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 20 [Refresh]
20
엘티노스 잡화점의 규칙 중에서는 잡화점 운영에 필요한 인원 수 제한이 없다. 따라서 가게를 운영하는 것은 2명이든 30명이든 상관 없다는 뜻이 된다. 엘티노스 잡화점의 내부 구조는 임시직원도 받아주는지 내가 모르는 곳에서 방 하나가 떡 하니 생겼다. 나는 지금까지 바닥에서 자고 있었는데, 임시직원이 여직원이라 그런지, 복지 시설 하나를 만들 듯. 일부 공간은 변형이 되어, 침대와 서랍장, 책상 위에 양초 등 정체불명의 방이 완성 되어 있었다.
잡화점은 아무래도 또 다른 살아있는 인격체가 아니었을까? 라고 생각을 해보고 있을 때, 루니아 씨에게는 갑옷이 아무래도 불편해 보여서, 벗어달라고 하니까. "설마 제복까지요오!" 라며 충격 먹어서 "갑옷이라고 말 했잖아요!"라는 태클을 날렸다. 레시아는 루니아 씨가 거북한지 아직도 5단계 수납공간에서 내려오지 않았고, 아직 저녁 6시가 될 무렵.
저녁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1층에 있는 주방으로 향했다. 어차피 간단하게 샌드위치나 만들어 먹을 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무의미하게 식빵의 모서리 부분을 썰어내려고, 빵을 집었는데 루니아 씨가 나를 따라 주방으로 들어왔다. 특유의 느긋한 웃음을 지으며 들어왔지만, 무슨 일로?
"루니아 씨?"
"누나."
식칼을 내 목에 겨누고 그런 말 하지 마요! 안 그래도 검을 쓰는 기사가 그늘이 진 얼굴로 웃으면서 저러니까 한 편의 호러소설이 따로 없었다. 머리에서 떨어지는 식은 땀을 의식하며, "누나."라고 하자. "참 잘했어요."라며 머리를 쓰다듬어 줬...
"내 키가 작아서 이러는 건가요?"
따지고 보니. 20살에 이런 취급을 받아도 되는 건가? 애초에 나는 어른이잖아?
"귀엽잖아요오."
그러거나 말거나 마이페이스로 몰아가는 루니아 씨를 막을 방법이 없었다. 아무리 내가 나이를 먹어도, 나보다 오래 살은 상대 앞에서는 한 없이 어린애로 보이기 마련. 물론 나는 거기까지 이해할 수 있다. 그래 이해할 수 있어...
[주인. 어서 짐에게 산해진미를 바치거라!]
레시아의 말을 번역하자면 "배고파. 밥줘" 라는 뜻이다. 현재 마왕인 레시아와 같이 잡화점을 운영하고 있지만, 레시아가 배고프다고 한 번 때를 쓰기 시작하면, 그 때는 정말 종말의 날과 같아진다. 하루는 식사 한 끼를 먹지 못했는데. 당장 밥을 내놓으라고 자기복제마법을 사용해서 나에게 사방팔방 달려들어서 물고 있는가 하면, 마법를 이리저리 난사하듯 시전을 하고 와서, 내 마나를 거의 다 쓴 상태로 돌아왔다. 물론 나는 아무 이유 없이 장을 보고 있다가 쓰러져서 병원으로 실려갔다.
레시아는 코볼트가 아니라서 우유 한 컵으로는 채워지지 않으니, 쌀이 남아서 밥과 샌드위치에 쓸 재료를 조금 빼와서 야채와 베이컨 등. 여러 가지 잡다한 것을 다 넣어서 볶음밥을 만들고, 레시아에게 먼저 줬다. 물론 맨 처음에도 이런 조촐한 음식이 어디 있냐면서, 미식가에 대한 모독이라며 항의하다가 결국에는 지금까지 맛있게 먹고 있다.
"명령서의 기간이 다 될 때까지, 저를 옆에서 지켜주는 거죠?"
샌드위치를 들고 루니아 씨에게 말 했...
"네에. 카일은 누나만 믿으면 됩니다아. 아! 이 말 한번 해보고 싶었는데! 소원이 이루어졌어요오!"
...
명령서 펼친지 2시간 좀 넘게 되어가는데 벌써부터 지쳐버렸다. 지금 독백도 도중에 끊어질 정도로 나에게 피로가 쌓이고 있는 것이 증거. 지키는 것은 좋지만, 난이도가 왜 이리 높아졌는지 아직도 이해하지 못하고, 샌드위치 8조각이 다 사라진 끝에 허브티를 마셨다.
레시아는 여전히 입을 다문 체 내 무릎에 올라와서 웅크리고 있었고, 루니아 씨는 차를 음미하려는 듯 찻 잔을 느긋하게 들었는데...그거 그냥 싸구려니까 그렇게 안 해도 되요.
"하아. 느긋하다아. 이런 쉬운 일만 줬으면 좋겠다아."
상념이 들어간 루니아 씨의 혼잣말을 듣고, 모르는 척 허브티를 마셨다. 그리고 우선 정보공유가 중요하니까. 루니아 씨에게도 입을 열었던 것은 마검 티르빙에 관한 것이었다. 아무래도 검과 같이 보낸 세월이 긴 루니아 씨에겐 마검의 존재는 어떻게 보면 좋은 힘의 원동력이고, 다른 시각에서 볼 때는 사라져야 하는 이단적인 물건일 것이다.
그리고 루니아 씨에게 날아온 대답은...
"아참! 그러고보니 하멀이 카일을 단련시키라고 했어요!"
동문서답이었다.
"잠깐. 루니아 씨."
"누나."
"루니아 누나. 내가 한 말 들은 거 맞아요?"
"뭐가요오?"
"마검 티르빙이요!"
"에에...?"
그런 곤란하다는 얼굴로 나를 쳐다봐도 답은 안 나온다고!
"어쨌든 카일이 검사 상대로 잘 싸울 수 있게, 제가 조교 할게요!"
"제가 기사단 생도입니까! 거기 빨간 모자는 집어 넣어!"
그리고 남은 2시간동안 소화한다는 명목 하에 마을 안의 중앙 공원까지 끌려와서, 나에게 검 한 자루를 던졌다. 기초적인 검 사용방법은 알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호신용으로써의 기초. 그 외에는 비검이라던가 필살기같은 그런 멋진 기술은 없다. 나에게 아무리 커맨드를 조작해봐야 검기는 커녕 검풍도 안 나간다고?
"대련이에요오."
루니아 씨는 검을 뽑지 않았다.
그보다 검을 뽑아야 대련이 되던 말던 하죠?
"검은 안 뽑으세요?"
"저는 한가지 연마하고 있는 기술을 실험하려고 합니다아."
나는 실험체가 되는 건가. 즐거웠다. 인생이여.
아무튼 마나를 움직여서 전신을 강화를 한 뒤에 루니아 씨에게 뛰쳐나갔다. 애당초에 "갑니다!"라고 말하고 들어가는 바보 같은 짓은 실전에서 하면 "내가 공격할 테니, 반격하세요!"라는 말과 똑같아진다. 애당초에 그런걸 자주 하는 기사들을 보면, 아직도 이해할 수 없다.
"포즈가 낮고 빠른걸 보면 카일은 옛날에 나쁜 아이?"
내가 전에 용병생활을 했을 때는 그리 좋은 일만 한 것 아니었으니까. 포즈가 낮고 빠르게 움직이는 모습은 도둑이나 암살자와 많이 닮은 듯 보였나 보다. 그 전에 그걸 읽혔다는 뜻은...
반격이 날라온다는 첫 신호탄이였다.
어느새 발검을 했는지 노을 빛에 물든 루니아 씨의 검신이 나에게 보였고, 내 머리카락이 몇 가닥 드랍되었다. 루니아 씨와 내 거리는 아직까지 2M정도인데 검풍만으로 머리카락이 베였다는 것은 조금만 더 들어갔다면, 드랍되는 것은 머리카락이 아니라 내 머리가 됐을 것이란 생각에 오싹해졌다. 물론 더 들어가지 말라며, 내 통제를 벗어난 몸이 순식간에 마법방패<Magic Shield>를 내 전방이 아니라 바닥에 박히도록 소환하고, 그걸 브레이크 삼아서 겨우겨우 속도를 줄였으니 아직 내가 살아있는 것이라 생각했다.
"카일. 좋은 반사신경이에요!"
"좋긴 뭐가 좋아요! 죽을 뻔 했잖아요!"
레시아도 그렇고...
루니아 씨도 그렇고...
조만간 저 둘 때문에 내가 죽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만 하고 있다.
"앞으로 친구를 막으려면, 마검 앞에서도 당당히 싸워야 하잖아요? 그러기 위한 특훈이랍니다아."
아까는 자기 기술의 실험체가 되라면서!
"루니아 씨!"
"누나!"
루니아 씨가 저 위에 있는 "누나!"라고 크게 외치면서, 다시 한 번 검을 크게 휘두르자 이번엔 소드마스터들이 사용한다는 검강<Aura Blade>이 뛰쳐나왔다. 주변 검에 뒤덮고 있는 마나가 요동치는 모습을 보며, 나는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오른발을 뒤로 살짝 뺐다. 그보다 누나라고 부르지 않아서 붉은 검강이 튀어나오는 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입니까...
"항상 누나라고 고정해줘야 불러주니까. 벌을 줘야겠네요오. 일단 저를 한 대라도 맞추는 걸로 내기를 할까요?"
"한 대라...왠지 제가 얕보이는 것 같습니다만...좋아요!"
"대신 카일도 한 대 맞으면 끝이에요?"
아무리 나라도 소드마스터 상대로 한 대 쯤은...아니 보통으로는 불가능 하잖아? 설마 내가 심리전으로도 농락당하고 있는 건가? 이미 물은 엎지른 상태였고, 내기의 내용은...
"뭐든지 한 가지 들어주는 걸로 할까요오?"
"아뇨. 그런 리스크 큰 것은 불가능..."
"자. 그걸로 결정!"
사람 말 좀 들어!!!
억지로 내기의 내용까지 만들어진 뒤에 나는 레시아에게 급히 도움을 요청했다.
[레시아! 나 좀 살려줘요!]
[음? 뭔가 주인? 혹시 1+1의 답 말인가?]
[뜬금없이 무슨 헛소리야! 날 이 지옥에서 살려달라고요!]
[정답은 2다. 귀요미가 아니다.]
[사람 말 좀 제대로 들어!!!]
레시아는 대체 어디서 뭘 듣고 온 건지 모르겠지만, 주인에게 도움을 줘야 하는 이로운 존재인 사역마라는 것이 "1+1=귀요미가 아닙니다."라는 괴상한 말만 하고 있었다. 더 어처구니 없는 것은 공원 벤치에 앉아서 나를 멀뚱멀뚱 보는 검은 고양이 레시아는 한 술 더 떠서 이런 말도 했다.
[최근에 마족을 소환한 사람이 "1+1은 귀요미인가요?" 라고 물어봤을 때, 마족이 말하길 "정답은 2다."하니까 마음에서 깊고 울려 퍼지는 감탄의 탄성으로 "아아아아아..."라고 말했다고 하더군. 짐은 최근 인간들의 기초 상식이 심히 걱정된다.]
[지금 나는 걱정 안되냐! 그보다 감탄의 탄성은 또 무슨 소리야! 그거 결국 비슷비슷한 말이잖아!]
텔레파시로 태클 거는 사이에도 루니아 씨의 검강은 매섭게 몰아쳐서 방어마법들을 종잇장처럼 갈기갈기 찢어버렸다. 루니아 씨도 날 한 대만 맞추면 내기에서 승리하는 것이기에, 이렇게 열심히 하고 있는데. 문제는 화력의 차이다.
내가 아무리 때려봤자, 루니아 씨는 "야아! 우우..."라고 끝낼 수 있는데, 지금 저 검강에 내가 맞으면 "아이고 아파라!"가 아니라 "아이고 죽어야겠다!"가 될 수 있기 때문에...솔직히 말은 하고 죽을 수 있을지 더 걱정된다.
나는 죽는 게 전제냐?
사실상 죽기 싫으니까, 내 모든 것을 끌어내서 발악하는 처참한 모습을 생각하다가 뿌리치면서, 내가 든 검에다가 사슬구속마법<Chain Bind>을 걸었다. 이 마법의 최 우선은 목표물을 구속시켜서 움직임을 봉쇄하는 거지만, 지금은 검의 사정거리를 늘리기 위해, 채찍 비스무리하게 되었다.
그렇게 허리의 반동으로 오른손을 휘두르며, 중거리 전을 하려던 찰나.
"발상은 좋은데. 에잇!"
루니아 씨는 아주 간단하게 검과 이어주던 사슬을 끊어버렸다.
역시나 검강. 이 사기적인 것. 그리고 내 검은 사슬이 끊어지자, "나는 해방이다!"하는 듯이 저 멀리 허망하게 날아가버렸다.
"자. 카일? 각오는 되었죠오?"
마지막 루니아 씨의 말을 끝으로 붉은 실선들이 수십 개가 덮쳐왔고, 붉은 실을 이룬 것이 루니아 씨의 마나로 이루어 진 것을 확인하자마자, 오히려 루니아 씨에게 달리기 시작했다. 죽기 아니면 살기로 뛰는 게 아니라 사방에 마법방패들을 바닥에 꽂아놓고 그것을 밟으면서 최고속도를 유지하며 방향을 바꿨다, 루니아 씨도 빈틈을 보이며 큰 자세로 공격을 하고 있었고, 거리가 좁혀졌을 때 머리카락이 나에게 휘날리며...
잠깐? 머리카락?
-퍼억!
노을은 어느새 한 줄기의 빛이 되며 소멸을 알리고, 주변의 별자리들로 가득 매운 밤하늘이 보였다. 바닥에 누워있는 나는 이질적인 충격에 의해 넘어졌었고, 멍하니 가만히 있었다. 방금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루니아 씨."
"누나."
"...누나. 대체 뭐에 맞아서, 내가 이렇게 되어있는 거에요? 커다란 철퇴에 맞은 기분인데?"
"그것은..."
한 손가락으로 입을 데며 귀엽게 시간을 끄는 루니아 씨는 마침내 나에게 정답을 말했다.
"누나의 머리카락 입니다!"
"와아!"
나도 감탄사로 호응해줬다. 정말 몰랐는걸? 설마 머리카락이 그 정도의 강도로 내 머리를 후려칠 줄은...
"...가 아니라! 머리카락에 방금 마나로 강화시킨 거죠! 그걸 실험하려고 한 거에요!"
"그나저나. 내기 잊지 않았죠오?"
내 말은 들은 척도 안하고, 루니아 씨는 오로지 자신이 이긴 것을 과시하고 있는 내용을 담은 말을 하면서도, 웃으면서 손을 내밀고 있었다. 그 손을 붙잡고 아직도 얼얼한 정신을 겨우겨우 붙잡은 체 일어났다. 결국 내기에서 졌고, 루니아 씨가 '뭐든 한 가지 시키는 대로 해야 하는 명령권'으로 나에게 시킨 일은...
"이 옷! 잘 어울릴것 같아요오!"
내 앞에 보이는 루니아 씨가 가지런히 접혀있는 메이드 복을 나에게 주고 하는 말이었다.
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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