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 327
327
눈을 떠보면 내가 있지 말아야 할 풍경 속에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검은 강물이 흐르는 곳에서 혼자 앉아 뱃사공을 기다리고 있는 이곳, 저 건너에는 아름다운 피안화가 이리저리 만개하고 있었다. 내가 대체 이곳에 어쩌다가 오게 된 것일까? 여전히 기억이 나지 않는 상황에서 저 멀리 거대한 배를 타고 오는 사신은 모습을 드러냈다. 거대한 노를 강물에 저어 나아가는 모습과 비슷한데, 지금 이 뱃사공은 뭔가 좀 달라 보이기도 하고...
“저승에 온 인간은 많이 봐왔지만, 그렇게 길게 독백을 하는 인간은 없었는데. 대체 너는 왜 이곳에 와야 했는지 알고 있는가?”
은은하게 울리는 여성의 목소리가...잠깐만?
“저기. 그 특유의 가래 끓는듯한 목소리를 가진 뱃사공은 어디로 갔어요? 전 그 분과 아는 사람이기도 한데?”
“아. 카론을 말하는 거로군. 애석하게도 뻔뻔하게 천계에서 온 자에게 습격을 받고 비니스의 꽃을 빼앗긴 이후로, 지금은 저승 안에서 근무하고 계시고 있다만, 그러고 보면 죽을 때가 아닌데도 자꾸 저승에 찾아오는 젊은이가 있다고 자주 들었는데. 그게 너였군?”
“아. 저는 카일이라고 합니다. 그보다 제가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전혀 모르겠거든요? 저를 데리고 가든 아니면 저를 다시 지상으로 올려 보내기 전에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얼굴이 드러나지 않는 후드에서도 알 수 있을 정도로, 내 말에 고민이 가득해지기 시작했다. 상대방을 배려하는 뱃사공들은 하나 같이 마지막 부탁이라던가 그런 것에는 약하니까.
“음. 어쩔 수 없네. 충격적인 장면임에도 불구하고 네가 그렇게 보고 싶다고 하면야, 잠깐 회상을 하면서 거듭 올라가 보자고?”
그리고 거대한 노를 허공에 휘두르더니 내 앞에서 기묘한 정육면체의 물체가 나타났다.
“그걸 만져. 그러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거야.”
큐브처럼 작은 투명한 것을 내가 왼손으로 감싸자 멋대로 시야가 바뀌며 잡화점의 내부로 이동이 되었을 때. 시나는 눈보다 하얀 머리카락을 양손으로 묶어 포니테일로 만들고, 앞치마를 착용한 상태로 내 앞에 음식을 내놓은 장면이었다. 내 앞에 먹음직한 음식이 나타났을 때는.
“아니. 시나. 잠깐? 이게 무슨 요리야?”
“전통음식 중에 하나인 원숭이 뇌를 요리한 겁니다.”
“정말 그로테스크한 재료를 선택했구나. 너. 애초에 물어보면 안 되는 음식이었는데, 지금 물어봄으로써 더욱 더 못 먹게 생겼어.”
“물론 농담입니다. 이건 요즘 인기 있는 바이오...뭐였더라. 아무튼 7편에서 등장한 요리입니다. 정확히 자세한 것은 저도 잘 모릅니다.”
“네가 요리 했다면서 어째서 네가 모르는 거야?”
그러니 대체 저 애벌레처럼 하얀 뇌에 일부같이 이상하게 생긴 음식은 대체 뭐냐고!
정말 원숭이 뇌 요리였으면 오늘 점심은 굶은 체로 하멀 씨와 같이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을 텐데, 아무래도 나의 운명은 밖에 나가서 먹는 것이라 생각했다. 적어도 식당에서 먹는 음식이 하멀 씨의 마탄을 막아가면서 먹을 가치가 있지만, 시나는 알 수 없는 정체불명의 요리에 그럴 자신감은 전혀 없었다. 시나는 그 요리에 한 스푼을 뜨고는 내 앞에서 당당하게 입을 열었다.
“마스터. ‘아~’하고 입을 벌려주시길 바랍니다. 되도록이면 눈을 감고 말이죠.”
“그 대사로부터 너에 대해 불신이 생기기 시작했어. 그거 정체가 뭔지 알기 전까지는 절대로 먹지 않아...읍!”
이 이후로는 기억이 없다.
설마 마지막 단어에 ‘아’에 타이밍 맞춰서 정말로 스푼을 집어 넣을 줄이야.
“시나도 요리 시키면 안 되겠군. 레시아는 암흑물질이나 만드니까. 레시아도 시키면 절대로 안 되겠고, 어째서 내 사역마는 요리를 할 줄 모르는 걸까.”
머리를 쥐어 감싸며 절망하고 있을 때, 뱃사공은 천천히 다가가서 마치 개가 냄새를 기억하기 위해 맡듯이 킁킁거렸다. 이리저리 고개를 돌려가면서 ‘대체 뭘 하는 것일까?’ 라고 생각을 하는 와중에 뱃사공은 말했다.
“정말이로군. 이 녀석은 아직 올 때가 안 된 사람이야. 카론의 말대로 죽지도 않았는데 저승에 자주 들락날락 거리는 사람이 있다니. 죽은 자의 냄새가 느껴지지 않는데 어떻게 이곳으로 오는 거야?”
“그걸 제가 더 알고 싶네요. 그럼 저는 돌아가는 거 맞죠?”
“그야 당연하지. 창조주님께서 명계를 창조하신 이래에 전통적인 방법으로.”
“전통적인...잠깐. 아직 마음의 준비가!”
“또 만나는 날을 기다리지.”
양손에 들려있는 뱃사공의 거대한 노를 크게 들더니 그대로 나를 내려찍었다. 그 할아버지는 휘둘러서 내 오른쪽 뺨을 정확하게 가격하는 것이라면, 그 뱃사공은 철저히 머리를 부수기 위해 넓은 면적이 아닌 좁은 면적으로 내 정수리를 강타한 것. 깨질 듯한 머리를 부여잡고 일어났을 때는, 마리아가 기분 좋게 잠이 들고 있는 모습을 눈 앞에서 보고 있을 때였다.
‘연한 초콜릿 피부를 핥으면 정말 달콤한 맛이 나올까?’라는 이상한 상상은 순식간에 옆에 있던 쓰레기 통으로 집어 던져버리고, 평소에는 자신의 매력을 뽐내겠다며 트윈 테일로 만들었던 머리는 쇄골을 넘기는 긴 생머리가 되어 있었다.
“맞아. 하멀 씨와 수사를...”
“굳이 가지 않아도 된다. 카일이여. 첩이 잘 말해놨으니까.”
일어나려는 내 몸을 마리아의 작은 왼팔이 내 가슴을 내려치면서, 꼼짝없이 다시 누워야 했다. 작은 몸으로 명치에 제대로 가격당한 나는, 반대쪽을 보면서 기침을 연달아 하기 시작했고, 애초에 내가 왜 이곳에 있는지부터 물어봐야 하는 것이 정상이겠지.
“덤으로 뭐라 말했는데요?”
“음식을 먹고 재기불능 상태가 되었다고 말했다. 물론 카일이 쓰러지고 나서 스텝들이 맛있게 나눠먹었다고?”
“그 스텝들 다 죽은 거 아니에요?”
나는 태연하게 다시 일어나려고 했지만 아까와 같은 명치가격 패턴이 나와서, 또 다시 공기를 흡입해야만 하는 운명에 걸리고야 말았다.
“그러니까! 아까부터 왜 때리냐고요!”
“낮잠시간이지 않는가? 낮잠시간에는 낮잠을 자는 것이 낮잠에 대한 도리다.”
“무슨 말장난인지 몰라도 지금은 명계에 한번 다녀와서 그나마 몸은 쉬었을 거라고요?”
“그런가? 지금 그 모습으로 나갔다간 꽤 다양한 반응을 얻을 것 같은데?”
그 모습이 대체 뭐길래? 그보다. 알게 모르게 위화감이 든 것은 내가 내 손을 바라보았을 때, 그리고 이제서야 내 목소리 톤을 인지했을 때였다.
“잠깐 거울 좀 주시겠어요?”
느닷없이 여자로 변할 일은 없을 것이고 마리아가 허공에 거울을 소환하자. 나는 천천히 거울 속에 있는 또 다른 나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어처구니 없게도 나는 지금 21세의 모습이 아니라...
“어째서 10대 초반의 모습이야!”
“확실하게는 14세의 모습인 것 같다만 의외로 이때는 성장을 안 했나 보군. 그건 그렇고 이렇게 귀여워서야 정말이지 보기 좋지 않은가!”
마리아가 날 끌어안고 내 볼을 비비기 시작했을 때. 밀치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 내 근력으로는 어림도 없었다. 답답함, 괴로움, 향기로움, 부끄러움 등. 여러 가지 감정이 종합세트처럼 물밀듯이 쳐들어와서, 제발 나를 놔줬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지만, 여전히 놔주지 않고 내 귀를 살짝 물었다.
“귀는 또 왜 물어요!”
“마침 귀여운 귓불이 첩의 눈 앞에 있지 않는가? 그건 그렇고 예전에는 첩이 작다고 놀렸겠다? 오늘 어려진 기념으로 첩을 누나라고 불러보거라. 안 그러면 계속해서 공격이 들어간다고? 어서~!”
“나에게도 자존심이 있지. 입이 삐뚤어져도 말할 수가 없...으핫! 잠깐! 기다려! 귓속에 혀를 집어넣지 말란 말이야! 은팔찌 차고 싶어! 발찌까지 세트로 찰래!”
내가 이걸 말할 줄은 몰랐지만 마리아는 신경 쓰지도 않고, 양손으로 내 몸을 구속하면서 계속해서 귀를 집요하게 공격했다.
“놔! 마리아! 제가 다 잘못했어요! 내가 뭘 잘못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제 그만 제발 좀 놔줘요!”
“마리아 누나라고 부르거라.”
뭘 잘못했는지 몰라도 일단 사과하는 나에게 마리아는 협상을 제안했다. 아무리 그래도 마리아의 체격과 본래 내 모습을 생각해보면, 마리아에게 누나라는 호칭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제가 입이 삐뚤어져도 그런...”
“후우~”
“알았어! 누나! 마리아 누나! 네가 이겼다! 정말 끈질기네! 이제 그만 좀 놔!”
마리아가 내 귀에 뜨거운 숨결을 뱉자마자 나는 항복을 선언했지만, 아직까지 내 항복에 마음이 들지 않는 마리아는 내 목을 핥고는 요염하게 입을 열었다.
“놔.주.세.요.”
아무리 그래도 지금까지 올려놓은 나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이것만큼은 양보할 수 없으니 나는 마리아에게 강렬하게 항의했다.
“한번 놔달라고 이야기 했으면 그만이지, 대체 뭘 더 바라고...”
“냐암~!”
“알았어요! 제발 좀 놔줘요! 내가 뭘 잘못했는지 모르겠지만, 이제 그만큼 괴롭혔으면 어째서 내 몸이 퇴행이 됐는지 이제 알려줄 때가 왔으니 좀 알려달라고요! 그만해! 그만하라고! 적정 수위를 넘기지 말란 말이야! 내 옷 속에 손 넣지 말라고!”
5분동안의 협상과 설득을 통해 겨우겨우 멈춘 마리아는 날 계속 끌어안으며 설명을 했다.
“이것은 아무래도 람파시나의 염원이 담긴 음식을 먹은 것으로, 카일의 연령이 일시적으로 낮아진 것이라 보면 된다. 그걸 알 수 있는 이유는 첩이 예전에 람파시나의 음식을 먹어본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가장 다행인 것은 마나의 양은 줄지 않았지만, 불행한 것은 출력이 눈에 띌 정도로 줄어들었다는 점인가? 이래선 정말 마나를 대용량으로 담을 수 있는 창고 역할 밖에 되지 않는군.”
출력이 낮아졌다는 소리는 마나의 양은 변함이 없지만, 마력이 낮아졌다는 그런 소리라고 봐야겠구나. 어린 아이의 모습이라고는 하면 결과적으로 보호 받아야 하잖아? 대체 이 모습에서 언제 어른이 될지 모르겠지만. 그보다 누가 나에게 어린이 옷을 입힌 거야? 내가 기절하고 눈을 뜨면 옷이 바뀌어 있다는 것을 가장 늦게 눈치 채잖아?
“내가 어리게 되는 것이 시나의 염원이 담겨있다니?”
“카일은 첩을 포함한 모든 잡화점 멤버를 지키겠다는 무의식적인 생각으로 행동하지만, 우리가 카일을 보았을 때는 그것이 너무 위태로워 보여서, 항상 우리가 카일을 뒤에서 지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보호해주고 싶은 모성본능을 자극하는 것은 변함이 없다. 의외로 카일이 하고 있는 행동은 위험하기도 하고, 너무 성실하게 움직이는 성격 때문에 오히려 “지금의 카일이 자신에게 힘들다고 응석을 부린다면, 그 갭 차이가 상당히 좋겠다.”라던가, “카일이 저렇게 움직여도 마음 구석에는 고독한 모습이 분명 존재하겠지? 그 부분을 건드리고 나만이 볼 수 있는 또 다른 카일의 모습을 보고 싶다.” 라는 충동이 상당히 강하게 느껴지는데, 람파시나의 경우에는 자신에게 의지하고 응석을 부리는 것을 전제로 한 어린아이의 모습으로 바꾸는 것처럼 보인다.”
“들으면 들을수록 다시 명계로 가고 싶은 것은 기분 탓이던가요? 그럼 시나를 만족시킨다면 제가 다시 본래 모습으로 돌아간단 소리죠?”
“일시적이니까. 그냥 놔둬도 상관이 없을 것 같지만 말이지.”
“그렇군요.”
음식은 둘째치고 이런 모습으로 변해버렸다는 그 자체가 정말 어처구니 없지만, 이제 슬슬 침대에서 벗어나 밖으로 나아가야...
“마리아?”
“뭔가?”
하는데 마리아가 날 놔주질 않은 것으로 보아. 아직까지 뭔가 좀 더 요구하는 것이 남아 있으리라고 생각을 했지만, 우선 나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기 시작했다.
“한 가지 말하는 것을 계속 놓치고 있었는데. 대체 그 검은색 란제리는 왜 입은 거에요?”
“그야 승부할 때 입는 것이지 않는가?”
어...
사태의 심각성을 뒤늦게 전부 파악했다.
마리아는 지금 나를 놔줄 생각이 전혀 없던 거로군?
우선 나는 최대한 당황하지 않은 모습으로 입을 열었다.
“아. 오래 자고 있었더니 뻐근하네요. 밖에서 스트레칭이나 할...”
“아암~!”
어깨를 살짝 물렸을 때 또 다른 감각이 머릿속에 침투했다. 그보다 이 이질적인 감각은 어디서 대체 찾아오는 걸까?
“마리아! 어깨는 대체 왜!”
“첩이 밤에 필살기 중에 하나는 감각을 서로 공유하는 것이다만, 이는 무슨 소리인가 잘 알고 있으려나? 애초에 지금 카일이 어려졌을 때야 말로 기회라 생각하고 있지만...”
“뭐가 기회야! 애초에 밤에 사용할 필살기를 왜 낮에...크웃! 다른 감각이 어디선가 덮쳐온...!”
정체도 모르는 미지의 감각 때문에 몸이 한번 벼락에 맞은 것처럼 경직이 되었다. 천천히 마리아를 돌려보았을 때는 요염하게 웃는 마리아가 쐐기를 박아 넣었다.
“뭐긴? 첩과 카일의 감각이 서로 이어졌다는 거지. 양쪽으로 덮쳐오는 거대한 쾌락 때문에 기절하지나 말거라. 남자 쪽의 쾌락이든, 여자 쪽의 쾌락이든 간에...”
천천히 내 얼굴에 마리아로 인한 그림자가 드리워지기 시작하면서, 최후의 발악으로 나는 외쳤다.
“킹 크림존!...으웁!”
-날아가 버린 시간대이니까 걱정 말라구! By.킹 크림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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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 크림존이 없었으면 정말 큰일날 뻔했네.
그나저나 레시아나 시나라던가 마리아는 각자의 색깔이 있는 것 같아요.
밤에 사용하는 필살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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