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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몬드가 준 목걸이와 어디에 장식을 해놨던 은 세공품은, 모두 별의 아이였던 루멘의 작품이었다. 다만, 지금은 별의 아이 후계자가 다른 대륙으로 가버리는 바람에, 2개를 합하면 무슨 일이 터질까? 나름 겁이 나지만 이건 루멘의 마지막 메시지라고 생각을 하고, 어떻게 하면 조합을 할 수 있을지 계속해서 이리 붙여보고, 저리 붙여봐도 결합은커녕 퍼즐이 맞지 않는 답답한 상황 속에서, 나는 오늘도 생각하며 고민하고 있었다. 2개가 어떻게 결합을 해야 하는지 알 수도 없고, 두 개의 작품은 전혀 상관이 없을 법했다.

 

주인. 벌써 2시간째 그러고 있지 않는가? 짐과 놀아다오.”

 

내 윗옷을 잡아당기는 검은 고양이를 보고는 입을 열 수 밖에 없었다.

 

이걸 해결해야 놀던 말던 하죠. 적어도 오늘 안으로 일을 처리해야 제 마음이 편안할 것 같으니까요.”

 

항상 속전속결로 일을 처리해서 분량이 안 나오지 않는가?”

 

분량 소리 하지 마시죠.”

 

양반다리를 하며 깊게 고민하고 있는 내 모습이 어디가 못마땅한지, 계속 어깨를 넘어 머리위로 올라가는가 하면, “주인! 이것 보아라! 짐이 지금 육포를 먹고 있노라!”라고 말하고 있었고, “짐과 가위바위보를 하거라 주인!”이라는 말 한마디에 가위바위보를 잠깐 해주다가, 천장에 머리가 박혀서 다시 빼내는 등. 여러모로 수난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별 다른 힌트도 찾지 못했다.

 

조합을 하면 나온다고 하는데, 조합을 하는 방법이 있어야지. 그렇다고 둘 다 녹여서 다시 만들어 낼 수도 없고. 복잡함이라는 단어는 머릿속에 뇌세포들을 계속 괴롭히기 시작했다. 하얀 올빼미의 모습을 한 시나는 나처럼 멍하니 보면서, 생각을 너무 깊게 하는 나머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집중......

 

...”

 

그냥 자고 있었냐!

 

. 죄송합니다. 마스터. 30초 동안 아무것도 안 하면 잠에 빠지는 지병이.”

 

여신에게 그런 지병이 어디 있어!”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듣고 나서 결국 오늘은 머리에 쥐가 날 것 같으니, 잡화점 바닥에 누우면서 포기 선언을 했다.

 

이걸 대체 어떻게 풀어야 해? 적어도 힌트라도 줘야지.”

 

손님이 자신이 용사란 이유로 입을 잘못 놀리다가, 두들겨 맞고 내쫓기는 새벽에 아무리 생각해도 도저히 생각이 나오지 않고, 레이몬드가 준 보석을 보며 입을 열었다.

 

설마 기묘한 모험 2부에서 나오는 에이자의 붉은 돌은 아니겠죠. 나중에 엘리시아가 궁극의 생명체로 변신하기 위해, 이걸 사용한다는 그런 바보 같은 전개가 일어나면, 지금 당장 글쓴이를 찾아가서 오버드라이브 비트에 맞춰서 때린 다음에, 이곳에 일어난 모든 기록을 다 지울 거에요.”

 

아서라 주인. 지금 이 순간에도 글쓴이는 보고 있노라. 그리고 붉은 돌이라고 해서 전부 슈퍼 에이자가 아니란 소리다. 게다가 이 보석을 지닌 목걸이의 이름은 영겁의 노래라는 작품이지 않는가.”

 

영겁의 노래.

이름에 힌트라도 있는 걸까?

 

레시아. 이걸 착용하고 노래나 불러봐요.”

 

짐이 말인가? 이름에 힌트라도 있다는 단순한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니겠지?”

 

! 들켰군.

 

오히려 단순한 생각이 판도를 바꿀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하거든요? 뭐 그래도, 이 목걸이가 음파에 동조하는 물건이 아니라는 그 증거는, 브레체투스 가문의 파티장에서 이미 확인된 바가 있긴 하네요. 거기서도 은은한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왔다면, 뭔가 이변을 일으켜야 하는 것이 맞을 텐데.”

 

게다가 이 두 가지를 합치는 방법이 존재하지 않았다. 나에게 준 세공품은 사람의 모양을 하고 있는 세공품이었으니, 뭔가 조각에 끼우는 홈이 없는 건 당연한 일.

 

오늘은 이것 때문에 아침 해가 뜰 때까지 못 자게 생겼네요. , 잡화점의 일도 새벽까지 해야 하니까 당연한 일이지만, 지금은 머리가 아파서 허브티나 마셔야겠어요.”

 

휴식은 인간이 가져야 하는 필수적인 것이기 때문에, 휴식을 한다면 신속하기 쉬는 것이 답안이라고 생각한다. 편안하게 의자에 앉으면서 따듯하게 물 온도를 맞춘 허브티를 가져와, 답답한 속과 머리를 뚫어주는 듯한 상쾌한 향이 스며드는 듯 들어왔다. 자동으로 힘껏 향을 빨아들이고 입으로 내쉬는 이 기분을 만끽하기 위해, 그 고생을 했다고 생각하면 의외로 살아가는 것에 대해 나쁘지 않다고 본다.

 

영겁의 세월을 살아간다면 유일한 낙은 무엇일까? 노래를 부르는 것도 한가지의 휴식이 되는 것일까? 아니면 영겁의 세월을 살아가는 동안 여러 죽음을 보고, 그들을 위해 진혼곡을 부르는 연습을 하는 것일까? 해석과 관점을 다양하게 잡으면 여러 가지로 해석할 수 있지만, 지금은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고 서로 놓여있는 세공품들을 보고 있었다.

 

주인의 무릎은 언제나 마음이 안정되는군. 무릎만 따로 잘라가서 쓰고 싶을 정도다.”

 

그런 무서운 말을 당사자 앞에서 하는 거 아니에요. 무릎만 잘라서 쓰고 싶다니 대체 어떤 엽기적인 생각을 해야 그런 발언이 바로 튀어나오는 건가요?”

 

짐은 마왕이니라.”

 

아니. 그건 마왕 가지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고 봅니다만?”

 

항상 심심할 때마다 맑고 깨끗한 무리수를 던져버리는 레시아의 버릇이, 가면 갈수록 더욱 심해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언제나 할 말이 없을 때는 무리수를 던져서 내가 태클을 걸게 만들고, 시나는 그 옆에서 계속 멀뚱멀뚱 보고만 있었다.

 

어차피 생각이 안 난다면 하루 정도 쉬어도 괜찮지 않은가? 브레체투스의 꼬맹이가 준 의뢰는 딱히 기간이 정해져 있지 않노라.”

 

맞습니다. 마스터. 그저 비밀을 풀어달라는 것뿐이지, 기간은 확실하게 정해져 있지 않는 한, 맨 처음부터 너무 골똘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나는 입안을 허브티로 적시면서 골똘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는 시나의 말과는 정 반대로, 계속해서 그 세공품들을 떠올리고만 있었다. 나 스스로가 휴식을 취한다고 해도, 머리는 휴식을 취할 수 없는 이 바보 같은 모순을 어찌해야 할지.

 

아직도 생각하고 있는가? 주인.”

 

. 지금은...으악!”

 

만약에 약간 어두운 분위기에서 느긋하게 차를 마시며 생각하고 있는데, 테이블 밑에서 느닷없이 소녀의 얼굴이 튀어나와 물어본다면, 그건 소스라치게 놀라는 일 중 하나다. 너무 놀래서 의자가 뒤로 넘어가 머리에 거대한 고통이 휘말리면서, 나는 뒷머리를 감싸고 고통을 인내해야 했다. 붉은 빛의 눈동자는 키득키득거리며 날 쏘아보고 있었고, 나는 그에 대해 입을 열어야 했다.

 

대체 언제 되돌아온 거에요.”

 

그야 당연히 멍한 표정으로 생각하고 있을 때가 아닌가? 허브차가 차갑게 식어서 김이 나오지도 않을 정도로 정지된 상태였다. 그건 그렇고 세공품 생각만 하고 있으니, 이 이상 진전도 안 되는 것 같기도 하고, 마왕인 짐의 지식을 빌려 주도록 하지.”

 

10대 초반의 앳된 소녀로 변한 레시아는, 작은 가슴을 내세우면서 당당하게 선전포고를 하고 있었다. 조그마한 칠흑의 드레스를 흩날리며 천천히 두 세공품 사이로 사뿐사뿐 하게 걸어가고 있는 레시아의 뒤로, 비단결과 같은 연보라 빛 머리카락이 허공에서 춤췄다. 작은 손으로 사람 모양의 세공품을 붙잡고 바닥에 눕혔다.

 

루멘은 짐도 만나본 적이 있노라. 예전에 주인이 엘븐 포레스트에 들어가서, 페어리 퀸에게 좌표마법을 전수받고 있을 당시에, 루멘이라는 꼬마는 마왕인 짐에게 당돌하게 찾아왔었지.”

 

작은 왼손은 붉은 보석이 있는 목걸이를 움켜잡고는 세공품의 앞쪽에 위치를 시켰다.

 

. 주인. 이게 바로 조합의 비밀이다.”

 

조합의 비밀이라고 할 지라도, 그냥 세공품을 바닥에 눕혀놓고, 그 앞쪽에다가 영겁의 노래를 바닥에 놓은 것뿐이잖아요? 그게 대체 무슨...”

 

나는 불에 비추어진 그림자중에 하나를 보고 경악했다. 영겁의 노래와 사람 모양의 세공품을 비추는 불빛은 다양했는데, 그걸 비추고 지나간 빛이 새긴 그림자의 모양이 전부 다 달랐다.

 

무슨 말도 안 되는!”

 

하얀 올빼미는 감탄하듯 입을 열었다.

 

의외로 제법이군요. 냥캣.”

 

그대가 머리를 못쓰는 거다. 비둘기. 짐은 애초에 마왕이니라, 퍼즐 하나 제대로 풀지 못하는 것이 무엇이 지도자란 말인가? 비록 주인에게 들어온 의뢰는 주인이 직접 해결하라고 배려를 해주고는 싶었다만, 해결이 안 되면 답답해지는 주인이 짐을 소홀히 하는 것이 더 문제이니라. 그러니...”

 

넘어져서 상체만 일으키고 있는 내 상황을 노린 듯이, 내 무릎에 작은 고개를 눕힌 레시아가 응석부리기 시작했다.

 

짐의 머리를 쓰다듬어도 좋다. 아니면 이 상태로 그냥 잠을 재워도 상관 없노라. 짐에게는 상이 필요하노라.”

 

보통 마왕이 부하에게 상을 내리는 경우가 많지 않나?

 

알았어요. 잘했어요 레시아.”

 

머리를 쓰다듬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게 웃고 있는 레시아의 모습에 질투라도 하는지, 시나의 분위기가 점점 안 좋아지기 시작했다. 하얀 올빼미에게서 북두의 기운이...아니, 뭔가 알지 못한 살기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냥캣.”

 

애초에 짐은 주인에게 도움이 되었기 때문에 보상을 요구한 것이다. 그러니 비둘기는...”

 

하지만 시나가 입을 여는 것은 전혀 다른 이유였다.

 

아뇨. 냥캣.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라, 그림자에 붉은 달빛을 쐬고 있는듯한 이 조각상, 왠지 더 커진 것 같지 않습니까?”

 

레시아는 그런 바보 같은 일이 있을 리가?”라고 하며 고개를 들고 바라봤을 때, 그림자 속에 있는 사람 모양의 세공품이 미묘하게 커졌는지 아닌지 잘 모를 정도로, 성장한 모습을 관측이라도 한 듯. 아무런 말도 없이 천천히 나아갔다.

 

묘하군. 확실히 0.3mm정도 더 커졌노라.”

 

쭈그려 앉는 소녀와 올빼미가 이리저리 관찰하면서 입을 열기를...

 

아니. 지금도 계속해서 성장하려는 모습이 보이는군.”

 

레시아는 영겁의 노래를 치우고, 세공품에 손을 뻗은 뒤 입을 열었다.

 

깨져라.”

 

-파앙!

 

잡화점 바닥과 같이 폭발해버린 장소에서는 검은 연기가 피어 올랐고, 뜬금없이 내 마나를 이용해서 마법을 사용해버린 레시아에게 입을 열었다.

 

잠깐! 루멘이 남긴 세공품이라고요!”

 

당황한 내 목소리와는 달리, 받아 치는 어조는 매우 담담하고 가라앉히게 만드는 목소리. 레시아는 당연히 알고 있다는 듯 즉답을 했다.

 

알고 있다. 다만, 지금 이 세공품은 지금부터 세공품이 아니다. 영겁의 세월 동안 달빛 아래에 노래하며, 자신의 부활을 기다리는 자의 모습이기도 하다. 터무니 없는 물건을 우리에게 맡겨버렸으니, 이건 잡화점에서 따로 떨어뜨려 보관하는 것이 옳은 이치다.

 

이게 대체 뭔데요? 루멘이 왜 이걸 만들고 우리에게 남긴 건가요?”

 

레시아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지만 시나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건 별의 아이가 만들었다기 보단, 누군가가 별의 아이를 조종해서 만들어진 것입니다. 마치 붉은 달이 뜨는 날에 강림할 신을 본 따서 만든 기분이군요.”

 

시나의 말을 마지막으로 10분간에 걸쳐서 철저하게 봉인을 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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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인생 살기 싫다...

진상들이 뭐 이리 많이 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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