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 33 [Refresh]
33
여전히 레시아가, 침울한 분위기의 내 어깨를 작은 앞발로 툭툭 치며 위로를 할 때, 다른 사람들은 이미 친해진 듯. 그 바보 같은 사진 하나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모습에, 아직도 정신적인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물론 지금은 사진 하나에 이렇게 지체되면 안되니까, 서둘러 루니아 씨에게 몽마의 숲을 통과하는 길을 보여달라고 했다. 그러자 루니아 씨는...
“2호집...”
“무슨 얼어 죽을 2호집이에요!”
역시나 웃음 뒤에는 아무것도 알 수 없는 광대 같은 사람이다. 오히려 이런 녀석이 티르빙이 말했던 어릿광대가 아닐까? 아직도 걸리는 그 단어가 수면위로 다시 나와, 나에게 그 존재를 부각 시킬 때쯤, 반쯤 미안한 얼굴로 루니아 씨는 자신의 입장에 대해 입을 열었다.
“저도 남동생인 카일을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몽마의 숲을 뚫고 나갈 수 있는 루트를 보여주는 것은 기사단의 입장에선, 민간인에게 정보를 노출 시키는 중죄에요. 마치 민간인이 군인에게 “너희 훈련일정이 어떻게 되냐?”라고 물어보는 것과 같은 거죠.”
“그러면 제가 알아서 몽마의 숲을 뚫고 가야겠군요.”
“아뇨. 남동생의 부탁인데요. 대신 제 부탁으로 2호집을...”
“안 찍어요!”
“히잉...”
루니아 씨의 침울함을 위에 있는 짧은 탄성으로 더욱 부각 시켰다.
최근에‘히잉...’이란 글이 어디서 왔는지 모르겠는데, 저게 유행인가? 여전히 육포를 씹으면서, 상황을 지켜보던 레시아는 조용하게 있었다. 분명 소란스러워서, 나에게 텔레파시라도 보낼 줄 알았는데, 걱정이 되어 내가 먼저 텔레파시를 보냈다.
[레시아? 왜 그래요?]
[생각을 그만두고 있다.]
생각을 그만 두는 것은 우주 공간에서 해주실래요?
[대체 왜요?]
[생각이란 생각을 하면 나오는 것이 생각이기 때문에, 생각을 하지 않는 생각이 좋은 생각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 사이비 철학 같은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 물어본 것이 아냐!
[무슨 일 있어요?]
여전히 신경 쓰이고 걱정이 되어,
[전혀. 아무것도. 그저 주인의 주변이 꽃밭으로 물들어 가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설마?
아니겠지.
하지만 확인을 할 겸.
나는 지금 상황에 금지된 단어를 개방했다.
물론 계기는 장난 삼아서 이야기를 한 나였지만...
[설마 질투?]
내가 텔레파시를 보내자 마자, 순식간에 레시아가 튀어올라 나를 마구 할퀴기 위해 앞발을 휘둘렀다. 얼마나 발버둥이 심한지, 레시아를 잡고 있는 몸통을 바로 놓칠 것 같았다. 물론 레시아의 돌발 행동에 루시피나 씨와 루니아 씨도 적지 않게 당황한 모습을 보여줬다.
“신랑? 왜 저런 거야? 한번 도 이런 일 없었잖아?”
“분명. 카일이 2호집을 찍는 것을 거부해서, 레시아마저 화를 내고 있는 거에요오.”
“그 2호집 아직도 포기 안 했어요! 그리고 그것 때문에 레시아가 화를 낼 일은 없어요!”
그걸 단언할 수 있는 이유는 당연히 텔레파시의 내용이다. 하지만 지금 텔레파시를 보내는 것이 3중 4중으로 전혀 다른 내용들이 마구 섞여오기 때문에... 어라? 잠깐 하나는 해석했다. 파 샐러드와 간장치킨 같은 녀석? 대체 그건 또 무슨 소리에요!
[레시아! 진정하세요! 심호흡!]
[후우...하아...후우...하아...]
생각해보니, 심호흡은 텔레파시로 할 수 있던가?
[짐은 그다지 질투를 하지 않았다. 다만, 그 능구렁이 666마리가 들어있는 표정을 보고 있자니, 화가 치밀어 올라서, 그 얼굴을 종이쪼가리로 만들 생각을 하고 있었을 뿐. 그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아니다.]
[뭐가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게 더 무서워!]
두 번 다시는 레시아에게 이런 장난을 치지 않기로 결심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루니아 씨는 여전히 2호집에 대한 계획을 루시피나 씨를 붙잡고, 차트까지 그려가면서 설명하고 있었고, 연령대부터 조사하여, 성향조사 및 포즈에 대한 호감도 조사까지, 치밀한 시장조사를 해온 루니아 씨는 계속해서, 열정적인 회의를 계속하고 있었다.
이런 쓸 때 없는 것에 독백을 사용하기 싫었지만, 아무래도 루니아 씨는 이대로 포기할 생각이 없을 듯 했다. 조만간 루니아 씨가 기사단장을 은퇴하고 나면, 패션디자인 쪽에 사업을 차릴 생각일까? 그러면 그 잡지 제목이 플레ㅇ...아니 그만하자.
[게다가 그 의뢰는 확실한 기간이 없고, 그저 물품을 구하기만 하면, 자신을 찾아 달라는 내용이니까, 그리 급하게 서두르지 않아도 되지 않는가? 세무관이 오는 날은 3주 뒤이고, 시간이 남으면 저 금발계집의 말대로 해줘도 괜찮을 듯 하다.]
레시아도 언제부턴가 루니아 씨의 말을 따라 호응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이 반응은...
[레시아도 2호집이 기대하고 있어요?]
[...조금.]
***
밤 10시.
텅 비어버린 어두운 중앙공원에서 생각할 일이 많아졌다. 애초에 늘 말해왔지만, 여장을 해서는 좋은 인생을 살아온 주인공이 없다. 아니, 여자 같은 외모로 인해, 착각할 정도로 살아온 캐릭터들도 예외가 아니다.
아냐. 지금은 그런 독백을 하고 싶지 않아.
밤하늘의 별을 올려다 보았다. 별은 계절에 따라 위치가 바뀌게 된다. 그런 변칙적인 별들의 위치를 보며 점성가들은 예언을 할 수 있고, 자신이 나아갈 길을 찾아 내려갈 수 있다고 한다. 밤이 되야 쓸모가 있어진다고 하지만, 하늘에 여행을 위한 길을 찾을 수 있는 증거가 있다는 것이 큰 이점이다.
조만간 점성술을 배워볼까?
-저벅...
발걸음이 멈출 때 나오는 소리에, 고개를 우측으로 돌려보니, 금색의 눈빛으로 레이비스 씨가 총구를 겨누며, 나를 보고 있었다.
“저기. 레이비스 씨?”
-탕!
말만 걸었는데 느닷없이 마탄을 발포하여, 마법방패로 튕겨냈다.
“아이고, 미안. “안녕”이라고 말하려고 했는데, 발포된 모양이야.”
“그건 “안녕”이 아니라 “잘 가라” 겠지! 또 저승으로 내려간 뒤에, 그 사신이 휘두르는 노에 맞아서 돌아오라는 것도 질색이야! 무슨 인사 법이 사람 하나를 죽여요!”
“왜 그거 있잖아. 예전에 유행했던 살인미소. 지금 내가 한 것은 살인미소의 인사버전이야.”
“그건 그냥 살인이야!”
나에게 있어서는 여전히 태클을 걸어야 하는 대상인 레이비스 씨가 총구를 집어넣고, 내가 앉은 벤치로 다가가서 내 옆에 앉았다. 그리고 레이비스 씨가 뜬금 없이 입을 열었던 것은...
“내가 말 했잖아. 루니아 그 애는 거북하다고, 그것에 장단을 잘 맞춰주는 너도 신기하군.”
“댁이 수호 명령서만 요청하지 않았어도, 제가 여기까지 나와서 고민할 일이 없겠죠.”
레이비스 씨는 품속에서 담뱃갑을 꺼냈다. 뭐 레이비스 씨는 담배를 물면, 어느 정도 쿨한 이미지가 받쳐주기에 멋있어 보이지만, 애석하게도 나는 담배가 질색인지라 말을 걸었다.
“저는 담배연기 싫어하는데요?”
“괜찮아. 나도 담배 못 피워.”
?
“그럼 그 담뱃갑은 뭔데요?”
“이거 그냥 사탕상자야.”
그리고 그 정체불명의 담뱃갑에서는 작은 막대사탕 하나가 튀어나와, 그것을 물고 우물거렸다. 물론 담배처럼 손 모양을 하면서, 막대사탕을 잡고 있지만, 이 사람은 그럼 대체 뭘 하고 있는 거지?
“레이비스 씨? 담배는 싫어하는데, 담배 피우는 모습은 멋져 보여요?”
“물론. 그거는 상남자의 로망이잖아? 나도 상남자가 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이 연습을 했는데? 최근에는 수사기관 내부에서도 눈만 마주치면, 슬그머니 피한다고? 최근에는 만나자마자 마탄부터 발포해서 나의 진짜 남성다움의 매력을 어필하는 중이야.”
그거야 댁이 상남자가 아니라 그냥 상놈이니까 그렇지. 애초에 만나자마자 마탄부터 쏘고 보는 사람에게, 누가 좋다고 친절하게 더 다가간다고 하는 거야? 애초에 나도 눈만 마주치면 도망가겠다.
“그나저나 평민. 한 가지만 물어 볼 것이 있다만.”
레이비스 씨는 입안에 있는 딸기 맛으로 추정된 사탕을 꺼내서, 다시 내용을 이어갔다.
“너. 우리 수사팀에 들어올 생각 없어?”
“저는 잡화점을 운영해야 하는데요?”
“물론 잡화점을 운영하다가, 세무관에게 돈을 못 내서 파산하기라도 한다면, 쫓겨나야 하잖아? 그러니까 그때는 그 고양이하고 같이...”
잠깐 말을 멈추더니, 이질감이 넘치는 표정으로, 내 목을 이리저리 살펴보는 레이비스 씨는 수정해서 입을 열었다.
“고양이하고, 너와 약혼한 드래곤하고 같이 우리 수사팀으로 가자는 거야. 애초에 다 마법은 사용하니까...”
“잠깐? 어떻게 용족혼인의 문양도 알아요? 대체 레이비스 씨의 뇌는 어떻게 된 구조로 이루어 진 거에요?”
“알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아는 거야.”
“그런 망할 사이비 철학적인 대답 말고!”
나의 활발한 태클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다시 사탕을 입에 넣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그래서. 만약에 잡화점에서 쫓겨나면, 어떻게 할거야?”
“그래도 왕국 마법 수사관은 들어가지 않고, 그저 조용한 곳에서 지내던, 여행을 하던 하려 구요.”
“사내녀석이 야망이 없어서야 원.”
“물론 어릴 때는 야망이 있었는데, 용병생활을 하면서 저의 야망은 조금씩 줄어들었죠.”
레이비스 씨는 그저 끄덕이기만 하다가, 갑자기 생각난 듯 입을 열었다.
“지금 루니아가 너를 상대로 2호집내는 것에 대해 어느 정도 진행 중이지?”
“그게 왜! 궁금하게 된 거에요! 아니 그전에 그 일은 어떻게 아는 거고!”
뜬금없는 한 마디에 나의 언성이 높아져, 아무도 없는 빈 공원에 내 목소리로 가득 찼다.
하지만 나의 반응을 보며, “쯧쯧. 이 녀석 아직도 무슨 사태인지 모르는구나.”라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지금 루니아가 급하게 2호집을 만들려고 하는 이유는, 단순히 기사단 내부에서 인기가 많아진 이유라서 그런 것이 아냐.”
“그럼 대체 무슨 이유가 있는 건데요?”
레이비스 씨는 사탕을 빼면서, “후우~”하고는 담배연기를 내 뱉는 흉내를 한 뒤에...
그러니까 사탕으로 그렇게 하는 것은 그만 하시라고요. 어쨌든 레이비스 씨는 나에게 말했다.
“지금 칸포리우스 제국에 있는 수많은 귀부인들이 너에게는 끔찍한 벌칙게임이, 그 여편네들에게는 꽤나 인기가 있는 모양이야. 그래서 직접 황제가 우리 프리트론 왕국에 내려온 말에 따르면, 자신의 아내도 그 사진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 더 다양한 옷과 포즈가 실려있는 2호집을 원한다는 내용이 도착을 했거든, 그래서 그 사건의 주 원인인 루니아가 필사적으로 만들려고 하는 거고...”
“만약 거절하면요?”
“전쟁이지 뭐. 물론 네가 그리 큰 죄책감을 가지라는 말은 아냐. 뭐 네가 싫어하면 어쩔 수 없이 칸포리우스 제국이 자랑하는 마장병기가 추는 탭댄스에 의해, 왕국이 가루가 되는 거 이외에는 별 피해가 없을 거야.”
그 말들은 일부러 저에게 죄책감을 느끼라고 말하는 거죠?
아무튼 나는 레이비스 씨에게 물어볼 내용을 추려내서 한 마디 했다.
“그거 찍은 사진은 남자라고 밝혔나요?”
“그러니까 귀부인들이 더 열광 했지.”
지금 엘븐패스로 가기 위해서, 몽마의 숲을 어떻게 뚫고 지나가야 하는지 모르는 마당에, 내가 그 어처구니 없는 벌칙사진을 찍지 않으면, 전쟁이 터진다고? 애초에 그 사소한 이유 하나로 전쟁이 터지는 것은 말도 안되지 않나?
이건 마치...
“이 쪼잔한 겁쟁이 녀석들! 감히 부어먹기를 거부하다니, 그러고도 이 대륙의 최강의 제국이라고 자랑할 수 있는가!”
“오만방자하고 무질서한 무리들 같으니라고! 찍어먹는 것은 우리나라의 핵심이다!”
“감히 부어먹는 것을 거부한 것도 모자라서, 우리에게 모욕까지 하다니! 너희들에게 부어먹는 것이 얼마나 간편하고 기쁘며, 순간순간 마다 부유한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지 몸소 깨닫게 해주마!”
“가엾고 딱한 자로다! 그런 낭비가 하늘을 넘쳐흐르는 부어먹기만 하는 너희들에게, 무력으로라도 우리들의 절제의 정신과 알뜰함을 깨우치게 해주리라!”
...
이런 바보 같은 회상은 그만 두고, 다시 현실로 돌아와서, 지금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연쇄적으로 더 튀어나오기 전에, 해결방법을 찾아야 했다. 이 벤치에서 멍 때릴 시간도 없이 돌아가기로 마음 먹었다.
“그럼. 저는 일단 잡화점으로 돌아갈게요.”
-탕!
“......”
“아. “잘 가라”는 발포야.”
“그러다 사람 하나 죽이겠다!”
마지막 태클을 끝으로 레이비스 씨가 한 발 더 발포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에 도망치듯 잡화점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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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일에게 죄가 있다면...
이야기를 제가 쓰는 것이 되겠죠.
(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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