커진 마리아는, 자신의 입안에 사탕을 빼고 소리쳤다.
“뭐냐! 숙녀의 코디가 바뀌면 그것부터 칭찬하는 것이 예의가 아닌가! 애초에 제대로 보고 있었으면서 첩에게 영겁의 노래나 들이밀다니! 그대는 첩을 정말로 좋아하는 것이 맞는가!”
나는 잠깐의 생각 끝에 입을 열었다.
어째서 이런 질문에 생각을 할 필요가 있냐고 생각하겠지만, 의외로 이런 질문에 답하는 것은 내 입장에서 상당히 어렵다는 것만큼은 알아줬으면 좋겠다. 지금 나를 바라보는 여성만 하더라도 마리아를 포함해 5명이니까.
“저는 인도적인 관점에서 모두를 좋아하니까요.”
“뭐냐! 그 관점은! 카레마왕 같으니라고!”
“어째서 카레가?”
“다른 세계에 가보면 알게 된다.
알 수 없는 뒷말을 남기며 마리아는 볼을 부풀리고 고개를 돌렸을 무렵. 나는 주변에서 또 다시 어마어마한 시선을 받아야만 했다. 그 4명중에 대표인 레시아는 차분하고도 조용한 어조로 말했다.
“주인은 우리를 인도적으로 좋아한 것뿐인가?”
“인도적인 관점이 얼마나 좋은 건데요?”
제길! 그러면 내 입장이 되어보던가!
“어쩔 수 없군. 주인은 우리가 없으면 살 수 없는 몸으로 만들어야...”
“그런 강압적인 말 하지 마세요!”
무섭다 못해 이젠 기절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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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다 500화도 찍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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