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잠을 잔다는 의미는 살아가면서 가장 중요한 것인데, 켈모리아가 자신과 욕실을 같이 안 들어갔다는 빌미로, 끌어안는 인형대신 나를 사용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에, 잠에 들기까지 5번의 한숨을 내쉬어야 했다. 켈모리아의 꿈에 침입하는 것은 내 정신만 해로울 뿐. 눈을 감고 눈을 뜰 때, 내 앞에 아침 해가 마중 나오길 기대하며, 천천히 눈을 뜨고 있을 때, 한 소년이 나를 보고 빤히 웃으며 입을 열었다.

 

어서 와. 누나. 자신의 꿈에 들어오는 것은 처음이지?”

 

내가 이걸 전에 들어본 적이 있나? 아니 그게 문제가 아니라.

 

누구지?”

 

나는 누나와 동족이며 세부항목으로는 인큐버스. 이렇게 귀여운 소년이 누나의 꿈에 침입을…….”

 

다시 잘 테니까 방해하지 말고 가.”

 

옆에서 뭐라고 떠들고 있든 간에 나는 다시

 

너무 반응이 차갑잖아? 확실히 나는 릴리스 님의 명령을 받고 온 거긴 하지만, 그렇게 무방비하게 있으면 큰일이 날 거야~?”

 

잠들려고 했지만 뱀이 핥고 지나가는 듯한 꺼림칙한 시선에, 나는 다시 일어서서 그 소년과 마주해야만 했다. 무엇보다 인큐버스라고 자신을 소개한 몽마는 정기를 흡수하기 위함이 아니라, 뭔가 다른 중요한 것을 들고 온 전령과 같은 기분.

 

릴리스라는 사람은?”

 

몽마들의 여왕님이지. 색욕의 공작. 마왕 레프리시아 밑에서 종사하고 있는 13명의 마계 공작 중에 한 분이올시다!”

 

연극을 하듯 과장된 말투와 몸짓으로 릴리스라는 사람. 아니, 마족이 얼마나 대단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 암시를 해줬다. 인큐버스는 천천히 나에게 다가가서 편지를 하나 건네주고, 꿈속에서 편지를 받는 기묘한 경험을 하면서 천천히 종이를 뜯었다. 꿈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현실 같은 감각에 놀랐지만, 편지에 적힌 내용은 대략 간추렸을 때 나를 초대한다는 말이 적혀있었다.

 

꿈의 미로라. 위험한 기분이 드네.”

 

이곳에는 인큐버스, 서큐버스 이외에도, 나이트메어, 모러 등. 여러 가지 몽마들이 모여들어 파티를 여는 장소라고?”

 

내 앞에 있는 소년은 그렇게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설명을 했지만, 나는 이 편지의 진짜 의도를 입으로 말했다.

 

대신 내가 릴리스 밑에 들어오라는 소리겠지?”

 

나는 편지봉투에서 꺼낸 편지지까지 손으로 찢어놓자. “. 이렇게 될 것이라고는 예상했지만.”이라며 실망한 듯한 목소리로 눈처럼 떨어지는 편지조각을 보고 있었다. 이 정도면 내 대답은 대략적으로 알아들었으니 이제 방해하지 말고 멀리 가줬으면 좋겠지만, 인생이 그리 편한 것이었다면 정말 좋았을 텐데.

 

그러면 어쩔 수 없나? 실력행사라도 할 수 밖에.”

 

날카로운 손톱이 땅을 가르며 빠르게 날아오는 소년의 붉은 눈빛을 마지막으로, 허겁지겁 놀라 눈을 뜨자 현실의 아침 해가 나를 맞이하고 있었다. 아무리 어린 인큐버스라고 할 지라도, 아니. 솔직히 저건 인큐버스가 어린 것이 아니라, 원래 저런 모습으로 오랫동안 살아왔을 것이라 생각했다. 죽음을 눈 앞에 두고 식은 땀이 흐르는 것은, 내가 가까스로 살아남았다는 기분을 일깨워줬다

 

제발 잠을 잘 때마다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빌며, 아직까지 자고 있는 켈모리아의 팔에서 벗어나, 잠도 제대로 잘 수 없었던 지친 몸을 이끌고, 욕실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목욕을 끝낸 후에 어제 꿈에서 있던 일을 생각하며, 아침을 만들기 위해 주방으로 걸어 나왔을 때는 아침 7. 켈모리아가 내가 없어진 것을 확인하고 내려온 것이 7 20분 정도가 될 무렵이었다.

 

잠을 제대로 못 잔 것 같은데 아리엘? 무슨 일이라도 있어?”

 

아뇨. 별일 없그렇지. 속여봤자 소용이 없었죠?”

 

켈모리아는 활짝 웃어 보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다 알고 있는 사람 앞에서 거짓말을 한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나는 꿈속에서 봤던 그대로 말했다.

 

인큐버스 하나가 릴리스 밑으로 들어오라는 제안을 했어요. 아직 몽마로 되지도 않았고, 인간인 저에게 말이에요.”

 

. 그렇구나. 그거 곤란하네. 나의 아리엘을 멋대로 뺏어가려고 하다니.”

 

그보다 언제부터 저는 켈모리아 씨의 소유가 된 거죠?”

 

내 비서가 될 때부터?”

 

이 사람에게 진지함을 바라면 안 된다는 생각을 떠올렸다.

 

그건 그렇고 최상급 인큐버스에게 잘도 살아남았네. 까닥했으면 그대로 목숨이 날아갔을 거라 생각했는데.”

 

켈모리아! 다 보고 있었나요!”

 

켈모리아는 과거 영웅 엘티노스와 마찬가지로 모든 마법을 다룬다고 한다면, 분명히 몽마가 사용하는 꿈에 관련된 마법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건 그렇고, 이미 다 보고 있었으면서도 도와주지 않았던 것은 무슨 심보일까?

 

이름만 말할 정도로 꽤나 당황했나 보네. 당연히 나는 다 보고 있었지. 어떻게 그 위기를 넘기는지 궁금했는데 자율적으로 꿈을 끊고 달아날 줄은 몰랐어. 확실히 그 인큐버스가 주도권을 가지고 있었는데도, 강제로 탈환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고 해야 할까? 어찌 되었든 간에 살아남았으니 정말 다행이네.”

 

켈모리아의 설명을 들은 나는 입을 열었다.

 

몽마에게 꿈에서 살해당하면 그 사람은…….”

 

죽어.”

 

켈모리아는 망설임도 없이 두 글자를 뱉어냈다.

나는 다 익은 토스트와 베이컨을 켈모리아에게 주고 그 앞에 앉았다.

 

말 그대로 잠 한번 잘못 자서 죽을뻔한 인생이라니. 현실도 켈모리아 때문에 힘들어 죽겠는데, 이제 자면서까지 다른 몽마의 침입하는 걸로 보면, 고생길이 너무 밝고 힘차게 열린 것 같다. 앞으로 나의 삶이 얼마나 위태롭게 변화해야 할지.

 

그건 그렇고 디저트는 없어?”

 

언제 다 먹은 겁니까? 솔직히 말해보시죠. 마법으로 다 소멸시킨 겁니까?”

 

그럴 리가? 아리엘의 주는 식사는 매우 맛있다고? 내가 아리엘을 비서를 두는 것 중에 가장 다행인 것이 가사일을 잘한다는 거니까. 요리도 능숙하고 솜씨도 좋아서 디저트도 만들어 놓을 줄 알았지.”

 

.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요.”

 

나도 빵 위에 잼을 바르기 시작하면서 아침을 먹으려고 했지만, 켈모리아는 어린 아이처럼 투정을 부리기 시작했다.

 

안 돼. 지금 디저트가 있어야 해. 없으면 학원에 출근 안 할 거야.”

 

정말 다재다능하고 다양한 각도로 나를 미치게 만드는 재주가 있는 사람이다. 내가 빵을 먹고 있는 사이에 수상한 눈빛이 내 정면에서 날아드는 것을 보며, 나의 부족한 끈기를 한탄해 하며 토스트를 내려놓고 입을 열었다.

 

뭐에요? 뭐라도 묻었나요?”

 

. 달콤한 잼이.”

 

그거라면 제가 닦으웁!”

 

제길 또 당했다!

몇 번이고 익숙해지지 않는 이 감각에, 뇌가 서서히 침범 당해서 몸을 제대로 움직일 수가 없었다. ‘설마 식탁에 그릇과 식기도구가 있는데 달려오겠어? 깨지기 쉬운 물건을 사이로 날아오겠어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방심하던 것이 키스를 허용하게 만들었다.

 

. 디저트 잘 먹었어. 그럼 나는 먼저 도서관에 가 있을게. 천천히 오도록 해!”

 

이 치욕은 언젠가 갚아주고 말리라!

 

***

 

언제나 2시간은 마법 기초 A반을 위해서 할애해야 하는 시간인데, 이들에게 오늘 내린 미션은 평정심을 유지하면서 여전히 자습을 시키는 일이다. 확실히 자습 말고는 지금 기간에는 할 일이 없다는 켈모리아의 설명을 들었을 때는, ‘마법 기초 A반의 진정한 의미는 감시뿐인가?’라는 생각만 하고 있을 무렵. 언제나 카를로스와 엘리온이 서로 시비가 붙기 시작하면서 침묵은 금방 깨져 나아갔다. 항상 사소한 이유로 싸우는 이 전투민족 사이어 인 같은 자들은, 이번엔 어떤 일로 싸우려고 하는지 나는 자리에 일어나서 그 둘 사이로 나아갔다.

 

이번엔 대체 어떤 일로 싸우는 건지 알려주시기나 하시죠.”

 

이 녀석이 내 지우개를 빌리고선 모서리 부분으로 지우고 있잖아! 나는 면을 이용해서 정확한 사각형의 지우개가 좋다고 했는데도, 쓸 때 없는 말만 하면서 나의 지우개를 자기 멋대로 쓰고 있으니 열 받아서 참을 수가 있어야지!”

 

애초에 지우개는 글을 지우는 목적으로 만든 물품이다. 모서리든 면이든 지우기만 하면 그만이지. 그리고 오히려 너는 내가 빌려준 연필의 뒷부분을 깎아가면서, 양쪽으로 쓰는 것이 좋다고 시끄럽게 떠드는데. 빌려준 사람에게 있어선 그게 민폐라는 사실을 알아둬라.”

 

뭐 임마? 어디 붙어볼까!”

 

결투라면 받아주지!”

 

나는 이들의 어깨를 잡으면서 진정시켰다.

 

네네. 그만 싸워요. 별것도 아닌 걸로 공부하고 있는 다른 반에게 피해주면 안 됩니다.”

 

서로 씩씩거려도 내 중재에 따라주는 모습을 보면, 어제와는 달리 나도 많이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다. 그나저나….

 

카를로스. 엘리온. 궁금한 것이 있는데. 룬과 이야기는 자주 하시나요?”

 

한쪽 구석에서 크큭! 이제 내가 관심 있는 남자로부터 아무도 오지 않겠지!”라고 음침하게 떠들면서 웃고 있는 여학생을 바라보고는, 카를로스와 엘리온이 나를 보며 입을 열었다.

 

지금은 바쁠 때니까. 고백한 상대에게 차여서 지금 저렇게 저주를 걸고 있다고 하더라고, 그런 녀석에게 다가가서 말을 걸어봤자. 어라? 그러고 보면 어제 너의 말에 대답을 하지 않았던가?”

 

카를로스는 나를 보면서 어제의 일을 회상했다.

 

그건 그렇네요. 그건 제가 학원장님을 보좌하는 비서라서 그런 걸 수도 있지요. 같은 학생이라고 할지라도 맡은 책임에 따라서 신분이 조정되는 이상한 체계를 가진 곳이, 카멜롯의 학원지부니까요.”

 

뛰어난 엘리트를 육성하는 것이 학원의 몫이지만, 이미 엘리트인 학생을 육성하는 것은 학원의 몫이 아니다. 따라서 학원의 학생임에도 불구하고 그 엘리트를 다루기 위해선, 일찍 대학원으로 보내거나, 옆에서 비서나 회계, 학생회장을 하는 것으로 신분이 맞춰진다고 켈모리아가 말했었으니까.

 

꽤나 제멋대로인 시스템이라고 생각해요. 그래도 이렇게 이어져나가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네요.”

 

어쨌든 룬을 보면서 가장 맨 처음에 생각하게 되는 것은, 절대적으로 룬의 적이 되면 안 된다는 일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평생을 저렇게 저주만 걸고 다니는 사람에게 잘못 찍히는 날에는, 안 그래도 고생길을 걷고 있는데 지옥길로 변형되는 놀라운 경험을 체험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비서로서 룬에게 볼일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나는 룬에게 천천히 다가가서 입을 열었다.

 

룬 씨. 오늘은 저와 함께 학원장님께 같이 가야….”

 

뭐라고! 안 돼! 싫어! 그 사람에게 가느니 차라리 죽고 말 거야!”

 

대체 룬을 상대로 무슨 일을 하는 걸까.

분명 정기적인 메인터넌스라고 했는데?

 

하지만 저는 켈모리아에게 룬 씨를 데려가야만 해요. 정기적인 메인터넌스를 받아야 불안전한 폭주를 막을 수 있다고…….”

 

그게 싫다는 거야! 항상 메인터넌스를 할 때마다, 뱀이 기어가는 듯한 그 기분을 느끼고 싶지 않아!”

 

내가 항상 받는 눈빛을 말하는 건가.

그전에 월식을 이어받은 사람에게 정기적으로 메인터넌스를 하는 것은 어떻게 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룬은 어느덧 눈동자가 떨리면서 나를 붙잡고 호소하고 있었다.

 

제발! 날 그 지옥 같은 곳에 데려가지마! ! 맞아! 돈은 얼마나 줄까! 얼마나 주면 눈감아 줄 수 있니?”

 

나에게 뇌물까지 주면서 자비를 바라는 것을 보면, 싫은 것을 넘어서 혐오수준을 넘어선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학원장이 시키는 일을 하는 것이 내 일인만큼, 나는 룬의 눈을 마주하면서 천천히 최면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잠깐. 아리엘. 눈이 빛나는설마최면술을…….”

 

-털썩

 

졸음에 이기지 못하고 책상에 엎드린 룬을 보면서 가엽다는 생각도 했지만, 학원장의 말을 들어야 하는 내 입장을 이해해줬으면 좋겠다. 나도 데려가고 싶지는 않지만, 어쩔 수 없었다는 사실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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