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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로스의 명령을 따라야 한다는 것은 상당히 굴욕적인 일이지만, 그래도 고문선생이라고 하니까 마법 기동반 애들에게 전부 텔레파시를 보냈다. 카를로스와 엘리온은 어디서 듣고 왔는지 모르겠으나, 창문을 깨고 서로 들어왔고, 룬은 5분만 기다려달라는 말이 나왔다. 탈로스는 느끼한 보라 빛 눈동자로 주위를 바라보며, 뭔가 이상하고 기분 나쁜 소리를 흘리고 있었다.

 

아아, 아아! 트레비앙!”

 

켈모리아는 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 남자를 이곳의 대장 올려놓은 것일까? 너무 어처구니 없는 외침에 카를로스와 엘리온은 서로 싸울 생각을 하지 않고, 공허한 눈으로 탈로스 씨를 보고만 있었다.

 

“5분을 더 기다려달라니! 그건 있을 수가 없는 일이지만! 사실 제가 소환수로 룬 양을 찾아본 결과, 아무래도 좀 바쁜 모양이라서 오지 못할 것 같군요. 그러니 나중에 아리엘이 룬 양에게 지금의 내용을 알려주세요.”

 

. . 그러죠.”

 

카를로스와 엘리온은 나에게 가까이 다가서면서 천천히 귓속말을 하기 시작했다.

 

이 남자는 그때 마법 무투제에서 보았던 타이탄의 소환사가 아닌가? 이 자가 우리 기동반의 선생으로 초빙이 된 것인가?”

 

하지만 뭐랄까. 같은 남자가 봐도 기분 나빠 보이는데 정상인은 맞아?”

 

나도 몰라

 

자신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은 또 귀신같이 알았는지, 성난 표정을 하며 부드러우나 느끼한 외침이 우리에게 작렬했다.

 

거기~! 나만 빼고 사이 좋게 잡담하지 마세요! 그리고 거기 남자 둘! 미스 아리엘에게서 떨어져요! 반경 500km정도로 말이에요!”

 

왜 사람을 행성 밖으로 이주시키려는 거야. 이 사람은.

 

“500km까지 가기에는 너무 멉니다. 선생님.”

 

그걸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말란 말이야. 엘리온.

 

그런데 룬은 대체 어디에 있었던 거에요? 소환수로 찾았다면 분명히 데려올 수 있었던 거 아니에요?”

 

그러자 탈로스 씨는 눈물을 훔치며 입을 열었다.

 

요즘 어린애들은 너무 빨리 어른의 계단으로 오르더라고요. 벌써부터 제자 하나가 청첩장을 보낸다는 생각에 마음이 뭉클해져서 그만!”

 

나는 이 말도 안 되는 지도교사의 멱살을 붙잡고 소리쳤다.

 

당장 데려와야 할 거 아냐! 지금 룬 어디 있어요! 대답해요!”

 

농담이고 지금 데이트 중이라서 방해하면 안 될 것 같거든요. 그보다 미스 아리엘이 이렇게 가까이 저를 열정적으로 바라보는 모습도 상당히 사랑스럽군요.”

 

이 사람은 대체 무슨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길래, 이렇게 긍정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거야? 멱살 잡았던 손을 풀려고 했는데 오히려 따듯한 손길로 내 양손을 붙잡더니.

 

오오! 이 부드럽고 여린 손으로 제 멱살을 강하게 잡다니!”

 

인생 살기가 너무 힘들다.

 

어쨌든 나는 거칠게 손을 빼내고는 다시 거기를 벌리면서, 세피르의 비늘을 쓰다듬는 걸로 마음의 안식을 되찾으려고 했다. 뱀 비늘을 쓰다듬으면서 겨우겨우 진정하기 시작한 후에, 지금 우리들을 불러온 이유를 들어야 하니까 물어보기 시작했다.

 

저희들을 다 모인 이유라면, 어디에 사건이라도 터진 건가요? 다른 쪽에 인질극을 벌인다거나, 아니면 범죄그룹으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습격한다거나, 아니면 노예상인들이 민간인들을 납치해서 노예로 만든다거나?”

 

. 그런 일도 있지만, 저희들은 더 중요한 일이 있답니다!”

 

탈로스 씨는 천천히 목을 풀고는 성대하게 두 팔을 벌려 외치기 시작했다.

 

이 장소를 대애애애애애애청소하는 것이 오늘의 첫 임무입니다!”

 

이 공간에서 탈로스 씨를 제외한 모든 인원은 정지당한 상태로, 1분동안 아무런 말도 없이 침묵을 유지하며, 나의 삶을 잠깐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무거운 공기가 되어 우리를 짓눌러도 탈로스 씨는, 검은 정장에 검은 망토를 휘날리며, “제군! 청소를 시작하라!”라고 외쳤다.

 

청소 도구는 존재하고 마법으로 청소를 할 수도 있으니 딱히 어려운 것은 아니지만, 왠지 청소의 의미가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기 위해, 우리를 청소시키는 것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 이유는 쓸고 닦는 것보다 물품을 옮기는 것이 더 많았으니까. 1시간 정도 옮기고 평범한 학생용 책상과 의자는 전부 갈아 치워버리고, 원형 책상과 침대는 물론이고 책장에는 서적들이 가득해있었다. 마법공학 도구들도 그렇고 마법진도 그렇고, 무슨 작업을 이렇게 많이 하는지.

 

그런데 굳이 이곳에 침대가 4개씩 있는 이유는 뭔가요?”

 

1인용 침대를 4개씩이나 배치해놓은 모습을 보고, 탈로스 씨에게 물어보았는데 저 침대는 자신의 소환수들이 가끔가다 쉴 수 있도록 만들어 놓는 거라고 했다. 결국 이건 자신을 위한 공간을 만들기 위함이란 소리잖아?

 

좋군요! 마법 기동반의 새로운 모습!”

 

마법 기동반이라기보단 그냥 탈로스 씨만의 휴게실이 필요한 거 아니에요?”

 

그럴 리가요. 여러분들도 침대 위에서 휴식을 할 수도 있고, 언제 있을 모르는 비상시에 대비해서 이렇게 미리미리 준비를 해놓는 겁니다.”

 

그렇다고 해도 이 곳에 샤워실까지 설치할 줄은 꿈에도 몰랐는데요. 아예 집을 하나 새로 만드시죠?”

 

아직까지 잡일을 다 하지 못했는데, 이런 어수선한 곳에서 할 수 있을 리가 없다. 어쨌든 탈로스 씨를 뒤로하고 켈모리아가 있는 도서관으로 급하게 공간이동을 하자. 시야가 바뀌어진 곳에서는 익숙한 종이 냄새와 더불어, 나 몰래 대체 뭘 먹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우물우물 거리던 켈모리아와 눈이 마주쳤다.

 

대체 뭘 먹는 거에요?”

 

우오어우…….”

 

다 씹고 말해요!”

 

0.3초만에 다 씹고 삼키더니 육포 먹고 있었어.”라고 대답을 했다.

 

어떻게 저에게 단 한마디도 하지 않고 저런 끔찍한 사람을!”

 

탈로스 선생이야.”

 

나의 말을 끊고 켈모리아는 여기에 있지도 않은 탈로스 씨를 높여주었다. 하지만 탈로스 선생이라는 말을 하기 싫어서 강제로 말을 이어 나아갔다.

 

아무튼! 어째서 불러온 거에요!”

 

그야. 마탑에서 부탁을 해왔거든. 자신의 아들이 지금 백수라고 이곳에서 마법 기동반의 선생으로 초빙해달라는 부탁이 있어서, 나도 마탑에 신세를 진 것이 많기에, 보답을 하고자 결정했던 사항이야. 성격은 아리엘이 볼 때는 좀 이상할지 몰라도, 의외로 탈로스 선생에게 배울 건 많지. 소환사의 길은 달인의 경지로 이르렀기에, 저번에 보았던 거대한 타이탄은 별거 아니란 소리일지도 몰라?”

 

저런 남자 밑에서 일하다간 저의 인내심이 길러지기 전에 화병으로 죽을 것 같지만요!”

 

결국 나는 켈모리아의 앞에 앉아 남은 서류를 처리하기 위해, 종이를 위로 올려놓기 시작했다.

 

어라? 아직까지 서류처리를 하지 않았던 거야?”

 

오늘 오전부터 왠 흑장미인지 뭔지 하는 것 때문에 납치당하고, 루니아 언니 때문에 잠깐 시간이 늦어지나 싶었더니, 겨우겨우 가고 나서 슬슬 잡일을 하자고 생각할 무렵, 그 이상하고 느끼한 사람이 나타나서는, 자신의 개인 공간을 만들기 위해 우리를 부려먹었다고요!”

 

그래도 너희들이 그 안에서 편하게 쉬기 위함이라고 생각해. 적어도 자신이 정리하고 직접 만든 곳에서는 남의 눈치도 없이 편하게 쉴 수 있는 권리가 있잖아? 게다가 탈로스 선생이 자신의 개인 공간이라고 할지라도, 모두 다 마법 기동반을 시험하고 있다고 생각해. 다만, 룬이 좀 아슬아슬하게 시험에 통과할지 안 할지는 모르겠지만.”

 

무언가 다 알고 있다는 듯이 예리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설마 룬이 데이트를 하는 것이 아니라, 탈로스 씨에게 따로 임무를 듣고 어디로 나간 것인가?

 

시험이라뇨?”

 

그야 당연히 빠른 시간 내에 쓸만한 진지를 만드는 것. 그것도 기본적인 진지화가 아니라, 다목적 기능을 가능하게 만드는 진지화가 주 목적이야. 탈로스 선생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이유는, 오직 그 시험을 위한 것뿐이니까. 만약에 자신만을 위해 만드는 공간이었다면, 오히려 너를 불쾌할 정도로 기분 나쁘게 뚫어져라 봤거나, 너만 쉬고 다른 사람들은 다 일을 하라고 했겠지.”

 

켈모리아는 저에게 겉모습으로만 사람을 판단하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은 건가요?”

 

그럼. 3자의 입장에서도 탈로스 선생이 좀 이상하거나 괴짜일지 몰라도, 절대 선생이라는 그릇을 책임질 수 없는 사람은 아냐. 저래 보여도 나중에 마탑을 물려받는 유일한 남자니까.”

 

켈모리아는 나의 인식을 바꾸기 위해 항상 노력했다. 게다가 모든 것을 알고 있는 듯이 여유롭게 붉은 입술이 호를 그리며, 나를 천천히 녹일듯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그런 눈빛에 위축이 된 나머지 내가 작게 느껴졌지만, 그래도 딱 한가지 이해할 수 없는 것이 있다.

 

캄브릿지 가문은 자신이 좋아하는 상대를 먼저 이긴다는 뜻은 무엇이죠?”

 

그건 가문의 특성이지. 오늘도 마탑의 주인이 나에게 찾아와서 대결을 신청했어. 나와 결혼을 하기 위해 매번 도전하고 있지만, 나는 중년을 좋아하지 않거든.”

 

그나마 그 사람이 나 이외에도 켈모리아와 마주설 수 있는 사람이 아닐까? 그런데 자신의 취향이 아니라고 거절하는 모습을 보면, 어쩔 수 없이 눈이 높다고 해야 할지. 아니면 그게 정상이라고 생각해야 할지. 그건 관점에 따라 다르다고 생각하도록 하자.

 

그래도 켈모리아의 나이가……!”

 

어느 사이에 입안에 뭔가 침투했나 했더니, 켈모리아가 소환한 손들 중에서 검지와 중지 손가락이 내 입안으로 들어갔다. 혀를 이리저리 휘저으면서 켈모리아는 천천히 말했다.

 

아리엘? 내 앞에서 절대로 말하면 안 될 것이 8만가지가 있어. 그 중에 하나가 뭔지 너는 잘 알고 있을 텐데?”

 

8만가지 씩 있다는 말 자체는 처음 들어봤다. ‘켈모리아 앞에서 말하지 말아야 할 팔만대장경이라도 만들 샘인가? 곧 이어 손에 마법이라도 새겨 넣었는지, 입안에서 물이 점점 차오르기 시작했다.

 

으욱! ! 으우웁!”

 

어라? 왜 대답을 안 하는 걸까나?”

 

입을 막아놓고 말을 하라는 그 자체가 더 억지 아닐까? 물이 입 안에 거의 다 찼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움직이지 못하게 다른 손들이 내 몸을 고정하고 있는 사이에, 켈모리아가 천천히 다가와서 내 뺨을 쓰다듬었다.

 

어라아? 생각을 해보니까 내가 말을 할 수 없게 해놓았잖아? 에잇!”

 

이 사람을 화나게 하면 안 된다는 생각을 계속 하고 있어도, 어쩔 수 없이 폭언이라던가 말 실수가 나오게 되는데, 그 때마다 적당히 넘어가는 법을 모르는 켈모리아는 내 입안에 있는 물을 가득 빨아 마시기 시작했다. 너무 마시다 못해 내 혀까지 뽑혀나가는 것은 아닐까 생각했지만…….

 

우읍! 우웁!”

 

결국 온 몸 고정 당해 저항하지도 못하며 내 입안에 물이 다 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내 혀를 감아 농락한 켈모리아는 5분 정도 있었다. 그 뒤로 상쾌한 표정을 한 켈모리아는 하아. 수분보충 끝!”이라는 말과 함께 날 놔줬고. 이미 켈모리아 때문에 머리가 녹은 듯이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고 멍하니 있다가, 겨우겨우 정신을 차리고 켈모리아에게 소리쳤다.

 

무슨 수분보충 끝이에요! 옥수수의 수염처럼 생긴 뿌리로 맞아볼래요? 아니면 2% 부족하게 맞아볼래요? 목이 마르면 앞에 있는 물을 마시면 되잖아!”

 

그래도 아리엘의 버릇을 고쳐주지 않으면 안 되거든.”

 

어째서 제 버릇을 고치는 것이 키스를 하는 건데요! 무엇보다 저는 미성년자라고요!”

 

. 여자끼리니까 노 카운트로 하자고? 어라? 아리엘? 폭력 반대?”

 

나는 이제서야 끓어오르기 시작한 분노를 한 가득 담은 주먹을 보여주며 입을 열었다.

 

문답무용!”

 

그날 도서관에서 폭발하는 사고가 연이어 생기면서, 책을 반납하러 온 3명의 학생이 얕은 부상을 입고 레이나 씨에게 찾아갔다고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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