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 373
373
아이니스와 더불어 마리의 정기까지 모조리 흡수해서, 체력과 고통을 어느 정도 회복했을 무렵. 3팀이 탈락했다는 소리가 울려 퍼지고 5팀의 남은 잔당들을 처리하러 가기 위해, 지도를 펼쳤을 때는 서서히 좁혀지는 원의 경계에 아슬아슬하게 걸쳐져 있는 위치였으니, 바쁘게 이동하지 않아도 정말 다행이었다. 얼마나 아슬아슬하게 걸쳐져 있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은, 그저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전기그물 같은 것이 위치하고 있었다.
“5팀의 남은 잔당은 어디로 도망을 간 건지 몰라도, 정말 찾기 어려운 동네란 말이지. 가끔가다 보이는 거대곤충들은 어떻게 다루는 방법이 없을까?”
“이 아이들도 자연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인걸. 그냥 놔두는 것이 답일지도 몰라.”
마를렌과 아르메가 서로 이야기를 하는 동안, 파르시아와 나는 주변을 탐지마법을 펼치면서, 매복의 위치를 서서히 밝혀내기 시작하고 있었다. 당연히 우리가 마법을 사용하면서, 그 마력을 역탐지하면 우리의 위치가 보이겠지만, 그걸 물고 우리에게 돌격하거나 접근 하는 것은, 오히려 자살행위라는 것을 상대방이 알고 있으니, 시간을 들여 느긋하게 찾으면 그만이다.
어차피 점점 압박을 받는 것은 상대방이지, 우리가...
-5팀 탈락.
압박을 받는 것은 아니었을 터인데. 우리는 울려 퍼지는 목소리로 인해 모두 탐지마법을 종료하고, 숨을 죽이며 걸음을 멈추고 우선 눈으로 주변에 누군가가 있는지 확인하기 시작했다. 5팀이 탈락했다는 것은 이제 2팀인 우리와 7팀인 카멜롯 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니까. 이제부터 한 명이라도 제대로 아껴야만 승산이 높다.
“이제부터 승리를 향한 싸움이라고 보면 돼. 지금부터 어느 누구도 낙오하지 말고 제대로 따라오도록 해.”
아직까지 45분정도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원은 점점 빠르게 좁혀지기 시작하면서, 나와 제자들은 북동쪽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달리는 와중에 유난히 강화된 청각과 시각이, 7팀으로 추정되는 그림자를 포착하고 나서, 섣부르게 공격하지 않고 제대로 분석을 해야만 했다.
“아르메 바람의 정령을 다시 보내서 정찰해줘.”
거대한 장궁을 왼손에 잡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바람의 정령을 보내듯이 보이지 않는 풍압이 빠르게 북동쪽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바람의 정령을 보낸 지 4초정도 뒤에 반대편에서 일그러진 무언가가 날아왔다. 무심결에 마법방패를 생성했는데, 튕겨나가면서 지금의 상황이 어떤 상황인지, 제자들에게 목소리를 높였다.
“공격 들어온다! 엄폐해!”
하늘에서 빛의 창이 내 바로 얼굴 앞에 박혀나가는 것을 시작으로, 하늘에서 비 대신에 창이 떨어지는 놀라운 재앙을 경험했다. 오래 살고 보니 이런 일이 벌어지기도 하지만, 전부 마법방패를 거북이처럼 둘러쓰고 기어가고 있을 무렵.
“여기 있었군! 아테리카!”
왼쪽 편에서 날아온 남학생은 자신의 초콜릿 복근이라도 자랑하려는 듯이, 아니 자세히 보니 주먹에 불꽃이 자리잡고 있는 것을 자랑하려는 듯이, 파르시아를 향해 날아들고 있었으나, 루크는 순식간에 거리를 좁혀서 어깨로 밀치고는 목검에 마나를 담기 시작했다.
“어디에서 볼법한 양아치 비슷한 녀석은 꼭 있군?”
“너도 어디에서나 볼법한 범생이처럼 생겼잖아?”
루크와 카멜롯에 선봉대로 보이는 남학생과 싸우려는 사이에, 마를렌은 다른 쪽에서 덩치가 큰 남학생과 마주하고 있었다. 아무리 카멜롯이 괴물이라고 하지만, 우리와 비슷할 정도로 전원 모두 생존한 상태였다니.
“각개격파는 가능하면 하도록 해. 조금이라도 힘들 것 같으면 그대로 도망가면서 시간을 벌어.”
내가 아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은 이게 전부였지만, 내 앞에 아리엘이라고 불린 소녀는 당차고 자신감 있게 입을 열었다.
“모두 각개격파 실시! 한 사람이라도 낙오되면 그날로 죽는 줄 알아!”
아르메와 파르시아는 아리엘을 제외한 남은 두 여학생과 교전하기 시작했고, 나는 그런 아리엘과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복장은 학원생인데 리더 참가 자격은 어떻게 얻은 거야? 이건 그냥 궁금해서 질문 차원으로 물어보는 건데?”
“그야. 저는 켈모리아...아니, 학원장님의 비서니까요. 특수권한으로 부학원장의 자리까지 올라갈 수 있는 자리이기도 하죠.”
카멜롯 마법학원에는 켈모리아 씨가 확실히 모든 권력을 잡고 있는 듯 보였다. 아무리 봐도 아직까지 다른 친구들하고 간식이나 먹으면서, 좋아하는 남자에게 고생하며 청춘을 보내고 있어야 할 나이처럼 보이는데, 학원장의 비서라는 위치에 올라가 있다니?
“그거 좀 골치 아픈 인생이네.”
“그보다 고양이 귀는 어디서 솟아난 거죠?”
노을에 물든 듯한 주홍빛의 눈동자는 내 머리 위를 향하고 있었다.
“아. 그냥 써봤어. 잘 어울려?”
“네. 상당히. 데려가서 키우고 싶을 정도네요.”
“마음에 없는 소리 정말 고맙네.”
“아뇨. 이건 진심이에요?”
나는 아리엘의 목을 살펴봤을 때 쵸커 같은 검은 물체가 착용 되어 있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목에 감겨있다는 말을 골라야 할 정도. 인위적인 무언가가 감싸인 불길한 기분을 떨쳐내고는, 선제 공격을 먼저 하기로 했다.
“마나 캐논!”
부채꼴로 퍼져나가는 푸른 빛의 마나가 모든 것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있는 사이에, 언제 내 뒤를 점한 아리엘의 손바닥이 내 옆구리를 노리고 있었다. 왼발에 힘을 주어 점프를 뛰고 그 회전과 동시에 오른발로, 손목을 힘껏 후려쳐서 공격을 받아 쳐내고, 오른손으로 짚어서 겨우겨우 다시 자세를 잡을 수 있었다.
방금 전에 무슨 움직임이었는지 몰라도, 단거리 공간이동은 어떻게든 재빠르게 이동하는 것. 그러면 내 주변에 폭발하는 지뢰밭이라도 설치하면서, 다른 쪽으로 이동하는 아리엘의 움직임을 봉쇄할 수밖에.
“가능하면 빨리 끝낼 생각을 하고 있겠죠? 물론 저도 마찬가지에요. 이런 바보 같은 일이 빨리 끝나야. 저 또한 평화로운 일상을 위해 살아갈 수 있으니까요.”
어라? 아리엘도 나처럼 일상의 평화를 바라고, 존중하고, 이상을 품는 아이였던 건가!
“동지!”
“네? 갑자기 왜 그러세요? 카린 씨?”
느닷없이 휘둥그래진 아리엘의 눈을 보고, 안드로메다로 이탈하던 나의 정신을 다시 찾아왔다. 고개를 흔들어서 지금은 이 아이가 나의 적이라고 생각해야 하지만, 점점 깊게 생각할수록 이 싸움은 무의미해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아, 아니야. 그래도 나와 비슷한 이념을 가진 사람을 보니까 반가워서. 왠지 싸우면 안 되는 사람과 싸우는 기분이라 마음 한 구석이 편하지가 않네. 오랜만에 좋은 친구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아, 잠깐만 눈물 좀 닦고.”
아리엘의 표정으로는 “이 사람은 대체 뭐 하는 사람이야?”라고 생각하겠지. 그건 그렇다 하더라도, 지금 당장은 우리 쪽이 열세라고 생각하기에, 나는 천천히 다른 아이들을 몰래 도와주기로 했다. 지금 당장은 아리엘의 공격을 받아 치거나, 방어할 수 있으니.
“오닉스의 불꽃이여...”
나의 양손에 발현하고 있는 마법검과 더불어, 제자들의 모든 무기에 전부 검은 불꽃이 서서히 만개하고 있었다. 어차피 아리엘에게 항복을 받아내거나 재기불능만 시키면 끝나기 때문에, 지금 아껴왔던 것을 모조리 토해낼 준비를 하고 있었다.
게다가 적어도 내 제자들은 상대를 어떻게 해서든 3번을 때릴 수는 있으리라고 믿고, 이번엔 아리엘에게 공간을 접으며 거리를 순식간에 좁힌 상태로, 왼손에 들린 마법검이 아리엘의 몸을 사선으로 그어나갔지만, 마치 환영이라도 베어 넘어간 듯 아무런 느낌도 나지 않았다.
그리고 또 다시 날아오는 아리엘의 주먹을 오른쪽의 팔꿈치로 쳐내며, 궤도를 다시 꺾기 시작했고, 어쩔 때는 공격이 안 맞고, 방어할 때는 묘하게 물리적인 충격이 전해져 온다. 그렇게 되면, 추론할 수 있는 결과물은 단 한가지로 내가 공격을 하면, 어디론가 몸체를 이동한다는 의미이고, 그것은 시공간마법이라던가 그런 고차원적이고 매우 어려운 것이 아니라, 미리 생성한 환영에 자신의 몸을 옮기는 환술사의 기술이다.
나는 천천히 자세를 낮추고 아리엘을 노려보기 시작했다. 조금이라도 나의 눈 앞에 있는 소녀의 움직임을 전부 놓치지 않기 위해서.
“그보다 그 주먹에 있는 마나는, 예사롭지 않은 걸 품은 모양인데? 그저 때리는 것을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내 몸에 흘려 보내는 것을 노리고 있지 않아?”
“정말 무서운 사람이네요. 저와 제대로 싸운 지 이제 5분도 지나지 않았는데, 하지만 저도 알아낸 것으로 보면, 당신은 본래 마법사의 움직임이라기 보단, 검사에 가까운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어요.”
“나도 마법을 배운지 이제 1년정도 밖에 안 됐거든.”
“마법을 1년만 배웠는데 그 경지까지 가는 것은 정말이지 괴물이 따로 없네요.”
“너도 마찬가지야. 내가 마법사보다 검사에 가깝다는 사실을, 무투제에서 처음 싸워보는 네가 처음으로 밝힌 사실이니까.”
긴장감이 팽팽하던 찰나에 그 긴장을 한 순간에 무너뜨린 것은 날카로운 아르메의 비명소리였다. 아무래도 저기 금발머리를 하고 있는 원소술사에게, 밀리고 밀리다가 결정타를 맞고 기절했는지 바닥에 쓰러져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 다음으로는 마를렌을 향해 시선을 돌렸을 때는, 고전하고 있는 모습이 너무나도 역력했다.
“애초에 저와 우리팀원들은 마법 기초반이라고 하지만, 저기 공중에서 카린 씨의 제자를 처음으로 쓰러뜨린 밀리아는 달라요. 엘리트 중에서도 엘리트인 만큼, 이제 슬슬 다른 곳에서도 각개격파를 하기 위해 지원을 나갈 것이고, 무너지는 것은 시간문제네요?”
나와 제자들은 서로를 믿는 팀플레이라면,
아리엘과 그 팀원들은 서로의 개인 기량으로 어쩌다 보니 이루어진 팀플레이.
카멜롯에 괴물이 많다고 하더니 루크마저 압도하고 있는 저 연한갈색 피부의 남학생, 그리고 마를렌을 고전하게 만드는 덩치 큰 남학생. 파르시아와 계속해서 교전하고 있는 검은 머리의 여학생마저, 전혀 다른 분위기를 가지고 남을 철저하게 능욕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나는 아직까지 희망을 보고 있는 것이 한가지 있었으니.
“그나저나 3개야.”
“네?”
“아까 그 금발머리의 여학생. 아르메에게 3번의 공격을 맞았는지 검은 불꽃이 머리 위에서 맴돌더라고?”
그 외에도 모든 아이들이 기절할지 언정, 최소 3번은 때리고 기절하겠다는 결사의 각오로, 그리고 나머지는 다 나에게 맡기겠다는 일념과 함께, 천천히 아리엘에게도 마지막 결정타를 꽂아 넣기 위한 최후의 몸부림을 치고 있었다.
내가 전방을 공격해도 측, 후방에서 나타난 아리엘의 환영들을, 모조리 휘두를 수는 없으니 공격을 맞은 방향으로 내지르는 수 밖에 없었다.
-팡!
거대한 타격이 내 배를 강타하고 있을 쯤에, 마법검을 3번 휘두르며 서로 공격을 받고 저 거리를 벌리기 시작했다. 아리엘에게는 3번중에 하나라도 맞으면 성공이었지만, 어째서인지 내 몸 안쪽에서 거대한 폭발이 휘몰아치기 시작하더니, 숨이 턱 막혀오면서 목 위로 올라오는 거북하고 기분 나쁜 것을 토해냈다.
토해낸 것은 다름이 아닌 피.
그것도 너무 많이 쏟아내서 더 이상 다리가 펴지지도 않을 지경이었다.
-7팀 페널티.
“페널티를 먹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카린 씨는 적당히 한다고 해서 끝날 사람이 아니에요. 따라서 세피르에게 배운 마법을 전력으로 당신에게 후려쳤습니다.”
“크훅! 바보 같은...마나가, 내 중심에서 터져버리다니?”
“하란국의 비전서 중. 내가중수법이라고 아시는지요? 그거의 리메이크라고 봐도 됩니다. 상대의 마나 회전을 멈추게 하고, 자신의 마나를 넣어 외부가 아닌 내부를 망가뜨리는 기술. 이제 얌전해진 카린 씨를 마무리만 하면...”
나는 어디선가 봐온 것이 데자뷰라도 되는 듯.
그 사람의 명대사를 따라 하기 시작했다.
“그 다음의 너의 대사는...”
그리고 일심동체라도 된 듯이 정확하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저희들의 승리입니다.”
“‘저희들의 승리입니다.’라고 말하지.”
아리엘은 자신이 무엇을 당했는지 아는 눈치인 듯. 소스라치게 놀라기 시작했으나 이미 나의 점화버튼은 준비가 완료 되었다.
“무슨 소리를! 그보다 그 패턴은!”
“내가 무슨 소리를 하는지 알고 있는 너라면 결말이 어떻게 되는지 알겠지! 너의 머리 위에 있는 불꽃은 처절하게 지기 위해 만개하고 있다고! 치명적인 일격을 맞은 것은 확실하지만, 그 사람이 엄지 손가락을 움직일 수 있는 힘은 남아있다는 걸 알아야지! 이제 한계다! 누르겠어!”
나는 어디 누군가가 빙의라도 한 듯이 소리친 뒤에, 엄지손가락으로 누르는 제스쳐를 취했다.
-딸칵!
“바이츠 더 더스트!”
“말도 안...”
-파바바바방!
5개의 검은 불꽃이 연속으로 터져나가면서 정화하는 어둠은, 모든 것을 어둠으로 되돌리고 있었다. 솔직히 바이츠 더 더스트를 외치지 않아도 발동이 되는 마법이었으나, 마무리는 마무리라서 멋진 명대사를 내가 쓰고 싶은 욕심에, 다른 기묘한 곳에서 그 말을 빌려올 수 밖에 없었다.
한 가득 검은 불꽃의 세례를 받은 듯이 비명을 지른 뒤에, 아리엘도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끝내 쓰러져 기절하고 말았으며, 나 또한 “최종 우승은 2팀입니다.”라는 소리를 듣고 나서야 편히 눈을 감을 수 있었다.
=============================================================================================
여김없이 터져나오는 패러디들...
'취미로 글쓰는 중? > 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 375 (0) | 2017.03.15 |
---|---|
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 374 (0) | 2017.03.14 |
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 372 (0) | 2017.03.12 |
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 371 (0) | 2017.03.11 |
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 370 (0) | 2017.03.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