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멜롯 마법학원의 비서 - 41
41
이비가 조용히 새모이를 먹으면서 돌아다니는 동안, 나와 세피르는 어제의 충격적인 장면을 다시 회상하고 있었다. 밀리아는 너무나도 큰 충격을 먹은 나머지 그날의 기억은 잊어버리고, 귀엽다고 중얼거리면서 계속해서 보고 있었다. 켈모리아는 이비의 진짜 모습을 아는지 모르는지 평범하게 행동할 뿐이었고, 나는 이비를 다시 보면서 저게 신수인지 아니면 괴물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들었다.
“그보다 밀리아. 아리엘에게 입힐 의상은 정해졌어?”
“아. 네. 남장은 싫다고 해서, 과감한 노출을 시도한 서큐버스 의상으로!”
“이의 있소!”
나는 밀리아의 말에 삿대질을 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기각.”
켈모리아는 가볍게 나의 말을 사전차단하고 검은 가죽에 얼마나 광택이 심한지, 내 얼굴까지 거울처럼 비칠듯한 옷을 보고, 내 얼굴은 분노로 서서히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누가 저런 옷을 입고 나가요! 제가 미치지 않는 이상 저건 안 되요!”
“그래도 잘 어울릴 것 같은데? 나와 페어룩으로 입고 다니자!”
“내장을 끄집어내서 악어에게 던져버리기 전에 조용히 해!”
말도 안 되는 세피르의 말에 폭언으로 답한 나는, 천천히 이비에게 다가가서 입을 열었다.
“이비! 저 사람들 혼내줘!”
하지만 이비는 갸웃거리며 “삑삑!”이라는 대답만 할 뿐, 변신을 한다거나 변형을 한다는 그런 정체불명의 기술을 사용하지는 않았다. 잠잠하게 가만히 있는 이비를 건드리기 전에 나는 마나를 뽑아내서 내 주변에 둘러싸기 시작했고, 켈모리아는 “칫!”이라는 혀차는 소리와 함께, 내 옷을 강제로 바꾸는 마법을 사용하지 못했다.
“아무튼 그 메이드복도 그렇고 이 바보 같은 가죽옷도 그렇고, 절대로 안 되요. 제 눈에 흙이 들어가도 안 돼요.”
“뿌려.”
밀리아의 땅의 정령이 나를 향해 흙을 뿌렸고, 다행히 눈을 빨리 감아서 들어가는 일은 없지만, 공기 중에 퍼지는 흙먼지들로 인해 기침하기 바빴다. 내 폐를 괴롭히는 못된 흙먼지를 다 걷어내고는, “뭐 하는 짓이야! 용서 못해!”라는 말과 함께, 밀리아에게는 다시 지네가 기어 다니는 환각을 보여줬다.
“너야 말로 뭐 하는 짓이야! 그만 안 둬!”
“다른 옷으로 하기 전까지는 풀어주지 않겠어.”
“알았어! 다른 걸로 하면 되잖아!”
나는 환각마법을 풀어주고 다시 자리에 앉았다. 그런데 가장 커다란 문제는 또 한 가지가 있었으니.
“삑삑!”
이비가 그 가죽옷을 보고 나를 번갈아 보기 시작했다는 것. 그리고는 눈동자에서는 자꾸 이걸 입어보라고 나에게 요구하는 눈빛이 일렁이기 시작했다. 초롱초롱하게 나를 바라보고 있는 뱁새에게 나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는데, 점점 눈빛을 잃어가기 시작하면서 공허한 눈동자의 초점이 서서히 내 앞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불길할 정도로 위험한 분위기와 함께….
“안 돼. 이비…. 이것만큼은 절대로 양보할 수 없어. 나도 자존심이 있고 나름대로의 취향이 있다고!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냐. 이건 아냐! 잠깐! 이비! 변하지마! 부풀리지마! 그만해! 손 치워! 네가 그런다고 해도 이걸 절대로 입지 않…….”
-2분 후.
“시집가긴 틀렸어…….”
노출이 얼마나 큰지 등도, 옆구리도, 따스한 봄바람을 타고 간질이듯이 스쳐 지나갔다. 가슴 쪽도 살짝 파여있는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했지만, 어디서 구해왔는지 검은 양뿔과 악마의 꼬리는 내 꼬리처럼 달렸지만, 애초에 옷의 일부이니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검은 가죽이라고 생각했지만, 자세히 보면 짙은 보라 빛이 은은하게 띄고 있었고, 검은 가죽 부츠와 더불어 내 손에는 대체 왜 있는지 모르는 채찍을 들게 만들었다.
하의는 그나마 가죽바지로 되어 안심이 될 것이라 생각하지만, 안쪽 허벅지 부분이 파여서 그리 위안이 되지도 않았다.
“아아! 너무 귀여운 소악마다!”
“조용히 해. 세피르.”
“삑삑!”
“시끄러워.”
질길 것 같은 가죽옷은 의외로 움직이기 편안했고, 옷의 이음새나 바느질 처리를 보았을 때는, 대단한 장인이 만들었는지 깔끔하게 그지 없었다. 천의무봉이라고 하던데 거의 그 수준으로 정말 고치거나 수정해야 할 부분이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을 정도.
“누가 만든 거에요? 이건?”
“그거? 룬이 만들어줬어.”
좋아. 이제 룬에게 찾아가서 이 채찍으로 왜 만들었냐고 질타하면 그만인가? 조금만 기다려라 룬. 지금 당장이라도 눈물 범벅이 된 얼굴로 나에게 죽을 죄를 지었다고 사죄를 하게 만들어 줄 테니까.
“저기. 아리엘? 불길한 오러가 피어 오르고 있거든?”
밀리아의 말 한마디에 제정신으로 돌아오고 나서, “이제 입었으니 본래 복장으로 돌아가도 되죠?”라고 켈모리아에게 물었다.
“안 돼.”
“켈모리아!”
즉답 할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지금 미성년자에게 이걸 입히고 돌아다니게 할 생각을 하는 건가? 어처구니 없게도 나의 예상이 맞았는지 켈모리아는 다음과 같이 입을 열었다.
“그 모습 그대로 내 심부름이나 다녀와줘.”
“안 한다면요?”
“이비!”
“아! 다녀오면 될 거 아니에요! 그래서 어디에 가야 하는데요?”
켈모리아는 쪽지 하나를 나에게 건네주고는 활기찬 웃음으로 입을 열었다.
“빅터에게 다녀와. 내가 일을 부탁했다고 말하면 알아서 해결할 거야. 그리고 잠깐만 마법적인 처리를 좀 해야 하니까 이리로 오고.”
켈모리아의 손에서 빛이 일어나기 시작하더니, 내 배 부분을 쓰다듬으면서 천천히 무언가가 전달되기 시작했다. 그러는 와중에도 자상한 분위기로 켈모리아는 다른 빈손으로, 앞에 쏠린 자신의 붉은 머리카락을 옆으로 넘기며 말하기를…….
“아리엘은 자신이 누구인지 알기 전까지는 절대로 연인을 만들지 않겠다고 다짐했었지?”
“제가 켈모리아에게 말한 기억은 없는데요?”
“마음을 읽기 전에 빅터에게 보고 받은 기억이 있거든, 자신을 은근히 피하려는 태도가 보이고 있다는 말이었던가? 아니, 자신 뿐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말이야.”
“뭐. 그렇긴 해요. 그게 나쁜 건 아니잖아요?”
켈모리아는 나를 올려다 보며 의외의 말을 했다.
“너는 너무 상냥해서 걱정이야.”
나의 양손을 살며시 움켜잡는 켈모리아의 눈빛은 진심 어린 걱정이 보였다. 나는 애써 부담스러운 마음을 숨기기 위해 고개를 돌리고는 “그런 사람이 이런 옷이나 입혀서 밖에 내보려고 해요?”라며 입을 열었다.
“그건 그렇고. 저에게 직접 마법부여를 한 것 같은데? 어떤 거에요?”
켈모리아는 당당하게 말했다.
“피임마법.”
-팍!
내 주먹이 곧장 켈모리아의 턱을 쳐서 올린 뒤에, 세피르와 같이 밖으로 나가 켈모리아의 심부름을 하기로 했다. 그보다 빅터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데, 이런 옷차림으로 어떻게 나가야 하는지 잘 모르겠지만, 쌓여있는 지식에는 내 몸을 숨기고 돌아다닐 수 있는, 투명화 마법이 존재하기 때문에 마법을 전개한 상태로 당당하게 걸어나갔다.
“그런데 아리엘. 정말 그 옷을 입고 나랑 커플룩 맞출 의향 없어?”
“너 정말 밟는다?”
“삑삑!”
이비도 내 어깨 위에 올라와서 새소리를 울렸고, 우선 기사학원을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 아니면 수색대원들이 머물고 있는 그 숙소에 찾아가서 빅터의 행방을 알아내는 것이 중요하지만, 가장 크나큰 문제는 이런 노출도가 높은 모습으로, 외간남자에게 말이라도 걸면 큰일날 법한 전개가 일어날 확률이 높았다.
덤으로 내 허리 쪽에는 채찍이 가지런히 놓여져 걸려있는 상태.
누가 보면 코스플레이어인줄 알겠네.
사실상 코스플레이어가 맞잖아?
난 서큐버스가 아니니까.
“그래도 지금처럼 걸어가기에는 너무 먼 거리니까. 최소한 장거리 공간이동 서비스라도 이용할까?”
예전에 가본 장소를 기억하기 때문에, 나는 빅터의 숙소로 당장 이동하기 위한 마법진을 그렸다. 그리고는 천천히 빛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하면서, 내 시야에는 예전에 내가 구해진 따스한 방안에 도착을 했고, 내가 처음으로 눈을 뜬 침대에서는, 빅터가 낮잠이라도 자고 있는지 조용히 코를 골고 있었다.
“자고 있으면 쪽지를 두고 가야 할지. 깨워야 할지 모르겠네.”
“둘 다 하면 되잖아?”
세피르의 생각 없는 소리에 기가 차서 허탈한 마음이 지배하려는 동안, 내 머릿속에서는 잠깐 찰나의 빛처럼 스쳐 지나가는 계획을 떠올렸다.
“세피르. 내가 빅터의 꿈속으로 들어가게 해줘. 과거를 들추는 것이 중요하니까 말이야.”
“그건 네가 스스로 할 수 있잖아. 나와 이비는 이 곳에 누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결계와 경계를 하고 있을게.”
“애초에 내가 꿈에 침투를 하려면 접촉을 해야 한단 말이야. 설마 빅터를 껴안고 나에게 자라는 말은 하지 않겠지?”
“빅터를 껴안고 자면 되잖아. 자 너의 바람대로 말을 해줬으니 이제 시행하면…. 아아악! 아파! 아리엘! 머리와 꼬리는 붙어있어야 하는 기관이라고!”
나는 한동안 검은 뱀의 모습을 하고 있었던 세피르의 머리와 꼬리를 잡아 늘린 다음, 그 큰 소란 속에서 빅터가 깨어났을까? 하고 둘러보면, 세상물정 모르고 편하게 자고 있는 빅터의 모습이 내 시야에 들어왔다.
“좀 조용히 해. 세피르. 빅터가 깨어나면 어떻게 할 거야?”
“아리엘이 난폭하게 내 몸을 농락했으면서 이제는 날 버리겠……. 알았어. 농담은 그만 둘 테니까. 그 가죽부츠로 밟으려고 하는 행동은 그만둬. 그거 은근히 아프다고? 당연히 나는 공이든 수든 상관 없지만, 그래도 그건 너무 아파. 나는 소프트한 사람이라고? 극이 아냐.”
검은 뱀 머리의 바로 위까지 내려온 신발을 치우고는, 나는 빅터에게 천천히 다가가서 침대에 걸터앉았다. 무방비하게 자고 있는 빅터의 얼굴을 한 차례 쓰다듬으면서, 귀엽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 차기 시작했지만, 나는 쪽지를 건네주기 위해 온 거지 습격을 하기 위해 온 것이 아니다.
애초에 습격할 마음도 없었지만.
“그럼. 빅터. 실례 좀 할게.”
나는 천천히 눈을 감고 빅터의 꿈속으로 들어가기 시작할 무렵. 빅터의 심장소리와 특유의 향이 나를 어지럽히기 시작했다. 날뛰는 내 심장을 진정시키면서 의식을 집중하기 시작했을 때. 내가 처음으로 눈을 뜬 것은 공격을 받고 있는 마을. 화살이 날아들어 주변이 죽어나가는 사이에서, 어린 소년은 주변을 배회하며 부모님을 찾는 것이 아니라, 살기 위해 조금이라도 더 많은 음식과 돈을 가져가기 시작했다. 적갈색의 짧은 머리를 지니고 있고, 푸른 청안은 살기 위해 번뜩이기 시작하며, 작은 체구로도 날쌘 움직임과 함께, 자신의 목적에 알맞게 하루를 살아남을 수 있도록 혼란을 틈타 도둑질 하는 것.
“빅터…….”
나는 그 소년의 이름으로 추정되는 말을 흘렸다.
전쟁고아라고 말해야 할지, 아니면 전쟁을 찾아 따라다니는 아이라고 해야 할지.
그보다 너무 과거로 들어와버렸다. 나는 분명 빅터가 찾고 있는 그 여자를 알아내기 위해 기억 속으로 들어간 것뿐인데. 나는 다시 천천히 의식을 집중해서 가장 근접한 현재로 나아가고 있을 때였다.
내 목에 서늘한 무언가가 지나가지만 않았다면.
“어라? 타인의 의식 속으로 침입할 수 있는 아이가 있었다니? 미안하게도 언니가 이미 이 남자를 찜 했거든? 어디서 못 보던 얼굴인데 동족인가?”
“서, 서큐버스…….”
나와 비슷한 가죽옷을 입었으나, 더욱 심한 노출도를 자랑하고 있는 한 여성이 나를 불쾌한 얼굴로 비웃으며 보고 있었다. 하지만 끝이 뾰족한 꼬리라던가 검은 뿔이 양쪽으로 솟아나있고, 배 부분에 기이한 문양이 그려진 것으로 보면 저쪽은 진짜 서큐버스.
“어라? 서큐버스는 아니야. 몽마라고 생각했는데 이 아이는 순전히 인간이잖아?”
아. 그래!
“마, 맞아! 나는 이 남자의 의뢰를 받아 너를 퇴치하러 온 거야!”
이렇게라도 질러보면 나중에 변명거리가 생길 수도 있으니까, 마나를 온 몸에 회전시키면서 천천히 마법검을 뽑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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