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멜롯 마법학원의 비서 - 52
52
“너무 늦어!”
나는 빅터에게 화가 난 상태로 소리치고야 말았다. 행방 불명이 되어서 이제서야 하피의 언덕에 포로로 잡혔다는 소식을 듣고 찾으러 왔지만, 실체는 매우 좋은 대접을 받으면서, 용사들을 보드게임 하나로 막아내는 바보 같은 상황이었으니까. 빅터는 화난 나를 달래기 위해 웃으면서 “미안해. 꼬마 아가씨.”라며 계속 나를 달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지금 내 상황이 감이 안 잡히는 사람이 많을 것 같아서 쉽게 예시로 들자면,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응급실로 병원에 가게 되었는데, 살아 있는지 죽어 있는지도 모르는 상황 속에서 급하게 응급실로 가니까, 단순한 배탈로 실려간 것이었고, 거기다가 어여쁜 여 사제 3명과 보드게임하고 있었다고 생각을 해보면, 이게 대체 얼마나 어처구니 없는 상황인지 알 수 있으리라 생각이 든다.
“누구는 목숨을 걸고 들어왔는데, 내가 두 눈을 뜨고 본 것은 보드게임하며 웃고 있는 빅터의 얼굴이라니. 예쁜 하피 몇 마리가 빅터에게 붙어있는지는 신경 쓰지는 않지만, 대체 여기서 무슨 거래를 했는지 알려주지 않으면, 최면을 걸어서 내 애완견으로 만들어버리겠어!”
“애완견은 좀 봐줘. 아리엘.”
어쨌든 빅터에게 이야기를 듣기 위해 잠깐 흥분을 가라 앉히고 입을 열었다.
“여전히 쫓고 있는 사람의 행방을 찾는 거야?”
그러자 빅터의 얼굴은 순식간에 웃음기가 사라졌다.
“네가 그걸 어떻게?”
“레이몬드가 알려줬어. 아직도 잊지 못하는 여자 하나 때문에 헤매고 있다는 거.”
곧 이어 쓴웃음으로 변한 빅터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남자가 이러고 있으면 바보 같아?”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아.”
“그래? 그럼 다행이다. 적어도 아리엘은 내 편이라서.”
수심이 깊어진 빅터의 눈동자를 바라보며, 나는 그가 모든 진실을 말해주기까지, 혹은 그가 나에게 진실을 덮어버리기 위해 얼버무릴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다. 애석하게도 남에게 안 좋은 일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니기에 나는 그저 기다릴 뿐.
“꼬마 아가씨는 내가 한 번 구해주었기 때문에, 이렇게 도와주는 거야?”
“맞아.”
나는 즉답했다.
빅터는 적어도 나에게 있어선 생명의 은인인데.
그 은인이 곤경에 처했을 때 도와주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했다.
빅터는 그런 나를 보면서 크게 한숨을 내쉬고는 입을 열었다.
“나는 지금 루비아를 찾고 있어.”
“루비아?”
처음 듣는 이름이지만 그리 흔하지 않는 이름 또한 아니었다.
“다만, 그녀는 신인류 사건에서 조종만 당하다가 이제 해방이 되었거든. 제거하는 것도 목적이었지만 칸포리우스의 대륙반란이 끝난 이후, 행방불명이 되어버린 그녀를 찾기 위해 떠돌아다니고 있어. 그녀 역시 나에게 있어서는 생명의 은인이기 때문이야.”
나를 바라보며 자신의 상황을 설명하는 빅터도 나와 닮아있었다.
“결국 하피의 언덕으로 가서 루비아를 찾는 동안, 하피의 수색대가 인원이 부족해지면, 내가 대신 수색을 나가거나 저렇게 용사들의 연회에서 악역으로 참여도 하는 거야. 서로 도와가면서 살아가고 있다고는 하지만, 어쩌다 보니 탈로스 씨에게 걸려버렸거든. 어차피 나는 기사학원으로 돌아가면 징계를 먹겠지만, 그래도 아리엘이 날 찾아주고 내 편이라는 사실에 안심이 돼.”
“빅터…….”
빅터의 부드러운 손이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입을 열었다.
“미스 카멜롯 축하해. 이걸 지금에 와서 말하는 것도 이상하지만 말이야.”
“많이 늦었거든?”
고개를 돌리고 마법 기동반으로 돌아가기 위해 마법진을 그리려고 할 때였다.
“어라? 그냥 가시나요? 조금 상담하고 싶은 것이 있었는데?”
“상담이요? 제가 할 일은 빅터의 생사 확인과 구출이 목적이지, 그 이외에는 절대로 하지 않는 주의라서요. 상담할 것이 있다면 다른 이에게 부탁을 하세요.”
“헤에. 매정해라.”
“저도 바쁜 몸이라서.”
나는 마법진으로 이동하려던 찰나에 베르티아로부터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마법검을 미리 뽑아서 뒤를 돌며 휘둘렀지만, 어느 사이에 파고드는 하피의 여왕은 나의 두 손을 붙잡았다. 하피라고 불리는 종족은 본래 새의 날개와 다리를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이곳의 하피는 사람의 팔과 다리가 있고, 어깨에 날개가 달린 모양일 뿐이기에, 정상적은 두 팔로 나의 양팔을 붙잡는 것은 당연하게 생각한다.
“지금이라도 발버둥을 치겠!”
그 뒤로는 내 입에 살짝 입맞춤을 하면서 내 생각에 경직을 먹였다. 그러니까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인가에 대해 잘 모르겠는데, 마법검을 해제하고 침착하게 물어보기 시작했다.
“저기. 베르티아? 지금 뭐 하는 거에요?”
“뭐 하긴요. 떠나는 사람 붙잡고 있죠.”
“입맞춤은 뭔데요?”
“원래 만화나 소설에서는 떠나려는 사람을 이렇게 붙잡아 두지 않던가요? 아니면 좀 더 깊게 해야…….”
베르티아의 말을 들은 후에, 머릿속에서는 폭발적으로 터져 나오는 단어들이 홍수를 이르고 있고, 그 와중에도 단어들을 고르면서 입 밖으로 쏟아내기 시작했다.
“뭘 깊게 해요! 그건 사랑하는 연인을 붙잡을 때 사용하는 거지, 바쁜 사람을 붙잡을 때 쓰는 기술이 아니라고요! 그보다 좀 놔요!”
“그럼 제 상담을 들어줄 때까지 키스를 하면 되겠군요. 아니면 다른 거라도 할까요?”
“정신 놨어요? 아, 알았어요! 들어줄 테니까! 제발 좀 하지 마요!”
나는 돌아가서 일해야 하는 것이 산 더미로 쌓여있음에도 불구하고, 베르티아는 어째서인지 나에게 상담할 일이 남았다면서, 일을 시키려고 하고 있는 이상한 태도를 보였다. 마법 기동반은 자원봉사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강제로 상담을 들어야 할 줄은 꿈에도 몰랐으니까.
“그래서 상담할 내용은요?”
나는 빨리 듣고 빨리 결정하기 위해 재촉을 하면서 바라보았지만, 베르티아는 계속해서 나의 눈치를 바라보며 말을 하지 않았다. 겨우겨우 힘겹게 입을 열은 베르티아의 입에서는 다음과 같은 말이 나왔다.
“저와 비밀친구를 해주시면?”
“할까 보냐!”
터무니 없는 요구에 소리를 쳤다.
“아리엘이 저의 언니 포지션을 잡아도 되니까…….”
“그건 또 뭐에요!”
“아리엘 언니!”
“하지 말라니까요!”
하피들의 여왕이라면 체통 좀 지키라고!
“어라? 그나저나 정말 왜 이러지? 원래 이런 말을 하려는 것이 아니었는데? 아, 맞다.”
베르티아는 이제서야 정신을 차리고, 진짜 상담할 내용을 말하려는 것인지, 검은색의 잡지를 내 앞으로 내밀었다.
“싸인 해주세요! 아리엘 언니!”
“언니는 빼요!”
결국 언제 나왔는지 모르는 잡지에 싸인을 해야만 하는 내 인생은, 뭔가 잘못 굴러가기 시작했다는 것을 암시하는 듯한 이 불길한 기운을 거스를 수는 없었다. 어차피 인생은 흥망성쇠가 한 가득한 일이니, 빨리 싸인 해주고 이곳을 벗어나도록 하…….
“잠깐만? 아직 흑장미는 발간하지 않았잖아?”
“맞아요. 흑장미는 아니에요. 비밀친구가 되자는 계약서에요.”
“안 한다고!”
어째서 비밀친구에 대한 집착이 강한 걸까? 분명 하피들의 여왕일 테니까 자신을 따르는 추종자와 비밀친구를 맺어서 다과를 하던, 차를 마시면 될 것 같은데.
“하지만 아리엘에게 느껴지는 파동은 기본 인간하고 다르다고요? 같은 마족 혹은 그 상위의 존재가 느껴지는 것도 있고…….”
“그건 아마 인큐버스가 제 사역마라서 그래요. 그보다 아무리 인큐버스가 사역마라고 해도, 내가 동성을 매혹시키면 안 되잖아…….”
골치 아파지는 일이 터지는 것은 매사의 한 순간이라는 그 찰나의 시간에서 나온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지금 당장 급하지도 않고, 상담만 듣고 떠나갈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며, 마법진을 마저 다 그리기 시작하던 도중 거대한 폭음이 울리면서, 거대한 검은 연기가 다량으로 발생하기 시작했다.
“요즘 침략자들은 요란하게 오던가요?”
하지만 여전히 베르티아는 웃음을 잃지 않고 “음~ 꽤나 곤란한 상황이 되었네요. 우선 가봐야겠어요.”라고 말 한 뒤에 거대한 바람처럼 사라졌다. 나 또한 그 안에 있는 빅터가 걱정되니 뒤늦게 따라가고 있었고, 어딘가 파괴되어버린 건물 안에서는 험상궂게 생긴 사내들이 서 있었다.
“크크큭! 이곳이 하피의 언덕이로군! 최근에는 많이도 약해졌다는 소문이 사실이었어!”
“당신들은 저번에 찾아온 해적들이군요?”
“여전히 고운 얼굴로 웃으며 맞이할 줄이야! 그건 그렇고 이제 슬슬 그걸 내놓아라?”
“그거라뇨?”
나는 저 앞에 있는 남자들에게 따지기 위해 입을 열었지만, 빅터의 팔은 나를 가로막으면서 나서지 말라고 무언의 신호를 보냈다.
“왜 이러시지? 우리들에게 빌려간 것은 철저하게 받아 가야지!”
그리고 그 남성은 베르티아에게 성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당장! 우리 배에서 훔쳐간 Yee.T 보드게임을 내놔!”
…….
“저기. 아저씨.”
나는 빅터가 가로막은 팔을 치우고 앞에 나아가서 그 해적선장처럼 보이는, 아저씨를 부르기 시작했다.
“응? 왜 그러냐? 꼬마야?”
아까처럼 분개한 표정에서 나의 질문에 느닷없이 동네 아저씨처럼 착한 분위기로 바뀌면서, 나에게 조용한 목소리로 대답을 했고, 이야기가 통하는 상대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Yee.T 보드게임은 원래 시중에서도 많이 팔리잖아요?”
“아. 그렇긴 한데. 우리가 구매한 것은 한정품이라서 말이지. 느닷없이 하피가 가져가는 바람에 우리는 돌려받으러 여기까지 왔단다.”
“그래서 바다에 있는 배에서 포탄을 이곳까지 날린 거에요?”
“아니? 우리는 포탄을 날린 기억이 없는데? 우리는 현관으로 들어왔다고? 벽이 아니라.”
그러면 이 검은 연기의 정체는?
“모두 피해요!”
-팡!
다시 폭발이 일어나는 가운데에 나의 말 한마디로 전원이 도망쳐나올 수 있었다. 하지만 폭발 속에서도 검은 로브를 감싼 한 사람이 이쪽을 보며 입을 열었다.
“꽤나 감이 좋은 소녀로군. 폭발마법을 감지하고 대피를 할 줄이야. 뭐 그건 상관없지, 우리는 Yee.T 보드게임을 얻었으니까.”
대체 그 Yee.T 보드게임 때문에 몰려오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이 있는 거야!
“그 보드게임에 대체 무슨 의미가 있죠? 뭐 혹시라도 거기에 숨겨진 비밀 메시지라던가, 아니면 다른 중요한 물품이 들어있는 것?”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모르겠군. 그저 이 게임을 하고 싶다는 것 밖에 생각하지 않는다.”
“그럼 그런 요란한 등장 말고 다 같이 하면 되잖아요!!!”
애초에 해적이 우르르 몰려서 내놓으라는 것도 이상하고, 왠 이상한 흑마법사같이 생긴 사람이 폭발마법으로 사방을 난장판으로 만들어서 등장하지 않고, 평화적으로 게임을 하면 되는 일을…….
“그러고 보니, 아까 폭발로 그 게임판이 다 망가졌…….”
분명 폭발마법의 위력도 장난이 아니었으니 멀쩡했다.
뭐로 만들었길래 멀쩡한 거지?
아무튼 그 안에 있던 하피들과 그 안에 있던 용사들, 바다에서 찾아와 현관으로 들어온 해적들, 그리고 폭발마법을 사용해서 등장하던 흑마법사로 보이는 사람은 잠깐 고개를 내려서 생각을 하더니.
“““아. 그런 방법이.”””
“생각은 하고 사시는 거 맞죠?”
나는 허탈한 목소리로 앞에 있는 사람들에게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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