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멜롯 마법학원의 비서 -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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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 카멜롯에 나간다는 그 자체는 이미 해당 학원지부의 최고의 미녀로 뽑혔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최고의 미녀의 조건은 얼굴과 몸뿐만은 아니라는 사실이 잘 들어나는 대목인데, 무언가 자신만이 내뿜을 수 있는 매력이 존재해야만 뽑힐 가능성이 높다고 해야 한다. 다만, 나의 경우에는 매력이 아니라 뭔가 잘못되어버린 에너지의 발상. 이건 정당하다고 할 수 없기에 반칙이라고 봐야 어울렸다.
“아리엘은 아직까지 자신도 모르게 상대를 현혹하는 것이 부담 가는 거야?”
세피르의 말에 나는 고개를 살짝 떨궜다. 힘을 제대로 아는 것이 중요한 거지, 무작정 강한 건 중요한 것이 아니다. 통제를 할 수 없는 힘은 없는 것보다 못하니까. 그보다 켈모리아의 방에 있는 신수의 알은 아직까지 깨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한참을 잊고 있었는데 이 알에 담겨있는 생명체는 어떤 걸까?
소년의 모습을 하고 있는 인큐버스는 붉은 눈을 띄며, 저 앞에 있는 작은 알을 보고 의문을 표했다.
“신수의 알이라고 해도, 너무 안 깨어나는데? 분명 도서관에 지냈지 꽤 오래되지 않았어?”
적어도 2주정도 지났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켈모리아의 예상과는 다르게, 이 알은 아직까지 부화를 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집어 던지고 싶어지는 충동만 내 마음을 이리저리 휘젓기 시작했다.
“대체 이 알은 뭐길래 지금까지 깨어날 기미가 안 보일까?”
나는 침대에서 걸어 나오고, 신수의 알을 자세히 관찰하기 위해 자세히 보기로 했다. 그리고 충격적인 사실은 오늘도 여김 없이 터져버렸다.
“세피르! 큰일이야!”
나는 호들갑스럽게 세피르를 찾았다. 알은 이미 뒷부분이 깨진 체 텅텅 비어있었으니까. 신수는 이미 깨어난 상태였고 켈모리아가 집 안으로 들여놓기 전까지는, 어디 상처도 없이 깨끗하게 유지 되어있었는데, 세피르는 검은 뱀의 모습을 하면서 나의 동요를 알아차렸는지, 주변의 생명체를 감지하기 시작했다.
“이 방안에는 없어.”
“다른 쪽인가!”
네글리제만 입은 차림으로 방안에서 뛰어나와 거실을 수색하기 시작했다. 최대한 많은 환영체를 모든 곳에 뿌려놓고는 이리저리 옮기면서 찾아 다녔지만, 이게 어디에 숨어있는지 보이지 않았다. 어떻게 생겼는지도 알 수 없는데 그런 진귀한 생명체를 찾아 다녀야 하다니?
“세피르. 탐지 영역을 더 늘릴 수 없어?”
“미안. 탐지 마법은 나의 특기가 아니라서.”
나는 어쩔 수 없이 아직까지 목욕중인 켈모리아에게 다가가서 노크를 했다. 저 너머에 켈모리아가 “왜 그래~?”라고 느긋한 말을 하고 있었고, 나는 큰 소리로 “신수의 알이 깨져있어요! 부화를 한 모양이에요! 그런데 어디 있는지 알 수가 없어요!”라고 입을 열었다. 그리고 다음 대화를 듣기 위해 가만히 기다리고 있었지만, 아무런 소리가 나지 않고 그렇게 10분정도 지났을 무렵. 켈모리아가 설마 바보같이 물의 온도를 이기지 못하고 기절한 건가? 라는 마음에 문을 거칠게 열고 들어갔...
“그러니까. 아리엘은 내 마음도 몰라준다니까?”
“삑삑!”
…….
욕실에서 내 주먹보다 더 작은 하얀 새가, 물 위에 둥둥 떠다니면서 켈모리아의 말을 들어주고 있었다. 그러니까 켈모리아는 이미 신수가 나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건가? 그보다 저렇게 작은 뱁새처럼 생긴 것이 신수라는 건가?
“아. 아리엘도 나랑 목욕하려고?”
“웃기고 있네요. 그보다 저 새는 뭐에요?”
“응? 아. 아까 부화한 신수야. 이름은 뭐로 지을까 생각하고 있는데. 아리엘이 지어볼래?”
나의 머릿속에서는 어이가 탈주해서 지금쯤 저 멀리 말머리성운을 지나고 있을 때. 세피르는 검은 뱀의 모습으로 입을 열기 시작했다.
“저기. 학원장님? 그 새의 종은 뭐에요?”
“나도 잘 모르겠는데. 물리적, 마법적으로는 절대로 죽지 않는다는 걸로 봐선, 상당히 대단한 신수라고 생각해. 그보다 이름은 삑삑이가 좋을까?”
“삑삑이가 뭐에요! 촌스럽게!”
드디어 우주공간에서 떠돌아 다니고 온 어이가 머릿속에 들어오자마자, 나는 켈모리아의 네이밍 센스에 대해 태클을 걸고 넘어져야 했다. 조금 더 좋은 이름이 있을 텐데, 어째서 그런 삑삑이나, 짹쨱이나, 킁킁왈왈이 같은 이름으로 지어야 할까?
“그럼 아리엘은 생각나는 거 있어?”
내가 이름을 생각하는 것은 불과 3초도 걸리지 않고 거의 즉답하며 입을 열었다.
“이비?”
나의 말에 켈모리아는 의외라는 얼굴로 “오! 잘 어울리네!”라고 말했다.
“너의 이름은 이비야. 알았지? 이비?”
“삑삑!”
이름을 반복해서 말하는 켈모리아의 손 안에서 물장구를 치며 좋아하던 작은 뱁새는, 어느 순간 나에게 날아와 어깨에 앉기 시작했다. 크기가 작아서 내 볼까지는 아니지만, 내 목에 자신의 머리를 비비면서 친근감을 표시하고 있었고, 세피르는 “이거. 내 자리 뺐기는 거 아냐?”라며 한탄해 하고 있었다.
“아무튼 소동은 끝난 거지? 그러니까 내 등 좀 밀어주겠어? 손이 안 닿거든.”
켈모리아는 욕탕에서 나와 의자에 앉고 어마어마한 파괴력을 지닌 몸매를 드러냈다. 붉은 파도를 그린 머리카락을 자신의 몸 앞으로 보내고, 부드러워 보이면서도 뽀얀 살결을 자랑하는 등을 보이며 나에게 등을 밀어주기를 부탁했고, 나는 손에 등이 닿지 않는 슬픔을 잘 이해하기에 입을 열었다.
“어쩔 수 없네요. 그거라면…….”
-스윽~스윽~
“오! 아리엘. 정말 능숙하게 닦아주는 걸?”
물론 이건 내가 닦고 있는 것도 아니고, 세피르가 뒤에서 몰래 장난치는 것도 아니었다. 내 눈이 정말 믿기지 않는 광경을 보고 있지만, 있는 사실 그대로 말해준다면 지금 거대하면서도 기다란 하얀 손 2개가, 작은 이비의 몸 안에서 불쑥 하고 튀어나와 닦아주고 있다고 봐야 했다. 손과 팔의 굵기는 일반 성인남성과 맞먹을 정도. 이게 정말 신수가 맞기나 한 걸까?
어느 사이에 켈모리아의 등에는 하얀 거품으로 도배를 하듯이 가려져 있었고, 켈모리아는 아는지 모르는지 “아리엘! 정말 고마워!”라는 말을 남기며, 뜨거운 물을 몸에 끼얹어 헹궈내기 시작했다. 나와 세피르는 그늘진 얼굴을 하면서, 귀여운 뱁새로 다시 돌아온 이비를 보고 동공에 지진이 자동으로 일어났다.
얼마나 심한 지진인지 강도 8.0이라고 보면 그만, 너무 충격적이어서 이미 내 정신적으로 무언가가 금이 간 뒤에 깨져버린 상태였다.
“아리엘? 괜찮아?”
“아. 네. 잠깐 이비 좀 보고 있었어요. 이비는 데리고 나갈게요.”
켈모리아를 뒤로하고 이비를 데리고 나가 거실로 나간 뒤에, 새모이를 주고는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에 입을 열기 시작했다.
“세피르. 이거 대체 뭐야?”
“아니. 나에게 물어봐도 잘 모르겠다니까? 내가 인큐버스로 오래 살아와서 잘 알고 있는 것은, 여자들의 몸과 마음을 기쁘게 해주는 테크닉 밖에 없다고? 애초에 이런 동물에 대해 물어볼 거면, 파브르 씨에게 물어봐야지?”
“파브르 씨는 곤충에 대해서 잘 아는 거고! 그리고 몸과 마음을 기쁘게 해주는 테크닉이라고 하지마. 사람들이 오해하잖아?”
“뭐. 그저 지압하는 거와 마사지뿐인걸?”
이건 키메라 연구를 오래한 미친 과학자의 결과물이라고 생각할 만한, 충격적인 이비의 모습은 어지간히 나의 마음을 뒤흔들어놔서 쉽사리 진정하지 못했다. 1층 거실에 나와 세피르가 소근거리는 걸 어디서 봤는지, 밀리아는 “아리엘? 세피르? 거기서 뭐해요?”라는 말과 함께, 2층에서 천천히 내려오기 시작했다.
“그보다 아리엘. 미스 카멜롯에 출전한다면서?”
“켈모리아가 억지로 시키니까. 어쩔 수 없지.”
“저야 항상 응원하고 있을게요. 솔직히 이번에 아리엘이 나오지 않았다면, 제가 나가야 하는 급박한 상황이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래도 지금 아리엘의 매니저로 수행하게 될 테니 영광으로 아세요.”
매니저?
“학생회나 신경 써. 이런 일에 대체 무슨 매니저를 한다고?”
“아리엘은 메이크 업에 약하잖아? 어쩔 수 없이 내가 따라다녀야지.”
하지만 뭘까? 저 사심이 가득한 눈빛은 마치…….
“날 어디 인형으로 취급하려는 생각은 아니겠지? 그리고 너무 가까우니까 좀 떨어져서 말해주겠어?”
얼굴을 너무 가깝게 마주하며 나의 모습을 뚫어져라 관찰하는 이유는, 분명 화장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시뮬레이션을 돌리는 것은 너무 앞서나가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지금 아리엘의 매력을 멀리 전파하려면, 어느 정도의 반전인 요소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예를 들어서 아리엘이 처음에는 남장을 하면서 걸어오다가, 모자와 겉옷을 탈의하는 순간, 청순한 여자가 되어 남심과 여심을 한번에 사로잡는 방법이라던가!”
“폭주 중일 때 미안하지만, 내가 남장을 하는 것은 무리라고 보는데? 몸도 몸이고 외모도 외모라서…….”
“아니! 어설픈 남장이라서 더 좋은 거야! 본래 여자처럼 곱디고운 남자가 인기 있는 이유 또한, 아무리 자신이 남자답게 꾸며도 어여쁜 티는 숨길 수 없기 때문이라고! 그것이 바로 남장의 마음가짐이거늘! 아리엘은 왜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하는 거야!”
어깨를 잡고 흔들며 나에게 시대의 흐름이나 읽으라며 다그치는 밀리아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나는 로하나가 아냐! 아르타니스!”라는 말을 하려다가 집어 삼켰다. 하지만 내 어깨를 흔드는 그 행동이 이비의 신경을 건드렸고, 쏜살같이 빠르게 날아와 날개를 퍼덕이며, 굉장히 화가 난 이비는 밀리아를 무섭게 위협하고 있었다.
“어라? 이 뱁새는 또 뭐야? 저리 안가?”
바람을 이용해서 충격파를 일으키는 마법을 아무렇지도 않게 뿜어내서, 이비는 저 멀리 날아가버렸다. 데미지는 받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물리적인 법칙은 받는 모양이었다.
“잠깐만! 이비를 화나게 하지마! 분명 후회한다고!”
“이비? 아. 저 새 말하는 거야? 지금은 저런 뱁새에 신경을 쓸 때가 아니라고! 미스 카멜롯에 기왕 출전하는 거라면, 너를 제대로 꾸며서 모든 이들의 시선을 전부 뺏어버리겠다는 것이 목적이야. 어라? 왜 그림자가 지는 거지? 도대체 이번엔 누가 서 있는 거야!”
누가 서있냐고 고개를 돌려 물어본 밀리아의 표정에, 그림자와 근심이 가득해지기 시작했다.
자신이 아까 귀찮다고 날려보냈던 이비는, 크기가 커진 상태로 성인남성의 몸을 하고 있었으며, 귀엽고 동글동글한 뱁새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냥 보디빌더처럼 근육질인 몸에 뱁새 머리만 붙여놨다고 해야 더욱 이해가 쉽게 되려나?
“아리엘? 너 나에게 환각마법 걸었니?”
“아니. 그러니까 화나게 하지 말라고 했잖아.”
이비는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며 밀리아에게 천천히 다가왔고, 밀리아는 서서히 거리를 벌리면서 마법식을 허공에 그려나가기 시작했다. 집 안에서는 바람마법이 그나마 안전하기 때문에, 밀리아는 오른손에 바람의 창을 만들고는 입을 열었다.
“윈드 스피어!”
하지만 이비는 날카롭고 빠르게 날아가는 바람의 창을, 한 손으로 가볍게 잡은 뒤에 그대로 힘을 주자 바람의 창이 가볍게 파괴되었고, 충격과 공포로 인해 몸이 움직이지 않는 밀리아의 바로 앞까지 걸어오고 난 뒤에, 이비는 밀리아의 최후를 알려주는 단 한마디의 말을 했다.
“삑삑!”
“싫어어어어어어!!!”
그 이후로 우람한 팔 근육이 다 비치는 강력한 아이언 클로가, 밀리아의 머리를 감싸며 5분간 풀어주지 않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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삑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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