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멜롯 마법학원의 비서 - 47
47
카일 씨는 북쪽으로 나는 남쪽으로 길이 엇갈리면서, 오후에 가도 될 정찰을 지금 하게 생겼다. 룬에게 연락을 해서 오라고 했으나, 대체 무엇을 하는지 응답을 하지 않았고, 결국 나 혼자 이동하게 되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결국 불편한 남성용 정장을 입으며 숲을 탐방하고 있는 나는, 세피르와 이비에게 주변에 위험이 있는 몬스터가 있는지 확인하라고 하는 사이에, 도시락을 꺼내 들어서 입에 가져가 데려고 했다.
물론 토끼 한 마리가 나에게 다가와서 순진한 눈으로 나를 바라봤고, 이 곳에서 토끼도 볼 수 있나? 라고 생각하기도 전에, 나는 당근을 하나 꺼내서 토끼에게 가져갔다.
“자. 당근이야. 이리 와서 먹…….”
“콰작! 콰작! 크르르륵! 우지직!”
자신의 몸보다 5배정도 입이 벌어지기 시작하더니, 당근 하나가 전부 사라졌다. 조금만 더 깊었다면 내 오른손이 사라지는 마술을 겪을 뻔했다. 이 곳은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건지 몰라도, 한가지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이 토끼야 말로 몬스터였다.
환영체로 다른 곳에 몸을 옮기자마자, 내 뒤에 있던 나무가 부셔지면서 토끼의 입 속으로 들어갔고, 내 눈도 쫓아가지 못하는 움직임이, 이번엔 내가 있는 곳으로 순식간에 가까워지자 다른 환영체로 몸을 옮겼다. 그보다 날 공격하는 이유가 뭐지? 내가 샌드위치를 안주고 당근을 줘서 그런 건가?
벅스 버니도 당근을 좋아하는데?
“이비!”
저 멀리서 “삑삑!”이라는 새소리와 함께 날아온 뱁새는, 순식간에 입이 거대해지더니 나에게 날아오는 토끼를 단번에 삼키고 나서야 진정할 수 있었다.
“잘했어. 이비.”
작은 뱁새는 그 다음에 토끼의 뼈로 추정되는 이물질을 거하게 토해낸 뒤에, 순진한 눈망울로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울었다. 아직도 저런 충격적인 모습에 한 동안 멍해져야 했지만, 다시 정신을 차리고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지금 이곳에서 남쪽으로 계속 내려가면, 미노타우로스가 있는 장소가 보이니까 그쪽은 거치지 말고 우회를 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궁 속에서 있어야 할 미노타우로스가 밖에 나와 내 앞에 서 있다면, 그거 나름대로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라고 생각했다.
“인간이여. 죽기 싫으면 당장 이곳을 떠나라.”
“이곳은 당신이 있어야 할 미궁이 아니잖아요?”
미노타우로스는 거대한 양손 도끼를 쥔 체 입을 열었다.
“이 바로 밑이 나의 미궁이니라!”
거대한 도끼를 크게 올리며 땅으로 내려찍자, 내 발 밑의 땅이 꺼지면서 나 또한 추락하기 시작했고, 추락하기 직전에 마법방패를 경사지게 생성해서, 미끄럼틀을 타듯 안전하게 밑바닥까지 내려갔다.
“언제부터 미노타우로스의 미궁이 여기에서 개미지옥처럼 땅을 파놓다니. 그보다 미궁 속에서 미노타우로스가 얼마나 강해지던가?”
“그리 강한 것은 아니지만, 역시 미궁의 구조를 잘 아는 것은 미노타우로스 뿐이겠지.”
세피르의 말을 듣고 나는 구멍이 뚫려있는 윗부분으로 올라가려던 찰나에, 커다란 도끼가 내 바로 위를 지나갔다. 오늘 정찰임무는 아무래도 이 미궁 때문에 물 건너갔다고 생각했지만, 나는 어렴풋이 보이는 미노타우로스 몸에 주먹을 꽂아 넣고 마나를 주입시켰다.
“외부는 튼튼할지 몰라도 내부는 아니겠지!”
근육 덩어리를 때리는 감각은 마치 맨 주먹으로 갑옷을 때리는 느낌과 같았다. 아려오는 주먹을 뒤로 한 체 미노타우로스 내부에서 마나가 터지기 시작하더니, 이윽고 무릎을 꿇으면서 숨을 거칠게 내쉬었다.
“인간. 제법이군. 쿠윽! 단 한방에 이 몸을 무릎 꿇게 만들다니! 하지만!”
“시끄럽고 내 명령에 복종해!”
마나를 힘껏 끌어올려 미노타우르스에게 최면을 걸었다. 나의 한 마디에 미노타우로스는 “알겠습니다. 아리엘 님.”이라고 대답하고 나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맨 처음부터 최면술을 걸었다면 내가 이런 눅눅하고 음침한 곳에 올리는 없을 텐데.
“출구로 안내해. 당장.”
“이쪽으로 오세요.”
미노타우로스의 인도를 따라 주변을 살펴보았지만, 그곳은 미궁이 아니라 그냥 미노타우로스가 살기 좋게 꾸며놓은 집이란 걸 알 수 있었다. 그 증거로 커다란 테이블과 백장미 7호집이라고 적혀있는 잡지를 발견했다. 카일 씨의 인기가 대체 어디까지 뻗어나가고 있는지, 가늠이 안 잡힐 무렵. 가져가는 것은 좀 미안하니까 그냥 쭉 훑어보기로 했다. 그보다 카일 씨는 의외로 여장할 때, 위화감이 너무 없어서 아까 만났던 카일 씨가 남장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알 수 없을 무렵. 정신을 차리고 보니 미노타우로스의 집에 놓고 온다는 걸 그대로 밖에 가져와버렸다.
“어라? 세피르? 내가 왜 이걸 들고 나와 있는 거지?”
“글쎄? 그래도 잘 보기만 하던데? “역시 카일 씨는 차이나 드레스도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어.”라고 중얼거리기도 했고 말이야. 의외로 상당히 즐기는 듯한 그런 분위기라, 내가 말하기도 이전에 이미 집밖으로 가지고 나왔었다고?”
무시무시한 잡지다!
조금만 더 빠져들었다면 무심코 백장미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을 뻔했어.
카일. 당신이라는 사람은 대체…….
“그보다 아리엘? 뒤를 좀 봐줄래?”
“응? 대체 뭐가?”
내 뒤에는 검은 연기와 더불어 쓰러져 있는 수많은 몬스터들과 함께, 샌드위치를 담아놨던 바구니에는 백장미가 1호집부터 14호집까지 채워 넣어지고 있었다. 분명 15호집까지 찍었다고 들었는데, 남은 15호집은 대체 어디에 있는 걸까?
“가! 아니라! 어째서 내가 이런 짓을 하고 있는 거냐고!”
“그것도 빨리 말해주려고 했지만, 4호집 읽고 있던 시간대에 “잡지를 읽는 중에 한번만 더 말을 걸면 가죽을 넓게 말려서 쥐포로 만들어버리겠어!”라고 협박을 하는 바람에 말을 제대로 하지 못했거든.”
내 안에 백장미로 인한 또 다른 악마가 숨쉬고 있는 것 같았다. 설마 이것이 이중인격이라는 것일까? 무시무시한 나머지 지금 당장이라도 이 잡지를 버리거나 태워야 할 지도 모르겠다. 백장미에 무시무시한 저주라도 실려있는 듯이, 무의식적으로 정찰구역을 일직선으로 돌파한 것도 모자라서, 그저 살아 숨쉬고 있는 평화로운 야생에 재앙이 되어버린 셈이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는 것이 이걸 말하는 거라니. 정말이지 어처구니 없다고 생각해. 세피르.”
“그러면서 8호집을 꼼꼼하게 보는 아리엘이야 말로 대단한 걸?”
“그래?”
그보다 귀족이 입고 있는 드레스도 이렇게 잘 어울릴…….
“난 대체 또 무슨 짓을!?”
분명 백장미를 끔찍하게 여겨 저주를 걸고 있는 누군가에게, 저주를 당하고 있는 것만큼은 확실했다. 룬인가? 룬이겠지? 내가 알고 있는 저주술사는 룬 밖에 없으니까! 네크로맨서 협회인 ‘시체협회’이고 뭐고 다 상관없이, 나는 정찰임무를 끝내고 돌아가자마자 룬에게 따지기로 결심하고, 8호집을 바구니에 넣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9호집을 꺼내면 안 된다고?”
세피르의 말에 정신이 차렸을 때는 오른손에는 이미 9호집을 정확하게 집고 있었고, 조만간 잡화점에 의뢰할 것이 생겼다는 가정하에, 이 백장미들을 봉인조치를 하기로 마음 먹었다.
그래도 15호집까지 정주행은 하고.
***
이런 위험한 잡지가 세상 밖으로 유통되는 것이 놀라울 따름인 나는, 정찰 임무를 마치고 돌아와 마법 기동반 교실에 들어왔을 무렵. 여전히 쌓여있는 신청서류들을 보며 한숨을 내쉬기 시작했다. 켈모리아가 직접 지정해주지 않는 이상은 절대로 받지 않겠다고, 게시판에도 공고를 했었지만, 사람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틈새시장이라도 노리자는 듯이, 계속해서 나의 신발장안에 러브레터보단, 마법 기동반에 들어가고 싶다는 신청서라던가, ‘시.공.좋.아.’라는 알 수 없는 말이 적혀있는 쪽지가 존재했다.
“이비는 먹을 게 많아서 좋겠네. 종이를 이렇게 한 가득 뜯어 먹을 수 있고. 그보다 마법 기동반에 문이 다 잠겨있는데, 누가 문을 열고 이런 신청서를 계속해서 넣는 거지?”
[아리엘. 이 방안에 누가 숨어있어.]
검은 뱀으로 분장한 세피르는 나에게 말하지 않고 텔레파시로 입을 열었다.
이 방안에 누가 숨어있다고 한다면 이 방의 열쇠를 가지고 있다거나, 아니면 이 방을 열 수 있는 마법을 사용하는 것뿐. 물론 마법 기동반의 열쇠는 멤버들 전원이 가지고 있고, 이 방을 열수 있는 마법은, 밀리아가 직접 원소 잠금까지 해두었기 때문에, 어지간한 마력으로는 열 수가 없었다.
가장 흔하디 흔한 청소도구가 들어있는 넓은 캐비닛을 향해 소리쳤다.
“거기 누군지 모르겠지만 당장 나와!”
그러자 내 머리 바로 위에서 무언가 떨어지기 직전에, 환영체로 바로 뒤에 몸을 옮겨서 나에게 떨어진 암습은 피할 수 있었다.
“칫. 실패했네요오.”
“루, 루니아 언니? 여기엔 대체 왜 온 거에요! 그보다 열쇠 없이 어떻게 이곳을?”
“열쇠라뇨오? 저는 단지 문이 열리지 않아서 강제로 뜯고 붙여서 온 것뿐이랍니다아?”
“뜯고 붙이다니 대체 무슨 수로요!”
“시공섬?”
“시간과 공간을 절단하면 어떻게 해요!”
아직까지 자신의 일자리로 돌아가지 않은 루니아 언니는, 난감한 기색을 보이며 나에게 입을 열었다.
“그보다 이번엔 대 해적시대에 나오는 샹크스의 복장을 찍어야 하는데, 아리엘이 도망가버렸잖아요오.”
“흑장미고 뭐고 안 찍을 거에요!”
나의 단호한 한마디에 루니아 언니는 양손 검지 손가락을 서로 맞대면서, 나를 살짝 올려다 보고는 조용히 협박을 하기 시작했다.
“그럼 백장미 16호는 안 줄 거에요오? 만약 찍게 해준다면 신간호가 나오자마자 아리엘에게 주겠지만~”
나이에 못지 않게 어린 아이처럼 구는 것이 귀엽다고 생각은 하지만, 나는 단호하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흥! 누가 그런 걸로 매수가 될 것 같나요? 그래서 샹크스 의상은 어디 있죠?”
이런 맙소사! 이미 백장미의 마력 때문에 쓸 때 없는 한마디를 붙이다니!
“그보다! 루니아 언니! 대체 백장미에 무슨 사술을 걸어놨길래, 저주가 이렇게 강한 거에요? 한번 보기 시작하면 어느 사이에 정주행을 하고 있었다고요!”
“그건 저도 잘 모르겠지마안, 아무래도 누군가가 백장미에 대한 존재를 부정하고, 시기하고, 저주를 퍼붓는 것 같아요오. 아리엘! 조금만 더 고개를 왼쪽으로오!”
-찰칵!
뭐지? 대체 나는 언제부터 다른 옷을 입고 찍고 있었던 거야?
“음 비록 남장하기에는 이미 성숙한 아리엘의 몸매 때문에 어설프게 되었지만, 그래도 이게 남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단 말이죠오. 허리에 손도 올리고 좋아요오!”
“맙소사! 백장미 때문에 이런 일이!”
살다 보면 너무 어처구니 없는 것에 약점이 잡히거나, 인질이 잡혀서 싫은 일을 해야 하는 경우가 있는데, 나 같은 경우는 백장미 신간호를 먼저 보게 해준다는 이유로 이런 일까지 해야 하다니. 어느 사이에 머리를 부여잡고 땅에 여러 번 찍고 있는 사이에, 세피르는 뭔가 불쌍한 사람 쳐다보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뭘 봐! 뱀탕에 넣기 전에 그 눈 치워!”
“아니. 뭔가 힘들어 보여서. 별 다른 의미는 없었다고? 불쌍하다거나 딱하다거나 그런 생각은 그렇게까지 안 하지는 않았어?”
“시끄러워! 2중 부정으로 인해 강한 긍정의 효과로 말하지 마!”
루니아 언니는 아까 나를 찍은 사진들을 보며, 흡족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
백장미가 인기 있는 이유요?
대략 이런 느낌으로 인기가 높은 겁니다.
'취미로 글쓰는 중? > 카멜롯 마법학원의 비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카멜롯 마법학원의 비서 - 49 (0) | 2017.03.29 |
---|---|
카멜롯 마법학원의 비서 - 48 (0) | 2017.03.28 |
카멜롯 마법학원의 비서 - 46 (0) | 2017.03.26 |
카멜롯 마법학원의 비서 - 45 (0) | 2017.03.25 |
카멜롯 마법학원의 비서 - 44 (0) | 2017.03.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