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 314
314
행동보다는 말이 더 강력할 때가 존재하는데, 그것은 내가 루니아 누나를 유일하게 설득하는 것에 실감이 나곤 했다. ‘베르첸’이란 마을에서도 티르의 쉼터 하나가 존재하는데, 시나론에서 마차로 약 2시간 거리를 하멀 씨가 다짜고짜 운전병을 불러서, 마나로 움직이는 자동차로 가게 되었다. 말이 없는 마차의 개발은 이제 상용화 하기 전 단계로 접어 들면서, 이미 군대나 수사관과 같이 왕국 직속 부하들의 일부가 이런 특권을 누리는 것. 마차로 약 2시간 거리는 자동차로 10분 이전에 도착한다고 했는데, 보통은 그게 불가능 한 것이 마차도 속도가 빠르기 때문이지만 이 운전병은 뭔가 좀 남달랐다.
“크하하핫! 내 영혼이 울부짖는다! 캬하하하!”
“이 정신 나간 녀석은 대체 누가 데리고 온 거야!”
광기에 흠뻑 젖어있는 운전에 당황하고, 이 운전병을 호출한 하멀 씨에게 원망의 눈초리를 보냈지만, 하멀 씨는 만족하는 웃음을 내 보이면서 나무가 부딪쳐서 차를 뭉개려고 할 때마다, 창문을 열고 황금빛 마탄으로 쏴서 없애는 묘기를 선보였다.
이건 운전이 아니라 거의 광폭화 수준. 아무리 매섭고 공포를 모르는 전사라고 할지라도 이걸 타면 한 동안 트라우마에 쓰러져 있을지도 모르겠지. 난생 길로 운전하는 것이 아니라 시나론과 베르첸 사이를 막고 있는 거대한 산길을 그냥 올라갔다가, 그냥 내려간 것이고 쉽게 말하자면, 하늘 위로 승천했다가 곧바로 땅 아래에 추락하듯이 떨어져 내렸다.
죽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서로 부둥켜안고 있는 것은 나와 아스타로트였고, 루니아 누나는 “와아~”하면서 매우 재미있어했다. 설령 이 차가 폭발하면 혼자서 탈출할 방법은 있다는 걸까?
“자. 다 왔습니다. 오늘도 신기록 단축이네요. 9분 40초라니.”
“수고했다. 로즈웰. 내가 부를 때까지 프리트론에서 대기하고 있어. 아. 그리고 이 문서는 네가 직접 내 아버지께 전해드리고.”
“예. 그럼 고생하십쇼!”
그러고는 거칠게 바퀴가 휘몰아치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산 기슭을 타고 저 멀리 점이 되어 사라지고 있었다. 1초뒤에 몰아치는 풍압에 잠깐 주춤하는 사이에도 루니아 누나는 기지개를 피면서 한 마디 했다.
“너무 앉아있었더니 몸이 뻐근하네에. 카일! 나중에 돌아가면 마사지 해줄래요오?”
“스트레칭으로 알아서 하시죠. 누구는 지금 이 땅에 밟은 것이 이렇게나 감격스러운 일인데, 게다가 아스타로트는 땅바닥에서 얼굴을 맞대면서 “살아있어서 다행이다...”라고 반복하고 있잖아요. 그보다 하멀 씨. 대체 그 사람 누구에요? 운전석에 있어서 얼굴도 못 봤는데?”
하멀 씨는 주변을 둘러보면서 입을 열었다.
“그야 당연히 왕국 내에서 가장 유명한 운전병이지. 주로 왕과 공주님의 일정을 빠르게 소화해야 하니까. 항시 대기하고 있는 중이야. 내가 그 운전병을 부른 것은 몰래 부른 거고, 들키지만 않으면 범죄는 아니잖아?”
로즈웰 씨도 즐거운 것 같았으니 직권남용죄는 아닌가?
“어쨌든 그 마법전사가 또 난리치기 전에 슬슬 건물을 찾아야 하는데.”
하멀 씨는 두리번거렸지만, 나는 그다지 찾을 필요가 없었다고 생각을 했는데, 그 이유 중에 하나는 바로...
“여기 아무래도 티르의 쉼터의 뒷골목 같은데요?”
생각 외로 정말 좋은 위치에 난리를 쳤다고 생각한다. 나는 아직까지 땅에 대한 감사와 행복을 아끼지 않은 아스타로트를 일으켜 세우고, 그 주변에 뭐가 있나 둘러보기 시작을 했을 무렵.
“죄다. 여관밖에 없네.”
“그 뭐냐...때때로는 손님이 지명해서 밖에 나가기도 하거든요. 저는 아직까지 접대만 하고 있어서 잘 모르겠지만...”
“뭐. 간이 데이트라는 건가아?”
“네. 그 정도의 난이도로...”
아스타로트는 마지막의 루니아 누나의 질문을 대답을 하고는 한숨을 꺼져라 내쉬었다.
“그저 밖에서 먹고 노는 것은 상관이 없겠네요. 다만, 여기는 왠지 노골적으로 여관이 많이 있다는 것에 대해 생각을 하자면, 그리 가벼울 정도로 노는 곳은 아니라는 소리인가?”
꽤나 무겁군. 이 곳은...
상당히 무거워.
“그러면 이제 다른 음식점이나 들어가서 잠복이나 할...”
-파아앙!
제길! 벌써 온 건가!
나와 하멀 씨. 그리고 루니아 누나는 폭발음이 들리자마자 즉각적으로 뒷문을 발로 차서 진입했다. 거기에는 아직까지 영업을 준비하고 있던 남성의 비명소리만 들렸는데, 짙은 녹색 로브를 뒤집어 쓴 자가 붉은 마법진이 담긴 주먹을 휘두르기 전에, 서둘러 공간을 접고 나아가 단숨에 마나를 끌어올린 발로 턱을 걷어찼다.
고무공처럼 튕겨나간 몸이 저 멀리 벽을 부수고 쓰러졌을 무렵. 나는 천천히 밖으로 나아가며 중얼거렸다.
“저걸 맞고 멀쩡하게 움직이면 정말 사람이 아니란 소리라고 봐도 되려나...”
내 말에 부흥하듯이 빠르게 일어선 괴한은 다시금 나를 향해 돌진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내가 아니라 가게를 향해 나아가고 있었는데, 하멀 씨로부터 격발하는 소리가 들려서 몸을 옆으로 살짝 비틀자, 비킨 공간에서 금빛의 광선이 다시금 괴한의 몸을 밀쳐냈다.
“제길. 마나를 흡수하는 재질인가. 뚫리지 않고 밀쳐지기만 될 줄은...루니아!”
“시공섬!”
시공간을 단절 시키는 루니아 누나의 검 앞이라면 가능할 줄 알았는데, 어처구니 없게도 베어진 공간을 중심으로 그 자는 존재하지도 않는 듯이 지나갈 뿐이었다.
“제길. 이런 건 닌자대전에서나 하라고...”
마법을 흡수하는 재질을 가진 로브과 거대한 물리충격을 가볍게 버티는 몸, 자신이 위험하다 싶을 때 공격을 흘리게 만드는 정체불명의 능력. 이게 진정 사람인가? 아니 막말로 티르가 이런 괴물을 만들 것이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넌 정체가 뭐냐. 대답해!”
“신벌의 대행자다.”
성악으로 따지자면 묵직한 베이스의 톤. 고고한 저음은 아직까지 이 남자의 저력을 보여주지 않았다는 것을 암시하려고 하는 것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만들었다. 나는 다음 대화를 이끌었다.
“이러는 이유가 뭐지?”
“신벌의 대행자다.”
...?
“네 이름은?”
“신벌의 대행자다.”
“성별은?”
“신벌의 대행자다.”
나는 손가락 3개를 펴고 다시 물어봤다.
“이거 몇 개야?”
“신벌의 대행자다.”
좋아. 대화도 통하지 않으니 정말 무서운 녀석이 틀림이 없어.
“신벌의 대행자다.”
“충분해! 그만 하라고! 어차피 말 안 통하는 거 알고 있으니까. 내 독백에도 반응하지마!”
거의 세뇌를 당했거나 아니면 뭔가 조종을 당하고 있거나, 아니면 정말로 신벌의 대행자라는 정체도 모를 또 다른 서클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궁금하면 내가 직접 나서서 처리를 할 수 밖에 없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좀 의아한 것은 나를 가만히 노려보고만 있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나를 그냥 지나가고 가게에 무슨 원수를 졌는지 모르겠지만, 의외로 타인에게는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하는 것.
“모두 가게 밖으로 나가보세요.”
쓰러진 부상자는 아스타로트가 옮겼으니, 하멀 씨와 루니아 누나에게 밖으로 나가보라는 말만 하고는, 서서히 움직이는 190cm정도의 괴한을 지켜보면서, 나와 다른 사람들 앞을 무시하듯이 지나갔다.
“집행을 시작한다.”
그리고 그 괴한은 아무도 없는 곳에서 주먹에 마법진을 펼치더니, 그대로 바닥에 내리 꽂았다. 다시 거대한 폭발음이 지나간 곳에서는 1차적으로 피해를 입었던 건물 내부가, 죄다 박살 난 모습으로 분해를 시켜버렸고, 그 이후에는 손바닥을 모은 이후에 결계를 치기 시작했다.
“완전히 기계로군. 그냥 자신이 정한 명령만 수행하는 그런 기계 말이야. 인명피해는 좀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우리는 그냥 인명 구조를 위해서 움직이기만 하면 될 것 같아. 아니면 칸포리우스 쪽에서도 인명구조를 위해서 보내긴 하겠지만, 일단 확실하게 티르의 피조물은 아니란 소리라는 거지.”
“피조물이 아니란 소리는?”
“그냥 감이야. 다만, 저대로 두면 좀 위험할 것 같은데?”
“위험이라뇨?”
“그야 당연히. 이 녀석을 처리하러 다른 녀석이 올 테니까. 너 그 파르온과 서로 얼굴만 아는 사이이지 않냐?”
그러고 보면, 파르온은 칸포리우스 제국 안에서 제 1황자였지. 지금 이 괴한이 기본 전투력으로 제압을 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안다면, 분명히 직접 나서서 막으려 들 것이라 생각했다.
“...그렇네요. 파르온과 엮이면 좀 고생하겠군요. 그럼 저는 저 덩치를 좀 더 따라다닐 테니, 루니아 누나와 하멀 씨는 아스타로트와 함께 이곳에서 벗어나 주세요.”
“따라다닌다니? 저걸 왜? 그냥 가만히 놔둬도 되잖아?”
“그냥 궁금해서요. 애초에 이 사람이 누군지도 모르잖아요?”
사실 나까지 돌아간다면 루니아 누나가 분명, 호스트 복장을 입히고 촬영하겠다고 난리 칠 것이 분명하니까. 최대한 늦게 돌아가기 위한 핑계를 말한 것뿐이다. 물론 정체가 궁금한 것도 있지만, 어째서 신벌의 대행자라고 자칭하고 이런 짓을 벌이는 것인지는 의문.
“그럼 저는 저대로 돌아가 볼게요.”
괴한이 서둘러 움직이는 것을 같은 속도로 따라 걸으면서 일행들과 헤어지고, 의외로 걸음걸이가 빠른...
“발진.”
순식간에 로브가 펼쳐지더니 거대한 마나를 내뿜고 공중으로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1초만 더 늦게 반응 했으면 놓쳤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티르빙을 뱀 조종자로 변형시켜서 다리 쪽에 묶은 결과, 내 몸도 그대로 빨려 올라가듯이 하늘 위로 승천해버리고 말았다. 내가 다리를 묶어서 따라오든 말든 신경도 쓰지 않는 이 남자는, 천천히 빈 공터를 향해 땅으로 곤두박질 치기 시작했고, 중력가속도의 성원에 입어 나도 충돌하고 말았다.
“제길...마법방패<Magic Shield>가 쿠션역할을 해줘서 살았다. 안 그랬으면 이게 마지막화가 되었을 거야. 그보다 내려간다면 내려간다고 말이나 좀 하라고!”
“신벌의 대행자다.”
“그거 말고!”
하긴, 말이나 통했으면 내가 이런 일에 따라가지도 않았겠지. 아무튼 나를 보는 살벌한 짙은 푸른색의 안광과 마주할 무렵. 그 괴한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지금부터 의사소통에 대한 재구성을 시작한다. 조립. 분해 및 융합. 완료.”
기계 같다고 말하는 하멀 씨의 말은 그냥 찍은 것인지 추측을 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정체가 무엇인지, 지금 뭘 하고 있는지, 취미가 무엇인지 등. 여러 가지 물어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저기...그러니까. 저는 카일이라고 하는데. 이름이...”
나는 이름을 물어봤는데, 순간 그 거한은 자신을 양팔로 감싸면서 왼쪽 발을 차밍하게 들었다.
“에구머니나! 이 스토커 같은 남정네가 왜 계속 따라오는 거야! 그만 따라오고 저리 가버려! 이 변태!”
“여태까지 너의 이미지 단숨에 무너지니까 하지 말라고! 놀랬잖아! 190이상 되는 남자라면 근엄하게 “방해꾼은 필요 없다. 썩 꺼져라.”라던가, “날 따라온다 해도 아무런 이익이 없다.”라고 하던가! 어째서 여자가 끈질기게 따라붙는 남자에게 할 대사를 네가 왜 하고 있냐고!”
“신벌의 대행자다.”
“그거 말고! 이 신벌 덕후야!”
이 녀석 대체 나하고 뭘 하자는 거야?
이미지에 맞지 않는 대사를 속사포처럼 쏟아내는 경험을 직접 한 결과, 내가 만일 물을 마시고 있었으면 5층높이의 무지개 내뱉을 것이고, 음식을 먹었다면 너무 급하게 체해서 3일동안 물도 못 마실 것이라 생각했다.
어쨌든 마리아에게 새로 배운 다른 차원의 비속어를 뱉어내면서 숨을 고르고 있었고, 그 남자는 “의사소통 불가. 다른 방법으로 전환한다.”라고 감정 없는 저음으로 말한 뒤에, 내가 경청을 하는 사이에 제발 다른 말이라도 좀 제대로 해주길 빌었지만, 아무런 말도 없이 걸어가기만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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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살기운은 있는데 일은 해야 하고, 동시에 글은 써야겠고.
뭐...죽지는 않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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